<바이라인네트워크>가 지난 22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금융 테크 컨퍼런스 2026’에서 발표하고 있는 신성석 플래티어 본부장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플래티어 “AI에이전트, 자산화 못하면 버리게 된다”

금융권의 AI 에이전트 도입이 개념검증(PoC)를 넘어 확산 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신뢰와 거버넌스 문제로 에이전트에 실제 업무를 맡기지 못하거나, 한번 만든 에이전트를 계속 쓸 수 있는 자산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델은 빠르게 바뀌고 에이전트는 부서별 외주 개발(SI) 방식으로 흩어져, 재사용·통제·고도화 비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 AI 전환(AX)의 다음 단계는 ‘자산화와 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신성석 플래티어 본부장은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지난 22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금융 테크 컨퍼런스 2026’에서 “자산화가 안 되면 결국 버리는 에이전트가 된다”며 “만든 에이전트를 어떻게 자산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산화는 한 번 만든 에이전트를 다른 부서도 가져다 쓰고 고쳐 쓸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신 본부장은 “금융권의 에이전트 도입이 지난해까지 PoC 단계였다면, 이제는 활발하게 도입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전 금융업권을 대상으로 AI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시행했고, 망분리 규제도 완화하고 있어 AI 에이전트 도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답변은 95%, 실행은 5%”

금융권에서 AI 에이전트 도입은 늘었지만, 에이전트에 실제 업무를 맡기는 곳은 드물다. 신 본부장에 따르면 금융권 도입 사례의 95%는 간단한 답변이나 AI 컨택센터(AICC) 수준에 머물렀고, 대출 심사·승인처럼 에이전트가 직접 실행까지 맡는 경우는 5% 정도에 그쳤다. 그는 원인으로 신뢰도 문제를 꼽았다. 신뢰도가 확보되지 않으면 에이전트를 대고객 서비스나 거래에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도 더해진다. 규제가 완화돼 기업의 자율성이 커졌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줄어드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신 본부장은 “당국 규제가 사후 규제 방식으로 바뀔 수 있는 만큼, 에이전트를 설계하는 단계부터 거버넌스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후 규제는 문제가 생긴 뒤에 책임을 묻는 방식이고, 거버넌스는 에이전트의 권한과 행동을 통제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는 체계를 뜻한다.

하지만 책임을 뒷받침할 거버넌스 체계를 갖춘 기업은 아직 드물다. 신 본부장이 인용한 캐럿글로벌 ‘2026 한국기업 AI 활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금융권을 포함한 국내 기업 가운데 AX를 전사 차원에서 정착시킨 곳은 6.7%에 불과했다. 거버넌스 전담 조직을 둔 기업은 약 12%, 도입 로드맵이 전혀 없는 기업은 19%였다.

신 본부장은 AI 도입 과정의 딜레마도 짚었다. AI를 빠르게 도입하고 싶어도 외부 보안 취약점이 계속 늘어 통제와 관리에 집중하다 보면, 기업들이 “혁신이 또다시 늦어지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것이다.

버리는 에이전트가 나오는 이유

신뢰와 통제가 에이전트의 ‘실행’을 가로막는 문제라면, 도입 이후에는 만든 에이전트를 얼마나 오래, 반복해서 쓸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신 본부장은 이를 금융권 AI 전환의 구조적인 문제인 ‘자산화 실패’로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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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업종과 상관없이 나타나는 문제는 모델 교체의 부담이다. 신 본부장에 따르면 AI 모델은 메이저 업데이트가 1년 주기로, 마이너 업데이트는 빠르면 1개월, 늦어도 2~3개월 간격으로 나온다. 문제는 모델마다 잘 맞는 프롬프트(AI에 내리는 명령문)가 달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 본부장은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적용에 “적게는 2달 많게는 6달”이 걸려, 새 모델을 빠르게 도입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권도 이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융권은 정보유출 우려 때문에 오픈AI나 앤트로픽 등 프론티어 모델보다 자체 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는 오픈웨이트 모델을 선호한다. 이 모델들도 업데이트 주기는 비슷하다. 신 본부장에 따르면 한 금융사는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조직을 따로 두고도 새 기술이 나올 때마다 고도화 프로젝트를 다시 발주하고 있다.

모델 교체 부담에 더해, 프로젝트 단위의 개발 방식도 에이전트의 재사용을 어렵게 한다. 신 본부장은 “대부분의 AI 프로젝트가 SI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대고객 AI와 직원용 에이전트를 각각 별도 프로젝트로 만든다”며 “어느 부서가 어떤 에이전트를 만들었는지, 다른 부서가 가져다 쓸 수 있는지 모른 채 에이전트가 부서별로 따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모델이 바뀔 때마다 에이전트를 새로 손봐야 하고, 부서마다 따로 만들다 보니 재사용도 안 되는 셈이다. 만든 에이전트가 자산으로 쌓이지 못하고 버려지는 이유다.

신 본부장은 AI 활용 수준이 높아질수록 풀어야 할 과제도 달라진다고 봤다. AI 발전을 4단계로 나누면 ▲지식 검색을 돕는 ‘어시스트’ 단계에서는 답변의 정확도 ▲워크플로에 따라 에이전트를 실행하는 ‘어그먼트’ 단계에서는 에이전트의 재사용 ▲AI끼리 또는 AI와 사람이 협업하는 ‘오토노머스’ 단계에서는 통제 ▲스스로 진화하는 ‘셀프 이볼빙’ 단계에서는 품질 관리와 새 모델에 대한 빠른 대응이 핵심 과제라는 설명이다.

통제 수단으로는 에이전트가 이상 징후를 보이면 작동을 멈추는 킬스위치, 에이전트가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는 권한 관리를 제시했다. 금융권의 현재 수준에 대해서는 “1, 2단계를 대부분 실행하고 있으며, 3단계까지 진행한 회사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한 번 만든 에이전트를 계속 쓰게…플래티어의 해법 ‘엑스젠’

플래티어는 앞서 짚은 자산화 실패와 신뢰·거버넌스 공백에 대한 대응책으로 에이전트 플랫폼 ‘엑스젠’을 내세웠다. 신 본부장은 정확도, 재사용, 통제, 새 모델 대응 등 단계별 과제를 모두 반영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신 본부장은 “솔루션 내부에는 새로 나온 모델을 빠르게 교체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모델 스튜디오, 채팅하듯 에이전트나 워크플로를 만들 수 있는 에이전트 빌더가 있다”고 소개했다. 워크플로는 업무 처리 순서를 뜻한다. 모델 교체 부담에 대응하는 기능이다. 또 “만든 에이전트를 배포하면 다른 부서 사람이 가져다가 자기에게 맞게 변형해 쓸 수 있도록 자산화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며, 부서별로 흩어지는 문제를 막는다고 설명했다.

거버넌스 기능도 갖췄다. 역할과 권한에 따라 접근을 통제하는 RBAC와 사용자·데이터의 속성에 따라 통제하는 ABAC를 모두 쓸 수 있고, 개인정보 마스킹·비식별화와 보안 정책 적용 기능도 있다. 신 본부장은 “문서 단위, 에이전트 단위, 그리고 저희가 노드라고 표현하는 데이터를 가져오는 단계부터 모든 부분을 통제할 수 있고, 로그를 남겨 추후에 추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또 보안 위험이 있는지 따로 점검하는 가드레일 모델을 적용했으며, 이를 검증받기 위해 GS 인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신 본부장은 엑세젠의 금융권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지방의 J은행은 고객확인(KYC)과 감사 통제를 위해 엑스젠을 도입했다. 초기에는 이 용도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전사에서 쓰는 플랫폼으로 넓혀 부서별로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다. 신 본부장은 “내년에는 대고객 서비스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도입한 캐피탈사는 대출 심사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며 10월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5%에 그친다고 한 ‘직접 실행’ 사례에 해당한다.

신 본부장은 금융사가 엑스젠을 선택한 이유로 외부와 차단된 폐쇄망 환경에서도 잘 돌아가고, 금융 보안 체계와 법규 준수 요건을 갖췄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도입 과정에서 진행한 성능 비교 시험(BMT)에서 “다른 회사보다 답변 품질이 10% 이상 높아 선정됐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금융권이 AI 전환을 설계할 때 비용 측면의 점검도 당부했다. 그는 “똑같은 에이전트를 부서별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새로운 모델이나 도구가 나왔을 때 새 프로젝트를 띄워 개발하고 있지는 않은지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도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 번 만들고 버릴 것인지, 새로운 모델이 나왔을 때 어떻게 빠르게 대응할 것인지”가 금융권이 답해야 할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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