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넥슨)

“단순 재활용 아냐” 오래된 게임의 잇단 부활

최근 게임업계에서 과거 인기를 끌었던 오래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때 전성기를 누렸던 ‘국민 게임’ 반열에 오른 IP가 주요 대상이다. 업계는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그대로 구현하거나, 다른 장르로 확대하는 한편, 나아가 IP를 오픈소스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클래식 IP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업계가 오래된 IP에 주목하는 이유는 안정적으로 ‘가성비’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IP 개발에 대한 위험이 줄어드는 동시에 추억이 담긴 IP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용자층을 쉽게 확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늘어나면 IP 수명도 늘어난다. 홍보비, 마케팅비를 아낄 수 있고, 개발 소스도 절감할 수 있어 업계에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팬의 시선으로 IP에 생명력을

26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자사 게임 IP를 외부에 공개한 ‘프로젝트 리플레이’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리플레이란, 넥슨의 다양한 IP 자산을 팬이나 소규모 팀 등 창작자들에게 제공해, 2차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는 오픈라이선스 프로젝트다. 단순히 IP 활용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넘어, 게임 개발 과정 전반에 필요한 지원까지 해주는 방식이다.

넥슨이 개방한 IP는 총 5종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는 ‘어둠의 전설’, ‘일랜시아’, ‘아스가르드’, ‘에버 플래닛’ 등 총 4종이 있다. 실시간대규모전략시뮬레이션(MMORTS) 택티컬 커맨더스도 프로젝트 리플레이에 포함됐다. 모두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 출시된 게임으로, 오래된 IP로써 충분한 활용 가치를 갖고 있다는 평이다.

(출처=넥슨)

넥슨은 프로젝트 리플레이에 참여한 창작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창작자가 IP 사용 신청을 하면 내부 검토를 통해 선정한다. 이후 넥슨 검수 인력이 붙어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핫라인을 통해 개발 과정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게임 개발 완료되면 창작자가 원하는 오픈마켓에 자신이 만든 게임을 등록할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은 ‘메이플랜드’의 성공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메이플랜드는 과거 2000년대 초 ‘메이플스토리’가 그리웠던 이용자들에게 선택을 받으면서 오픈베타 시기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메이플랜드를 사실상 ‘메이플스토리’ 클래식 버전으로 받아들일 정도다.

넥슨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IP 재사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젝트 리플레이는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IP를 팬과 창작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라며 “참신한 아이디어는 팬들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기에 추억으로 소비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작자들의 손에서 확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르 변화로 유입 노린다

최근 국내 게임 시장의 트렌드는 ‘저몰입’이다. 높은 몰입을 강제하는 MMORPG가 축소되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방치형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MMORPG 매출은 전체의 78.8%에 달했지만, 2024년 52%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방치형 게임 매출은 1.7%에서 16%로 크게 늘었다.

넥슨 방치형 게임 ‘메이플 키우기’의 흥행은 저몰입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게임은 출시 첫 달인 지난해 11월 일일활성이용자수(DAU) 57만여명, 최고 동시 접속자 수 14만여명을 기록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전 세계 매출 순위 10위권을 유지 중이며, 총 이용자 수는 300만명을 돌파했다. 게임이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메이플스토리’라는 대형 IP가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넷마블)

넷마블이 준비 중인 ‘스톤에이지 키우기’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회사는 연내 인기 IP ‘스톤에이지’를 활용한 방치형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스톤에이지는 지난 1999년 첫 출시 이래 전 세계 2억명이 즐긴 스테디셀러 IP ‘스톤에이지’의 최신작이다. 원작은 다양한 공룡을 포획하고 육성하는 게임 시스템을 갖춘 RPG 장르였다.

넷마블에 따르면 스톤에이지 키우기는 원작의 감성과 재미를 계승한 캐주얼 방치형 게임이다. 기존 많은 인기를 받았던 펫을 등장시켜, 수집형 요소도 결합했다는 설명이다. 펫 탑승, 펫 포획 등 원작의 핵심 시스템도 그대로 옮길 예정이다. 넷마블은 이를 통해 IP에 충성도 높은 기존 스톤에이지 팬은 물론, 원작을 모르는 이용자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그 시절 원작 감성 그대로

넥슨과 넷마블이 오래된 IP를 활용한 변화구를 준비한 것과 달리, 원작 IP를 그대로 재현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엔씨소프트와 블로믹스가 대표적이다. 엔씨는 국내 MMORPG 장르의 기념비적인 IP ‘리니지’를, 블로믹스는 한때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던 ‘포트리스2’의 감성을 그대로 계승한 신작을 준비 중이다.

엔씨는 ‘리니지 클래식’을 개발 중이다. 리니지 클래식은 지난 1998년 출시한 원조 MMORPG 리니지의 초기 버전을 있는 그대로 구현한 신작 게임이다. 엔씨는 ‘리니지 IP’가 흥행한 한국과 대만에서 먼저 리니지 클래식을 선보일 예정이며, 오는 2월 7일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출처=엔씨소프트)

리니지 클래식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들이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는 것이다. 그 시절 게임처럼 4:3 비율 해상도를 채택했고, 지금은 투박해 보일 수 있는 도트 그래픽을 그대로 유지했다. 당시 게임 업계 주 수익모델(BM)인 정액제를 채택한 점도 눈에 띈다.

수동 사냥을 채택하고 다중 클라이언트 실행 횟수를 최대 2개로 제한한 점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두 가지 요소는 게임 내 경제 안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재 공개된 정보를 종합하면 리니지 클래식은 P2W(Pay to Win, 돈을 쓰면 강해지는 요소)을 최대한 배제하고, 게임을 오래할수록 강해지는 옛 MMORPG 감성을 추구하고 있다. 엔씨 측은 이용자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 이러한 게임의 강점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출처=블로믹스)

블로믹스의 신작 ‘포트리스3 블루’는 원작 ‘포트리스2 블루’의 전투 재미를 이어받은 작품이다. 원작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탱크가 등장하고, 기존 전투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바람 세기를 확인하고 각도를 조절한 다음, 스페이스 바를 눌러 파워를 조절해서 투사체를 발사한다. 적의 체력을 먼저 ‘0’으로 만들어야 승리한다는 점도 같다.

물론 게임 넘버링이 바뀐 만큼, 완벽하게 원작과 같지는 않다. 그래픽을 현재 수준에 맞게 재구현하고, 이번 작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됐다. 겉모습은 새로 치장했지만, 알맹이는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IP 고유 재미를 잘 살리는 것이다”라며 “IP마다 개성이 다르고 이용자층이 다르기 때문에 내부에서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트렌드와 과거의 요소와 신규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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