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업스타즈 ①] “압도적 시장 규모, 미국으로 가는 스타트업들”
올해 컴업스타즈는 누가 일등인지를 가리지 않는다. 대신, “진짜 글로벌로 나가 돈 벌어올 수 있는” 스무팀을 뽑았다. 이들을 미국과 유럽, 일본과 중국의 현지 액셀러레이터와 연결한다.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에 애먹는 부분을 풀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리 스타트업은 왜 글로벌로 가려 하나, 그리고 현지에 어떠한 기회가 있나, 무슨 문제를 풀어야 이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컴업스타즈’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현지 진출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컴업은 오는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컴업스타즈 외에 국내외 스타트업 관계자가 발표를 하고, 관계를 다진다. 창업진흥원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함께 축제를 꾸렸다.
[컴업스타즈 ①] “압도적 시장 규모, 미국으로 가는 스타트업들”
미국 콘솔 시장은 한국 대비 무려 31배가 크다. 한국에선 일단 무료로 접할 수 있는 모바일과 PC 게임이 주를 이루지만 북미에선 돈을 내고 게임을 사는 ‘프리미엄 시장’이 발달해 있다. 조성희 미니맵 대표는 “북미 게이머의 3분의 1은 3개 이상의 플랫폼을 쓴다”고 말한다. 미니맵은 게이머 이력을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을 만든다. 소비자가 여러 플랫폼에 유료 게임을 사는데 인색하지 않아야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다. 조 대표는 “미국에선 게임 기록을 한 곳에 모아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라는 시장의 최대 강점, ‘틈새’만 뚫어도 크다
조성희 대표의 말처럼, 미국 시장이 갖는 가장 큰 강점은 ‘압도적 시장 규모’다. 시장이 크기 때문에, ‘니치’라고 불리는 특화된 틈새 수요마저도 충분히 돈이 된다. 제품의 효용가치를 미국에선 찾을 수 있단 말이다.
게임뿐만 아니다. 앞으로 충분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국내에선 아직 서비스를 사서 쓸 기업이 부족한 영역도 미국에선 기회를 본다. 올해 컴업스타즈로 미국 시장 진출에 초석을 닦겠다는 곳 중에는 로봇을 만드는 피지컬AI 기업 ‘리보틱스’도 있다. 백승민 리보틱스 대표는 “미국에는 면적이 넓고 지게차 수가 많으며 수작업 비중이 높은 물류창고가 정말 많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싼 미국의 물류창고는 자동화에 대한 요구가 크다. 국내서도 로봇 기업들이 물류 창고를 우선적인 타깃 산업으로 잡고 있으나, 국내선 아직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
“미국엔 엄청 넓은데 사람은 부족하고, 시스템은 낙후된 ‘브라운필드(Brownfield)물류창고’가 정말 많습니다. 다 뜯어고칠 필요 없이 지게차만 쓱 집어넣으면 자동화가 되는 저희 솔루션이 비용 절감의 확실한 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백승민 리보틱스 대표
백승민 대표는 미국의 오래된 물류창고를 새 가치를 창출할 보물창고라고 본다. 미국의 브라운필드 웨어하우스(Brownfield Warehouse, 기존에 산업 또는 상업용으로 사용되었던 부지나 건물을 활용해 개발하거나 리모델링한 창고)에 자신들이 개발하는 자율로봇 지게차 솔루션이 충분히 먹혀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다. 지게차 운전을 자율주행으로 전환하는 문제 하나만 해결해도, “비용절감이라는 확실한 고객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백 대표의 이야기다.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미국에서 시작하겠다는 회사도 있다. 제너레잇은 창업 전부터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계획했고, 이미 미국 시장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 회사는 웹기반 초기 건축설계 디자인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신봉재 제너레잇 대표는 “미국은 기업 대상 소프트웨어 서비스(B2B SaaS) 도입률과 구매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단일 시장 규모 또한 제일 크므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처음부터 미국 시장에서의 사업을 목표 삼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큰 것 외에는 어떠한 매력이 있을까. 리펀디는 가격 변동이 일어나면 할인된 만큼 돈을 돌려주는 ‘차액 환급’ 솔루션을 만든다. 이 회사는 미국의 ‘프라이스 프로텍션(Price Protection)’ 문화에 주목했다. 미국은 가격 변동 폭이 크고 구매 후 가격이 내려가면 차액을 환급해 주는 문화가 이미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이를 자동화하려는 수요가 한국보다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2D를 3D로 자동변환하는 솔루션 을 만드는 몰더는 관련 시장이 큰 미국에서, 사람들의 관성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의 많은 디자인 사무소는 여전히 오토캐드(AutoCAD)를써서 2D 도면을 만들고, 스케치업 프로그램을 활용해 3D 모델 작업을 한다. 사람의 관성을 바꾸는 일은 어렵기 때문에, 몰더는 기존의 워크플로우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2D를 3D로 변환하는 과정만 AI 로 자동화 했다.
“미국 디자인 사무소들은 인건비가 비싸서 3D 모델링에 며칠씩 사람을 쓰는 게 큰 부담입니다. 저희는 AI가 이 과정을 ‘평균 5분’으로 줄여줍니다. 며칠 걸리던 일이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에 끝나는 거죠. 미국 시장이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효린 몰더 대표
최효린 몰더 대표는 “새로운 툴을 배우거나 업무 방식을 바꿀 필요가 없다”면서 “현지에서는 지금 쓰는 도구 위에 바로 얹어 쓰면 된다는 점이 실제로 매우 큰 강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문턱은 높다
“미국 갈 때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뭔지 아세요? 자기 기술 자랑만 하는 겁니다. 연구 논문이 아니라, 미국 고객 지갑을 열게 할 ‘물건’을 내놔야죠. 핵심 기술만 파지 말고, 그걸로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지 명확한 솔루션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원 펜벤처스 이사
기회가 많은 만큼 장벽도 존재한다. 올해 미국으로 가는 컴업스타즈를 도울 현지 액셀러레이터는 펜벤처스다. 이원 펜벤처스 이사는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실제로 현지 시장에 어떻게 팔 수 있을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득한다.
올해 컴업스타즈에 합류한 펜벤처스도 이 부분을 집중 공략, 다섯 스타트업의 현지 진출을 돕는데 집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원 이사는 “컴업스타즈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아시아에서 입증한 ‘제품–시장 적합성(PMF)’ 을 참고해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할 때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하면서 이를 위해서 기업들과 논의, “자사 제품과 기업의 강점에 부합하는 미국 시장 특화 전략도 수립한 상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같은 본질적 문제 외에, 유념하면 어려움을 겪지 않을 현실적 충고도 했다. 비자 문제 해결부터,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 전달을 위한 노력 등이다. 이원 이사는 “비자 문제 해결과 30초 안에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엘리베이터 피치)를 전달하는 능력이 필수”라면서 “VC로부터 투자를 받든 미국 고객에게 영업을 하든, 엘리베이터 피치가 매우 중요한데, 30초 안에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미국에서 영향력을 남기기 어렵다”고도 강조했다.
시장을 뚫을 무기
“저희는 타오바오,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중국 플랫폼 데이터를 꽉 잡고 있습니다. 전 세계 30개국 셀러가 쓰는데 리텐션(재사용률)이 85%예요. 이건 제품이 시장에 딱 맞다는(PMF) 명확한 증거죠. 미국 셀러들도 이 데이터가 탐나서 저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박신욱 리펀디 대표
이번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화려한 기술’보다 ‘당장 쓸 수 있는 실용성’을 무기로 삼았다. 리펀디도 마찬가지.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꽉잡고 이를 실질적인 무기로 쓴다. 여기에 더해, 현지 인플루언서와 동맹 전략도 짰다. 국가마다 플랫폼 구조, 결제 체계, 물류 환경, 세금이나 정책 규제가 다른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인플루언서와 제휴를 맺은 것. 박신욱 리펀디 대표는 “현지 드롭쉬핑 업계의 인플루언서나 ‘일타 강사’들과 손을 잡았다”며 “그들이 현지 사정을 제일 잘 아니까, 그들을 통해 신뢰를 얻는 전략을 쓴 것”이라고 귀띔했다.
데이터가 힘인 곳은 미니맵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가짜 리뷰는 가라”라고 말한다.
“구글이나 메타는 관심사를 기반으로 추정만 하지만, 우리는 실제 플레이 데이터를 깝니다. 차별성이 높은 부분입니다. 유저들이 우리를 ‘게임판 레터박스드(Letterboxd)’라고 부르며 좋아해 주는 이유죠.” 조성희 미니맵 대표
미니맵도 미국 내 평판 쌓기를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는다. 북미 유저들이 어떤 서비스에 가입할 때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신뢰받는 브랜드로 인식하기 위해 노력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실질 데이터로 평판을 만들어가면서 향후 컴업스타즈 참여와 펜벤처스 등 현지 액셀러레이터 등과 관계 등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브랜딩을 강화하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시장에서 저희가 목표로 하는 산업군의 선도 기업들과 네트워킹을 해서 저희 회사를 알리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다” 신봉재 제너레잇 대표
신봉재 대표의 말처럼 현지 네트워크는 모두가 풀고 싶어하는 부분이다. 최효린 몰더 대표는 “컴업스타즈에 참여하면서 현지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다른 스타트업들과 경험을 나누는 과정이 시장 접근 전략을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컴업과 같은 글로벌 스타트업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 대표는 “AI·B2B SaaS 분야에 관심을 가진 업계 관계자들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면, 저희 서비스의 방향성과 글로벌 확장 가능성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외 투자자, 파트너들과의 만남을 기대했다.
컴업스타즈로 미국 문 두드리는 다섯 개의 스타트업과 현지 액셀러레이터
리보틱스_ 물류센터에서 스는 자율 로봇 지게차를 만든다. 별도의 인프라 공사 없이 기존 물류창고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빠른 도입(Rapid Deployment)’ 능력을 갖췄다. 창업 1년 반 만에 실제 납품에 성공하며 ‘상업적 생존력(Commercially Viable)’을 증명했다.
몰더_ 새로운 툴을 배울 필요 없이 기존에 쓰던 오토캐드(AutoCAD)와 스케치업(SketchUp) 워크플로우에 그대로 AI를 적용하는 ‘호환성’을 내세웠다. 즉, 2D 평면도를 짧은 시간 안에 3D 모델로 변환할 수 있다. 현지에서는 “쓰던 도구 위에 얹어 쓰면 된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리펀디_ 글로벌 오픈마켓의 다이나믹 프라이싱(실시간 가격 변동) 문제를 AI로 해결한다. 가격 변동을 추적 후, 할인이 발생하면 차액을 자동 환급하는 자동화 솔루션을 만드는 것. 이미 전 세계 30개국 셀러들이 사용하는 중국 쇼핑 플랫폼 기반의 데이터를 선점했다. “환급을 통한 글로벌 데이터 확보 → AI 주문처리 자동화 → 핵심 AI 에이전트 구축 → AI 셀러 생태계 완성”으로 밸류체인을 구축해 ‘AI 셀러 OS’로의 확장을 도모한다.
미니맵_ 게이머의 흩어진 게임 이력과 취향을 한 곳에 모아주는 데이터 기반 커뮤니티 앱이다. 스팀,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닌텐도 스위치 등의 계정을 연동해 평생동안 개인이 즐긴 플레이 시간, 구매 이력, 업적 달성 여부, 리뷰 등을 미니맵 한 군데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록을 기반으로 유저 간 연결이나 게임 추천 등이 이뤄진다.
제너레잇_ 웹기반의 초기 건축설계 디자인 자동화 소프트웨어다. 주로 미국시장의 공동주택발과 관련된 디벨로퍼, 건축사, 건설사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 데이터센터, 물류, 반도체 플랜트 분야의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하고 있다.
펜벤처스_ 해외로 확장하거나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스타트업의 국경 간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에서 가장 활발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올해는 컴업2025에 합류,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다섯팀의 컴업스타즈를 지원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