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온투업에서 ‘AI 금융기업’으로의 진화를 모색하는 어니스트AI
어니스트펀드는 지난해 6월 사명을 어니스트에이아이(어니스트AI)로 변경했다. 회사명에서 ‘펀드’를 떼고 ‘AI’를 새로 붙였다. ‘온라인 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에서 기술 기반 금융회사로 정체성을 진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작명이다. 실제로 어니스트AI는 최근 범용인공지능(AGI)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정체성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어니스트AI는 첫번째 가시적 성과로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주관하는 ‘2025년도 인간지향적 차세대 도전형 AI 기술개발 사업’의 주관 연구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 핵심 연구 분야는 ‘동적 인과추론 기반 AGI 원천기술 개발’이다.
어니스트AI의 신윤제 AI연구소장 겸 최고데이터책임자(CDO)가 총괄을 맡고, 연구원 6명이 참여한다. 신 CDO는 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나이스평가정보를 거쳐 어니스트AI에 합류했으며, 현재 회사의 AI 연구개발(R&D)과 솔루션 개발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포항공과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추진하며, 각각 4명의 연구진이 참여한다.
현재 어니스트AI의 수익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금융사의 대출 업무를 지원하는 AI 엔진 렌딩 인텔리전스다. 둘째, 이를 실제 대출 시장에 적용한 플랫폼 어니스트펀드로, 금융기관에는 상품 기획·심사·관리를, 비금융기관에는 안정적 대출 운영과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두 서비스 모두 ‘예측형 AI’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측형 AI란 사람이나 상황을 수치와 데이터로 분석해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AI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개인의 신용 등급을 ‘좋다 혹은 나쁘다’로 구분하거나, 소득을 예측하는 모델이 이에 해당한다.
신 CDO를 만나 어니스트AI가 보유한 기술과 향후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적 인과추론 AGI 기술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예측형 AI 모델은 한 번 잘 만든다고 해서 영구적으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환경이 바뀌면, 모델 자체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기대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금융 모델은 기본적으로 ‘한 번 구축하면 끝’이 아니라, 변화하는 데이터와 트렌드에 맞춰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
가령 신용평가 모델을 만든다고 했을 때, 정부 정책 변화나 신용 사면 제도 도입 같은 외부 요인이 발생하면 과거 데이터와 현재 데이터의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신용 사면 이후에는 특정 시점부터 연체 기록이 일괄적으로 사라질 수 있는데, 과거 연체 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모델은 더 이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금융 AI 모델이 지향해야 할 방향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기존 AI는 인과관계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왔을 때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AI에서 AGI로 가는 길에는 여러 기술이 필요하며, 그중 하나가 동적 인과추론 기반 기술이다.
핵심은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라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가령 금리가 오르면 코스피가 떨어지고, 반대로 코스피가 오르면 금리를 낮춰야 하는 등 복잡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이 기술은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데이터 속에서 동적으로 변하는 인과관계를 분석하고,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와 같은 복합적 추론도 가능하게 한다.
기술 개발로 얻고자 하는 것은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어니스트AI는 신용평가 모델의 정확성과 변별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보다 더 정확하게 우수한 고객에게 적절한 대출을 제공하고,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가령 이상금융거래 탐지(FDS)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명의를 도용한 대출이나 작업장 형태로 관리되는 대출 등에서도 인과관계가 존재하며, 이 기술을 통해 이 같은 패턴을 포착할 수 있다.
한 번 개발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패턴은 시기에 따라 계속 바뀐다. 인과관계를 지속적으로 찾아야 하기에 이를 ‘동적 인과관계’라고 부른다. 기술이 어느 정도 개발되면 개념 증명(PoC)도 진행할 계획인데 최소 2~3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과 추론은 매우 어려운 영역이어서 3~4년이 지나도 완전히 구현되기는 힘들 것 같지만 중간중간 마일스톤(중간 목표)을 설정해 성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스타트업이 연구개발에 긴 시간을 투자한다는 건
스타트업 업계에서 최소 2년 이상 연구개발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를 통해 AI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하고, 경쟁사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과거에는 금융사처럼 다양한 금융 상품을 취급했지만, 현재는 기존 라인업을 거의 정리하고 신규 상품은 취급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같은 상품은 기술력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 투입을 필요로 한다.
대규모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 심사와 통계 분석이 가능한 개인 신용대출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초기에는 기술이 부족했지만 지난 3~4년간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번 연구를 통해 다른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벌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
금융 분야에서 AI 기술이란
현재 금융권의 평가 모델은 여전히 업무 단위별로 파편화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 가령 고객 마케팅, 신용평가, 자금세탁방지(AML) 등 여러 모델이 각각 따로 존재하며,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금융이 규제 산업이라는 특성까지 더해져, 변화나 경기 충격에 맞춰 모델을 수정하고 보완하려면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그렇기에 금융권의 AI 활용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업무별로 흩어진 모델을 각각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AGI가 여러 기능을 흡수하고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관리 비용과 운영 복잡성이 줄고, 외부 충격에 대한 적응력도 높아질 수 있다.
또한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할 때 기술 전환은 단순한 효율화에 머물지 않는다. 포용적 금융이라는 관점에서, ‘신용이 낮다’는 이유로 무조건 배제하는 대신 더 정교하게 평가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가령 대출이 왜 승인되지 않았는지 등을 명확히 제시하고, 재심사 가능한 절차를 마련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AGI 연구와 어니스트AI의 미래는
어니스트AI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핵심 영역은 금융 AI이다. 다만 AGI 연구가 반드시 금융 분야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으며, 여러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어니스트AI가 금융 외의 영역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동적 인과 추론 기술은 매우 범용적이다. 이 기술을 우선적으로 금융 영역에 적용하고 있는 것은, 어니스트AI가 금융 기업이라는 배경과 보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선택이다. 그러나 기술 자체는 금융 분야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AI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어니스트AI는 수직적·수평적 확장 전략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수직적으로는 현재 금융권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AI 기업과 차별화되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금융 산업은 규제가 많고 복잡해 단순히 AI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지만, 이러한 특성이 오히려 어니스트AI의 경쟁력이 된다.
다만 금융 분야에만 집중할 경우 전체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내년과 내후년 사업 계획을 세울 때 다른 분야로의 확장은 의미 있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으며, 장기적인 성장과 기술 적용 범위 확대와 연결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