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새 정부를 어떻게 생각할까?
스타트업얼라이언스·오픈서베이, ‘스타트업 트렌드리포트 2025’ 발표
창업자의 64.5%가 새 정부 정책 방향성에 대해 ‘생태계가 긍정적으로 변할 것’으로 봤다. 올 한해 정부의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역할 수행 점수는 60.6점으로, 전년 대비 6점 상승했다. 기대하는 정책으로 ‘벤처/스타트업 R&D 예산 확대’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AI·딥테크 등 혁신 분야 집중 지원’에도 관심을 표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18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스타트업 트렌드리포트 2025’ 발간 기념 간담회를 열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의 인식과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두 기관이 해마다 공동 시행해온 설문조사의 결과를 정리,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2일까지 ▲창업자와 ▲스타트업 재직자 ▲대기업 재직자 ▲취업 준비생 각 200명씩 총 8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올해는 이 설문에 특별 항목으로 ‘새 정부 정책 관련 인식’을 넣었다. 작년 대비 정부 역할에 긍정적인 대답이 높게 나왔는데, 특히 ‘진흥 정책’을 놓고 창업자들의 기대가 높았다. 새 정부의 AI, 딥테크를 포함한 신산업 분야 지원 및 혁신성 육성, 투자기반 강화 정책 등에 대해 창업자 64.5%, 스타트업 재직자 54.5%가 긍정적 변화를 예상한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도 설문했다. 창업자들이 가장 시급한 정부 과제로 응답한 항목은 ‘생태계 기반 자금 확보 및 투자 활성화(32.5%)’, ‘각종 규제 완화(19.5%)’, ‘인수합병(M&A)/기업공개(IPO) 활성화 지원(10.5%)’이었으며, 특히 M&A 및 IPO 관련 문항은 지난해 대비 3.7%p 증가해 주목을 받았다.
이날 설문 결과를 발표한 현시내 오픈서베이 그룹장(=사진)은 “정부가 작년보다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생태기반 자금 확보 및 투자 활성화, 각종 규제 완화가 언급되었다”면서 “특히 작년 대비 인수합병과 기업 공개 활성화 지원 요구가 유의미하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창업자들이 평가한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점수, 2년 연속 상승
정책에 대한 평가와 마찬가지로 창업자들은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대비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이 2023년 9%, 2024년 10%에서 2025년 16%로 증가했고,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은 줄어들었다.
긍정 변화의 주요 요인으로는 ‘정부 및 공공 부문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53.1%)’, ‘창업지원기관, 액셀러레이터 등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지원사업 증가(43.8%)’ 등을 꼽았다.

이날 발표에서는 생태계 구성원들의 패널 토의도 진행됐는데, 참여자 중 한 명인 심재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과장은 “작년과 비교했을 때 (정부 정책에 대해) 올해가 확실히 좀 나은 것 같다는 평가들이 있고, 최근 취임 100일이 된 한성숙 장관(중기부) 역시 ‘어게인 벤처’를 가장 크게 이야기 한다”면서 “어떻게 하면 스타트업 숫자도 좀 늘리면서 질적인 부분도 개선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과반수 이상인 54.5%의 창업자가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벤처캐피탈의 미온적인 투자 및 지원(50%)’, ‘신규 비즈니스 시장 진입 환경의 저하(42.3%)’ 등이 지목되며 생태계가 여전히 녹록치 않음을 시사했다.
현장에서는 국내 시장의 규제나 투자 위축 때문에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되는 것인지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부대표는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 시장 위축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도전으로 봤다. 그는 “거대언어모델(LLM)처럼 글로벌로 쓰이는 기술 툴이 나오면서 스타트업 입장에선 굳이 국내에만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 거 같다”면서 “좋은 제품이 나오게 되면 작은 시장에 집착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 환경적인 변화가 글로벌로 더 관심을 갖게 만든 것”으로 풀이했다.
정인혜 알토스벤처스 팀장도 “한국에서 잘 하는 것을 더 잘하면 해외에서도 알아준다는 것이 알토스의 투자 철학”이라면서 “대표적으로 한국이 잘 하는 K브랜딩이나 콘텐츠에 AI가 붙는 사례가 생각보다 아직 많지 않은데, 이런 것을 시도를 한국에서 하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고, 이 프로덕트를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는 게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올해 설문에서 창업자가 가장 선호하는 벤처캐피탈에는 알토스벤처스(28.5%)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에는 카카오벤처스(35%)가 꼽혔다. 모두 평판과 브랜드를 통한 후광 효과나 투자자, 전문가 등과의 네트워크 연결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 증가, 규제 완화 요구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일하는 방식을 알고 싶은 스타트업으로는 ‘토스’가 모든 그룹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뤼튼, 퓨리오사,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등 AI 스타트업이 새롭게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도 반복해 이야기가 나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에 대한 설문 응답에는 전반적인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컸다.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도 의료 광고와 관련해 규제 해소를 원하는 기업 중 하나다. 황조은 힐링페이퍼 이사는 이날 현장에서 “일본, 태국, 중국, 대만, 영미권으로 강남언니가 진출하고 있는데, 국내외 의료법을 비교해보면 국내 의료 광고 규제가 가장 빡빡하다”고 지적하면서 “국내플랫폼이 잘 되기 위한 정책을 세울 때, 글로벌 스탠다드로서 정책을 어떻게 정립해갈지,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재직자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설문 결과 스타트업 재직자의 직장 근무 만족도는 35%로 대기업 재직자 66.5%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스타트업 재직자 만족도는 3년 연속 소폭 하락 추세를 보이며, 작년 대비 6%p 하락했다. 불만족 이유로는 낮은 재정적 보상, 불안정한 조직의 비전 및 전략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거시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생태계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늘고 있다”면서도, “다만 스타트업 재직자의 근무 만족도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인 35%까지 하락해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