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는 망하죠” 넥슨의 전액 환불 초강수에 사태 진정
“작은 회사는 망합니다”
넥슨이 모바일 방치형 게임 ‘메이플 키우기’ 확률 논란에 전액 환불이라는 전례 없는 초강수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소규모 개발사 대표는 이 같이 말하며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넥슨 등 빅4 기업을 제외하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파격 조치라는 것이다.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도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피해 구제 신청을 넣었던 단체도 곧바로 취하하며 사태가 진정되는 분위기다.
29일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넥슨이 메이플 키우기 게임 이용자들에게 전액 환불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전날 제기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및 게임물관리위원회 피해구제 신청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넥슨의 결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협회장인 이철우 변호사는 “넥슨이 피해를 전액 보상하기로 결정한 것은 환영할 만한 조치”라며 “기업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부담하기로 한 것은 장기간 소요되는 법적 분쟁으로 나아가지 않고 소비자 권리가 신속히 구제된 사례”라고 말했다.
앞서 협회는 지난 28일 넥슨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이용자 피해 구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공표했다. 이후 넥슨은 이례적으로 전액 환불을 결정했고, 협회는 하루 만에 법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넥슨과 에이블게임즈가 공동개발한 ‘메이플 키우기’는 방치형 게임으로 단기간에 큰 성과를 올리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출시 두 달여 만에 글로벌 누적 사용자 300만여명을 달성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센서 타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게임 내 공격속도 능력치와 전투력 표시가 실제 성능과 다르다는 논란, 최대 어빌리티(능력치)가 등장하지 않도록 설정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문제가 커졌다. 특히 지난달 초 이러한 문제를 일부 수정한 ‘잠수함 패치(이용자 몰래 실시한 업데이트)’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용자들의 반발을 피하지 못했다.
정공법 택한 넥슨, 전액 환불 조치
논란이 불거지자 강대현, 김정욱 넥슨 공동대표가 직접 사과에 나섰다. 두 대표는 “명백한 회사의 책임으로 사죄드린다”라며 계산식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용자들의 신뢰를 훼손하는 경우 투입된 비용을 넘어선 최대치의 보상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이 곧바로 정면에 나서는 일은 이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내부 문제 원인 파악 이후 대응 논의를 거친 다음 이용자들에게 공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번 대응은 문제의 원인을 빠르게 파악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두 대표의 사과 이후 넥슨은 지난달 11월 6일 서비스 개시 시점부터 1월 28일까지 결제한 모든 상품을 전액 환불해 주겠다고 공지했다. 넥슨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환불 방법을 안내할 예정이다. 단 이용자들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충분히 검토를 거친 다음 공지할 계획이다.
넥슨이 메이플 키우기 전액 환불을 택한 것은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개한 사과문에서 ‘신뢰’, ‘최대치의 보상’을 약속한 것의 연장선이다.
개발비와 마케팅비, 운영 인력 투입 비용 등 그간 투입된 제반 비용을 감안하면 회사가 감수해야 할 손실 규모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넥슨은 이용자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논란을 일으킨 지식재산권(IP)가 ‘메이플 스토리’라는 점도 넥슨이 전액 환불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플 스토리는 넥슨을 대표하는 핵심 IP로, 메이플 키우기 역시 이를 활용한 게임이다. 원작 IP 브랜드 신뢰도가 걸려 있는 만큼,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의주시하는 업계
게임 업계는 이번 메이플 키우기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메이플 키우기 논란은 수그러드는 분위기지만, 한 차례 수면 위로 부상한 만큼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면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정부 등 정치권이 유심히 살펴온 사안이라는 점도 그렇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게임사가 확률 조작을 감행하는 것은 수익창출을 위해서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통해 게임사가 확률 조작으로 이용자에게 손해를 가하지 못하게 하라는 의미다.
지난해부터는 이러한 문제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안은 게임 내 아이템 당첨 확률을 의무 공개하도록 하고,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 위반 시 최대 3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했다. 향후 이번과 유사한 논란이 재발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첫 적용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