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다 위 로봇청소기를 만드는 사람들 ‘쉐코’
기름으로 새까맣게 뒤덮인 해변에서 방제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흡착포로 기름을 닦아낸다. 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당시,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장면이다. 일반적으로 기름 유출 사고가 나면 보통 오일펜스를 설치해 확산을 막고, 유회수기(기름을 걷어내는 장비)를 투입한 뒤, 남은 잔존유는 사람이 직접 흡착포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실제 국내 해양오염사고 대부분은 이런 대형 참사가 아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사고 가운데 92.8%가 유출량 1톤 미만의 소규모 사고였다. 이런 소규모 현장은 지금도 태안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흡착포를 던지고 거둬들이는 수작업에 의존한다. 대형 선박의 경우 유회수기가 장착돼 있기라도 하지만, 소형 선박이나 소규모 사고 현장에서는 애초에 이 장비를 투입하기 어렵다.
국내 스타트업 쉐코는 이 문제에 주목해 수면 위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무인 로봇을 개발했다. 쉐코의 수질 정화 로봇 ‘아크’는 마치 바다 위를 떠다니는 로봇 청소기를 연상시킨다. 아크는 스스로 움직이며 바다 위를 돌아다니면서 오염 물질을 흡입한다. 이후 자체적으로 유수(물과 기름) 분리를 마치고, 물은 다시 배출한다. 선박에 매달거나 부착할 필요 없이 스스로 움직인다.
아크는 2023년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 권기성 쉐코 대표에 따르면 현재 쉐코의 로봇은 국내 7개 도시에서 사용되고 있다. 자체적인 기술을 인정받아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해양로봇은 개발과 사업화가 쉽지 않은 분야다. ‘쉐코’라는 이름에는 현세대가 누리는 청정한 환경(Eco)을 미래 세대와 공유(Share)하자는 뜻을 담고 있어 지속가능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권 대표는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해양 로봇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14일 인천 남동구에 있는 쉐코 본사에서 권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하필 해양오염 정화 로봇이었나요?
무역학과에서 보험을 공부하다가 해양 기름 유출 문제를 접했습니다. 마침 같은 학교 출신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원래부터 오염물질 정화 로봇에 관심이 있었고 관련 특허를 출원한 경험도 있었어요. 이 접점이 없었다면 다른 문제를 골랐을 수도 있습니다.
확신이 선 건 현장을 다니면서였습니다. 현장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2년 정도 인터뷰했는데, 해양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수작업으로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왜 이 과정을 자동화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게 로봇 개발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시작은 2017년 대학 계절학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창업에 관심 있는 여러 학과 학생들이 무작위로 팀을 꾸렸는데, 그때 ‘쉐코’라는 이름도 만들어졌어요. 이후 창업동아리 활동과 2년가량의 예비 창업 기간을 거쳐 2019년 CTO와 함께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당시에는 로봇이 이 정도로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인지 몰랐습니다. 로봇을 종합예술이라고 하잖아요. 기구와 하드웨어, 펌웨어, 소프트웨어, 통신, 서버, 관제, 보안이 모두 필요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오히려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글로벌 해양 산업은 현재 어떻게 형성돼 있나요
해양 산업은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수면 오염은 크게 기름 유출, 녹조, 해양 쓰레기로 나뉘는데, 유형별로 규제 수준이 다릅니다. 기름 유출은 국제 규제가 촘촘한 반면, 해양 쓰레기와 녹조는 아직 이렇다 할 규제가 마련되지 않았어요. 그 차이가 그대로 시장 규모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현재 기름 유출 예방과 사고 대응을 합친 글로벌 규제 시장은 200조원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사고를 예방하는 영역과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영역으로 나뉘는데, 예방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형 사고 발생 가능성은 과거보다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반면 소규모 사고는 여전히 빈번합니다. 아크는 바로 이 지점, 즉 대응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사고에 특화된 로봇입니다.
또 이 200조원이라는 시장 규모에는 해양 쓰레기나 녹조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규제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정작 글로벌 차원의 규제로는 이어지지 못한 이상한 구조에 있거든요.
개발도상국에서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녹조와 해양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녹조는 해양 쓰레기만큼 처리 예산 비중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 사각지대를 노린 게 아크군요. 아크는 구체적으로 어떤 로봇인가요?
아크는 하나의 본체에 모듈을 교체해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플랫폼형 로봇입니다. 오염 유형별로 로봇을 각각 만들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재고를 감당하기 어렵거든요.
유류 오염물 회수 모듈을 부착하면 아크-M, 고형 오염물 회수 모듈을 부착하면 아크-C, 펜스형 포집 모듈을 부착하면 아크-F가 됩니다. 아크-M은 기름을 회수하고, 아크-C는 해양쓰레기 같은 고형 오염물을 수거합니다. 아크를 원격으로 조종하고 운용 상태를 확인하는 관제시스템 ‘노아’도 개발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데는 대학 시절인 2017년부터 6년 가량이 걸렸습니다. 판매 가능한 제품은 2023년부터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로봇, 기술적으로 뭐가 제일 어려웠나요?
가장 어려웠던 건 스스로 움직이면서도, 기름과 물을 알아서 분리하고, 회수한 오염물을 담아두는 것까지 한 로봇에 다 담는 일이었습니다.
기존 유회수기 중 상당수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크레인으로 바다에 투입한 뒤 선박이나 육상에 있는 펌프로 기름을 회수하는 구조예요. 외부에 대형 저장 탱크를 둘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곧바로 유수 분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동화의 첫 번째 단계는 자항, 즉 장비가 스스로 움직이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무선으로 움직이는 자항 로봇이 물과 기름을 모두 저장하려면 제품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유수 분리 기능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쉐코가 생각한 자동화의 조건은 자항 능력, 유수 분리 기능, 오염물 저장공간을 하나의 장비에 통합하는 것이었습니다. 개발을 시작할 당시에는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제품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최근에는 무선형 올인원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유수 분리 기능이 없는 제품도 많습니다.
회수 효율은 회수한 전체 액체 가운데 기름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보통 83%면 우수한 제품이라고 보는데, 저희는 평균 93%의 회수율이 측정됐습니다.
다들 AI로 로봇을 움직이려 하는데, 아크는 이동 제어에 AI를 안 쓴다고요?
맞습니다. 로봇을 실제로 움직이는 행동 영역에는 아직 AI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비전과 추론 단계에서는 AI를 쓰지만, 이동과 경로 제어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따릅니다.
저희가 자율운항에서 중요하게 보는 건 설명 가능성입니다. AI가 로봇을 움직이면 특정 행동을 왜 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블랙박스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가리거나 시스템을 개선하기도 어려워지고요.
해상에는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s)이 있습니다. 선박이 마주쳤을 때 어떤 선박이 피해야 하는지 이미 국제법으로 정해져 있어요. 해도와 항로 정보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실제 이동은 AI 대신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제어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물론 AI를 아예 안 쓰는 건 아닙니다. 피지컬 AI를 설명할 때 비전·언어·행동을 결합한 VLA(Vision-Language-Action)라는 개념이 자주 쓰이는데, 저희는 현재 비전 AI로 수면 위 물체가 오염물질인지 인식하고 있습니다. 언어모델은 개발 중이고요. 카메라로 오염물질을 인식한 뒤 로봇이 회수할 수 있는 크기인지, 다른 선박을 불러야 하는지, 접근 가능한 위치인지 등을 판단하는 데 활용하려고 합니다.
현재 개발 중인 기능은 움직이는 오염물질을 추적하는 기술입니다. 해양쓰레기 자체에는 위성항법장치(GPS)가 없기 때문에 카메라로 인식한 위치를 로봇 기준의 2차원 좌표로 변환해 지도에 표시해야 합니다. 쓰레기는 파도와 조류를 따라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위치를 추정해 따라가는 일이 어렵습니다.
기술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사업 쪽도 여쭤볼게요. SK이노베이션에서는 어떻게 투자를 받게 됐나요
2~3년 동안 꾸준히 연락했습니다. 처음에는 제품이 초기 단계였지만 매년 개발 상황을 알렸어요. 3년 차쯤 됐을 때 SK이노베이션이 진행하는 내부 프로그램을 소개받아 참여했고, 이를 통해 약 5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로봇에 요구하는 조건은 뭔가요?
국내 B2B 시장은 원하는 바가 명확합니다. 충전, 관제, 오염물 회수까지 로봇이 스스로 처리하는 로봇 스테이션 체계가 나와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로봇의 자율 운항 시스템에 장애물 회피 기능이 추가돼야 하고, 스테이션에 로봇이 스스로 도킹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현재 로봇 스테이션은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해양 분야는 왜 유독 투자 유치가 어려울까요?
개별 기술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면 기술적인 문제는 대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본이 해양로봇 분야까지 충분히 흘러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재 로보틱스 투자는 휴머노이드나 제조 로봇처럼 육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에 집중돼 있습니다. 자본이 육상에 모이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인재도 육상 분야에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양 분야에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대부분 대형 선박이나 방산 체계에 집중됩니다. 해양로봇이나 수상로봇까지 자금이 내려오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인재를 구하기도 그만큼 어렵고요.
그래서 채용 부담은 저희에게도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상주 인원은 24명인데, 개발 인력뿐 아니라 현장 운용과 사후관리, 영업 등을 담당할 인력이 필요해 최소 10명은 더 채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해외 진출 계획은 있으신가요
내년에 사우디 진출 계획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대만, 싱가포르, 미국에서도 로봇을 판매하고 있고요. 미국에서는 판매뿐 아니라 렌탈(대여) 방식으로도 요금을 책정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해양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수요가 큰 시장입니다. 국내에서는 조달청을 통한 제품 판매가 중심이고, 해외에서도 현재까지는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 대부분입니다.
내년부터는 관제시스템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고 구독료를 받는 방식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향후 로드맵은 무엇인가요
저수지와 호수공원, 댐, 강, 항만 등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쉐코의 로봇을 볼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당장의 현실적인 목표는 ‘수상·해양용 로봇 청소기’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
언젠가 쉐코의 로봇이 해양의 부표처럼 여러 곳에 배치된다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동시에 해양환경을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수집한 정보를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면 지역별·시기별 오염물질의 종류와 이동 경로도 분석할 수 있고요.
자율주행 기술이 운행 데이터를 반복해서 학습하며 성능을 높이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만드는 것처럼, 자율운항과 해양환경 관리 분야에서도 같은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