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쏟아지는 ‘익스트랙션’ 게임, 재밌나요?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그동안 준비한 익스트랙션 장르 신작을 선보였습니다. 넥슨과 같은 주요 게임사부터 중견 게임사까지 다양한 콘셉트를 접목한 작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전부터 보다 많은 작품들이 출시됐죠. 지난해 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익스트랙션 장르가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해당 시장이 크게 확장된 한 해라고 평가했죠. 이 장르가 무엇이길래 다들 도전하는 걸까요.
배틀로얄과 다르다
익스트랙션 장르는 슈팅 기반 작품이 많은 만큼, 배틀로얄과 혼동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게임의 목표와 진행 구조를 살펴보면 두 방식은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배틀로얄 장르는 다수의 이용자가 같은 맵에서 생존 경쟁을 펼치며,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방식입니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 맵이 좁아지면서 충돌 빈도가 늘어납니다. 그만큼 살아남을 가능성도 줄어들고요. 대신 마지막 생존자가 됐을 때 성취감이 대단합니다.
이 분야를 대중화한 작품이 크래프톤의 ‘PUBG: 배틀그라운드’입니다. 지난 2017년 3월 앞서 해보기(얼리액세스)로 출시된 이후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배틀로얄 장르를 주류로 끌어올렸습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올해로 출시 9주년을 맞았는데요. 아직까지 인기가 식지 않은 모습입니다. 스팀DB에 따르면 일일 최대 동시 접속자 수가 평균 70~80만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대 기록은 325만명에 달하죠.
익스트랙션 장르는 보다 ‘생존’에 집중한 장르입니다. 이용자들은 맵에 진입해 필요한 아이템을 구한 뒤 살아서 탈출해야 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생존자,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적대적인 봇 등 위협 요소가 다양합니다. 이용자는 모든 적을 물리치고 획득한 아이템을 지니고 탈출할지, 아니면 최대한 전투를 피하고 적당히 아이템을 모은 뒤 탈출구를 통해 맵에서 나갈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 죽으면 지니고 있는 모든 아이템을 잃어버립니다. 위험이 상당하죠. 그래서 보다 전략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하드코어’ 장르로 불립니다.
‘파밍’이라는 게임 내 용어가 있습니다.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를 뜻하는데요. 두 장르 모두 파밍이 중요하지만 목적이 서로 다릅니다. 배틀로얄은 현재 맵 안에서 전투를 치르기 위한 준비 과정에 가깝습니다. 다음판으로 이어지지 않아요. 익스트랙션에서 파밍은 탈출 이후에도 이어지는 자산입니다. 이를 통해 더 좋은 무장을 구해 다음 판에 진입하거나, 은신처를 꾸미는 등 확보한 아이템을 활용할 곳이 많습니다.
정리하면 익스트랙션은 ‘아이템 파밍-위협 요소와 전투-탈출’이 하나로 이어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장르입니다.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라는 작품이 이 장르의 원조로 불립니다.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기본 골자를 정립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죠. 이 게임은 약 8년간의 베타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 지난해 말 정식 버전으로 출시됐는데요. 장르의 개척자인 만큼, 출시 전후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익스트랙션 홍수
타르코프의 성공 이후 다양한 게임사에서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을 선보였습니다. ‘콜 오브 듀티’와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슈팅 게임에 익스트랙션 모드가 추가되기도 했죠. 텐센트는 지난 2023년 ‘아레나 브레이크아웃(모바일)’, 지난해 ‘아레나 브레이크아웃 인피니트(PC)’ 글로벌 버전을 각각 선보였습니다. 중국 내수 버전은 이보다 1년 전 출시했죠.
아이언메이스는 2023년 중세 판타지 던전 콘셉트를 활용한 ‘다크앤다커’를 앞서 해보기로 출시, 다음해 정식 출시했습니다. 추후 크래프톤은 이 IP를 활용한 모바일 버전 ‘어비스 오브 던전’을 출시하려 했으나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해당 IP와 넥슨 간 법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미스릴 인터랙티브는 지난 2024년 다크앤다커와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던전본’이라는 작품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익스트랙션 신작이 활발하게 출시됐는데요. 원유니버스는 던전 익스트랙션 ‘던전 스토커즈’를, 중국 인디 개발사 팀 소다는 타르코프를 패러디한 ‘이스케이프 프롬 덕코프’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익스트랙션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넥슨 ‘아크 레이더스’가 지난해 말 출시됐습니다. 출시 3개월 만에 1400만장 판매, 최대 동시 접속자 수 96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흥행한 작품입니다.
올해에도 익스트랙션 신작이 쏟아졌습니다. 국내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눈에 띄었습니다. 위메이드맥스는 지난 1월 좀비 익스트랙션 신작 ‘미드나잇 워커스’를 앞서 해보기로 출시했습니다. 이어 3월에는 엑스엘게임즈의 ‘큐브 세이브 어스’가 같은 방식으로 등장했죠. 같은 달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SIE)는 공상과학(SF) 콘셉트에 익스트랙션을 버무린 ‘마라톤’을 각각 선보였습니다.
익스트랙션 신작은 당분간 계속 출시될 전망입니다. 넥슨은 한국 배경에 좀비 익스트랙션 기대작 ‘낙원: 라스트파라다이스’를 개발 중인데요. 최근 실시한 클로즈알파테스트(CAT)에서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크래프톤은 PUBG IP를 확장한 ‘블랙버짓’이라는 익스트랙션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CAT 테스트가 진행됐고, 조만간 유럽 지역에서 비공개 테스트가 진행됩니다. 이외 레벨 인피티티는 파괴된 미래 배경의 익스트랙션 신작 ‘엑소본’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기대와 우려
익스트랙션 장르는 배틀로얄과 같은 기존 장르와 차별화된 게임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많은 관련 장르 게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방증이죠. 다양한 콘셉트를 지닌 신작이 최근 빠르게 출시되고 있고, 일부 게임은 큰 성공을 거뒀죠. 넥슨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아크 레이더스 같은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익스트랙션 장르를 낙관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당초 익스트랙션 장르는 배틀로얄 못지않은 하드코어한 작품입니다. 죽거나 탈출에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에 어떻게 보면 배틀로얄보다 더욱 어려운 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게임성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차별화된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이용자 잔존율(리텐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작품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 이에 한계를 느끼고 빠르게 서비스 종료 결정을 내린 게임도 여럿 있습니다.
성공한 후발주자의 공통점이 이용자 유입을 막는 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겁니다. 덕코프의 경우 이용자 대 환경(PvE)에 집중해, 이용자 간 경쟁을 최소화했고 귀여운 오리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아크 레이더스는 이용자 성향을 고려한 매칭 시스템을 구현했습니다. 이용자 대 이용자(PvP) 경쟁을 좋아하는 이용자는 비슷한 이와 매치되는 확률을 높인 겁니다. 사용자끼리 협력해야 할 동기를 부여하고, 이모티콘으로 서로의 협력 의사를 빠르게 밝힐 수 있도록 했고요.
익스트랙션 장르는 주류로 부상했지만, 앞으로의 흐름을 예단하기는 이릅니다. 일부 작품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향후 배틀로얄처럼 특정 작품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지, 혹은 다양한 게임이 공존하는 형태로 자리 잡을지는 주목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