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나서는 이재웅 박재욱 대표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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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타다 어게인’ 꿈꾸는 이재웅-박재욱 대표

이재웅 쏘카 대표가 3월 경영에 복귀한 지 두 달 만에 대형 승부수를 던졌다. 쏘카는 1500억원 규모의 자율주행 전문 법인을 오는 5월 설립한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이 650억원을 쏘카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하고, 신설 법인에도 별도 투자자로 참여하는 구조다.

이 발표를 보며 한 단어가 생각났다.

‘타다’

타다는 한국 스타트업 역사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 중 하나다. 이재웅 대표는 ‘타다’를 통해 이루려고 했던 승차공유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꿈을 자율주행으로 재도전하려는 듯 보인다.

한 번 좌절됐던 꿈

쏘카는 2018년 타다를 선보이며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꿈에 처음 도전했다. 타다는 ‘운전기사를 포함한 초단기 렌터카’ 형태로 사실상 승차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고, 2020년 이른바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이재웅, 박재욱 두 대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판결이 나왔을 때 이미 서비스는 없었다. 쏘카는 이후 타다를 토스에 매각했다.

같은 꿈, 다른 무기

이재웅 대표가 쏘카로 돌아온 건 올해 3월이다. 복귀 후 첫 번째로 꺼낸 카드가 자율주행 법인이고, 전면에 내세운 사람은 다시 박재욱 대표다. 타다를 이끌었던 그를 이 대표는 신뢰했다. 박 대표가 창업한 커플 SNS를 인수한 것도 사업성보다 박재욱이라는 사람을 보고 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두 사람이 이번에 꺼낸 무기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타다가 법의 빈틈을 파고들어 긱노동(플랫폼 노동)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현하려 했다면, 이번엔 기술 자체로 시장을 여는 방식을 택했다.

쏘카는 2만 5000대 카셰어링 차량을 통해 하루 약 110만km의 실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사고 데이터만 22만 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15년간 카셰어링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아온 데이터 자산이 이번 법인의 핵심 근거다. 신설 법인은 자율주행 레벨2(L2) 수준의 카셰어링 서비스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L4 라이드헤일링으로 확장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역량을 외부에서도 주목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피지컬 AI 사업을 하려면 오프라인 강점을 가진 기업과 소프트웨어 강점을 가진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며 쏘카를 파트너로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게임 소프트웨어 회사인 크래프톤이 피지컬 AI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교두보로 이번 투자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엔 정부가 같은 방향을 본다

타다와 이번 도전 사이의 결정적 차이는 규제 환경이다. 타다 때 정부는 사실상 적이었다. 택시업계의 반발을 등에 업고 입법으로 서비스를 막았다. 이번엔 다르다. 정부는 이미 서울 강남에서 로보택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 지원도 계속하고 있다. 쏘카가 추진하는 방향과 정부 정책이 적어도 현재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단계적 접근 방식도 타다의 실패에서 배운 전략으로 읽힌다. L4 로보택시가 현실화되는 시점엔 택시업계와의 충돌이 다시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점이 오면 자율주행 자체가 이미 산업 표준이 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타다 때처럼 혼자 싸우는 구도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남아 있는 질문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자율주행 관련 법제도가 아직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용화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4 로보택시가 현실화되는 시점에 택시업계와의 충돌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체적인 자율주행 기술이 없는 쏘카는 외부 자율주행 기술업체와 협력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나 국내 경쟁업체와 갈등을 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의 본질은 분명하다. 한 번 막혔던 꿈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꺼내든 것이다. 승차공유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바뀐 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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