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대신 대화창 연다… MS가 본 리테일 AI 과제
쇼핑을 하려고 검색창을 클릭하는 대신 AI 챗봇을 여는 사람이 있다. 김한결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전략팀 리드도 그렇다. 김 리드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인더스트리 서밋 2026’에서 “검색엔진보다 생성형 AI로 쇼핑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 것 같다”며 리테일 산업의 기술 트렌드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려면 리테일 기업이 자사 상품과 데이터를 AI 챗봇이 잘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 리드는 ‘AI가 바꾸는 쇼핑과 비즈니스의 미래’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리테일 기업의 AI 투자 성공 사례를 분석해 보니 고객 경험을 바꾼 곳에서 성과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AI로 광고 효율을 높이거나 내부 운영을 개선한 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지금 단계에서 효과가 가장 큰 영역은 고객 경험이라는 설명이다.
김 리드가 든 대표 사례는 월마트다. 월마트는 고객용 쇼핑 에이전트 스파키를 운용하고 있다. 스파키는 월마트 앱에서 상품을 추천하고 리뷰를 요약해 주며, 자주 사는 상품은 자동으로 재주문해 준다. 존 퍼너 월마트 CEO는 지난 2월 실적 발표에서 스파키를 쓰는 고객의 평균 주문금액이 쓰지 않는 고객보다 약 35% 높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앱 이용자의 절반가량이 스파키를 써 봤다고 했다.
고객 경험을 바꾸는 일이 쇼핑몰에 AI 에이전트를 하나 더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김 리드는 판매가 잘 돼도 뒤에서 물류가 따라주지 못하거나 구매 후 지원 응대가 부실하면 평판이 나빠진다며, 고객용 쇼핑 에이전트와 물류·지원 응대 등 뒷단의 다른 에이전트들이 연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쇼핑의 출발점, 검색창에서 AI 챗봇으로
김 리드는 쇼핑몰에 들어오는 경로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검색엔진 대신 AI 챗봇에 먼저 물어보고, 그 결과를 따라 쇼핑몰로 들어오는 경우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다른 사람을 위한 쇼핑보다 스스로에게 주는 ‘자기 보상 쇼핑’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팅창에 기분이나 필요를 말하면 AI 챗봇이 상품을 제안하고 비교해 준다는 것이다.
김 리드는 고객이 어디로 들어오든 이후 경험은 쇼핑몰이 만들어야 한다며, 쇼핑 어시스턴트가 나아갈 방향을 다섯 가지로 꼽았다.
- 검색어가 아니라 고객의 의도를 읽는다.
- 상품 추천을 넘어 구매 결정까지 돕는다.
- 재고·가격·배송 정보를 한 번에 안내한다.
- 고객을 계속 기억하는 멤버십 전략을 짠다.
- 구매 이후 관리까지 맡는다.
고객이 기분이나 필요를 말하면 그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고, 다른 상품과 비교까지 해 무엇을 살지 정하도록 돕는다는 뜻이다. 추천 단계에서 재고와 배송 정보까지 함께 보여 줘야 하고, 이번 방문의 클릭 기록이 아니라 이전 이용 내용을 쌓아 다음 쇼핑에 써야 한다. 여기에 구매 뒤에도 호텔 컨시어지처럼 고객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살피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승전 ‘데이터’
김 리드는 세 번째 트렌드로 데이터를 꼽으며 “기승전 데이터”라고 말했다. 고객 경험을 바꾸려면 기업 안팎에 흩어진 데이터가 고객을 기준으로 합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이 사수에게 각 시스템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이어지는지 배우듯, AI에게도 회사 데이터의 의미와 관계를 알려 주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김 리드는 AI 에이전트에 일을 시키면 목표를 100점으로 볼 때 60점까지는 금방 나오지만, 80점, 100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AI 성능을 올리기 위해 결과적으로 AI 사용량(토큰)을 크게 낭비했던 경험담도 소개했다.
김 리드는 AI 활용이 질문에 답을 받는 단계에서 회사 시스템과 연결하고 여러 에이전트를 묶는 단계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기술만으로 풀 수 없고, 직원 역량이 함께 오르지 않으면 AI 사용량만 크게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해킹도 AI가 합니다”
김 리드가 꼽은 리테일 업계의 마지막 AI 트렌드는 보안이다. 그는 처음에는 생성형 AI를 쓰다 정보가 새 나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지금은 ‘프롬프트 주입’ 공격이 더 무섭다고 했다. 정상적인 질문처럼 보이는 입력에 명령을 숨겨 AI 에이전트를 조종하는 방식이다. 에이전트는 회사 내부 시스템과 연결돼 있어서, 조종당하면 기밀 정보를 내주거나 허용되지 않은 작업을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과제를 풀 해법으로 자사 플랫폼을 내놨다. 김 리드는 개발할 때와 운영할 때는 정책이 달라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쓰려면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에이전트 365’를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에이전트는 물론 시장의 다른 에이전트와 자체 개발한 에이전트까지 함께 관리하고, 프롬프트 주입 같은 위험을 단계마다 걸러 준다는 설명이다.
김 리드는 특히 해외에서는 구축부터 솔루션, 운영까지 마이크로소프트에 맡기는 ‘에이전트 커머스’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여러 회사 솔루션을 골라 쓰면 통합이 어렵기 때문에, 핵심이 아닌 역량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맡기고 고객에 집중하려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이런 사례가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김 리드는 발표를 정리하며 리테일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로 사람과 에이전트의 협업, 기업 지식의 해석, 고객 서비스의 진화, 기업 프로세스 혁신을 짚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은 전부 쓰든 일부만 쓰든 상관없다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제품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함께 경험을 만드는 파트너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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