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카카오는 왜 그랬을까?
지난 23일 진행된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폭발적이다. “메신저 본연의 기능을 흐렸다”, “인스타그램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 속에 앱 마켓에는 별점 ‘1점 리뷰’가 빗발치고 있으며, 카카오는 결국 일부 기능을 수정하기도 했다.
UX(사용자경험) 그룹 피엑스디가 사용자 분석 인사이트 도구인 <어피니티 버블>로 카카오톡 업데이트 당일인 지난 23일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 달린 카카오톡 리뷰 1천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업데이트가 사용자 경험 저하에 대한 부정적 내용이었다고 한다.
가장 큰 불만은 친구 탭의 변화다. 기존에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보여주던 이 탭은 업데이트 후 인스타그램 피드처럼 바뀌었다. 직장 상사나 거래처 직원 등 친밀하지 않은 사람의 사적인 사진을 보게 되어서 당황스럽다는 목소리가 많다. 오픈채팅 탭에 숏폼 콘텐츠가 등장한 것도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자들의 불만은 ‘카카오톡’이라는 툴에 대한 관점 차이에서 나온다.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을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이해한다.
문제는 이용자의 이해와 카카오의 비즈니스 전략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소셜미디어 및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려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카카오의 사업 전략이 낳은 필연적인 충돌이다.
탐색형 플랫폼으로 전환
인스턴트 메신저는 근본적으로 목적형 도구다. 친구나 지인에게 연락하고자 할 때 카카오톡 앱을 켜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목적형 도구는 이용자가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 목적형 앱은 필요할 때만 앱을 열고 목적을 달성하면 앱을 닫는다. 카톡을 보내거나 볼 때만 앱을 열고, 대화가 끝나면 곧바로 앱을 끄는 경우가 많다.
목적형 앱은 확실한 쓸모가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 앱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 광고를 노출하고 수익을 얻기 어렵다. 때문에 목적형 앱은 슬랙 메신저처럼 유료화 하거나 은행 앱처럼 앱 자체로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래도 카카오톡은 꽤 수익모델을 잘 만들어왔다. 카카오톡 대화목록 상단 등에 보여지는 ‘비즈보드’라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일으켜왔다. 비즈보드는 카카오 성장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비즈보드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잠깐씩만 머무르는 이용자들에게 광고를 많이 보여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에 더 많이 머물러야 광고를 더 많이, 더 자주 노출할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서 이용자들이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고 머무르기를 원했다. 목적형 앱인 인스턴드 메신저를 넘어 ‘탐색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자 했다.
첫번째 탭으로 넘어온 실험
탐색형 플랫폼으로의 진화 전략은 이번에 처음 시도된 것이 아니다. 카카오는 오래 전부터 유사한 실험을 계속해왔다.
다른 점이있다면 지금까지는 주로 세번째 탭에서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세번째 탭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변화가 있었다. 뉴스, 카카오 뷰, 카카오 채널 등이 세번째 탭에서 서비스 됐었다. 대체로 콘텐츠 서비스들로 이용자들을 세번째 탭에 오랫동안 머무르도록 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모두 실패했다. 이용자들은 대부분 친구 탭(첫번째 탭)이나 대화방 탭(두번째 탭)에만 방문할 뿐 세번째 탭까지 눈길을 주지 않았다. 카카오는 세번째 탭을 여러차례 개편했지만, 이용자들은 개편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결국 세번째 탭을 통한 ‘미디어(콘텐츠) 플랫폼화’는 실패했다. 카카오는 지난 2023년부터 세번째 탭을 오픈채팅 전용으로 만들었다. 콘텐츠가 아닌 커뮤니티로 체류시간 증가를 유도한 것이다.
이는 꽤 성공적이었다. 메시지는 ‘알림’이 울리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세번째 탭에 방문을 했고,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내의 콘텐츠를 소비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소셜미디어로의 진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업데이트는 첫번째 탭에서 새로운 실험을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SNS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이용한 미디어 서비스다. 그런 점에서 친구 탭을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이토록 반발하는 것은 ‘카카오톡 친구’와 ‘SNS 친구’는 다른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내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등록돼 있으면 대부분 카카오톡 친구가 된다. 친구나 지인뿐 아니라 직장상사나 거래처 직원, 심지어 싫어하는 사람이나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카카오톡 친구일 때가 많다. 그런 사람이 가족과 함께 활짝 웃는 사진이나 멋진 여행 사진을 보고 싶을까?
물론 이번 업데이트로 당장 카카오톡을 지워버리거나 이용을 멈추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플랫폼의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는 친구 탭 마음에 안 든다고 카카오톡을 삭제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아직 부정적 반응이 많지만 점점 익숙해져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잠잠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트워크 효과가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은 아니다. 카카오톡이 무너뜨린 네이트온 메신저는, 이용자가 싫다는 기능을 수익성을 이유로 계속 고집하다가 무너졌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