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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정용진 회장의 사과문에 없는 것

지난 5월18일 진행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은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18이라는 숫자와 ‘탱크데이’가 나란히 명시돼 있고,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도 있다. 이 표현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공안 당국이 내놓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설명을 연상시킨다. 

사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유통업계에 종종 있는 일이다. 2019년 무신사가 ‘속건성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2021년 GS25가 남성혐오 표현 논란에 빠지기도 했었다. 유통업계는 매달 수많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내부 검수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앞선 사례에서는 이번 스타벅스처럼 전국민적인 분노까지 일지는 않았다. 신문 구석을 장식하거나 커뮤니티 일각에서만 뜨겁게 불타올랐다가 화제에서 내려오는 정도였다.

반면 스타벅스에 대한 반감은 유독 큰 상황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당일 사과문을 게재한 데 이어 곧바로 대표이사와 담당 임원을 해임하고, 기획 관련 직원들을 직무 배제했다. 19일에는 정용진 회장 이름의 사과문도 게재했다. 

무거운 조치를 신속하게 감행했음에도, 스타벅스를 향한 분노는 쉽사리 식지 않았다. 스타벅스에 방문하는 사람 수는 줄어들었고, 미국 스타벅스도 사과하는 입장문을 냈다. 

사람들은 왜 유독 스타벅스에 화를 내는 걸까? 정용진 회장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번 스타벅스 사태를 마케팅 담당 직원이나 특정 부서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 회장이 지금껏 보여준 태도가 이번 사태의 본질적 원인이라고 이해한다. 물론 정 회장이 이런 종류의 마케팅을 지시하진 않았겠지만 오너가 보여온 태도가 기업 문화에 알게 모르게 내재돼 있었다고 해석한다.

정 회장은 SNS에서 대기업 오너답지 않게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자주 일으켰다. 멸콩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내면에서 어떤 사상과 이념을 갖고 있는지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의 신념이 무엇이든, 국내 재계 11위 그룹을 이끄는 기업의 오너가 괜한 이념 논쟁에 참여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태도다. 좌파든 우파든, 극좌든 극우든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스타필드에서 쇼핑을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성장하고 임직원들의 연봉이 인상되고, 주가가 올라 주주들이 웃는다. 그 고객들을 특정 이념의 편으로 나누는 순간, 절반의 고객을 잃는 게임이 시작된다.

논란이 진정되지 않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6일 직접 언론 앞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정용진 회장은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다”며, “책임은 조직과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있다”고 스스로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어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이번 일을 통해 더 낮은 자세로 배우고, 더 노력하겠다, 더 많이 듣겠다”며,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용진 회장의 사과가 공허하게 들리는 건, 그것이 진정한 반성에 기초한 것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마케팅 팀의 실수라고 치부되지 않는 것은, 분노의 뿌리가 정 회장 본인의 행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과 역시 이번 사건에 국한돼선 안 된다. 지금까지의 행보 전반에 대한 사과여야 한다. 그러나 정 회장은 사과한다고는 했지만, 지금까지 본인의 행동에 대해 사과라고  볼 만한 대목은 찾기 어려웠다.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구체적이지 않은 사과는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다. 

정 회장은 이번 사태의 배경을 “생각의 차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는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 세대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우리 모두 같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정치적 의견이 달라서가 아니다. 정 회장이 이를 ‘생각의 차이’로 읽는다면, 사과는 시작부터 엇나간 것이다.

더 이상 표면적인 사과가 대중의 호응을 얻는 시대가 아니다. 이번 사과가 아쉬운 것은, 정용진 회장이 그룹을 대표해 고개를 숙이는 자리였을 뿐, 그 논란들을 직접 만들어온 당사자로서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말하는 자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중은 그 차이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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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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