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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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 게임’을 만든 제작자의 솔직한 NDC 대담

게임에서라도 사람을 먹는 일이 허용될 수 있을까. 친구가 게임 속에서 사람을 먹는 식인 플레이를 했다고 고백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그런 플레이를 한 사람은 나쁜 행동을 한 것일까.

지난 17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NDC(Nexon Developers Conference)’에서는 실제로 이런 질문이 오갔다. 논쟁적인 대담 세션의 주제는 바로 ‘림월드 이데올로기’다. 이날 세션은 타이난 실베스터 루데온 스튜디오 설립자가 참석해 ‘림월드 이데올로기’의 기획 의도와 개발 철학을 이야기했다.

실베스터 설립자가 제작한 림월드는 판매량 400만장을 돌파한 메가히트 인디게임이다. 400만장 판매는 대형 게임사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할 만큼 의미 있는 기록이다. 실베스터 설립자는 1인 개발자로 2013년 림월드 첫 버전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가 림월드 시리즈 하나만으로 인디게임계 성공 신화로 여겨지는 이유다.

림월드는 행성 탈출을 목표로 식민지를 개설해야 하는 SF 경영·건설 시뮬레이션이다. 림월드에서는 생존을 위해 세계관 내에 식인을 할 수도 있고 캐릭터의 장기를 추출할 수 있도록 선택할 수도 있다. ‘인간 가죽 소파’ 같은 잔인한 아이템도 공식 제작이 가능해 화제를 모았다.

2021년 발매된 ‘이데올로기’는 림월드의 두 번째 DLC로 정착지 내 캐릭터들의 이념과 문화를 설정할 수 있어 컨셉 플레이를 강화했다. 정착지 내 캐릭터들은 이념으로 인해 갈등을 빚기도 하고 같은 이념으로 통합되기도 한다. 이날 진행을 맡은 이경혁 게임 평론가는 “이데올로기는 게임의 확장팩 제목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 게임이 담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실베스터 설립자는 림월드 이데올로기에 대한 기획 의도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림월드 이데올로기, 다양한 가치관을 모델링하려는 시도

이날 대담에서는 ‘기본 게임에서 확장팩으로 넘어오면서 림월드 내 가치관 다양화가 관찰된다’는 평가가 거론됐다. 예시로 가장 많이 나온 주제는 식인에 대한 반응이다.

식인에 대한 캐릭터들의 반응은 이데올로기 DLC 전후로 달라졌다. DLC가 설치되지 않은 기본 게임에서 캐릭터의 기분을 나타내는 ‘무드’ 기능은 캐릭터들이 식인을 목격할 시 자동으로 감소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데올로기 DLC 출시 이후로 식인 행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캐릭터들도 생겨났다. 식인을 허용하는 종교적 가치관이 있는 캐릭터들은 자연스럽게 식인 문화를 받아들이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실베스터 설립자는 “게임은 어떤 행동에 추상적인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라며 게임 내 가치 판단 개입에 선을 그었다. 그는 “게임의 기본 버전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식인 행위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반응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이데올로기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묘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데올로기, 인종 갈등은 배제된 이유

대담에서는 ‘피부색으로 인한 갈등의 배제 이유’도 질문으로 등장했다. 현실에서 인종차별은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화제를 모으지만 다양한 갈등을 담아낸 이데올로기 확장팩에서 피부색은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림월드 이데올로기는 갈등의 기반을 ‘다양성’에 두고 있다. 서로 다른 사회, 생활 방식, 규칙 선호로 발생하는 현실의 정치 논쟁처럼 게임 내에서도 캐릭터 성격과 성향이 많아질수록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고 게임의 난이도와 몰입도가 올라간다. 그러나 이데올로기 DLC는 ‘여성혐오’와 ‘여성우월’ 같은 젠더에 대한 입장은 포함해도 피부색에 대한 갈등은 드러나지 않는다.

다소 도전적인 질문에 실베스터 설립자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는 “인종적 갈등은 이전 DLC인 바이오테크에서 이종족 갈등 측면으로 다루긴 했다”라며 “피부색 갈등이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너무나 압도적이고 강렬하게 도발적인 문제”라고 인정했다.

또한 실베스터 설립자는 인종 문제에 대해 “게임의 본래 의도에서 벗어나 용납하기 힘들 정도로 시선을 분산시킬 것이라 판단해 묘사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밝은 피부색을 지닌 캐릭터여도 그가 동아시아인인지 노르웨이인인지 알 수 없게끔 모호하게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실베스터 설립자, 게임은 이용자가 답을 찾아가게 하는 과정”

이날 실베스터 설립자는 일관적으로 ‘이용자 반응’을 강조했다. 이용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항상 정답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게임을 만들려면 결국 끝에 가서 미리 정해진 결론을 강제해야만 한다”라며 “게임이라는 매체는 도덕성을 탐구하고 이용자에게 ‘만약에’라는 시나리오를 탐색하게 하는 일에는 적합하지만 ‘이것이 항상 정답이다’라고 말하게 하는 일에는 적합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대담에서는 잔혹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림월드에는 정식 DLC 외에도 게임 커뮤니티에서 자체 개발한 다양한 모드가 있다. 모드 중에는 전쟁 모드나 신체 개조 모드 등 비윤리적인 설정을 담은 컨셉도 존재한다. 이 평론가는 모드 플레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용자의 게임 플레이가 본래 의도를 벗어나서 당황한 경험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실베스터 설립자는 이용자의 비윤리적 플레이가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것은 비디오 게임이고 사람들이 현실이 아닌 게임 안에서 탐구하고 싶어 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라며 “어두운 생각을 하는 인간의 면모를 굳이 외면하거나 숨길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사람들이 게임 플레이가 감정적인 실험의 일환이라는 것을 이해할 만큼 충분한 분별력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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