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후 첫 행보···‘커서’ 인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AI 코딩 에이전트 커서(Cursor)를 만든 애니스피어를 600억달러(약 90조9000억원)에 인수한다.
스페이스X와 애니스피어는 지난 16일(현지시각)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자회사 X67이 애니스피어와 합병하는 구조로, 거래가 완료되면 애니스피어는 스페이스X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 거래는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되며, 애니스피어의 보통주와 우선주는 모두 스페이스X의 보통주로 전환된다. 거래는 규제 승인 등 통상적인 절차를 거쳐 2026년 3분기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번 발표는 스페이스X가 지난 12일 나스닥에 상장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페이스X는 상장 당일 기업가치 2조달러(약 3030조원)를 넘기며 단숨에 세계 최고 가치 기업 반열에 올랐고, 이번 인수 발표 직후 주가가 추가로 뛰며 시가총액이 2조5000억달러(약 3787조5000억원)를 넘어 아마존과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다만 스페이스X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직접 인수에 쓴 것은 아니다. 대신 상장을 통해 확보한 화폐화 가능한 주식, 즉 인수 화폐로서의 스페이스X 주식이 빅딜을 가능케 한 발판이 됐다.
2022년 설립된 애니스피어는 AI 코딩 어시스턴트 ‘커서’로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개발자들이 코드를 작성·검토·수정하는 작업을 AI로 보조하는 도구로, 엔지니어링 조직 사이에서 폭넓게 채택되며 입지를 넓혀왔다
애니스피어의 기업 대상 연환산 매출(ARR)은 약 26억달러(약 3조9400억원) 규모이며, 엔터프라이즈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일부 보도에서는 2026년 6월 초 기준 전체 연환산 매출이 4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인수는 스페이스X가 우주항공 사업에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발을 넓히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를 합병한 바 있는데, xAI의 챗봇 그록은 그동안 AI 코딩 시장에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커서 인수로 xAI는 AI 개발자 도구 시장에 본격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매출 확대 차원이 아니라, 컴퓨팅 자원과 실제 코딩 데이터를 결합해 AI 모델을 더 잘 학습시키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커서가 보유한 방대한 개발자 풀과 실사용 코딩 프롬프트가 xAI의 모델 고도화에 직접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외신은 커서와 그록에 공동 학습된 모델이 곧 탑재될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커서는 그동안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은 도구라는 점을 핵심 강점으로 내세워왔다. 개발자들은 커서 안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픈AI의 GPT, 애니스피어 자체 모델인 컴포저 등을 상황에 맞게 선택해 쓸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스페이스X가 커서를 인수하면 그록 중심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 이후 커서가 기존의 멀티 모델 전략을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그록 중심으로 재편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한편 앞서 오픈AI는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Windsurf)를 약 30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거대 AI 기업들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시장 확대를 위해 개발자용 AI 도구 기업 인수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