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잘 팔고 싶다면 중국·미국만 보지 마세요”
확실히 케이(K)-뷰티가 대세지만 그만큼 시장의 경쟁도 세졌다. 온라인 마케팅 만으로도 아마존에서 충분한 수익성을 얻을 수 있던 것은 이미 과거의 이야기다. 이제는 미국 아마존에서 K뷰티 판매 순위권에 들기 위해선 마케팅에도 큰 돈을 써야 한다. 미국과 일본 시장의 K-뷰티 성장세가 둔화된 사이 유럽과 홍콩, 중동 시장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 K뷰티 브랜드는 어떤 활로를 찾아야 하나.
카카오벤처스가 22일 개최한 ‘인사이트 풀데이 2025: 하이파이브 더 퓨처(Insightful Day 2025: Hi-Five the Future)’에서는 K-뷰티의 해외 수출 다각화를 주제로 흥미로운 논의가 이어졌다. 안혜원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사진)은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성장하지만 성장세는 둔화했고 그 사이 유럽이 매월 전년 대비 60% 이상 성장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K-뷰티의 새 활로로 신흥성장을 주목하자고 제언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해부터 K-뷰티 브랜드에 투자하며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안혜원 심사역에 따르면, 최근 K-뷰티 수출 구조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과거 수출의 중심이던 중국·미국·일본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유럽·중동·남미 등으로 시장이 분산되는 추세다. 물류 허브 역할을 하는 폴란드를 중심으로 K-뷰티의 수입 비중이 늘어난 유럽, 중국의 성장세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으로 유럽 5개국에 비견할 만큼 K-뷰티 제품의 수입을 늘리고 있는 홍콩, 영국과 비교해 인구는 7분의 1에 불과하지만 화장품 수입은 23% 더 높은 아랍에미리트(UAE) 등. 기존에는 K-뷰티 수출에서 ‘기타’로 치부됐던 이들 나라의 비중이 어느새 25%까지 올라설 만큼 신흥 시장의 성장이 뜨겁다.
라운드랩의 사례, “아마존만으론 답이 아니다”

그래서, 이날 던져진 화두는 “미국 중심의 낙수 효과가 여전히 유효할까?”다. K-뷰티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브랜드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느낄까. 현장에서 패널로 참석한 라운드랩 홍진석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플랫폼 전략의 현실을 짚었다. 라운드랩은 화장품 ‘독도토너’로 올리브영에 이어 아마존에서도 인기를 얻은 대표적 K-뷰티 브랜드다. 홍 CMO는 초기 브랜드들에게 “미국 진출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미국은 물류 리드타임이 길고, 자금 순환이 느린 시장이에요. 충분한 체력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가 낮은 지역에 먼저 진출해 점유율을 키워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만든 후 미국에 도전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지금 진입하면 좋을 시장으로는 홍콩과 남미, 중동을 꼽았다. 홍콩은 세포라급 시장 규모로 급성장 중인데다 대만·싱가포르 등 중화권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미는 스페인어권 소비자층의 확장성이 크다. 미국 아마존 리뷰에서도 스페인어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중동, 특히 UAE·사우디는 높은 구매력과 빠른 확산력을 가졌다. 홍 CMO는 “누가 먼저 사우디를 점령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라운드랩의 실제 매출 비중이 높은 국가도 카자흐스탄 등 CIS 지역이다. 유사하게 ,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K-뷰티의 성장세가 크다. 그는 “이 지역 소비자들은 인종적 유사성과 K-컬처 친밀성 덕분에 제품 수용도가 높다”며 “한국 드라마·K팝 콘텐츠 확산이 브랜드 성장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K-뷰티를 ‘K-컬처의 하위 산업’으로 정의했다는 점이다. K뷰티는 K팝, 드라마와 같은 문화를 통해 소비자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배우를 예쁘다고 생각하는 한, K뷰티는 계속 팔릴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제품력만으로는 글로벌 확장이 어렵고, 콘텐츠·문화 연계 전략을 필수로 짜야 한다는 이야기다.
올리브영 만큼 빡센 아마존, 전략도 새로 짜야
여전히 중요한 미국 시장 내에서, 판매 전략도 재고 해야 한다. 라운드랩은 아마존 진출 첫해부터 핵심 셀러로 안착했으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단순히 아마존 광고로는 통하지 않는”고 현실과 맞닥뜨렸다. 같은 돈을 써도 그만큼 효용이 나지 않는다. 인플루언서 광고에 매우 큰 돈을 써야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져서 투자대비수익(ROI)이 충분히 나지 않는다. 가장 경쟁이 세다고 알려진 ‘올리브영’에 비견될 상황이라는 것.
“작년까지만 해도 ‘온 아마존 마케팅’만으로 충분했지만, 지금은 ‘오프 아마존’ 마케팅까지 해야 합니다. 소비자 구매 패턴이 바뀌었고, 아마존 경쟁 강도는 올리브영 못지않아요.”
그는 아마존 내에서의 경쟁뿐 아니라 틱톡샵 등 외부 트래픽 유입, 오프라인 유통 연계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반의약외품(OTC) 인증처럼 법규적 진입장벽을 가진 품목이 오히려 경쟁 완화 효과를 주기도 한다며, “썬스크린(썬크림)은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틱톡(도우인)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홍진석 CMO는 과거 중국 시장 경험을 회상하며 “이제 중국은 완전히 디지털화된 시장”이라 평가했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유통이 붕괴되고, 도우인 기반의 라이브커머스가 완전히 주류가 됐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의 소비자들은 왕홍이 추천한 제품이 세포라에서 개인이 선택한 제품보다 실패 확률이 낮다고 여깁니다.”
그는 이런 흐름이 한국·미국은 ‘리뷰 중심 시장’으로, 중국·동남아는 ‘라이브 중심 시장’으로 양분되는 계열화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품 개발 접근법의 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보고, 제품 자체를 테스트하는 브랜드들이 두각을 보인다는 것. “제품을 다 만든 뒤 마케팅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제품 자체를 반복적으로 실험하는 린(Lean)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