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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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사람이 만든 줄 알았다“…로봇이 구운 햄버거 맛보니

미국 햄버거 매장에서는 그릴 담당자의 시급이 높은 편이다. 바꿔 말하면 햄버거를 만드는 과정에서 패티를 굽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매장마다 레시피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주문에 따라 패티의 익힘도 다르다. 햄버거 패티도 스테이크 굽기처럼 레어·미디엄·웰던으로 소비자 기호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그릴 담당자는 일정 수준의 숙련도를 요구받는다.

사람이 하기에도 쉽지 않은 업무, 국내 유일의 조리 로봇이 해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에니아이의 ‘알파그릴 싱글’은 매장 레시피에 맞춰 그릴 온도와 패티 두께, 조리 시간 등을 설정할 수 있는 햄버거 패티 조리 로봇이다. 오븐을 연상시키는 로봇이 시간당 최대 150개의 패티를 굽는다. 에니아이 관계자는 “로봇 한 대만으로도 국내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의 피크타임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에니아이는 2020년 설립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핵심 제품인 알파그릴은 2022년 국내 수제버거 매장에 처음 도입됐다. 현재 에니아이는 롯데리아·맘스터치·프랭크버거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수제버거 매장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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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그릴 싱글의 도입 효과는 크게 ▲작업 시간 단축 ▲인력 운영 효율화 ▲작업자 안전이 있다.

에니아이는 작업 시간 단축 효과가 국내외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대형 버거 프랜차이즈에서는 도입 후 작업자 1인당 월평균 약 5시간의 업무 시간을 절감해 근무 환경 개선 효과를 봤다”며 “미국 고객사는 로봇 도입 후 조리 시간을 기존 대비 약 70% 단축했다”고 말했다.

숙련도와 시간이 필요한 그릴 업무를 로봇이 맡으면서 기존 인력을 다른 업무에 배치하자 쉽게 관두는 사람도 줄어들게 됐다. 에니아이 관계자는 “그릴 업무는 저숙련자가 맡기 어렵고 업무 강도도 높아 인력 교체가 잦다”며 “로봇이 그릴 업무를 대신하면 고객사는 구인을 비롯한 인력 운영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업자 안전도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인 그릴 업무에서는 패티를 뒤집는 과정에서 기름이 튀어 작업자가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알파그릴 제품군은 패티를 뒤집는 과정까지 자동화한다. 로봇 내부에서 사람의 손이 감지되면 작동을 멈추는 안전 센서도 탑재했다.

실제 도입 효과가 나타났다고 해도 조리 로봇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맛’이다. 이에 따라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에니아이 사무실에서 알파그릴 싱글이 만든 스매시 버거를 직접 먹어 봤다.

레시피에 맞춰 세부 조리값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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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그릴 싱글의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UI)는 광파오븐을 연상시킬 만큼 직관적이었다. 그릴의 상판과 하판 온도를 각각 다르게 설정할 수 있고 패티 두께에 따라 압착 압력도 조절할 수 있다. 치즈를 녹이는 기능도 있어 치즈 가열 여부 역시 설정할 수 있다.

한 번 설정한 레시피는 저장할 수 있어 매번 조리값을 다시 입력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저장된 조리 데이터는 매장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전국에 매장을 보유한 프랜차이즈의 경우 각 매장에서 어떤 메뉴가 얼마나 조리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 알파그릴 싱글에 기록된 패티 조리량 데이터를 활용하면 매장별·지역별 메뉴 판매 추이를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햄버거 패티뿐만 아니라 다른 육류 메뉴를 조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에니아이 관계자는 “삼겹살, 떡갈비, 스테이크 같은 메뉴에 대한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며 “실제 매장에서 테스트했을 때 조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비전 카메라 기반으로 조리 자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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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그릴 싱글에는 비전·온도·움직임 감지 센서 등 총 7종의 센서가 탑재돼 조리 과정과 기기 작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조리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은 비전 카메라다.

터치스크린 뒤쪽에 위치한 비전 카메라는 패티의 위치와 색상을 인식한다. 색상을 확인하는 이유는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마이야르 반응에 따른 갈변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고기의 조리 상태에 따라 표면 색상이 달라지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문제는 조리를 반복할수록 기름과 잔여물이 쌓이면서 그릴의 색이 어두워진다는 점이다. 그릴과 패티의 색 구분이 어려울수록 비전 카메라가 패티를 인식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리 직전 로봇 내부에는 밝은 조명이 켜진다. 비전 카메라의 인식을 돕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 기술로는 크게 두 가지 기능이 활용된다. 패티의 모양과 위치를 인식해 뒤집는 AI, 모니터링에 필요한 운영 관리 AI다. 에니아이가 조리 데이터 190만개를 학습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이 외에도 익힘 정도를 측정하는 품질 관리 AI는 현재 프로토타입으로 개발 과정에 있다.

뒤집기·치즈 멜팅·간이 청소까지 자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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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에 패티 조리가 완료됐다는 안내가 뜨자 치즈를 올렸다. 치즈는 상판 그릴로 압착하지 않고 내부 열을 이용해 녹였다.

치즈가 녹자 로봇은 스패튤러를 움직여 패티를 옮겼다. 완성된 패티는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은 채 트레이에 담겼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조리 과정 사이마다 있었던 간이 청소였다. 패티를 옮기고 나자 로봇이 자동으로 그릴 표면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패티 조리 과정에서 생긴 잔여물과 기름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고기가 그릴에 눌어붙더라도 다음 조리를 어렵게 만들지 않기 위한 기능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 F&B 매장에서 조리 로봇을 도입할 때는 중요하게 고려할 만한 기능이었다. 로봇이 조리만 대신하고 매번 사람이 그릴을 청소해야 한다면 자동화에 따른 업무 절감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로봇으로 만든 햄버거, 맛은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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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가 완성되자 버거 조립은 빠르게 끝났다.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패티 조리와 치즈 멜팅에 3분도 걸리지 않았다. 햄버거 한 개가 완성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미만이었다.

이날 먹은 스매시 버거에는 패티 2장이 들어갔다. 알파그릴 싱글에서는 한 번에 패티를 최대 6장까지 구울 수 있다. 한 번의 조리로 패티 2장씩 들어가는 버거 3개 분량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빠르게 만든 햄버거였지만 패티는 고르게 익어 있었다. 단면을 잘라 확인해봐도 눈에 띄게 덜 익은 부분은 없었다. 일정한 맛을 유지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이 패티를 구우면 작업자의 숙련도나 매장 상황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지만, 로봇은 미리 설정된 조리값을 반복해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객사를 대상으로 사람이 조리한 패티와 로봇이 조리한 패티를 비교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에니아이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고객사에서도 제품 시연 과정에서 실제로 사람이 만든 것과 구분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조리 로봇 상용화는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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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아이는 현재 미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위생협회(NSF) 인증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 외식산업 박람회인 NRA쇼에서 알파그릴 싱글을 공개했다.

경쟁 제품이 많지 않다는 점도 에니아이에는 기회다. 회사 측은 현재 상용화 단계에 있는 햄버거 패티 그릴 로봇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 제품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패티 조리 자동화의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에니아이 관계자는 “현재 조리 로봇 가운데 햄버거 패티 조리에 집중하는 사례는 거의 없어 경쟁사가 많지 않다”며 “햄버거 매장은 실제 조명이 어둡거나 주변 조리기구에서 열이 발생하는 등 현장 변수가 많아 기술적으로 진입장벽이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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