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코드 김준영 공동대표(출처=베이글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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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 직원에게 맥미니 1대씩 더 준다는 베이글코드, 왜?

모바일게임 기업 베이글코드의 아침 풍경은 과거와 다르다. 개발자들은 출근 후 지라(Jira) 이슈를 열어 확인하는 대신, 간밤에 AI 에이전트가 분석해 만들어놓은 풀 리퀘스트(PR) 목록을 검토한다. 기존에는 개발자가 이슈를 직접 열어보고 테스트하고 코드 작성한 후 PR 올려서 검토받는 순서였는데, 이제는 아침에 출근하면 에이전트가 이미 이슈를 분석해서 PR까지 만들어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하루 커밋(코드 변경)이 10개 정도였는데, 이제는 100~200개로 늘어났다.

홍보팀 직원은 AI 에이전트가 전해주는 데일리 뉴스 클리핑을 확인하고 손질해 직원들에게 공유한다. 과거에는 직접 한땀한땀 기사를 검색해 만들던 뉴스 클리핑이다. 매일 한 시간 가까이 걸리던 업무가 3분으로 줄었다.

많은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베이글코드의 AI 에이전트 사랑은 좀 유별나다. AI 에이전트에 사활을 걸었다는 표현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AI 에이전트 드리븐 컴퍼니

베이글코드는 최근 스스로를 ‘AI 에이전트 드리븐(AI Agent Driven) 컴퍼니’로 선언했다. 단순히 AI를 좀 잘 활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조직 전체가 AI 에이전트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AI 에이전트에 대한 베이글코드의 진심을 보여주는 장면은 ‘맥미니’다. 회사 측은 전 직원에게 맥미니 지급을 준비 중이다. 맥미니는 AI 에이전트 활용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컴퓨터다. 이 때문에 베이글코드 총무팀은 모든 유통 채널을 뒤지며 맥미니 물량을 확보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오픈클로 등장 이후 맥미니는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

베이글코드 직원들은 이미 회사로부터 업무에 필요한 컴퓨터를 지급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맥미니를 추가로 지급받게 된다. 직원은 기존의 컴퓨터에서 일을 하고, 그의 동료인 AI 에이전트는 맥미니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김준영 베이글코드 공동대표는 전사적으로 맥미니를 지급하는 이유에 대해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샌드박스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혹시 모를 AI 에이전트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나 중요 정보 유출과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베이글코드 김준영 공동대표(출처=베이글코드)

베이글코드가 정의하는 AI 에이전트는 데이터, 코드, LLM(대규모 언어모델) 세 가지 요소의 결합이다. 이 셋이 합쳐져 스스로 업무를 제안하고 능동적으로 실행하는 주체가 에이전트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사용자의 입력을 기다리는 수동적 도구라면, 에이전트는 목표를 주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 결과를 먼저 가져오는 능동적 파트너다.

김 대표는 “챗GPT를 켜면 빈 대화창이 있고 제 입력을 기다리고 있잖아요. 제가 입력하면 답을 하죠. 수동이에요. 에이전트는 일을 다 해서 ‘이거 맞아요?’라고 먼저 제안하는 능동형”이라고 설명했다.

베이글코드는 스스로 AI 에이전트를 위한 3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창업 초기부터 데이터 중심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하고, 데이터로 개발 방향을 잡고, 데이터로 성과를 측정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데이터와 코드가 쌓였다. LLM을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GPT를 비롯한 외부의 LLM을 활용하면서 AI 에이전트 3요소가 갖춰졌다.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다”…3년의 점진적 전환

베이글코드의 에이전트 드리븐 전환은 어느 날 갑자기 선언된 구호가 아니다. 3년에 걸친 점진적 진화의 결과다.

시작은 챗GPT였다. 김 대표는 챗GPT가 등장하자마자 전 임직원에게 구독료를 지원했다. AI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평소에 AI를 전혀 안 쓰다가 회사만 오면 갑자기 AI를 잘쓰는 사람이 되진 않잖아요. 일상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병원 갔다 와서 어떤 약을 받았는지 궁금하면 찾아보고, 아이가 ‘왜 왜 왜’ 자꾸 물으면 같이 찾아보고. 이렇게 생활에 녹아들어야 회사에서도 쓸 수 있는 거죠.”

이후 AI 관련 사내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고, 개발·아트 등 직군별로 AI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현재는 50개가 넘는 AI 툴 구독을 회사 차원에서 지원한다. “하고 싶은데 회사가 돈을 안 내줘서 못 쓰는 상황은 없게 만들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조직 전환에서 김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인 건 임원들이었다. 전 구성원에게 메시지를 퍼뜨리기 전에 임원들이 먼저 에이전트의 효용을 직접 체감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 대표가 직접 나서서 임원들에게 시범을 보이고 성과를 눈에 보여줬다. 임원들은 AI 에이전트의 가치를 깨닫자 각 부서장들에게 전파를 시작했다. 이어 부서장들이 일반 직원들에게 전파했다.

김 대표는 “제가 타운홀 미팅 같은 곳에서 AI 에이전트 이야기를 많이 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면서 “임원들부터 AI 에이전트로 넘어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탑다운 방식으로 전파되는 AI 에이전트(출처=베이글코드)

감당 불가능할 정도의 생산성

‘AI 에이전트 드리븐’의 성과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드러났다. 생산성이 너무 올라가 기존 관리 방식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베이글코드 개발팀은 커밋을 하면 그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하도록 관리했다. 그런데 하루 커밋이 10개에서 100~200개로 폭증하자 커밋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들게 됐다.

“커밋이 100개가 되니까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일하는 시간보다 이걸 기록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될 정도였죠.”

결국 베이글코드는 기존의 일감 관리체계를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베이글코드가 사내에서 쓰는 업무 관리 앱 ‘투두스(TODOs)’가 탄생한 배경이다. 투두스는 업무가 완료되면 AI가 자동으로 내용을 보고하고 다음 업무를 제안한다. 처음에는 AI 랩에서 쓰기 시작한 투두스는 이후 다른 모든 부서로 확산됐다. 심지어 게임 개발 아티스트와 기획자들이 자기 팀 프로세스에 맞게 투두스를 직접 튜닝해서 쓰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AI 에이전트 드리븐은 조직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 대표는 3인팀의 효율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직원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넓어지다보니 팀원이나 타팀과 함께 할 일이 줄어든 것이다. 기업 내에서 업무 진행의 병목은 주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이는 효율성 극대화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한 사례를 소개했다. 3명으로 구성된 한 팀에서 1명 충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철회했다는 일화다. 팀원 한 명이 더 늘어나면 문서화, 미팅, 설득에 드는 시간이 늘어 오히려 속도를 늦춘다는 판단이었다. 사람 충원 대신 AI 에이전트를 더 돌리는 것으로 필요는 충족됐다.

창의성은 사람의 몫, 에이전트는 시도 횟수를 늘린다

인터뷰를 하면서 의문이 들었다. 게임이라는 산업은 코드를 빠르게 짠다고 성공하는 분야가 아니다. 창의성, 재미, 예술적 감각이 성패를 가른다. AI 에이전트가 그런 영역까지 채워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선을 그었다. “절대 담보하지 못한다”면서 “그건 사람이 할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렇다면 에이전트 전략이 게임 산업에서 유효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 대표는 생산성 향상은 시도 횟수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산업은 게임회사가 100개 만들면 출시 첫날 리텐션을 통과하는 게 10개, 그 다음 허들을 넘는 게 그 10%예요.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많아지면 10%의 숫자도 커지는 거잖아요. 확률이 커지는 거죠.”

창의성 자체는 에이전트가 대체할 수 없지만, 에이전트로 시도 횟수를 늘려 성공 확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4년 걸리던 게임을 6개월 만에, 1년 걸리던 게임을 2주 만에 만들 수 있다면 그만큼 더 많은 시도가 가능해진다. 게임의 재미와 방향은 사람이 잡고, 에이전트는 그 시도의 속도와 횟수를 늘린다.

그는 게임 산업은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산업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이나 흑백요리사가 성공했지만, 그 성공 뒤에는 무수한 실패한 콘텐츠들이 있다. 그 콘텐츠들 역시 만든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만들었을 테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조용히 묻혔다.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시도할수록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에이전트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김 대표의 답은 명확했다. 더 많이 만들 수 있으면 게임을 더 만들어야지 사람을 줄일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베이글코드는 AI 에이전트 드리븐을 선언한 이후 오히려 인원을 늘렸다고 한다.

저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베이글코드의 다음 목표는 ‘1인 1에이전트’다. 전 구성원이 각자의 에이전트를 갖고 운용하는 환경이다. 맥미니 지급은 그 첫 단계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1인 1에이전트를 넘어 한 사람이 여러 에이전트를 조율하는 구조를 그리고 있다. 이미 빠르게 적응하는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2~3개의 에이전트를 동시에 운용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어떤 에이전트가 어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 부서 간에 공유되면 안 되는 정보는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다. 김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본인의 역할을 하는 AI 에이전트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AI 에이전트에) 저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 자신의 판단 방식과 의사결정 기준을 에이전트에 학습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회사에서 가장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권한이 큰 사람이 대표이니, 에이전트 간 정보 접근을 판단하는 역할도 대표 에이전트가 맡는다는 논리다.

김 대표는 올해를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특이점은 이미 왔다고 생각해요. 이미 빠르게 바뀌고 있고, GPT-7이나 그 이상의 모델이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올해가 진짜 중요해요. 빨리 치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베이글코드는 2~3년 전부터 AI를 외쳐왔고, 데이터 드리븐 문화를 10년 넘게 쌓아왔다. 속도는 에이전트가 내고, 방향은 사람이 잡는다. 그 방향을 잡는 사람들 중 한 명은 이제 맥미니 속에서 AI 에이전트로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의 진정한 가속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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