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로보택시 글로벌 톱 5, 누가 앞서가나
우리로서는 아쉽게도, 로보택시 기술 경쟁은 미국과 중국의 2파전으로 요약된다. 미국 시장에서는 구글 웨이모가 기술 성숙도와 운영 경험을 무기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라는 뛰어난 셀링 포인트를 갖고 빠르게 로보택시 부문의 인지도를 가져가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기술 방식의 다름이나 ‘이것을 로보택시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까지 가져와, 말 그대로 자율주행계의 연예인이자 이단아가 됐다. 중국은 정부의 지원 아래 압도적 규모의 투자와 비용 효율성을 바탕으로 바이두, 포니닷에이아이, 위라이드라는 걸출한 경쟁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이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잇달아 거머쥐고 있는데, 특히 바이두는 운행 횟수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달성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물론, 국내 자율주행 기업들도 부단히 노력 중이다.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나름의 경쟁력을 갖고 기술을 개발 중이며, 부단히 시범 운행에 나서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기업들의 현황은 다음 편에 정리하기로 하고, 우선은 글로벌 톱5의 현황부터 살펴본다.
“명실상부 선두주자” 웨이모
로보택시 얘기를 할 때 첫 손에 꼽는 곳이 구글(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다. 명실상부 선두주자로, 발걸음이 재다. 지난 16일과 17일 잇달아 새소식을 내놓았다. 하나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로보택시 상업 운영을 위한 시범서비스의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버와 비슷한 승차 공유 서비스인) 리프트와 손잡고 완전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를 내슈빌에서 실시한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선 우선 직원을 대상으로 안전요원을 태워 시험운행 하고 단계를 밟아 공항 내 상업용 로보택시까지 나아간다. 웨이모는 새너제이 국제공항에서도 시험 운행을 확보한 상태다. 내슈빌의 일반 시민은 내년에 웨이모 로보택시를 탈 수 있다. 처음엔 웨이모 앱을 통해 자율주행 차를 호출 할 수 있으나, 점차 리프트 앱에서 웨이모의 자율주행 차량을 부를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장한다.
새 소식이 전하는 바는 명확하다. 로보택시를 (미국) 시민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웨이모는 그만큼의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상업 운영 경쟁력에 한 발 앞선다. 현재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오스틴 등 5개 주요 도시에서 완전 무인 상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 5월 기준 누적 1000만 건의 유료 로보택시 운행 기록을 달성했고, 7월에는 운전자 없이 1억마일(약 1억6000만킬로미터)을 주행했다. 현재 운행 중인 자율주행 차량이 1500대이며, 내년에 2000대를 더 늘릴 계획을 가졌다. 내년에는 댈러스, 마이애미, 워싱턴 D.C.로 상용화 확장을 계획하고 있고, 미국 외 지역으로는 일본 도쿄에서 첫 국제 시범 주행을 진행했다.
문제는 역시 수익성이다. 웨이모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배차 시스템까지 관련된 모든 시스템을 직접 만들고 통제하는 ‘폐쇄형 생태계’를 추구한다. 품질관리에 좋으나, 그만큼 돈이 많이 든다. 구글이니까 할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한데, 이를 통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기술적 우위와 안전성을 먼저 입증”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경쟁사인 크루즈가 몰락하면서 경쟁사였던 크루즈의 몰락으로 반사이익을 얻었으나, 이제는 상당한 수준의 운영 비용을 관리하면서 ‘안전성 확보에 따른 규제와 폭증하는 수요’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숙제를 가졌다.
“물량이 최고” 바이두 아폴로 고(Apollo Go)
운행 횟수 기준으로 세계 최대 로보택시 사업자다. 2025년 8월까지 누적 1400만 회 이상의 운행을 완료했고, 올 2분기에만 220만회의 완전 무인 서비스를 했다. 연간 성장률이 148%에 달할 만큼 빨리 성장 중이다. 우한, 베이징 등 중국 내 10개 이상의 도시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홍콩과 중동(두바이, 아부다비), 유럽 등으로 국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에 리프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내년부터 유럽 내 상업 서비스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강점은 물론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과 대규모 데이터 확보다.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세상 거의 대부분 자율주행 기업이 지도와 운행 데이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영역에서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다. 중국 내 다양한 도시에서의 운행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방대한 파트너 생태계를 갖춘 오픈소스 아폴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해 자율주행의 핵심인 연산 능력에서도 경쟁력이 크다. 참고로, 바이두는 웨이모와 유사한 다중 센서 퓨전 방식을 사용하는데, 6세대 차량인 RT6는 8개의 라이다와 12개의 카메라를 포함한 38개의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수많은 자율주행 차량을 직접 관리하지만, 글로벌로는 자신들은 기술만 제공하고 파트너사에 차량의 관리와 운행을 맡기는 ‘자산 경량화’ 모델을 추구한다. 중국 외 지역에서 현지화와 규제 대응에 효율적인 방안이다. 숙제는 “바이두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중국 충칭에서 아폴로 고 차량이 지하 배관 공사 현장의 구덩이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또다른 다크호스” 포니닷에이아이
국내 포니링크와 협업하는 중국 자율주행 사업자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대 1선 도시 모두에서 상용 허가를 획득했고, 중동에서 우버와 파트너십을 맺고 로보택시 서비스를 준비 중이기도 하다. 올 연말까지 1000대 차량 플릿(대량의 차량 집합, 또는 운영 체계) 구축을 목표로, 공격적 확장을 하고 있다. 2024년 11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토요타(Toyota), GAC와 같은 자동차 제조사나 텐센트(Tencent) 같은 기술 대기업과의 통합을 중요시 한다.
올해 7세대 모델을 발표했는데, 100% 자동차 등급(automotive-grade)을 위한 부품을 사용했고, 부품비를 절감(70%)해 상업화와 양산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받았다. 9개의 라이다, 14개의 카메라, 4개의 레이더 등 센서 조합을 통해 더 먼 거리를 탐지하고 사각지대나 야간 등 운전 악조건 환경에 대응력을 높였다. 또, 여러 차량 모델에 적용 가능하도록 플랫폼 유연성을 높인 것도 지역이나 제조사의 선택 폭을 넓히는 조건이 됐다.
다만, 중국 시장 안에서 경쟁자가 많다는 것이 이 회사가 직면한 이슈 중 하나다. 에컨대 바이두와 포니닷에이아이는 치열하게 존재감을 다투고 있다. 안전성도 풀어야 하는 문제다. 2022년 5월ㅇ네 캘리포니아 교통국(DMV)이 포니닷에이아이가 안전 요원의 운전 기록을 제대로 모니터링 하지 않았다며 자율주행차 테스트 허가 면허를 취소했다. 데이터 조작 의혹을 받은 것이다. 지난 5월엔 차량 화재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 첫 상장 로보택시” 위라이드
포니닷에이아이 이전에 위라이드가 있었다. ‘세계 첫 자율주행 상장사’의타이틀을 위라이드가 가져갔는데 포니닷에이아이보다 한 달 먼저(2024년 10월) 미국 나스닥에서 기업공개를 했다. 역시 중국 회사지만,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이다. 현재 중국, 싱가포르,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벨기에, 미국 등 6개국에서 자율주행 기술 허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 국가의 여러 도시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보택시, 로보버스, 로보밴 등 다양한 차종과 레벨 2에서 레벨 4까지의 자율주행 수준에 모두 적용 가능한 다목적 ‘위라이드 원(WeRide One)’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술을 구축했다. 글로벌 확장을 위해 파트너십 모델에 집중한다. 특히 우버가 플릿 운영을 책임지는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유럽 등 15개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확장하고 있다. 이 전략을 통해 위라이드는 우버의 방대한 시장 접근성을 활용하면서도, 자신들은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시간과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상장 기업으로서, 차량 단위 경제성을 넘어 기업 전체 수준의 수익성을 향한 명확한 경로를 입증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우버와 같은 파트너에 대한 의존도가 커, 위라이드의 성공이 타사의 전략적 우선순위와 실행 능력에 좌우될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한다.
“’비전’ 한 길만 판다” 테슬라
테슬라는 테슬라다. 지난 6월에 텍사스 오스틴에서 안전 요원을 태운 상태로 소규모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웨이모를 비롯, 다른 경쟁자에 비하면 이제야 한 발 뗀 수준이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올해 말까지 미국 인구 절반이 로보택시 서비스를 경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포부는 포부일 뿐, 지금까지 ‘완전 자율주행’을 위한 규제 승인을 받지 못해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은 독보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 다른 회사들이 카메라와 함께 라이다, 레이더 등의 센서를 복합적으로 쓰고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반해, 테슬라는 오로지 ‘카메라’ 기반의 ‘테슬라 비전’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 두 가지가 핵심인데, 하나는 사람이 눈으로만 보고 운전하듯, 자율주행차도 완벽히 ‘시각(비전)’만 있으면 운전할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는, AI다. 그간 테슬라가 판매한 수백만 대의 차량 플릿을 통해 확보한 방대한 실제 주행 데이터로 신경망 훈련을 시켜 운전 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전략은,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경제성과 상용화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게다가, 테슬라에 로보택시는 다른 회사처럼 ‘여기에만 사활을 건’ 그런 류의 비즈니스가 아니다.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AI-로봇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야심찬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로보택시 네트워크는 테슬라 소유주가 자신의 차량을 플릿에 추가해 수익을 창출하는 공유 모델로 구상되고 있다.
다만, 테슬라의 로보택시가 ‘진짜’ 로보택시냐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로보택시의 일반적인 정의는 “사람 운전자가 없는 상태(자율주행 Level 4 이상)에서 승객을 유상으로 태우고, 플릿(fleet) 형태로 운영되는 무인 택시 서비스”를 말한다. 웨이모나 바이두가 특정 도시에서 완전 무인 택시 서비스를 운영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여전히 안전 요원, 혹은 원격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테슬라를 두고 “완전 자율주행(Level 4)이라기보다 아직은 고도화된 Level 2 혹은 3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또, 오스틴에서 테슬라의 로보택시가 주차장 출구를 찾지 못해 빙빙 돌거나, 잘못된 차선에 진입하는 등의 문제를 보여 안전성 개선 이슈에 부딪히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