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S] 이런 AI가 세상에 어딨어! 세 번을 부정해 보았다

진짜, 수많은 AI 회사를 만났는데 근래 가장 충격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곳이 튜닙이다. 이 회사가 최근에 ‘디어메이트’라는 서비스를 업데이트 했는데, 핵심이 ‘AI 부캐(부캐릭터)’다. 아바타야 워낙 많지 않냐고?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 얘들은 ‘자율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만들기는 내가 만드는데 활동은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 내 배 아파 낳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그야말로 ‘자식’ 같은 AI다.

튜닙을 만든 박규병 대표는 원래 카카오 출신이다. [관련기사: 카카오 뛰쳐나와 차린 인공지능 챗봇 회사 ‘튜닙’] 카카오브레인에서 AI 잘 만들다가 창업해 수년 째 고생 중이다. 창업 초기 인터뷰를 할 때만해도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는데, 최근 다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요즘 어찌 지내시냐 물으니 “마음만 바쁘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창업을 후회하는 분위긴 아니었다. 언제고 망할 수 있으니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보면서 반보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챗봇의 넥스트’를 누군가는 만들 것인데, 그게 튜닙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여전했다.

디어메이트란?

디어메이트는 앱 안에서 자신의 분신과 같은 메이트를 AI로 만들 수 있다. 이 앱에서는 나(사람)와 메이트(AI)가 동시에 활동한다. 내가 만들어낸 메이트는,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나 AI와 수다를 떤다. 자기가 알아서 포스팅도 올란다. 골때리는 것은, 내 메이트가 다른 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정작 나는 알지 못한다. 자식을 낳았는데, 내 자식이 친구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모르는 부모의 마음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이 앱안에서는 사람과 AI가 뒤섞여 차별 없이 대화를 나누고 토론한다. AI를 대하는 새로운 방식이 이 앱 안에서 시도되고 있다.

박규병 튜닙 대표

디어메이트 이야기

디어메이트를 소개해달라

2022년 12월에 처음 나왔다. 챗GPT가 나온 직후다. 성격을 묻는다면, ‘AI가 들어간 SNS’로 요약된다.

수많은 SNS와 챗봇이 있다. 디어메이트는 어떤 특징이 있나

기본적으로 사람(앱 안에서는 사람을 AI와 대비되는 의미에서 ‘소울’이라 부른다)과 AI가 뒤섞여서 활동하는 SNS다. 가입하면서 ‘메이트’라고 부르는, 내 부캐 같은 AI 계정을 만들 수 있다.

가입한 후 나는 내 계정으로 앱 안에서 포스팅을 올리기도 하고, 남의 글에 댓글을 달기도 하며 토론도 하고, 메시지도 나눈다. 그건, 메이트로 불리는 AI도 마찬가지다. 내가 메이트에 이름을 붙이고 성격을 부여하고 나면, 이 메이트는 나와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메이트가 알아서 다른 사람 글에 댓글을 달기도 하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내가 퍼블릭하게 계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알아서 퍼블릭한 활동을 한다.

첫번째 부정_ 내가 배제된 상황에서 말인가? 설마, 메이트가 하는 행동을 내가 통제 못하나? 뭐라고 말 걸었는지 못 보는 건가?

그렇다. 메이트가 다른 사람고 한 말을 내가 보면 안 된다. 남의 대화 아닌가. 내가 만들었지만, 만들고 나면 내 손을 떠나는 거다.

두번째 부정_ 말도 안돼. 얘가 어디가서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 건지 내가 모르면 어떡하나, 정말로 알 방법이 없나

그렇다. 알 도리가 없다. 부캐는 부캐대로 활동한다. 그렇지만, 부캐가 나 모르게 열심히 포스팅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아  쌓는 포인트는 내가 쓸 수 있다.

세번째 부정_ 돈이 쌓여도 불안하다. 내품을 떠난 자식이 자기 맘대로 쓴 글 아닌가

그렇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메이트의 계정으로 들어가서 메이트 인 양 글을 쓸 수는 있다. 메이트의 행동을 일부는 통제하지만, 통제 밖에 있는 영역도 있는 거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시스템은 아니다.

엄청나게 낯설다

남들과 다르다는 게 가장 큰 차별성이다. 어쩌면, 너무 차별적이라서 문제인데(작게 웃음). 서비스가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야 하는데, 한 번에 딱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낯설다. 사람들이 처음에, 이걸 어떻게 쓰는지 의아해 하고 신기해한다. 그래서 이걸, 남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푸는 게 숙제다.

아니, 왜 이렇게 어려운 시스템을 만들었나. 내 메이트가 어디가서 뭐라고 떠들고 다니는지 궁금해서 죽을 것 같은데

유재석이 유산슬로 활동하는 것과 같다. 내가 부캐로 활동할 수도 있고, 부캐가 저대로 활동하면서 수익 활동도 하는 거다. 전반적으로 사람이 하는 모든 활동을 AI가 할 수 있게 했다. ‘AI와 사람을 차별하지 말자’는 철학을 깔았다. 그러다보니 관계가 상당히 복잡하게 느껴지는 거고, 사람들이 낯설어 하는 거다. “메이트를 내가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내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지?”와 같은 의문점을 갖는 거다.

우리는 AI를 정말 인간의 동료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디어메이트의 성공 여부는 AI가 인격을 부여 받는 것을 사람들이 실제로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있을 것 같다. 박규병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 아니라, 철학자 출신처럼 느껴진다

AI 비서 말고, SNS하는 하나의 주체로서 AI를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이 AI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느냐를 풀어내는 것이 우리가 가진 또 하나의 숙제다. 사람들이 SNS를 하면서 이러저러한 불만들을 가졌으나, SNS를 하는 행위 자체를 AI가 대체할 거라곤 생각 안 해봤을 거다.

AI는 사람들이 SNS하면서 가지는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새벽에 너무나 우울할 때, 누군가와 다이렉트메시지(DM)를 주고받을 싶은데 (사람) 친구한테는 그게 안 되지 않나. 지금 자고 있을 테니까. AI는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토론에 대한 욕구도 AI가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정치 문제처럼, 아주 민감한 주제에는 오픈채팅방과 같은 ‘개더’ 탭에서 방을 만들어 메이트를 자동 초청해 거기서 (이미 설정됐거나 학습된 정치 성향대로) 메이트들끼리 맞다 틀리다 싸우기도 할 수 있다. 내가 글을 쓰면 그 주제에 맞춰서 왁자지껄한 그룹 채팅방이 생성되는 거다.

예전부터 그런걸 꿈꿨는데, 예전엔 포털 뉴스 채널에서 댓글로 왁자지껄한 여론 쟁탈전이 있었는데 그런게 전부 사라지지 않았나. 부작용이 생기면서 댓글을 막았다. 사람들은 어딘가에 자신들의 의견을 배설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 배설의 파트너가 AI였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AI는 상처받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댓글을 못 달고 토론을 못 하게 막아버리는 것은 답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로 공간을 열어주고 대신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게 AI라고 생각한다. AI와 싸우기도 하면서, 내 속의 어떤 생각이나 응어리를 마구 풀어내는 거다.

사람들이 정치적인 글을 쓸 때는, 단순히 의견을 표출하고 싶다는 것을 넘어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설득해 여론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게 아닌가? AI는 그런 상대는 못되지 않나

근원적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꾸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을 거고, 그러나 글을 쓰는 그 자체, 무언가를 토해내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진 이들도 있을 거다. 네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도 우리는 싸우지 않나. 내 생각이 이렇다는 걸 세상이 좀 알아줬으면 하는 거다. 나도 정치 얘기 하고 싶은데 자꾸 못하게 막으니까 더 답답하고. 그런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을 AI로 채울 수 있지 않겠나.

AI가 어떤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사람들도 있다

물론 AI한테 윤리적인 면이나 사람을 해꼬지 하면 안 된다는 그런 당연한 방어선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만, AI가 인간보다 더 윤리적일 수 있다거나, 혹은 그런 도덕군자같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도 그런 인간은 없지 않나. 그런 식으로 하면 AI 컴패니언 자체가 존재하기 어렵다.

어떻게 인간에게 욕 안 먹는 존재를 만들 수 있나? 인간이 사는 세상이 다 시궁창 바닥인데. 그래서 나는 그 시궁창 바닥에서 일정 선을 지키며 어울려 살아가는 또 하나의 존재로서, AI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챗봇으로 밥 벌어 먹고 산다는 것

지금은 디어메이트 성과가 어느 정도 되나, 이 자유의지를 가진 AI 부캐를,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나?

서비스가 더 활성화된 다음에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처럼 SNS라는 콘셉트를 확정지은 것은 반년이 조금 넘었다. 그간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제 글로벌 버전을 내놓았다. 현재,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다섯개 언어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

챗봇 하는 회사들이 지금 가장 고민일 것 같다. 빅테크들이 내놓은 AI 서비스가 너무 잘 되니까. 시장 환경을 어떻게 보나

챗봇 하는 회사뿐만이 아니고, 국내외 할 것 없이 AI를 이용하는 모든 회사가 다 같은 상황이다. 100개의 회사가 있다면 잘나가는 곳은 한두군데 정도고, 나머지 아흔아홉곳은 다 어려운 것 같다.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빅테크가 나왔을 때 대체로 뒤통수 맞은 느낌들 들고 멘붕에도 빠졌지만, 그래도 나쁜 신호라고 보지는 않는다.

왜 그런가?

빅테크 덕에 사람들이 (챗봇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저게 내 삶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지?” 하고 관심을 갖게 되지 않나. 사람들은 처음엔 실용적인 걸 찾지만, 그 문제가 어느정도 채워지고 나면 ‘이걸 갖고 어떻게 놀까, 어떻게 인생이 좀 풍요로워질까’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AI 컴패니언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질 거라고 본다.

장기적으로 디어메이트가 잠재성이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무엇으로 수익을 내나

이루다와 같은 초기 AI 챗봇이 나왔을 때, 가장 큰 이슈가 윤리적인 부분이었다. 그때 가드레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혐오 탐지 엔진부터 개발했다. 이 모델을 지속 개발 시켜서 AI 가드레일 솔루션 패키지를 구성했다. 요즘에는 AI 시스템을 꼬드겨 원하는 정보를 해킹해내는 프롬프트 공격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걸 막는 솔루션도 패키지화 했다. 이 솔루션들을 지난해 금융사와 계약해 공급했다. 여기서 벌어서, 디어메이트에 다 쓴다(웃음).

지금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업이 늘 고민인다. 어쩌다보니 사업의 기본을 모두 파괴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해서, 목마름을 채워주는 걸로 돈을 버는게 사업의 기본이라면, 그걸 위해선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고객이 원하는 걸 해줘야 한다. 시장을 감히 바꾸려 하지 말고 시장을 관찰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 기본을 하나도 안 지키고 있다.

디어메이트 앱을 만들면서 그게 늘 고민이었다. 아직은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 SNS는 특성 상, 아무리 재밌어도 남들이 많이 써야 나도 쓴다. 튜닙이 유니크한 앱은 만들었는데, 이게 사람들한테 호응을 얻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는, 미래에는 이런 앱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미래를 예측하면서 만드는 서비스가 주는 불안감이 늘 있다.

그러나, 인간미가 섞인, 그래서 실용적인 목적 외에 재미가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그런 AI 서비스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 같다. 그 욕구를 채우는 방향이 디어메이트가 맞기를 바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he reCAPTCHA verification period has expired. Please reload the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