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증권은 왜 2025년을 AI 원년으로 삼았나
토스증권이 올해를 인공지능(AI) 원년으로 삼고 AI 기반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올해 5월 AI 기반 해외 기업 어닝콜(실적발표 설명) 실시간 번역 서비스 ‘AI어닝콜’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시장 분석 서비스 ‘AI시그널’을 내놓았다.
AI 원년을 설정한 배경에는 기술 성숙도에 대한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AI 기술은 이전부터 존재해왔지만, 금융사가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최근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AI 기술이 실제 금융 상품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고도화되면서, 금융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AI 활용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축적에 토스증권은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왔다. 시장 데이터뿐 아니라 기업 정보, 뉴스 등 다양한 데이터를 장기간에 걸쳐 수집하고 관리해왔다.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일정 수준 이상 쌓였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스증권에서 AI 서비스 출시를 기획, 추진하고 있는 인물은 왕현민 프로덕트 오너(PO)다. 왕 PO는 라인플러스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테크니컬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했으며, 이후 그랩 시니어 테크니컬 프로그램 매니저, 페이스북 시스템 프로그램 매니저, 쿠팡플레이 프로덕트 리더 등을 역임했다.
왕 PO는 토스증권이 올해를 AI 원년으로 삼은 배경으로 충분히 축적된 데이터와 금융사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한 기술이 맞물렸다고 밝혔다. 실제 이용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왕 PO를 만나 토스증권의 AI 전략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AI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용자가 겪는 가장 큰 문제를 기술로 해결한다는 방향성은 이전부터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다만 AI 기술 측면에서는 과거에도 머신러닝(ML)이 존재했지만 자연어 처리나 콘텐츠 생성, 오디오를 텍스트(글)로 변환하는 영역 등에서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최근 3년 사이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기존에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풀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토스증권은 이용자가 투자 과정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왔던 페인 포인트(고충점)를 중심으로 이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지금인 이유는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제품을 준비하기에 적절한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AI어닝콜은 2개월, AI시그널은 약 4~5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쳤다.
토스증권 이용자들이 느껴온 주요 페인 포인트는 무엇인가
주가가 왜 올랐는지 혹은 왜 하락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존재해온 대표적인 페인포인트였다. 특정 종목의 변동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직접 방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정리해야 했는데 개인 투자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았다.
기술 발전에 따라 종목의 상승과 하락 원인에 대한 검색을 고도화하고, 그 결과를 AI가 요약한 뒤 공시 등 데이터를 결합해 콘텐츠로 제공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어닝콜 서비스를 위해 라이브 오디오를 수집하는 기술 자체는 이전부터 가능했지만, 이를 금융·투자 분야의 전문 맥락에 맞게 한국어로 정확히 번역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반 번역과 달리 어닝콜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 원문과 한국어 전문 번역을 짝지은 데이터 셋(학습용 데이터 집합)을 구축해야 했다. 과거에는 데이터 셋을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했지만, 최근에는 챗GPT 등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용자의 페인 포인트를 어떻게 파악했나
이용자들의 커뮤니티 등을 통해 대화를 살펴보면, 가장 자주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가 특정 종목이 왜 올랐는지, 혹은 왜 하락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가령 실적이 좋은데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를 묻는 질문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시장 반응을 즉각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강한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토스증권 이용자들은 비교적 액티브(활동적)하게 투자하는 성향이 강하다. 한 종목을 장기간 보유하기보다는 시장 흐름과 기업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어닝콜처럼 빠르고 실시간으로 기업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의 가치가 크다고 봤다. 이용자들은 보유 종목과 관련된 이슈, 기업 경영진의 발언,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토스증권은 타 증권사 대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높은 편이다. 관여가 높은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일수록, 방문 빈도 역시 높아지고 보유 종목과 기업에 대한 관심도도 함께 커진다. AI 기반 정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핵심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간 어닝콜은 개인투자자에게 어떻게 제공돼 왔나
과거 어닝콜은 애널리스트와 일부 기관투자자, 극소수의 투자자에게만 참여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였다. 기업의 공식 실적 발표 이전에 경영진이 직접 참여해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리포트를 통해서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간접적으로 내용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기술적, 운영적 측면에서 제약이 컸다. 모든 기업의 어닝콜 링크를 확보하고, 오디오를 수집한 뒤 이를 텍스트로 변환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 관련 작업을 수행하는 벤더 기업(외부 전문 업체)은 존재했지만, 높은 품질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스피치 투 텍스트(STT) 기술 발전 속도 역시 더뎠다.
이후 기술적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모든 기업의 오디오를 처리하기 위한 운영 비용은 상당하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대중화가 쉽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번역 모델의 부재에 있다. 어닝콜은 일반 번역과 달리 금융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해, 전용 번역 모델을 만드는 데 많은 공수가 요구된다. 최근에는 챗GPT 등을 활용해 번역 모델을 구축하거나 상황에 따라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토스증권의 어닝콜AI의 특징은 무엇인가
미국 상장 기업들은 어닝콜과 관련된 링크나 오디오, 전화 접속 정보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소규모 기업의 경우 전화를 직접 걸어 오디오를 내보내기도 한다. 이를 중간 매개 역할을 하는 ‘데이터 벤더 기업’이 수집해 영어 텍스트 형태로 주면, 이를 받아 후속 처리를 진행한다. 데이터 벤더 기업도 물론 실시간 텍스트 변환 역량은 갖추고 있지만, 국내 시장을 위해 한국어 번역까지 제공할 유인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영어 텍스트를 전달받은 이후의 번역과 가공 과정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토스증권은 자체 개발한 실시간 번역 모델을 활용해 어닝콜 내용을 한국어로 즉시 번역한다. 금융에 특화된 번역 모델로, 어닝콜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설계됐다. 특히 실적 발표에서 수치 오류는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숫자의 정합성을 한 번 더 검증하는 후처리 모델까지 자체 개발해 정확도를 높였다. 이후에는 AI를 활용해 해당 발언이 실적 발표인지, 가이던스인지, 질의응답(Q&A) 구간인지 등을 자동으로 구분한다. 이를 구조화된 형태로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과거 어닝콜 요약과 관련 뉴스, 리서치센터의 분석 콘텐츠도 함께 제공된다.
어닝콜AI를 통해 투자자 효용이 실제로 높아졌다는 점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정보 제공 서비스의 효용을 정량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보를 더 많이 접한다고 해서 곧바로 투자나 매매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변화는 어닝콜을 실제로 청취하는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새로운 정보 채널을 하나 더 확보해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제품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역시 늘고 있고, 이용자 1인당 소비하는 어닝콜의 횟수도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첫 출시 이후 2분기 대비 3분기에는 라이브 어닝콜에 진입한 이용자 수가 약 4배 증가했다. 동시 접속자 수는 초기 5000명 수준에서 최대 10만 명까지 확대됐고, 평균 체류 시간도 의미 있게 증가했다. 과거 1~2분 수준이던 체류 시간은 현재 평균 4~5분까지 늘었다. 일부 이용자는 푸시 알림을 확인한 뒤 10~20초 만에 이탈하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류 시간의 증가는 상당히 큰 변화로 보고 있다.
다만 어닝콜AI가 직접적인 수익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할 단계는 아니다. 향후 서비스 성숙도가 높아지고, 어닝콜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행동 패턴이 축적되면 청취 이후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최근 출시한 ‘AI시그널’의 주요 특징은 무엇인가
AI시그널은 주가 변동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인지 먼저 판단한 뒤, 그 원인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서비스다. 단순히 가격이 올랐거나 떨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장 대비 혹은 해당 종목의 평균 대비 어느 정도의 변동성이 발생했는지를 분석한 뒤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우선 시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목 가격을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3개월 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제트 스코어(표준 점수)를 산출해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한다. 사전에 설정한 임계치 이상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했을 경우, 해당 종목과 관련된 뉴스를 검색하는 구조다.
단순히 모든 뉴스를 가져오는 방식은 아니다. 내부 리서치 출신 도메인 전문가가 설정한 기준을 토대로, 실제로 종목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 뉴스만을 선별한다.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 뉴스가 확인되면, 머신러닝(ML)·AI 모델이 이를 기반으로 분석을 수행하고, 공시 데이터에서 추출한 유사 기업 정보까지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전달한다. 서비스의 핵심은 뉴스 검색과 선별 과정이다. 어떤 뉴스를 기반으로 분석을 진행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할루시네이션(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는 문제)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했다.
특히 해외 종목의 경우 다양한 글로벌 매체에서 뉴스를 수집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 뉴스 분류 작업을 거친다. 거시경제인지, 개별 종목과 직접 관련된 이슈인지를 ‘머신러닝(ML) 태깅(이름 붙이기)’ 기술로 구분한 뒤, 분석 단계에서 필요한 카테고리와 실제 뉴스 내용이 부합하는지를 다시 한번 검증한다. 이후 이 내용을 바탕으로 요약·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제품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AI시그널은 가격 변동의 ‘이유’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서비스다.
AI시그널의 결괏값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
내부적으로 생성되는 시그널(신호)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담당자들이 근무 시간 동안 하루 약 300건 수준으로 생성되는 AI시그널을 직접 리뷰하며, 각 시그널에서 제시된 이슈와 결과가 적절한지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기준으로 보면 오탐률(잘못 탐지)은 하루 약 2~3% 수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검증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피드백은 곧바로 운영 노하우로 이어진다. 확인된 사례들을 다시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모델을 보완하고, 리즈닝(추론)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AI시그널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토스증권은 AI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선행 조건으로 양질의 뉴스 소스를 최대한 폭넓게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더 많은 뉴스를 제공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고, AI 학습과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할 수 있는 뉴스 풀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외 뉴스 접근성이 차별화 요소다. MT뉴스와이어, 팁랭크스 등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해외 매체의 콘텐츠를 자체 번역 모델로 번역해 제공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고품질 미디어 역시 유료 계약을 통해 확보했다. 이를 토스증권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내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종목을 다루는 국내 미디어 콘텐츠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해외 주요 매체의 방대한 기사와 높은 정보 밀도를 그대로 제공한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뉴스 인프라는 AI시그널 서비스의 기반이 됐다. 서비스 출시 전 기업 공시 데이터 분석도 병행했다. 어느 기업이 어떤 회사와 협력하고 있는지, 경쟁 관계는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최근 누구와 파트너십이 체결됐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과거에는 인력이 직접 읽고 정리해야 했던 작업이었지만, 거대언어모델(LLM) 기술을 활용해 분류 효율을 높였다. 다만 자동 분류에 그치지 않고 한 달 이상 샘플링과 검증 과정을 거쳐 정확도를 높였고, 이를 실제 서비스 운영에 반영했다.
내년 AI 계획은 무엇인가
내년에는 ‘토스증권 AI’에 대한 브랜딩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AI 관련 제품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내년에도 제품 개발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브랜딩 차원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검토하고 있다. 이용자가 투자 과정에서 느끼는 문제의식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종목 탐색 여정에서의 불편함이 하나의 핵심 영역으로 확인했다. 특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섹터나 산업과 연결되는지 등을 탐색하고 발견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역에서 토스증권이 보유한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혁신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올해보다는 더 많은 시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인 숫자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최소 2개 이상의 AI 관련 제품 출시는 목표로 하고 있다. 토스 조직 자체가 애자일(실험과 개선 반복)하게 움직이며 문제를 정의하고 빠르게 실험하는 구조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 생각한다.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AI로 가능한 영역은 매우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의 투자 목표를 기준으로 어닝콜과 주요 이벤트를 선별해 제공하는 AI 기반 파이낸셜 어드바이저 서비스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실시간성을 넘어서는 정보 제공이나, 기업 어닝콜에 주주들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기술도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