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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바디스 한국 AI] “자율주행, 이제는 진짜 돈 벌고 싶다”

바이라인네트워크 기획, <한국 AI의 길을 묻다> 인터뷰 시리즈

“AI 코리아, 어디로 가야 하나”

이재명 정부가 AI를 국정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한국의 AI 산업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기술을 넘어 경제·안보의 전략 자산이 된 AI.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빅테크의 질주, 공급망 재편, 소버린 AI 등으로 빠르게 변화 중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한국 AI 정책, 이대로 충분한가?
진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정치, 산업, 학계, 스타트업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질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시리즈가 ‘AI 강국’ 코리아의 새로운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시리즈 ⑫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CSO
인터뷰 시리즈 ⑪ 한재권 한양대 교수(에이로봇 CTO)
인터뷰 시리즈 ⑩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인터뷰 시리즈 ⑨ 신정환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인터뷰 시리즈 ⑧ 남경필 포니링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⑦ 류정혜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
인터뷰 시리즈 ⑥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
인터뷰 시리즈 ⑤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④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시리즈 ③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인터뷰 시리즈 ②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인터뷰 시리즈 ①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최근에 우리가 일본 상사 기업과 기술공동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일본 회사로 만들 예정이다.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각각 현지 지분이 35%, 51% 씩 되게 법인을 만들었다. 왜 이런 선택을 하느냐고 묻는데, 그래야 그 나라 법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어느 국가든 자율주행은 자국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재 산업이 가는 방향성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의 문제 때문에라도 자국 기업 위주로 가는 게 맞고, 그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본이 적다고 불평하자는 건 아니다. 이런 여건에서 열심히 생존하려는 기업에게 정부가 수요 창출의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다. 수요 창출이 자국 기업 중심으로 가면 좋겠단 이야기다. 그래야 관련 산업이 죽지 않고, 그나마 (글로벌 빅테크를) 추격할 힘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민감한 주제인데, “너네 미국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느냐”고 많이들 묻는다. 사실은 객관적으로 따라잡기는 솔직히 힘들다고 본다. 왜냐하면 미국과 중국은 둘 다 자본력 베이스니까. 그러면, 자본력이 없는 한국은 어떻게 상용화를 하고 살아남을 것이냐. 결국엔 대중교통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방법이다.”

벤처 공시에 따르면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지난해 매출은 약 107억원이다. 어떻게 벌었느냐. 용역 사업이다. 임시운행 허가를 받아 국내 돌아다니는 총 471대의 자율주행차량 중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것이 62대다. 이 차량들이 각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 차량 임시운행을 하며 벌어들인 돈이다.

‘자율주행 기업치고 돈을 꽤 버네?’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직원만 200명 가까이인데, 용역 매출로는 월급 대기도 어렵다. 다시 한번 지난해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영업손실은 매출의 두 배가 넘는다. 국내에선 누적 820억원으로, 자율주행 스타트업 중에선 제일 많은 투자를 받았고 국가 연구개발 사업도 가장 많이 하는 곳인데도 ‘벌어서 먹고살기’는 요원하다. 직원 월급 주고, 연구개발도 해야 하는데 투자금에 매출을 더해봤자, 말 그대로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자율주행 업계의 경쟁구도에선 말 그대로 생존이 가능할까 걱정스러운 잔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최근 계속해 기대할 만한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일단, 내년 3월 ‘레벨4 자율주행차량’ 판매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레벨4를 거칠게 설명하면,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를 말한다. 올해 3월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레벨4 자율주행 차량 판매를 위한 성능인증제도가 만들어졌다. 그 과실을 첫 번째로 따기 위해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내년 3월 판매 승인을 목표로 필요한 인증을 모두 받았다. 기아와 협력, PBV(특수목적기반자동차)의 첫 모델인 PV5를 공급받아 레벨4 자율주행차로 개조하는 이유다.

글로벌 데뷔 무대도 치른다.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의 공식 자율주행차 운영사로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선정됐다. PV5 기반 자율주행차를 포함,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차 로이(ROii) 등 총 10대의 레벨4 자율주행차가 경주 일대를 돌아다닌다. 어쩌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함께 참여할지도 모를, 그 역사적 순간에 말이다.

9월부터는 청계천에서 임시운행을 한다. 복잡한 도심을 누비면서, 자율주행 버스가 도로를 오가는 사람이나 차량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그 데이터를 확보한다. 일본에서는 현지 기업과 합작 회사를 준비 중이고, 싱가포르에선 현지 첫 도심 공공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맡아 하기로 했다. 나라 안팎에서 성장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으나, 그런데도 사실은 아직 ‘생존’을 더 걱정해야 하는 것이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현실이기도 하다.

국내 자율주행 차량 제조사의 대표주자로서,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어떠한 희망과 고민을 갖고 있을까. 이 회사 유민상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첫째, 정부가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를 왜,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다.

자율주행은 말 그대로 빅테크들이 수조원씩 쏟아붓는 자본의 승부처다. 기술을 가진 곳이 언젠가 미래 모빌리티를 가져갈 것이 분명하니까 돈 있는 기업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부어도 아깝지 않다는 듯 자금을 마구 쏟아댄다. 유민상 CSO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중에선 가장 많이 투자를 받았지만 총 금액은 820억원”이라면서 “해외 나가서 우리 누적 투자금을 말하면 ‘0 하나 빠진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도 이런 여건에서 열심히 생존하려는 기업들에게 정부가 수요 창출의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부분은, <쿼바디스 한국 AI> 시리즈에서 지속 다뤘던 소버린 AI의 관점이다. 즉, 자율주행이라는 미래의 핵심 인프라와, 여기에서 파생하는 데이터를 외국 자본과 기술에 맡길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다. 이 인터뷰는 앞서 남경필 포니링크 대표가 “중국이든 어디든 잘하는 곳의 기술을 가져오자”는 주장에 맞물려 성사되기도 했다. 유 CSO는 “데이터의 문제 때문에라도 자국 기업 위주로 가는 게 맞고, 그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자체 개발 레벨4 자율주행 셔틀 ROii(로이)

최근에 오토노머스에이투지에 대한 뉴스가 많다. 오는 10월 열리는 ‘2025 APEC’의 공식 자율주행차 운영사로 선정됐고, 그에 앞서 9월엔 청계천 일대 시범운행도 시작한다

APEC에 투입되는 것도, 청계천 일대 시범운행 선정된 것도 너무 좋다. 그렇지만 일단 부담감도 있다. 연습생 데뷔 무대를 미국으로 가져간 느낌이기도 하다. 모의고사를 여러 번 치르고 수능을 봐야 하는데, 지금은 바로 수능장으로 직행한 기분이다. 최근에 우리 대통령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APEC에 초청하지 않았나(웃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오게 생겼다(웃음)

일론 머스크도 부른다고 하고,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판이 커지고 있다. 좋은 기회다. 정말 좋은 기회인데 잘 소화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주변에 보는 눈도 많으니 더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율주행 업계에선 다소 시기도 받겠다

부담감이 있고, 잘 소화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아주 작은 저수지에 물이 엄청 들어오고 있는 격인데, 이 물을 잘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Part1. 레벨4 자율주행 차량 판매를 위해 먼저 넘어야 할 산

본격 얘기에 앞서, 회사 현황을 잠깐 보자.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내년 3월에 레벨4 자율주행 차량을 판매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하던데

차를 만들었고, 자율주행 차량 판매를 위한 46가지 성능 인증을 모두 받았다. 내년 3월에 판매 승인을 받을 준비가 거의 됐다.

레벨4 자율주행 차량을 제조사가 판매하는 경우는 아직 없지 않나?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에서 자율주행으로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차량의 수가 총 471대고, 그중 62대를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운행하다. 다만, 이들 차량은 말 그대로 ‘임시’ 운행이다. 제조사가 차량을 만들어 판매해 ‘임시’를 떼고 운행하는 경우는 아직 없다.

차량 판매를 위한 법안 마련에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참여했다고 들었다

2022년에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자율주행을 팔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유가, 우리 회사 재무제표를 보면 용역 매출만 있다. 자율주행 용역으로 우리나라에선 제일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데도, 지난해 기준 107억원이다. 올해는 2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고.

그런데 그래봐야 주식 시장에선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제품을 팔 수 없는 회사” “용역 매출만 있는 회사”다. 지금 우리의 기업가치가 3000억원인데, 명백한 성장의 한계가 있는 거다. 그래서 대중교통과 물류 목적으로 레벨4 자율주행 차량을 팔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든 법이 올해 3월 20일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시행됐다. 독일과 일본, 한국이다.

법이 만들어졌을 뿐 아직 어디서도 실제 승인을 받은 곳은 없다

그렇다. 세계 한 군데도 없다. 우리가 내년 3월까지 승인을 받아서 실제 제품 매출을 내는 첫 회사가 되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심지어 레벨3로 판매 승인을 받은 회사가 혼다, 벤츠, BMW로 딱 세 군데인데, 이 중에서 지금까지 판매하고 있는 곳은 벤츠가 유일하다. 혼다는 100대만 생산했고, BMW는 인증을 받았으나 팔지 않는다.

레벨3도 승인을 받은 회사가 생각보다 적다. 안 받은 건가, 못 받은 건가?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같이 법규가 없는 나라에선 (승인 없이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중국은 법규가 있으나 특정 도시에서 다 허용을 한다. 그래서 두 나라가 (자율주행에서) 치고 나간다. 다른 나라들은 법규를 만들어 그에 충족해 가야하기 때문에 아직 시장이 열리지가 않았다.

소프트웨어만 하지, 자율주행 차량을 굳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 돈도 많이 들고, 어려운 길인데

물론, 개조차 방식의 비즈니스가 굉장히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당분간 매출 성장도 개조차로 낼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은 ‘자율주행 차’ 개발을 하고 있다. 아마존이 죽스를 약 1조6000억원(12억달러)에 샀다. 죽스가 2020년에 토스터 모양의 차량을 만들었는데 그 판매 승인이 최근 났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죽스는 차를 팔 수 없는 회사였지만 아마존이 큰 돈을 들여 산 거다.

차량이 운전석이 없는 차는 우리나라에 현재까지 없다. 개조차가 상당 기간 간다고 해도, 언젠가는 운전석이 없는 차로 가야 한다. 그래서, 다른 회사들도 개조차로 번 돈을 가지고 자율주행 차 시대를 준비하는 거다. 우리도 그때를 좀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차량을 만들고 있는 거다.

Part2. 왜 ‘자국’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한가

국내에서 만든 자율주행 차량의 글로벌로 경쟁력이 얼마나 될 거라고 보나

상당하다. 싱가포르는 대구광역시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도시 국가인데 실제 임시운행 허가 자동차가 45대밖에 안 된다. 그중에서도,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차가 공공 도로에 처음 나오는 케이스라, 현지에서도 기대를 하고 있다. 일본도 토요타가 이팔레트를 했지만 지금은 멈춰 있다(2021년 도쿄 패럴림픽 당시 이팔레트와 시각장애인 선수가 충돌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곳에서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본다.

조금 전의 말처럼, 자율주행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책 마련이나, 혹은 자율주행 차 생산 등에 먼저 나서서 생기는 이점은 무엇인가?

결국에는 자율주행 산업이 자국 기업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우리가 일본 상사 기업과 기술공동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일본 회사로 만들 예정이다.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각각 현지 지분이 35%, 51%씩 되게 법인을 만들었다. 왜 이런 선택을 하느냐고 묻는데, 그래야 그 나라 법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어느 국가든 자율주행은 자국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재 산업이 가는 방향성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의 문제 때문에라도 자국 기업 위주로 가는 게 맞고, 그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고, 글로벌 진출도 현지 법인을 만드는 것이 힘들지만 더 가능성을 높이는 거라고 보고 그렇게 하고 있다.

예컨대, 어떤 데이터의 문제인가

도로 위 사람들의 얼굴 정보는 모두 개인정보다. 또, 위치 정보도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때를 보면, 센티미터 단위로 정밀한 지도를 가지고 드론이 타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자율주행 기술 기업을 보면 테슬라를 제외하고 90% 이상이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테슬라가 지도를 쓰지 않고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이유는 GPU 13만5000장을 써서 돌리는 AI가 있어서다. 심지어 구글도 지도를 쓴다.

지도 기반으로 물체를 정밀 제어하는 것은 자율차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악용될 여지가 굉장히 많이 있기 때문에, 결국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산업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 거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안 그래도 마침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자국 산업’에 대한 강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들렸다

다른 나라 기업을 배척하자는 게 아니라, 자국 산업을 키우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물론 미국이나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에게 그만큼의 자금이 투입된다면 그보다 잘할 수 있다. 우리는 신문배달, 우유배달을 하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저 친구는 마당 있는 집에서 과외받으면서 공부하는 격이랄까.

심지어 그 회사들은 적자를 신경 쓰지도 않는다. 웨이모의 적자가 8조원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한국에선 제일 투자를 많이 받았지만, 외국에 나가서 발표하면 사람들이 “혹시 0이 하나 빠진 것 아니냐, 정말 제일 투자를 많이 받은 게 맞느냐”고 되묻는다. 우리가 받은 투자금 820억원은, 보통 외국 자율주행 기업이 시리즈A에서나 받는 금액이다.

적은 자본인데, 물론 그렇다고 불평하자는 건 아니다. 이런 여건에서 열심히 생존하려는 기업들에게 정부가 수요 창출의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다. 수요 창출이 자국 기업 중심으로 가면 좋겠단 이야기다. 그래야 관련 산업이 죽지 않고, 그나마 (글로벌 빅테크를) 추격할 힘이 남아 있을 수 있다.

Part3. 자율주행이 살려면 ‘공공의 문’이 열려야 한다

차량 판매 승인을 목전에 뒀으니, 잘 팔아야 하는 문제를 앞뒀다. 그런데, 이 차는 누가 사나?

현재 만들어진 자율주행 차량을 살 수 있는 주체는 여객운수사업자와 화물운수사업자, 그리고 정부밖에 없다. 우리는 버스가 준공영제라 정부가 차량을 살 수 있는 주체로 법에 넣어 놨다.

그래서 요즘은 법규 마련은 됐으니, 지원 정책 얘기를 많이 하고 다닌다. 현실적으로 정부를 제외한 여객운수사업자나 화물운수사업자는 레벨4 자율주행 차량을 살 생각이 아직 없다. 아직 기술이 완벽하지 않고, 제한된 구간만 다녀야 하는데 비싸기 때문이다.

정부만 고객이라면, 시장 규모가 작지 않나? 얼마 정도라고 보나?

대중교통으로 접근하면 시장이 꽤 크다. 우리는버스 준공영제다. 서울시가 한 해 대중교통 보조금으로 8700억원 정도를 쓴다. 경기도는 이 돈이 1조원 정도 되고, 국가 전체로는 3조원 정도가 들어간다. 그러니까, (자율주행 차량 판매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자율주행을 대중교통으로 접근하면 예산을 충분히 집행할 수 있다.

민감한 주제인데, “너네 미국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느냐”고 많이들 묻는다. 사실은 객관적으로 따라잡기는 솔직히 힘들다고 본다. 왜냐하면 미국과 중국은 둘 다 자본력 베이스니까. 그러면, 자본력이 없는 한국은 어떻게 상용화를 하고 살아남을 것이냐. 결국엔 대중교통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방법이다.

내년에 승인을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최근 회사 발표를 보면 “자신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근거가 무엇인가?

해당 법령을 지난 2022년 5월에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제정 건의를 했다. 그리고 이후 2년 동안 재정 작업에 계속 참여한 유일한 제조사이기도 하다. 산업부에서 규제 영향성 평가를 하는데, 거기서 피규제기관(규제를 받는 기관)도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유일한 회사다. 다시 말해, 우리가 건의 했고 입법 과정에 계속 참여해 왔기 때문에 “우리는 준비가 다 됐다”라고 보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은 비싼 것은 문제가 안 되나

버스 하나 가격이 5억원 정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버스를 타면서 “아, 내가 5억원짜리 차를 탄다”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수소버스 보급 사업 때 차량이 한 대에 7억~8억원 했다. 그래도 다 수용했다. 자율주행 차량이 한 대 몇억 원씩 한다고 해도 대중교통으로 편입해 들어가면 가격 수용성이 굉장히 높아질 수 있다.

자율주행 차량을 어느 노선에 얼마나 투입될 수 있으리라 보나

일단,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임시운행하고 있는 구간을 살펴보면 서울시, 안양시, 경상남도 하동군 같은 데서 반응이 좋다. 서울에선 새벽 3시 30분부터 7시까지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하는데, 매일 만석이다. 처음에는 누가 이 새벽에 버스를 탈까 했는데, 우리 삶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경비원 분들, 환경 미화원 분들이 거의 매일 탄다. 그래서 만석이다.

하동군 같은 경우에는 버스가 거의 없다. 여기선 자율주행 기술이 완벽하지 않아도, 버스가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지역이다. 안양도 ‘주야로’라는 버스를 운영하는데, 주간에는 버스 노선이 잘 없는 안양 스타디움 근처를 운행하고 야간인 자정부터 새벽 3시까지는 인덕원에서 도심지까지 운행한다. 대중교통을 운행 안 하는 시간이라, 수요가 충분히 있다. 충분히 사회적 수용성에 대한 합의를 가져가면서 창출할 수 있는 수요군이 굉장히 많다는 근거다

이런 구간은 지금 임시운행이니까 무상인가?

유상운수 한정 면허를 받으면 요금을 받을 수 있다. 세종시 같은 경우에는 요금을 받고 있고, 서울시는 복지로 들어가기 때문에 안 받는다. 하동 같은 경우는 요금이 있긴 한데 100원이라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유상운수를 해도 지금은 큰 의미가 없는 게, 세종시를 가장 오래 했는데 일반 티머니 교통카드를 이용한다. 연간 수익이 6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3년 전에 인터뷰 했을 땐 100만원이라고 하지 않았나, 매출이 많이 늘었다(웃음)

그렇다(웃음). 다만, 그만큼의 적자를 나라에서 메워 준다. 국민의 이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다. 대중교통을 보조하는데 정부 예산이 전체 3조원 정도 되니까 가능하다.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해야 (자율주행이) 대중화될 수 있다.

그런데, 아직은 모든 임시운행 차량에 사람이 타야 한다. 언제쯤 사람을 보조석에 태우지 않고 운행이 가능한가

연말까지 무인 주행 요건을 정부에서 만들 예정이다. 무인 주행을 위한 안전 대책을 자발적으로 강구할 것이 아니라, ‘이러이러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정책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부가 가고 있다. 내년에는 원격 주행에 대한 법안이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도 7월에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택시 운행을 시작했는데, 역시 원격 주행을 위한 대기 인력이 있다. 자율차가 완벽하진 않기 때문에 만약의 상황에서 제어하기 위한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원격 주행이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내년에 이게 개정이 되고, 올해 무인 주행과 관련한 규정이 마련이 되면 사람 없는 자율주행의 길이 또 열리는 거다.

어떤 안전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나

예를 들어서 무인 주행을 하려면, 유인 주행으로 1만5000km 이상을 주행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또,감속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고, 긴급 상황에서 어떻게 멈출지에 대한 ‘비상 운행 요건’에 대한 것들도 규정이 명확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앞서 다른 인터뷰에서, 통신사나 혹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제조사가 스타트업과 협업하지 않아 힘들다는 지적이 있었다. 의견에 동의하나?

일단은 우리 고향이 현대기아차이지 않나(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현대차 출신들이 모여 창업했다). 그래서, 현대기아와 협업할 수 있는 판을 깔고 있고, 그 시작이 PBV(특수목적기반자동차)다. 기아 화성 4공장에서 PBV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가 하고 싶은 것이 파운드리(생산)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 팹리스(설계)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아서 협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시작 단계라서 앞으로 그런 판들이 더 많이 깔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왜 위탁생산을 하나? 그리고 어느 정도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나?

우리도 처음에는 공장을 지으려 했는데, 너무 많은 투자비가 들어가는 영역이라 위탁 생산을 결정했다. 올해는 스무대 생산을 했다. 차량 생산을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라 셀 방식(소규모 맞춤형 생산)으로 하기 때문에 셀을 추가로 지어서 내년에는 50대, 2027년에는 100대까지 생산을 할 예정이다. 이 정도 수요는 시장에서 모두 소화가 가능할 거라고 본다.

Part4. 자율주행 시장 경쟁력을 위해 정부가 봐야 할 일

우리가 3년 전에 인터뷰했더라. 그때 “이용자들의 자율주행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에 대해서도 얘기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해소가 되었다고 보나?

수요가 있는 곳은 자율주행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다. 버스가 다닌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버스 운전기사 중 65세 이상이 18.9%다. 계속해 늘고 있고 지방으로 가면 더 심하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서다. 자율주행이 완벽하진 않다고 말하는 것이 표현이 좀 애매한데, 초보 운전자도 운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 자율주행 심야 버스가 매일 만석이듯, 필요한 곳에서 쓰면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가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사고가 난다면, 그 책임은 지금 어떻게 정리가 되고 있나

레벨 4 이상은 100% 제조사 책임이다. 물론, 제조사들이 다 동의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사고 책임이 아니라 보험이 없다는 거다.

보험이 없다면 제조사의 부담이 크겠다

그렇다. 레벨4 성능인증을 팔아서 차량을 팔아야 하는데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없다. 자율주행 차량을 만드는 곳도 없고, 또 우리가 만들어도 생산 대수가 적으니 보험사에서도 “수요가 없으니 만들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레벨3의 경우엔 보험 특약을 현대자동차 그룹이 임시운행 허가를 받을 때 만들어진 것이 있다. 그런데 레벨4는 현대자동차도 하지 않으니, 더더욱 보험이 만들어지는 게 어렵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국토부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량을 구매하고, 보험을 만들도록 하는 것 외에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단계별로 갔을 때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지금 되게 많은 스타트업이 어렵다. 이분들이 소프트 랜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계속해서 지원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레벨 4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어떤 회사들이 더 필요한가

제일 중요한 건 자동차를 생산할 OEM 업체다. 차량을 생산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우리도 직접 생산을 검토했으나 공장을 짓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운수사업자도 필요하다. 자율주행이기 때문에 (지도) 데이터가 수집이 되는데, 현재는 (제조사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수집한 데이터를 저장해 국토부에 반기 단위로 보고한다. 이거를 운수사업자들이 해야 한다. 아직 운수사업자들이 해본 적 없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요즘엔 조금씩 전문 운수운행업체들이 생기고는 있다.

또 다른 주체는?

통신 업체들도 움직여야 한다. 결국엔 무인 주행이 돼야 국민이 자율주행이 상용화됐다고 볼 것 아닌가. 무인 주행 요건을 다 갖추고 원격 주행이 될 때는 통신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 다 5G를 기반으로 하는데,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 데이터 속도가 느려지듯이 차질이 생기면 큰일 아닌가. 그래서, 전용망 할당이나 전용 요금이 필요하다. 물론, 아직 수요가 적어 통신사도 적극적이긴 어려운데, 그런 논의가 필요하다.

검사소도 마찬가지다. 영업용 자동차는 원래 2년 단위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자율주행 차량은 검사소에서 검사 할 방법이 없다. 어떻게 검사해야 할지, 그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자동차 생태계에 들어갈 수 있는 관련 업체가 함께 성장해야 하는데 그 수요가 많지 않다. 그래서 아직은 개별 업체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다만, 급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아직 판매를 위한 인증을 받기 전이고, 제품을 파는 데도 시간이 들 터다. 그래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준비를 단계별로 하면서, 그전까지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생존이라는 부분에서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줬으면 하나

우리나라가 전기차 보조금을 연간 2조원 정도 쓰고 있다. 또, 전기차를 공공기관이 의무구매 하는 제도가 있어서, 공공기관은 지금 100% 전기차만 사야 한다. 전기차도 정부가 수요 창출을 해줬기 때문에 60만대 시장까지 왔을 수 있다.

다만, 자율주행 차에 예산을 할당하는 것은 지금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안다. 전기차 보조금도 5년 이상 걸려 만들어진 거고, 환경 보호’라는 사회적 합의도 이뤄졌다. 자율주행은 그런 부분이 아직 약하다.

자율주행은 ‘고령화를 위한 솔루션’이고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 합의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릴 텐데, 사회적 합의가 나오기까지 (기업이) 버티기가 힘들 수 있다. 그래서 자율주행차가 전기차 보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도 중요한 수요처다. 현실적으로, 지방혁신 도시들이 모두 떨어져 있지 않나. 국가가 소유한 과학관과 박물관도 많고. 도시 간이나 건물 간 셔틀에 자율주행을 충분히 쓸 수 있다. 실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수요 창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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