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마켓-알리익스레스 기업 결합 조건부 승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신세계와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합작사 그랜드오푸스홀딩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는 합작사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산하의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 공유를 차단하는 조건을 걸었다.

공정위의 승인에 따라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그랜드오푸스홀딩 자회사로 편입된다. 단,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두 플랫폼은 별도 운영된다.

또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는 합작사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조직 구성 등 사업 계획 수립을 위한 실무 작업을 시작했다. 연내로 지마켓 셀러의 상품을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 내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지마켓 셀러의 상품이 알리익스프레스 내 입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정위 “알리익스프레스-지마켓 결합시 직구 시장 내 경쟁 제한 우려 높아”

공정위는 18일 신세계와 알리바바 그룹의 합작사 ‘그랜드오푸스홀딩’ 관련 기업결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2월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신세계는 합작사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이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5대5로 출자하며,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지분 100%를 보유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자회사 아폴로코리아가 3조400억원의 지마켓 주식 100%를 현물출자해, 알리익스프레스 인터내셔널 B.V.가 보유한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주식 50%를 취득하는 건에 대해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청했다.

애초 상반기 내 승인을 받아 출범할 계획이었으나, 심사 과정에서 그랜드오푸스홀딩을 해외직구 포함 오픈마켓으로 볼지, 아니면 해외직구로 볼 지에 따른 시장 획정 문제로 절차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한 회사로 합쳐짐에 따라,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풀필먼트, 온라인쇼핑, 간편결제 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보면, 공정위는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 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사 점유율이 41%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 내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 내 알리익스프레스의 시장점유율은 37.1%로 1위 사업자이고, 지마켓은 점유율 3.9%의 4위 사업자다. 

공정위는 향후 시장 내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입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봤다. 공정위는 최근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 내 중국발 상품 비중이 점차 커지고 경쟁사 대비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사업 확장이 적극적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중국발 해외직구 중 알리바바의 존재감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중국발 해외직구 금액은 2022년 약 2조1000억원으로 전체 해외 직구 시장 내 35%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약 4조7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중국발 해외직구에서 알리바바의 비중 또한 2022년 약 2조3000억원(71%)에서 2024년 2조9000억원(62%)로 늘어났다.

반면 공정위는 해외직구를 제외한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다. 공정위는 “해외직구를 제외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의 점유율이 0.3%에 불과해 기업결합 전후 시장 점유율 변화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데이터 결합으로 경쟁제한 우려 있어”


특히 공정위는 두 플랫폼 간 기업결합에 따라 데이터 결합이 이뤄질 경우, 경쟁 제한 우려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연구 정책보고서’를 발간해, 이커머스 쇼핑 분야의 시장 현황과 사업구조 및 특징을 분석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공정위는 ‘고객 데이터’에 주목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공정위는 “이커머스 기업은 다량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통해 개인화된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상품 수요 예측, 재고관리, 물류효율화, 소매가격 책정 등에 다양한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마켓 또한 상당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다. 공정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2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해 오면 서 확보한 5000만 명이 넘는 회원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소비자의 소비성향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 집단의 소비패턴과 관련한 데이터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해서는 “전 세계 200여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별 상품별로 모든 국가의 구매 건수 및 평점을 누적·공유하여 노출시키는 등 소비자 선호와 관련된 데이터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가 속한 알리바바 그룹은 전 세계 최상위 수준의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데이터 분석·활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결합에 따라 이 둘이 통합될 경우, 온라인 해외 직구 시장 내 쏠림현상과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 기업결합은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경쟁사업자들에 비해 이미 상당한 격차로 높은 네트워크 효과를 향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마켓이 보유 한 풍부한 국내 소비자 데이터와  알리익스프레스의 전 세계 소비자 선호 관련 데이터베이스 및 수준 높은 데이터 분석 기술이 상호 보완적으로 통합되어 소비자 데이터가 양적, 질적으로 확대·강화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은 ‘이용자 데이터 축적 → 맞춤형 광고 및 서비스 품질 향상 → 이용자 유입 증가’로 이어지는 피드백 순환구조가 작동하는 시장인 바, 이 사건 기업결합으로 인해 플랫폼 특유의 네트워크 효과(이용자 수 증가 → 판매자 유입 → 이용자 수 더욱 증가)가 맞물려 지마켓-알리 합작회사 플랫폼(G마켓, AliExpress 등)으로의 쏠림현상이 배가되고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었다.

공정위 보도자료 중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중 설명 이미지

이에 따라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는 플랫폼을 별도 운영하는 동시에 데이터 또한 분리해 관리한다.

또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소비자 데이터 상호 사용이 금지된다. 단, 공정위는 해외직구 외 온라인 쇼핑 시장 관련 데이터 공유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국내 소비자 데이터 상호 이용에 대한 실질적인 선택권을 부여한다”고 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마켓과 알리바바의 시스템은 분리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가는 G마켓 셀러


이날 신세계와 알리바바는 “한국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해 우수한 ‘한국 상품’의 해외 판매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양사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는 상품 선택의 폭을 크게 늘려주고 첨단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먼저 양사는 JV 조직 구성과 이사회 개최, 사업 계획 수립 등을 위한 실무 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그랜드오푸스홀딩 등기에 따르면, 회사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는 전부 알리익스프레스 측 인사다. 대표이사로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대표이사인 휴이왓신신디, 사내이사로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또 다른 대표인 레이장(지항루이)과 알리바바 측 인사인 다이잉이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그룹 측은 “알리바바 측 인사를 임시로 등기이사로 한 상황으로, 향후 이사진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랜드오푸스홀딩으로 편입되는 지마켓은 알리바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셀러의 해외 진출이 가능토록 한다. 현재 지마켓 입점셀러는 60만곳, 판매 상품 수는 2000만개다.

지마켓 셀러는 알리바바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해,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 나라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해당 국가들은 K팝과 한국 상품에 대한 인기와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또 신세계와 알리바바는 동남아에 이어 유럽, 남아시아, 남미, 미국 등 알리바바가 진출해 있는 200여 개 국가 및 지역 시장으로 판로는 점차 확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지마켓 셀러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전문관인 ‘K-Venue(케이베뉴)’ 채널에도 입점한다. 신세계그룹 측은 셀러들이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하면 판매채널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 고객 상품 선택 폭이 넓어진다고 강조했다. 케이베뉴의 올해 7월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290% 성장했다.

다만 지마켓 상품이 알리익스프레스 내 판매되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간 카니발리제이션이 일어나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지마켓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8월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920만명, 지마켓은 약 668만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기잠식이 일어날 수 있어, 지마켓이 이미 힘든 상황에서 한 층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그랜드오푸스홀딩 자회사로 편입됨에 따라, 지마켓은 이마트의 지분법상 자회사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부터 지마켓의 손익은 이마트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아닌, 영업외손익의 지분법손익에 포함된다.

.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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