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한국대표 “AI 혁신은 거버넌스 체계가 있어야 가능”
“금융권에서 혁신은 거버넌스하고 직결됩니다. 거버넌스가 전제되지 않은 이상 금융권 혁신은 안정성과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거든요.”
네덜란드계 글로벌 금융그룹 ING의 정혜연 한국대표는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지난 22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금융 테크 컨퍼런스 2026’에서 “거버넌스와 혁신은 같이 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거버넌스가 갖춰지지 않으면 AI와 같은 혁신적 기술을 도입할 때 안정성과 신뢰성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ING는 생성형 AI 시범 운영(파일럿)의 90%를 실제 업무로 확대했다.
정 대표는 먼저 AI가 업무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황을 짚었다. 정 대표는 은행의 핵심 업무 과정이 AI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프로세스 자체에 대한 디지털화가 진행됐다면, 지금은 데이터와 AI가 업무 판단에 직접 관여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ING는 지난 10년간 디지털 전환(DX)과 AI 전환(AX)에 투자를 이어왔다. 고객이 거래할 때 거치는 절차를 디지털로 바꾸고, 데이터와 AI로 업무 역량을 키우면서 책임 있는 혁신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정 대표는 AI를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조직과 업무 전반을 바꾸는 과정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런 변화를 이끈 힘으로 조직 문화를 꼽았다. 투명하게 공유하고 협업하며 작게 시작해 빠르게 고쳐 나가는 문화 덕분에, 각 팀이 아이디어를 바로 시험하고 결과에서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스템이나 업무 절차를 바꿀 때도 먼저 시범 운영으로 효과를 확인한 뒤 실제 업무에 적용했다.
생성형 AI도 같은 원칙으로 도입했다. ING는 고객센터, 고객 맞춤 서비스(초개인화), 고객확인, 기업금융 여신,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섯 개 영역에서 시범 운영을 진행했다.
정 대표는 자신도 대출(여신) 관련 회의를 준비할 때 사내 생성형 AI를 쓴다고 소개했다. 약 119장에 달하는 여신 자료와 회의 내용을 입력하면 핵심 내용과 확인할 질문을 정리해준다. 회의에서 무엇을 설명하고 어디를 강조할지 잡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ING는 고객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도 AI 활용을 넓히고 있다. 정보를 찾고 문서를 처리하고 반복 수작업을 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여 거래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고객확인 업무에서는 문서와 여러 시스템에 흩어진 정보를 생성형 AI로 추출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일시 : 2026년 9월 30일 (수) 14:00 ~ 15:00
장소 : 온라인 웨비나
정 대표는 “고객확인 업무가 금융 서비스와 거버넌스를 연결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고객확인은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거래 상대의 신원 등을 확인하는 절차로, 규제 준수와 직결된다. 그런 만큼 디지털화와 정보 검토로 업무를 개선하되, 발표 자료에서도 ING는 조회와 질의응답의 속도뿐 아니라 확인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ING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하는 지속가능금융 분야에서도 AI를 쓴다. 보고서처럼 정해진 양식이 없는 문서에 흩어진 ESG 정보를 AI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자금 관리와 기업 대출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알맞은 금융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AI는 은행 직원의 역할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영업팀이 정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면, 이제는 AI가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안할지 고민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의 투자 수요와 재무제표, 사업 계획을 종합해 금융 제안을 짜는 일이 그런 예다.
고객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고객들이 일상에서 여러 AI 서비스를 쓰면서 은행에 기대하는 정보의 수준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AI에서 나오는 답변 이상의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금융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 대표는 단순 업무를 자동화한다고 해서 사람의 역할까지 대체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AI로 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더라도,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안하고 실제 가치를 만드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를 찾고 반복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고객과 소통하며 관계를 다지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의 편의성을 관계 중심의 금융에 결합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AI를 사람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관계를 강화하는 데 쓰겠다는 방향이다.
정 대표는 AI 전환을 뒷받침하는 조건으로 데이터 품질, 여러 나라로 넓힐 수 있는 기술 기반, 업무 전문성, 인재 투자를 꼽았다.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어 계속 점검하고 골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별 규제와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서, 효과가 검증된 서비스를 다른 지역과 법인으로 퍼뜨릴 수 있는 기반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고객이 은행에 이중의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른 산업에서 경험한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를 은행에서도 원하면서, 동시에 데이터 보안과 투명성, 규제 준수도 더 강하게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는 은행이 어느 한쪽만 선택할 수 없으며, 고객의 신뢰를 지키면서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고객의 신뢰와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 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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