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스테이블코인과 메인넷①] 위메이드 ‘스테이블넷’
위메이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용 메인넷 ‘스테이블넷’의 테스트넷을 지난 1월 공개했다. 스테이블넷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가스비(수수료)로 사용하는 스테이블코인 전용 블록체인이다. 금융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탑재해 실질적인 금융 인프라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위메이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연합체인 ‘각스(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글로벌 연합)’를 출범했다. 국내 금융 표준을 포함한 글로벌 규제 준수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확장을 목표로 결성된 연합체다.
각스에는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및 컴플라이언스 기업 체이널리시스 ▲블록체인 보안 감사 기업 써틱 ▲글로벌 핀테크 및 해외 송금 기업 센트비 ▲실물 경제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연동하는 오라클 플랫폼 체인링크랩스가 합류해 있다. 현재 위메이드는 각 연합체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스테이블넷에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령 써틱은 스테이블넷에서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블록 스캐너(블록 탐색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화 일정에 맞춰 스테이블넷의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규제 사항이 확정돼야 최종 기술 사양을 결정하고 출시 시점을 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석환 위메이드 부사장을 만나 스테이블넷 개발 배경과 기술 구조,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전략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이 아니라 ‘기술 연합체’를 결성한 이유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 초기 단계에서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형식적인 단계에 머무르기보다는, 실제 기술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위메이드가 그간 축적해 온 기술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라고 보고, 내부적으로 어떤 방식이 가장 빠르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결과 단독 발행자가 되기보다는 기술 기여자가 되는 방향을 선택했고, 시장에 필요한 기술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국내 금융 시스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우리 환경에 맞는 블록체인 인프라가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디지털자산 거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한국을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고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할 경우 달러 스테이블코인 다음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는 기술 연합체를 구성하는 데에도 비교적 용이하게 작용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왜 필요한가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고 시장에서 활성화되는 과정을 이미 경험했다. 한국 역시 디지털자산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할 경우 상당한 시장 수요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초기 활용처 역시 기존 블록체인 산업과 맞닿은 영역에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상적인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결제 등에 곧바로 깊숙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가상자산거래소나 온체인금융(블록체인 네트워크 위 금융 활동) 등 기존 생태계에서 빠르게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업간거래(B2B)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외 송금이나 글로벌 정산 같은 분야에서는 기존 금융 인프라 대비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위메이드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용 메인넷 개발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1세대 블록체인 기업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산업이 제도권으로 사실상 처음 편입되는 중요한 계기라고 보고 있다. 위메이드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블록체인 산업의 제도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기업으로서 기여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고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축적해 온 나름의 자존심도 작용했다.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면 산업 변화의 흐름 속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다.
메인넷 개발사로서 위메이드의 장점은
위메이드는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하고 실제로 운영까지 해 본 경험을 지닌 거의 유일한 상장사 중 하나다. 그 과정에서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상당히 축적돼 있는 기업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을 보면 의미 있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실제 운영까지 이어가는 블록체인 기업이 많지 않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출시한 ‘레전드 오브 이미르’ 역시 블록체인 기반으로 선보이는 등 관련 서비스 개발과 운영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또 하나의 차별성은 한국을 기반으로 한 메인넷 운영 경험이다. 국내 기반 블록체인 메인넷 가운데 장기간 운영을 이어오며 의미 있는 활동을 지속한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오랜 기간 메인넷을 운영하며 생태계를 유지해 온 경험 역시 위메이드의 경쟁력이라고 보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채택되는 분야 역시 기존 블록체인 산업과 맞닿은 영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분야는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이해와 실제 서비스 개발 경험이 중요한 영역이다. 위메이드는 관련 사업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경쟁력 있는 위치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별도의 메인넷이 필요한 이유는
초기에는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공개형 블록체인) 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퍼블릭 체인이 금융 인프라로서 갖는 한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한국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망 수준으로 채택된 경험이 많지 않아, 글로벌 체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지가 거론된 것이다. 실제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해당 체인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퍼블릭 체인은 금융망 활용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향후 은행 등 컨소시엄이 기술 인프라를 선택할 때 규제 요건 충족 여부가 핵심 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자산 동결·소각 기능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으며, 퍼블릭 체인은 이를 기본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내 기반이 없는 글로벌 퍼블릭 체인은 문제가 발생하면 당국의 수사나 제재가 어려울 수 있다. 한국 금융시장은 규제가 엄격해 국내 기반 인프라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글로벌 인프라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설계돼 특정 국가 요구사항에 맞춰 근본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
실제 운영 경험도 중요하다. 메인넷을 한 번도 운영하지 않은 기업의 인프라를 금융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위메이드의 스테이블넷도 퍼블릭 체인 아닌가
그렇다. 다만 퍼블릭 체인의 단점을 보완한 구조다. 기본적으로 가스비(수수료)를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어 별도의 디지털 자산이 필요 없고, 프라이버시도 일정 수준 보장된다.
퍼블릭 체인은 모든 정보가 공개된다. 모든 트랜잭션이 투명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금융사나 기업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다. 송금 내역 하나하나가 전 세계 누구나 볼 수 있다면, 개인이나 기업 입장 모두 부담이 크다. 이런 특성 때문에 퍼블릭 체인은 대규모 금융망에 채택되기 어렵다.
위메이드는 시크릿 어카운트 구조를 적용해 기업과 개인의 민감한 거래 정보를 비공개 처리하면서도, 필요할 때 규제 기관이나 회계법인이 완벽하게 감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더리움의 EIP-7702 기술 도입으로 스테이블넷에서 일상적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가
블록체인에서는 계정 소유자가 자신의 프라이빗키(개인키)로 모든 트랜잭션에 서명해야만 거래가 완료된다. 그렇기에 자동이체나 정기결제 같은 일상적 금융 서비스는 구현하기 어렵다. 가령 도시가스 요금이나 아파트 관리비처럼 정기적으로 이체가 필요한 경우, 발신자가 서명하지 않으면 수취인이 돈을 받을 수 없다.
EIP-7702 기술을 활용하면 계정에 프로그램 코드를 삽입할 수 있어,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거래가 실행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동이체, 정기이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에이전트와 결합해 특정 조건에서 거래를 수행하는 ‘프로그래머블 금융 서비스’도 가능하다. 즉, 사용자가 매번 서명하지 않아도 블록체인 상에서 실생활과 유사한 금융 거래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어 실사용성을 높일 수 있다.
스테이블넷이 4개 레이어의 거버넌스 구조로 구성돼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스테이블넷은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체인을 독단적으로 운영할 수 없도록 권한을 분산해 합의 기반으로 운영되도록 설계됐다. 단일 거버넌스 체계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운영 권한을 4개로 나누어 안전성을 확보했다.
첫째, 거버넌스 밸리데이터는 체인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둘째, 거버넌스 마스터 민터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소각 권한을 가진 민터를 추가·삭제할 수 있다. 셋째, 거버넌스 민터는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소각하는 권한을 갖는다. 넷째, 거버넌스 카운슬은 문제가 있는 계정을 완전히 동결하고, 반환을 하지 않으면 자금을 회수하는 권한을 가진다.
거버넌스를 분리하면 각 권한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반영한 설계다. 향후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될 때 위메이드가 4개 거버넌스 중 어떤 권한을 갖게 될지는 모른다. 다만 전체 통제권을 갖는 일은 절대 없다. 또한 모든 핵심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다른 기업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왜 스테이블넷 기술을 모두 공개하나
위메이드는 1세대 블록체인 기업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있다. 동시에 외부에서는 위메이드에 대한 의심의 눈길이 존재한다. 이에 불투명한 기술로만 된다고 주장하지 않고, 누구나 직접 검증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를 통해 기술 신뢰성을 확보하고, 다른 기업이나 컨소시엄 구성원들도 직접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부정적 이미지는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며,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위메이드는 실력과 기술력으로 직접 증명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경쟁 기업은 누가 될까
금융당국이 메인넷 개발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도 높게 적용할 경우, 인프라 기업들도 최소한 한국에 법인이나 사무소를 둔 기업을 대상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하나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에 모든 메인넷 기업이 참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각 기업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해시드오픈파이낸스의 마루는 위메이드와 방향성이 유사해 보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용 메인넷이면서, 대규모 온체인 금융 블록체인을 지향하고 있다. 프라이버시와 거래 완결성 등 문제 의식도 비슷하다고 판단된다.
두나무 기와는 이더리움 레이어2(보조 네트워크) 기반으로, 금융 전용 체인과 속성이 다르다. 향후 금융 특화 메인넷으로의 리포지셔닝(재정립)이나 기능 보완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클레이튼과 핀시아의 통합 블록체인 카이아는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 메인넷과 유사한 특징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개인이 프라이빗키(개인키)를 분실하면 디지털 자산 접근 권한이 사라져 자산을 모두 잃을 위험이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블록체인이 주류 금융으로 자리 잡기 어렵고, 범죄에 취약해질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온체인 금융의 첫 단계로, 향후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 가령, 국민이 프라이빗키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모바일 신분증 등을 통해 복구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디지털자산예탁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 신뢰를 기반으로 프라이빗키를 보관·복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처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블록체인 금융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메이드의 핵심 정체성은 게임인가, 블록체인 기업인가
위메이드의 핵심 정체성은 여전히 게임에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게임 기업이 바로 위메이드의 정체성이다. 게임이 기업의 중심이며, 스테이블넷 개발은 그간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추진하는 신사업이자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게임은 위믹스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위믹스 역시 게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재미와 게이머 만족을 위해 존재하고,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위믹스를 활용한다. 반대로 위믹스는 메인넷 네이티브 코인(대표 화폐)으로서 게임뿐 아니라 디파이, 대체불가토큰(NF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두 영역은 상호보완적이지만 100% 의존적이지 않은 관계로 설계돼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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