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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바디스 한국 AI] 노정석 “1명이 만든 AI 기업도 유니콘이 될 수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기획, <한국 AI의 길을 묻다> 인터뷰 시리즈

“AI 코리아, 어디로 가야 하나”

이재명 정부가 AI를 국정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한국의 AI 산업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기술을 넘어 경제·안보의 전략 자산이 된 AI.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빅테크의 질주, 공급망 재편, 소버린 AI 등으로 빠르게 변화 중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한국 AI 정책, 이대로 충분한가?
진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정치, 산업, 학계, 스타트업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질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시리즈가 ‘AI 강국’ 코리아의 새로운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시리즈 ⑤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④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시리즈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인터뷰 시리즈 ②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인터뷰 시리즈 ①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대를 견인할 정도로 (변화에) 빨라요. 한국만큼 좋은 테스트베드는 없거든요. 과거에도 많은 글로벌 컴퍼니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미약한 신호를 잡아내는 팀들이 있었어요. 우리나라는 그거 다시 빨리 해야 해요.”

“GPT가 못하는 영역에 들어가서 ‘워크 플로우 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직 충분히 있어요. 유저는 그걸 통해서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거지, 이게 GPT4인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이 구간에서 큰 기회가 있죠.”

“원맨(1인) 유니콘은 정책 같은 걸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성공 사례가 많이 탄생하고, 그 사람들이 확 부자가 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거, 그냥 정당한 자본주의 세상이 저는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해요”

AI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복잡하다. 정부가 100조원을 풀어 AI를 진흥한다고 해도, 빅테크들의 잇단 AI 투자 발표 수준과 비교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4개 회사가 올해 지출키로 한 자본지출만 4000억달러(약 540조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만드는 파운데이션 모델이 세상을 휘어잡고 있고, 자체 모델을 갖지 못한 나라는 기술 종속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본도, 사람도,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에서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든다고 해서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자조도 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 희망이 없을까? 정부가 나서서 밥숟가락을 챙겨줘야 우리에게 경쟁력이 생겨날까? 아니다. 그보다는, 지금 일어나는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고 그 과정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AI를 접목할 줄 알며, 스스로를 일에 끝까지 밀어 넣는 열정을 가진 앙트러프리너(기업가)가 세상을 구원한다. 생각보다 인재는 많고, 혁신의 기회도 잦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한 이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줘라. 노력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알아서 AI 생태계는 살아난다. 그 스스로 여러 기업을 창업하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나름의 역사를 쓴 노정석 대표의 생각이다. 이번 <쿼바디스 한국 AI>에서는 기업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AI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듣기 위해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를 만났다.

노 대표는 아시아에서 처음 구글에 회사를 매각한 창업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후로도 꾸준히 창업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현역이다. ‘자율주행 브랜드’를 목표로 하는 화장품 회사 비팩토리를 차렸고, 이익도 낸다. 이용자의 질문에 대응하는 퍼스널 쇼퍼 ‘헤바(Heva)’나 자신의 피부타입에 맞도록 화장품의 성분을 분석, 추천하는 ‘다페라(DAPHERA)’와 같은 AI 솔루션을 개발, 접목 중이다.

노 대표는 앞으로 ‘회사’라는 개념이 뿌리부터 뒤흔들릴 거라고 본다. 뛰어난 조직원 한 명이 그대로 회사가 될 수 있는 세상이 가까운 미래에 와 있다. 그러다 그 홀로 운영하는 1인 회사가 그대로 ‘유니콘’이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왜냐, 우리에게는 AI라는 훌륭한 동료가 있지 않나. 지금까지 혁신을 일궈온 AI 회사가 주로 B2B 영역에 머물렀다면, 이런 1인 유니콘들은 B2C 시장에 파란을 불러올 주역이 되리라 예상한다. 그런 원맨 유니콘의 탄생이 남의얘기가 아닐 것이라는 말은 매우 희망적이다. 변화에 기민한 한국인들에게 AI로의 전환은 매우 유리한 무대가 될 것이라는 게 노 대표의 바람이자 예측이다.

정부가 들어온 얼마 됐지만 AI 정책 방향을 잡았다고 보시는지, AI 아는 창업가 출신 기업가에 묻고 싶었어요

제가 모든 산업을 다 보고 있지 않으니까, 사실 그런 걸 평가하기는 좀 무리인 것 같고요. 다만, 지금 가장 뜨거운 관심사인 AI와 관련해서 우리만의 프런티어 모델을 만드는 거, 사실은 100조원 가지고는 그 돈을 다 모델에 쏟아부어도 낄 수 없는 게임이죠. 그렇지만 그게 의미가 없느냐, 그렇지는 않다고 봐요.

진짜 ‘슈퍼 인텔리전스(초지능, 인간의 지능을 능가한 인공지능)’ 같은 모델은 천문학적인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견인해서 갈 거예요. 그들은 그냥 먼저 화성에 갈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있는 수많은 업무도 AI로 소위 ‘트랜스포메이션’ 해야 할 텐데요.

그걸 위해서는 중소 규모의 똑똑한 모델을 우리 자체적으로 트레이닝 할 수 있고 실험해 볼 수 있는 컴퓨팅 인프라나, 그걸 돌려보며 시행착오를 겪는 인재들이 많아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무조건 이익이기 때문에 소버린 AI나 프런티어 모델 같은 것을 어떻게든 만들고 돈을 뿌리고, GPU를 태워야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받아들여(accept)요.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한국이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강점이 지금 ‘K컬처’처럼 어마어마한 것으로 나타나잖아요. 이 어마어마한 것을 우리가 이어가야 하거든요.

어떤 강점인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대를 견인할 정도로 빠르다는 얘기거든요. 그게 문화 단계에서 나타난 건데요. 지금 젊은 세대들이 살짝 힘이 빠져 있는 것이 문제이긴 한데, 한국만큼 좋은 테스트베드는 없거든요. 예전에, 소셜 초창기나 검색, 모바일 초창기에도 많은 글로벌 컴퍼니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미약한 신호를 잡아내는 팀들이 있었어요.

우리나라는 그거 다시 빨리 해야 해요. 유명한 AI 업계의 사람들이 한국에 기대하는 게 크게 두 가진데, 하나는 기업(엔터프라이즈)이 AI 트랜스포메이션에 돈을 많이 내주는 것, 두 번째는 한국이 유료 챗GPT 구독자 2위라는 것은 다들 잘 알고 계시는데, API 사용률도 굉장히 높거든요. 그거, (글로벌 기업들이) 다 봐요. 사람이 보지는 않지만, AI가 다 보고 있거든요. 너무 신기하고, 혁신적인 게 많다고 해요.

번째 기대가, 기술을 빠르게 접목해 혁신할 있다는 가능성인가요?

(B2C 영역에서) 원맨(1인) 유니콘이 만약에 탄생한다면 그건 한국일 거라고, 한국에서 처음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글로벌 컴퍼니들과 만나는 사석에서 그런 얘기들도 나오고요. 이제 기존의 회사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무의미해지고 있거든요. 이번에 메타에서 사람 빼가고, 테슬라에서 사람 빼가고 하는 게 사실은 ‘가치를 담는 틀’로서의 회사 단위가 개인 레벨까지 떨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예전에는사람 하나 빠진다고 조직 망한다라고 했는데, 이제는 말이 틀린 시대가 되겠네요

네, 사람 하나가 회사 하나예요. 한 사람이 끌어다 쓸 수 있는 스케일이 클라우드를 넘어서서 AI로 오면서, 나의 동료를 코딩하는 세상이 된 거니까. 스케일의 레버를 잘 당기는 사람이 이미 ‘원맨 회사’예요. 연초에 미국에서 혼자 2~3주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젊은 친구들 사이에 껴서 그냥 지냈어요. 중요한 이야긴데, 그리고 돌아와서 우리 회사도 팀을 없앴어요. 엔지니어링 팀을 없애고, ‘파워 오브 원’ 프로젝트를 했거든요. 이전까지는 AI 하는 사람, 프론트 엔드, 백엔드 따로 묶어서 프로덕트 매니저와 연결했는데요.

프로젝트 매니저(PO) 중심의 단위가 한동안 중요했죠

네, 그런데 그게 필요가 없겠다, 그래서 모두가 각자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는 식으로 일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그 부분은 AI의 API 비용을 태워서 소위 스스로 ‘리인포스먼트 러닝(Reinforcement Learning, 강화학습)’을 해서 채워왔거든요. 한 사람의 생산성이 기본 10배에서, 많으면 100배 까지는 올라갈 거예요. 실리콘밸리 등에서 유행하는 클로드 코드나 커서 같은 AI 어시스티드 코딩의 베스트 예제가 회사 안에 다 있어요. (대표인) 저 혼자만 유일한 PM이고 모두가 엔지니어거든요. 한 명이 회사구나….

역량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는군요

네,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잖아요. 한국적인 강점을 가진 원맨들이 유니콘이 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저는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지난 10년 간 붐이 불었던 B2B SaaS로 창업한다는 곳이 아직 많은데, 그거 말고도 컨수머 애플리케이션에서도 AI가 들어가서 바꿀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다는 거죠. 이런 능력을 갖춘 친구들이 몇십 명 생기다 ‘원 맨 유니콘’이 나오면, 한국의 특성상 전 국민 유니콘 프로젝트를 가는 거니까요. 정부가 돈 하나도 안 써도요. 저는 그게 한국의 저력이라고 생각하고요.

말씀하신 대로 가려면 유니콘 사례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에 정부가 하던 스타트업 정책이나 기업, 벤처투자사(VC) 지원 방식도 바뀌어야 같아요

그렇죠. 좋은 예제가 되는 게 와이콤비네이터 같은 곳이에요. 거기도 전통적인 스타트업 인큐베이션에서 지금은 완전히 AI 인큐베이터로 변신했어요.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초에 혹시 그런 보시기 위해 미국에 가신 거예요?

네, (실리콘밸리 현지) 사람들 만나고, 이 사람들은 AI를 가지고 뭘 하고 있는지, 독특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랑 뻔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타이밍을 느끼는 거잖아요? 그걸 보러 간 거예요.

가서 느낀 건, 지금은 다들 시대를 정의하는데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눈치작전. 지금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왜냐면, “우리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수천억씩 펀딩을 받은 회사들이 다 없어졌잖아요? 구글 같은 데서 업데이트하면 AI 에이전트 프레임을 하던 곳들도 다 없어진다고 하고. 샘 올트먼(오픈AI 창업자이자 경영자)이 한 유명한 얘기 중에 “프런티어 모델이 나오면 이 모델이 다 할 거니까 굳이 성능 안 좋은 모델에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나 애플리케이션 덩어리를 덕지덕지 붙여서 흉내 내는 거 하지 말라”는 거니까요. 

그런 아픔이 있는데, 올해 하반기로 가면서 ‘커서’가 (방향을) 보여준 것 같다고 느껴요. 커서를 보고 “그냥 GPT 레퍼(GPT를 참조해 만든 것) 아냐?”라고 하는데, GPT 레퍼도 어마어마하게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커서가 보여준 거죠. (파운데이션) 모델을 (각 목적에 맞게) 최적화하는 엔지니어링을 해서 사용성을 아주 크게 개선했잖아요. 서비스 레이어에서 이런 게 필요하니까요. GPT가 못하는 영역에 들어가서 ‘워크 플로우 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직 충분히 있어요. 유저는 그걸 통해서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거지, 이게 GPT4인지 제미나이인지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이 구간에서 큰 기회가 있죠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기업들의 AI 전환, 혁신이 잘 이뤄져 간다고 보세요?

이노베이션의 기회는 계속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전통적인 기업들은 엄밀히 얘기하면, ‘AI 트랜스포메이션’ 같은 걸 얘기하기 전에 디지털도 안 된 회사들도 많기 때문에, 지금 거의 빛의 속도로 뛰어가는 산업계를 현재의 경영자들이 해석하거나 뭘 할 수 있는 능력이 저는 없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오픈AI나 팔란티어같이 엔터프라이즈 AI를 하는 회사들이 그런 돈 많은 회사에 가서 대신 (AI 전환, 디지털 전환 등을) 해주면서 이 산업군이 쭉 성장한 건데요, 여기도 부익부 빈익빈이 있거든요. 돈이 많은 회사는 (외부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하나도 (전환을) 못하는 것이 언제나 반복되기 때문에요. 현존하는 엔터프라이즈의 AI 트랜스포메이션에 저는 조금은 부정적이고요.

차라리 새로운 기업이 나와서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훨씬 빠를 거예요

아까 ‘원맨 유니콘’을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새로운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인재를 우리가 어떻게 길러낼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들은요, 이미 알아서 잘 탄생하고 있어요. 

그래도 더 잘 육성하려면 우리가 어떤 정책을 가져가야 할지, 어떤 교육제도를 갖춰야 할지 그런 것들 있잖아요

이거는 뭔가 정책 같은 걸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원맨 유니콘의 예제가 많이 탄생하고, 그 사람들이 확 부자가 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거, 그냥 정당한 자본주의 세상이 저는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쪽은요, 빨리 글로벌에 편입해야 해요. 왜냐하면 AI 세상의 좋은 점은 한국어로 서비스 만들어도  AI 자체가 말을 다 하기 때문에(자동으로 통번역이 되기 때문에) 글로벌 서비스거든요. 그래서, 이거를 한국적인 강점을 가지고 글로벌로 확장해 돈을 벌어들이는 예제가 우리나라 게임 업계에서 많이 나왔잖아요.

그렇죠, 배틀그라운드도 있고요

네, 배틀그라운드 같은 것이 나왔고, 모바일로 가면 정말 크고 작은 예제가 있죠. 그런 거와 똑같아요. 그 사람들을 게임 펀드로 키운 것이 아니잖아요. 거기엔 (게임 개발에) 미친 누군가가 있어 그걸 만든 거고, 저는 그런 예제가 여기서도 한 번 더 꽃 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의 지원 사업 같은 것은 저는 그냥 정부의 재정정책이라고 봐요. (많은 기업이) 생존하도록 자금을 끊임없이 줘야 되는 거라, 그걸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크지 않아요.

(정부 지원에 기대가 크지 않은 것은) 그런가요?

저도 구글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오픈AI나 아마존 내부의 엔지니어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지켜보면서 피해의식은 아니고, 열등감? 네, 열등감이 정확한 표현이네요. 그들에 대한 열등감을 엄청나게 갖고 있는 사람인데요. 거기는 진짜 차원이 다른 스케일이 굴러가니까요.

그런 것을 보고 경험한 사람들이 보는 시각과, 국내에서만 있는 분의 시각 차이가 저는 굉장히 큰 것 같아요.

경험의 차이일까요? 경험은 그런데, 우리가 억지로 만들어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하면 경험의 차이를 메울 있을까요?

그건 그 누구의 문제 때문도 아니에요. 우리나라가 미국 GDP 규모 대비 15분의 1도 안 되기 때문에 생기는, 넘을 수 없는 벽인 것 같아요.
 
저쪽(미국)은 프런티어 모델에 대한 투자가 다 민간 기반으로 펀딩이 되잖아요? 스스로 번 돈 가지고 돈 내는 회사조차 있고요. 아마존 같은 곳들요.

그런 것처럼 한국도 뭔가 한다고 하면, 저는 게임 회사가 정부의 매칭 펀드 같은 지원 사업 때문에 배틀그라운드가 터진 건 아니라서, 결국은 이 엄중한 현실에서 무언가 자신만의 강점을 잘 정의해 가지고 목숨을 거는, 소중한 앙트러프러너(기업가)가 세상을 구하지 정부가 한 거에서 나온 건 아니기 때문에요. 

그래도 (정부 지원은) 그것대로 경험을 주는 의미가 있고, 거기서 무언가를 경험한 사람이 나와서 위대한 일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저는, 나라가 제공하는 소중한 학원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사람 중에 각성할 수도 있고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게 만약 진짜 미래라고 한다면, 목숨을 걸고 회사에 (자신을) 밀어 넣으면서 할 수 있는 앙트러프러너가 한국엔 없는 거죠.

지금 산업계에 AI 도입이 됐을 , 우리나라에선 어떤 분야가 가장 경쟁력이 있을까요?

서비스 분야 아닐까요. 네이버도 프런티어 모델을 만들기보다는 쇼핑을 강화하거나, 본인들이 강점 있는 영역을 강화하고 방어하는 형태로 나갈 텐데요. 저는 그런 아기자기한 서비스 모델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큰 기회가 있다고 봐요. 과거 네이버가 구글을 방어하기 위한 그런 관점이 아니라요, (서비스를 갖고) 빨리 글로벌로 더 나가는 그런 관점이요.

예를 들어서 웹툰이라든가

웹툰이라든지, 드라마라든지, 뷰티 브랜드라든지… 좀 더 문화나 상향의 가치들과 조합해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면 찬스가 있을 것 같겠다고 해서, 저도 사실 뷰티를 하고 있는 거고요.

얼마 전에 인터뷰에서는외국 사람들이 한국을 미의 나라, 무엇이든 과하지 않고 적당한 나라 인식한다고 하더라고요

네, 그런데 저는 미국을 자주 왔다 갔다 하니까요, 그리고 저희 아이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으니까 느끼는 변화에 대해 체감해요. 제 후배 중에 누군가가 이렇게 표현하던데요, “한국인으로 살기에 가장 쿨한 시기”라고요. 더 이상 2등 국민이 아닌 거죠. 예전에는 한인 사회의 디폴트 언어가 다 영어였어요. 영어를 못하면 바보라고 했고요. 그런데 요즘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들도 (한인) 커뮤니티에 오면 모두 한국말을 쓰려고 해요. 한국말을 잘 못하면 미안해하고 창피해하고요. 10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변화예요.

아까 대표님은열등감 있었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한인들이 자존감을 갖고 있게 되었군요

맞아요. 제가 2008년에 회사(테터앤컴퍼니)를 구글에 팔고 실리콘밸리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선진문물을 보고 “우와” 이런 게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걸 못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달라진 점이죠. 외국인들도 한국말을 배우려고 하고요. “쟤들 코리안? 엄청 쿨하다, 나도 한국에 가보고 싶다” 이런 거죠.

이런 것들이 사실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AI 이야기하고도 연결이 돼요. 다시 돌아가 보면, 지금 AI의 최신 담론을 이끌고 가는 유명한 사람들, 예를 들어서 오픈AI 핵심 연구자 중 하나였던 안드레이 카르파티 같이 오피니언을 끌고 가는 사람들이 인터뷰 하는 유튜브의 조회수를 제가 항상 보거든요. 몇 명이나 이 유튜브를 보는지요. 글로벌하게 다 사람들이 볼 거잖아요? 그런데 (조회수가) 2만이 안 돼요.

? 의외네요?

그러니까요,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저 끝(선두)에서 (최신 기술과 담론을) 생성하는 사람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거예요. 사실, 한국도 그럴 거예요. 소버린 AI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전체 오디언스에서 보자면 한국에서도 요만큼(손으로 매우 적은 양을 만들면서) 이죠. 대체로 사람들은 “뉴스를 보니까 AI라는 게 있더라” 라는 거라서, (AI를 이해하는) 그 갭이 여기에서 저기만큼 늘어서 있고요. 그런데 저 선두는 빛의 속도로, 저희 표현으로 하자면 소위 ‘진공’으로 막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에요, 담론이고 뭐고 이렇게 의논하고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이런 시간이 다 낭비라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요.

지금은 끝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군요

그럼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니까 이런 거 저런 거 하지 말고 빨리 저 대열에 껴야 돼요.

AI 창업하려는 사람들한테 하실 있는 조언도, 그쪽으로 수렴되겠네요

프런티어들이 바꾸는 트렌드를 살피면서, 가장 업데이트 한 트렌드에 맞춰서 빨리 창업하고 빨리 성장하고. 그러면 2년 만에 10조 회사 되는 것도 보였으니까요.

한국이 하려면, 틀을 깨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도 이야기들을 하는데요

아, 그런데 저는 왜 그렇게 ‘한국, 한국’ 얘기를 많이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제가 국가관이 없는 사람은 아니고요, 지금은 사실 다 지구인으로 살고 있거든요. 인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지구인으로 살고 있고, 삶의 질도 많이 상향 평준화 돼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슈퍼인텔리전스가 자신들의 결과물을 (외부에) 안 줄 거라고 말하는데, 현실적으로 놓고 볼까요? 현실적으로는 지금 챗GPT나 클로드의 가격이 20달러인 게 말이 안 돼요. 훨씬 비싸야 해요. 그런데 왜 20달러일까요? 자기네들끼리 경쟁해야 하니까. 그러니까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자기들끼리의 경쟁을 통해서 밖으로 다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런 초다국적 기업들이 미국 회사일까요? 아닐 걸요? 중국도 그럼 T1이나 딥시크와 같은 모델을 오픈하지 말아야죠. 그들은 왜 오픈할까요? 자기네들이 경쟁해야 하는 거고, 그중에서도 더 잘난 곳이 나오는 거기 때문에, 새로운 균형 포인트로 가는 거거든요. 그러면 미국이나 중국의 다국적 기업이 여기에서 얻는 것이 있을 거예요. 저는 사업가로서 그 합리성에 베팅하겠어요.

요즘 투자를 많이 하시나요

아니요 안 해요. 하지만, 아까 얘기한 대로 1인 유니콘이 될 수 있는 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서 1인 유니콘이 될 후보들을 의 SM 엔터테인먼트가 되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기획사의 사장님 역할이니까, 눈여겨보는 분들이 지금 있나요?

있죠, 많이 있죠. (누구인지 물어보니까 얘기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힌트가 필요하다면 노정석 대표의 유튜브를 참고하길 바란다)

그분들의 공통된 능력치가 있나요? 보고 이분들 잘될 같다고 생각하나요?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빛의 속도라고 했는데, 그 배경과 함께 뛰는 사람이 많아요.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티키타카가 다 되는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의 특징은 러닝 스피드(학습 속도)가 엄청 빠르고, 새롭게 생기는 것들- 기존에 있던 것과 다른 관점에 대해서도 받아들이는 것이 능해요. 아주 말랑말랑해요.

그리고, 그들이 이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하는 게 본질인가에 대한 답도 있어요. ‘내가 소비하는 토큰의 양이 많아지는 방향으로’가 답이죠.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내가 챗GPT와 인터랙션을 하면 하루에 쓸 수 있는 토큰량이 ‘이만큼’이라고 보죠. 근데 내가 만약 파이썬을 해서 에이전트를 만들어 자기들끼리 놀게 한다면, 그 토큰량이 훨씬 커지겠죠? 그걸 보다 보면 아는 게 생겨서 또 뭔가를 하고…

그걸 나타내는 핵심 단어가 ‘스케일’이거든요. 어떻게 스케일을 내는지를 잘 아는 사람들이죠.

스케일을 구현해 있는 분들이군요. 자꾸 한국으로 구분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자꾸 한국이라는 얘기를 쓰게 되네요. 그런 인재가 한국에도 많나요?

굉장히 많아요. 그들도 새롭게 재편되는 세상의 의미를 읽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떤 기회를 잡아야 내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인가’ ‘슈퍼 인텔리전스가 나오면 이게 그냥 끝나는 건 아닐까’ ‘아니야, 그전에 답을 낼 수 있어’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양한 질문을 돌려보는 그런 사업가들 많아요.

인재들이 잘하려면, 이거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규제나 문화가 있을까요?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좋지만, 그게 잘하는 사람들의 다리를 잡는 시스템이 되는 것은 문제라고 봐요. 사회 혁신가들의 인센티브를 과하게 해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기업가 입장에서는 주 4.5일 이야기가 나오고서는 사람 뽑을 이유가 거의 없어졌어요. 지금 있는 사람에게 AI 툴을 주고 “네가 다 하면 너한테 (보상을) 다 줄게” 라는 인센티브가 오히려 강해지는 거죠.

혁신의 동력을 없애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할게요. 국내 유명한 연구진들도 보상 때문에 다른 나라, 기업으로 간다는 문제제기도 있잖아요

그렇죠. 시장 논리가 동작할 거라고 봐요. (능력이) 괜찮은 사람들한테는 이미 국가의 개념이 없어요. 그 사람들, 다 국경과 국경 사이에 살거든요. 그냥 다 지구인으로 살아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국가의 틀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도록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어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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