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 든 학생 창업가들 “우리가 미래의 유니콘”
‘컴업 2025’ 퓨처 파운더 세션, 학생 창업팀 6곳 치열한 피칭
딥페이크 방어부터 목공 자동화, 농업 혁신까지…”기존 시장 흔들 잠재력”
모의 투자 우수상은, 목공 자동화 ‘딱맞아목재’
지난 12일 막을 내린 스타트업 축제 ‘컴업(COMEUP) 2025’의 대미를 장식한 ‘퓨처 파운더(Future Founder)’ 세션에서는 교복과 후드티를 입은 학생 창업가들이 무대를 장악했다. 올해 컴업은 개최 날짜를 하루 더 늘려,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끌어갈 미래 세대를 조망하는데 시간을 썼다. 퓨처 파운더 세션에는 고등학생부터 막 대학을 졸업한 이들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6팀의 학생 창업가들이 참여해 기성세대 못지않은 통찰력으로 딥페이크, 인테리어, 농업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참관객들은 학생 스타트업의 발표를 들으면서 가상 머니 300만원을 분산해 투자했다. 가장 많은 모의 투자를 받은 곳은 딱맞아목재. 아날로그에 머물고 있는 인테리어 목공을 디지털화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팀이다. 이들의 선배 자격으로 최동현 쿼타랩 대표, 장진규 컴패노이드랩스 의장, 유성한 반프 대표가 멘토로 참여, 날카로운 조언을 건넸다. 무대에 오른 6팀과, 멘토들이 이들에 건넨 메시지를 전달한다.
스틸컷 “찍는 순간 딥페이크 원천 봉쇄”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서울대 학생벤처네트워크 소속 스틸컷(StillCut)의 하규원 공동창업자는 딥페이크 범죄를 사후 탐지가 아닌 ‘선제적 방어’로 해결하겠다는 솔루션을 내놨다. 딥페이크 생성 자체를 무력화하는 AI 방어 기술을 개발하는 팀으로, 인물 사진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노이즈를 주입하는 AI 모델을 개발한다. 사람이 볼 때는 원본과 똑같지만, 딥페이크 AI가 이를 학습하려 하면 얼굴이 왜곡되거나 합성이 실패하도록 설계했다. “내 사진이 어디에 쓰일지 모른다”는 불안을 기술적으로 선제 차단하는 구조다.
하규원 공동창업자는 “딥페이크는 이미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방어하지 않으면 피할 수 없는 위험이 됐다”면서 “안드로이드나 iOS 등 디바이스 촬영 단계에서부터 우리 기술이 적용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멘토들은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우사한 기술을 가진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력에 대해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최동현 쿼타랩 대표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과 비즈니스”라면서 “향후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기술을 보유하려 할 때의 리스크와 특허 전략을 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규 컴패노이드랩스 의장도 딥페이크를 두고 “창과 방패의 싸움이 될 영역”이라며 “딥페이크 기술도 고도화될 텐데 이에 맞서 지속적으로 방어 기술을 발전시킬 전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딱맞아목재 “목공 현장의 AWS 되겠다”

우수상을 받은 ‘딱맞아목재’는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는 인테리어 목공 시장을 디지털로 혁신한다는 포부를 가졌다. 이들은 자체 개발한 저가형 정밀 3D 스캐너로 현장을 측정한 뒤, 공장에서 목재를 재단해 배송한다. 현장 목수는 마치 ‘이케아 가구’처럼 조립만 하면 되는 식이다. 핵심은 ‘공정의 이전”’다. 측정·재단·설계는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맡고, 현장에는 조립만 남긴다. 이를 통해 목수 인건비를 절감하고 시공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 실제 아파트 현장에서 PoC를 진행했다는 점 등이 눈에 띄었다.
박건서 공동대표는 “3년 뒤에는 인테리어 시공법 자체를 바꾼 목공 인프라, 즉 목공계의 AWS가 되겠다”면서 “우리는 목수를 없애려는 게 아니라, 목수가 해야 할 일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멘토들은 누가 진짜 고객이 될 것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테리어 업체와 목수 중 누가 진짜 고객이냐”는 것. 유성한 반프 대표는 “고객(Customer)과 사용자(Client)가 다를 때 발생하는 문제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면서 “현장의 작업자들이 정말 쉽게 쓸 수 있도록 고객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을 줄이는 기술이 결국 산업 내부 저항을 부르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최동현 쿼타랩 대표는 “인테리어 업체와 실제 시공을 하는 목수 사이의 이해관계를 잘 풀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세터스 “나를 기록하는 안전한 공간”

세터스(Setters)는 셀프 인터뷰 스튜디오 ‘이너뷰(InnerView)’를 운영한다. 스튜디오와 같은 공간에서 화면에 뜬 질문에 답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과 텍스트로 기록하는 서비스로,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건드린다. 김민서 세터스 대표는 이 서비스를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안전한 판”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는 웹에서 주제와 인원을 선택한 뒤, 사전에 질문을 미리 받아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촬영 당일에는 방음된 공간에서 질문을 하나씩 보며 답변만 하면 된다. 촬영과 편집은 자동화돼, 결과물은 곧바로 제공된다.
이미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6개월 연속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하기스 등 대기업과의 협업도 이끌어냈다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기록하고 싶어 한다”며 “이너뷰는 21세기 사관으로서 개인의 생애 데이터를 담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멘토들은 이 서비스가 단순한 영상 콘텐츠 비즈니스가 아니라 정서적 수요를 겨냥한 경험 산업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유성한 반프 대표 “구글 웨이모 인터뷰 이후 가장 감동적인 콘텐츠였다”고 평가하면서 “다만 오프라인 공간 기반 사업인 만큼 고정비 문제와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리비타 “초저가 센서로 농업의 디지털 전환”

리비타(Rivita)는 농업과 1차 산업을 대상으로 태양광 기반 스마트팜 및 디지털 전환 솔루션을 개발하는 팀이다. 농업 인구 고령화와 기후 변화 위기를 직접 개발한 하드웨어로 해결하려 한다. 기존 스마트팜이나 드론, 위성 관측이 비싸거나 데이터 품질이 낮다는 점에 착안, 저렴하고 설치가 쉬운 막대형 센서를 개발했다. 이를 꽂아두면 앱을 통해 작물 상태를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병해충을 진단할 수 있다. 엄상혁 리비타 대표는 “1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표준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그의 발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기술이 아니라 거절의 경험이기도 했다. 100번의 미팅 중 95번이 거절로 끝났고, 그 과정에서 부정과 상실을 반복해서 겪었다고 고백했다. 멘토들은 이를 농업 스타트업의 현실로 봤다. 장진규 의장은 “고령의 농업인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다”면서 “실제 현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 솔루션이 누구의 문제를 해결하는지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 문제를 풀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리비타만의 뾰족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최동현 대표는 “농업 분야는 생각보다 경쟁자가 많고 역사도 깊다”고 말하면서 “기존 플레이어들과 차별화되는 리비타만의 ‘뾰족한 한 방’이 더 명확해야 한다”고 짚었다.
스테이지노트 “다시 ‘생각의 출발점’으로 돌아가게 하는 도구”

스테이지노트(StageNote)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생산성 도구다. 디지털 작업 중 생각이 흩어졌을 때 원래의 사고 지점으로 되돌아 가게 돕는 서비스를 만든다. 여러 앱과 파일에 흩어진 업무 기록들을 AI가 ‘맥락’을 파악해 자동으로 연결하는 식이다. 단일 기능 앱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개발자와 창작자를 중심으로 한 작업·사고 생태계를 지향한다.
김현식 스테이지노트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는 많은데, 그걸 다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이 서비스를 ‘도구’가 아니라 사고를 훈련하는 구조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장인들이 정보 검색에만 업무 시간의 30%를 쓴다”며 “스테이지노트는 사용자가 굳이 정리하지 않아도 작업 흐름을 기억해 주는 ‘제2의 두뇌’가 될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생산성 노트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는 점을 멘토들은 우려했다. 최동현 대표는 “생산성 툴 시장은 변화가 매우 빠르고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비즈니스 방향성을 빠르게 재조정하고 적응하는 팀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유성한 대표는 “모든 것을 통합하려 하기보다 연구나 제조 같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엣지(Edge) 있는 기능으로 시작해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노버스 “메타버스에서 떠나는 창작자를 다시 붙잡겠다”

마지막 발표자인 김인준 이노버스 대표는 이번 참가자 중 유일한 고등학생이다. 그는메타버스 환경에서 반복되고 있는 창작자 이탈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플랫폼은 많아졌지만, 창작자가 지속적으로 머물 수 있는 구조는 없다는 판단이 창업의 시발점이 됐다.
이노버스는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내 창작자들을 위한 에셋 마켓(만족샵)과 개발 외주 등을 통해 창작 생태계를 지원한다. 김인준 대표는 “메타버스는 끝난 게 아니라 계속 성장 중”이라며, 다만 창작자들이 수익화와 개발의 어려움으로 이탈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노버스가 여러 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고등학생 창업가로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제도적 장벽’을 꼽았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보호자 동의서를 비롯한 여러 자격 증명을 요하는 서류 제출이 많은 것을 애로사항이라 꼽은 것. 김 대표는 “(자꾸 증명을 요구하기 때문에) 저도 이만큼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멘토들은 옥석가리기에 들어간 메타버스 시장에서, 이노버스가 사업성을 증명할 전략적 고민을 잘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진규 의장은 “메타버스 투자가 줄어든 것은 옥석 가리기 단계이기 때문”이라며 “.로블록스 외에 검증된 시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느 지점을 파고들어야 할지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동현 대표는 “어린 나이에 벌써 여러 사업을 시도하는 실행력이 대단하다”고 감탄하면서도 “다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하나의 도메인을 확실히 잡을 것”을 권유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