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스테이블코인과 은행 ③] 케이팝 저작권과 스테이블코인의 융합, 농협은행의 실험
NH농협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 개념증명(PoC)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선언을 넘어 분기별 실증 과제를 설정하고 실제 비즈니스 적용 가능성을 정밀 점검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을 결합한 융합 모델 실증을 진행하며 디지털 금융 생태계 선점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앞서 보안 기업 ‘아톤’, 음악 수익권 공유 플랫폼 ‘뮤직카우’와 협력해 ‘K-콘텐츠 STO 청약·배정 최소기능제품 구축 1차 개념증명’ 사업을 마무리했다.
이번 실증은 해외 팬들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케이팝 저작권 토큰증권에 투자하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청약 수단으로 활용해 해외 투자자의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청약부터 정산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어 농협은행은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 환경에서 2차 개념증명을 진행 중이다. 이번 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가상 발행해 청약, 배정, 청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설계하고 테스트한다.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서 물리적 테스트를 병행하며,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간의 상호운용성을 고려한 MVP 구축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농협은행 AX(AI 전환)전략부가 주관했다. 50여 명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AX전략부는 스테이블코인과 STO 구조 전반에 대한 기획 및 기술 검증을 전담하고 있다.
AX전략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농협은행의 스테이블코인 전략 전반을 들여다봤다.
농협은행이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 등 디지털자산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디지털 자산의 활용 범위가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지급결제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은행이 기존 금융의 신뢰 기반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금융 인프라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내부 검토를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은 결제와 자산 유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은행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제도 정비에 앞서 실행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 자산을 기존 금융 대체 수단이 아니라, 금융 기능을 보완·확장하는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을 개별 사업이 아닌 통합 인프라 관점에서 함께 검토하고 있다. 해외송금과 결제 시스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 검증을 병행하며 실행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개념증명에서 케이팝 저작권 토큰증권을 선택한 이유는
케이팝 콘텐츠는 권리 구조와 수익 흐름이 비교적 명확한 자산이다. 이미 디지털 환경에서의 유통·정산 경험이 축적돼 있어 토큰증권 구조를 검증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글로벌 팬층을 보유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및 청약 구조를 함께 검토하기에 적절한 사례라고 봤다.
해외 이용자가 원화를 직접 보유하지 않더라도, 원화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콘텐츠 결제와 투자에 참여하는 구조를 가정해 개념증명을 진행했다. 그간 이론적으로 논의돼 온 스테이블코인 기반 토큰증권 콘텐츠 금융 모델이 실제 기술 환경에서 구현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이번 개념증명을 통해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확인했다.
농협은행과 아톤, 뮤직카우는 개념증명 과정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맡았나
농협은행은 서비스 정책과 업무 프로세스 정의를 담당했다. 아톤은 스테이블코인 관리 플랫폼과 보안 기술을 구현했다. 뮤직카우는 콘텐츠 결제 및 서비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참여했다.
개념증명을 통해 확인한 핵심 성과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경우 국내외 이용자가 환전 부담 없이 동일한 결제 수단으로 콘텐츠와 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향후 글로벌 콘텐츠 금융 서비스에서 접근성과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결제와 정산 흐름을 하나의 디지털 자산 구조로 연결함으로써 거래 전 과정의 가시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는 금융 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구조적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유동화가 쉽지 않은 실물 기반 자산에 디지털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이를 금융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도 점검했다. 단순한 파일럿을 넘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한 사전 검증 단계로 의미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 구현 자체보다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도 확인했다. 제도적 기반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영 기준과 책임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는 점이다. 이용자 보호와 자금세탁방지(AML)와 관련한 선제적 기준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은행 과반 지분(50%+1주) 컨소시엄 발행 구조에 대한 입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 인프라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신뢰성과 책임 구조의 명확성이 중요하다. 은행이 과반 지분을 보유하는 컨소시엄 구조는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검토 가능한 방안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향후 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종합적으로 결정될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법정통화에 연동된 디지털 자산이라는 점에서 상환 안정성은 핵심 전제다. 기본적으로 발행 주체가 1차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가 타당하다고 본다. 준비자산의 별도 신탁·예치와 실시간 유동성 관리 등을 통해 상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은 신뢰 기반 금융기관으로서 자금세탁방지(AML), 자산 보관, 지급결제 등 전통 금융과 밀접하게 연결된 영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안정성과 책임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은행의 기능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현재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해 제도 정비 방향을 전제로 다양한 구조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참여 기관과 역할은 제도 확정 이후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사안이다.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관련 제도 정비가 본격화될 경우 법·제도 방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단계적으로 대응 전략을 검토할 계획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인센티브가 결합될 경우 예금 이탈 우려가 제기된다. 내부 판단은
인센티브 설계 방식에 따라 자금 흐름에 일정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존재한다. 다만 현재는 제도 설계와 상품 구조가 확정되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예금 이탈 규모나 구체적인 영향을 단정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만약 인센티브가 자산 보유에 대한 경제적 유인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기존 예금 상품과의 기능적 구분, 규율 체계 정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제도화 과정에서는 상품의 법적 성격과 위험 구조를 명확히 하고, 금융 안정성과 이용자 보호 측면을 함께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나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디지털 지급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보고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생태계 조성과 기술·운영 기반 마련이 우선 과제라는 판단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자산 기반 결제, 커스터디(수탁), 토큰화 자산 유통 지원 등과 연계될 경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될 가능성은 있다. 이러한 확장 과정에서 부가적인 수익원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경쟁 관계인가, 보완 관계인가
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직접적인 경쟁 구도라기보다 발행 주체와 정책 목적, 운영 구조가 서로 다른 디지털화폐 모델이다. 제도 설계에 따라 역할을 구분한다면 충분히 상호 보완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한다.
향후 계획은
파이어블록스, 아발란체, 마스터카드, 월드페이 등 글로벌 기술·결제 기업과 함께 관광객 부가가치세(VAT) 환급 절차를 디지털화하는 ‘택스리펀드 디지털화 개념증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방문 관광객이 물건을 구매한 뒤 돌려받는 부가가치세 환급 과정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 가능성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 완료 이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와 연계한 스테이블코인 활용 사업모델 개념증명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일본 대형 은행 주도로 글로벌 민간이 함께 추진하는 공동 사업으로, 디지털자산을 활용해 국가 간 송금의 법적·기술적 개선 과제를 점검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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