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안쓰는 사람, 자신도 모르게 AI 쓴다…‘AI 빌트인’ 시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챗GPT가 유행이라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서 챗GPT를 쓰지 않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난 AI를 쓰지 않아”라고 말하는 이들도 일상 속에서 AI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습니다. 증권 앱이 주가 흐름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메신저가 정산 금액을 대신 계산하는 순간마다 AI가 작동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떤 AI 모델이 쓰였을까’를 의식하는 이용자는 거의 없지요.
얼마 전까지 AI 시장의 화두는 정교한 거대언어모델(LLM)이었습니다. 챗GPT와 클로드,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누가 더 크고 정교한 LLM을 만드는지가 경쟁의 중심이었는데요. 하지만 이용자와 맞닿는 서비스 현장의 경쟁은 다른 무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AI를 ‘보여주는’ 경쟁이 아니라, AI가 ‘보이지 않아도 잘 작동하는’ 경쟁입니다.
이용자가 실행하지 않는 AI…소비자 서비스의 변화
이미 소비자 서비스 기업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AI를 보면, 대화 흐름과 화면 맥락을 분석해 사진 공유나 일정 추가 같은 다음 행동을 먼저 제안하는 ‘나우 넛지(Now Nudge)’, 하루 일정과 정보를 자동으로 정리해주는 ‘나우 브리프(Now Brief)’를 제공합니다.
또 토스증권은 주가 변동 원인을 뉴스와 공시를 근거로 분석하는 ‘AI 시그널’, 해외 기업 실적 발표를 실시간으로 번역·요약하는 ‘AI 어닝콜’로 투자자의 정보 탐색 시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AI 메이트 ‘카나나’를 카카오톡에 적용해 대화방 요약은 물론 음성 명령만으로 다크모드 전환과 정산 계산, 캘린더 등록까지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네이버 또한 서비스에 알맞는 ‘프로덕트 네이티브 LLM’으로 이용자의 검색부터 실행까지 연결하고 있습니다.
분야는 제각각이지만, 이들 모두가 풀어내려는 문제는 하나입니다. 이용자가 AI를 따로 실행하지 않아도 AI가 먼저 움직이는 환경이지요. 이용자는 AI 앱을 여는 대신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쓰고 증권 앱을 열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AI 기능을 씁니다.
사업자가 요청하지 않는 AI… 업무 플랫폼의 변화
같은 흐름이 사업자 플랫폼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소비자 서비스가 ‘실행하지 않아도 되는 AI’를 구현했다면, 업무 플랫폼은 ‘요청하지 않아도 일하는 AI’를 향하고 있습니다.
카페24는 AI 서비스 ‘카페24 PRO(프로)’로 상품 정보만 입력하면 상세페이지를 자동으로 만들고, 브랜드 정보와 상품 구성을 바탕으로 쇼핑몰 디자인까지 제안합니다. 판매 경험이 없는 창업자도 상품만 준비하면 별도의 디자인 지식 없이 온라인 쇼핑몰을 열 수 있고, 운영 단계에서도 AI가 판매 활동을 계속 거들어줍니다. 창업자가 AI에게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쇼핑몰을 운영하는 과정 자체에 AI가 들어와 있는 구조입니다.
더존비즈온은 세무회계사무소의 업무 패턴을 분석해 신고서 초안을 미리 준비하고 누락된 전표를 점검하는 ‘프로액티브 AI’를 ‘위하고 T AI 에디션’에 적용했습니다. 이용자가 요청하기 전에 필요한 업무를 먼저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이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경쟁
산업은 달라도 기업들이 향하는 지점은 같습니다. 고성능 AI 모델을 누구나 쓸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모델 성능 자체는 차별화 요소로서의 힘을 잃어가고 있는데요. 경쟁의 초점은 AI를 얼마나 매끄럽게 서비스 안에 녹여냈는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지문 인식이 대표적인 선례입니다. 오늘날 이용자는 지문 인식 기능을 ‘실행’하지 않지요. 그저 손가락을 올려놓을 뿐입니다. AI 역시 별도의 기능이 아니라 서비스의 기본 요소로 자리잡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카페24 관계자는 “AI 기능을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업무와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작동하는지가 서비스 경쟁력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며 “AI를 별도로 켜고 끄는 도구가 아니라 서비스 운영의 당연한 일부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다양한 산업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어떤 AI 모델이 더 똑똑한지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대신 더 편리한 증권 앱, 더 눈치 빠른 스마트폰, 더 쉬운 쇼핑몰 운영을 그냥 고르지요. AI를 고른 게 아니라, AI 빌트인이 잘 된 서비스를 고른 것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