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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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속도 늦추자”는 빅테크…국내 학계 “한국은 멈출 때 아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개발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한국까지 이를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국내 학계 진단이 나왔다. 아직 글로벌 선두권과 기술 격차가 있는 만큼 한국은 AI 개발을 이어가야 하며, 속도를 일률적으로 늦추기보다 특정 분야에 쏠린 투자를 조정하고 산업 전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AI 개발 속도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앤트로픽 내부에서 나온 우려였다. 제이콥 콕슨(Jacob Coxon) 앤트로픽 전연구원은 지난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사직 소식을 알리며 AI 기업들이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안전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콕슨은 AI 개발 경쟁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인간에게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이후 그의 퇴사로 AI 업계의 개발 속도와 안전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앤트로픽과 오픈AI 경영진 등 빅테크 업계 수장들이 콕슨의 주장을 지지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AI 모델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리며, AI 모델의 능력 발전 속도를 늦춰 안전장치가 따라잡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독립적인 안전 평가와 AI 기업 간 안전 기준 마련, 국제 협력 등을 제안 했다.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CEO도 아모데이의 제안에 동의했다. 올트먼은 “프런티어 AI의 발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다리오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독립적인 평가자에게 직원과 유사한 수준의 접근 권한을 제공하는 방안 적용을 오픈AI에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Tesla) CEO 역시 AI 개발 속도 조율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빅테크의 태도 변화에 상업적 이해관계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개발에 필요한 연산 비용을 줄여 재무 부담을 낮추고, 향후 기업공개(IPO)에 대비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선두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제 환경을 조성해 후발 기업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학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한국의 AI 개발 전략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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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의 속도 조절 주장을 경쟁 구도와 사업적 판단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우리나라는 속도를 내야 한다”며 “아직은 글로벌 선두 기업과 동등한 수준을 논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개발 선상에서 경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멈춰 선다면 영영 뒤처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조 교수는 단순히 속도전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라, 특정 영역에 쏠린 투자를 재조정해 산업 전반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무작정 브레이크를 밟기보다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편중된 자원을 분산하는 로드 밸런싱(부하 분산)을 거쳐 안정적인 발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 정부 역시 AI 개발과 안전성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서울 서밋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들의 자발적인 AI 안전 조치 약속을 이끌어낸 바 있다. 또 국가 차원의 AI 위험성을 평가하고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산하에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출범을 추진하며 안전장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단순히 AI 기술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실제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검토를 병행하고 있다.

한편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 경쟁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준과 평가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역시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개발을 이어가면서 AI 안전성과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 교수는 “속도를 늦춰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AI 발전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전은 해 나가되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도록 전반적으로 골고루 육성하자”며 “조금 더 안정적으로 가고 안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원민 기자>wmkim627@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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