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한국 AI] 자율주행에 뛰어든 전 경기지사 남경필에게 소버린 AI를 묻다
“AI 코리아, 어디로 가야 하나”
이재명 정부가 AI를 국정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한국의 AI 산업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기술을 넘어 경제·안보의 전략 자산이 된 AI.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빅테크의 질주, 공급망 재편, 소버린 AI 등으로 빠르게 변화 중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한국 AI 정책, 이대로 충분한가?
진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정치, 산업, 학계, 스타트업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질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시리즈가 ‘AI 강국’ 코리아의 새로운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시리즈 ⑧ 남경필 포니링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⑦ 류정혜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
인터뷰 시리즈 ⑥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
인터뷰 시리즈 ⑤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④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시리즈 ③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인터뷰 시리즈 ②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인터뷰 시리즈 ①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기술 전반에 대한 완전한 자립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선택적 자립’ 또는 ‘전략적 소버린 AI’라는 개념을 지지한다. 핵심은 효율적 자립과 국제적 개방이 균형을 이루는 ‘하이브리드 생태계’ 구축이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을 너무 경계하고 배척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거를 우리가 가져다가 우리 것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자율주행전문업체들은 완성차 제조사들과 함께 자율주행차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나라 완성차 제조사들은 국내 자율주행 업체들과의 협력에 매우 소극적이다.
글로벌 톱레벨인 현대차의 경우 해외 업체들과는 협력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 스타트업들과의 협력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차량 공급과 자율주행 개조를 위한 정보 제공을 해주면 스타트업과 국내 생태계 구축에 많은 도움이 될 거다.”
“어차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혁신이라고 하더라도, 그 가운데서 최대한 그분들의 요구나 활로를 열어주면서 가는 협업이 중요하다”
사업하는 사람은 대체로 “요즘 회사 운영이 너무 어렵다”고들 말한다. 이 말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데, 대체로 자율주행에서는 십중팔구 옳다. 대표적인 AI 산업인 자율주행은 자본이 무지하게 드는데, 당장 돈은 벌리진 않는다. 이럴 때는 체급이 깡패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엄청난 돈을 때려 붓는 회사들이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한다.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자연히 “저게 과연 될까?”에 가까워진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을 너무 경계하고 배척하지 말자”고 말하는 이는 남경필 포니링크 대표다. 이름이 익숙하다고 느껴진다면, 예전 그 경기도지사가 맞다. 포니링크는 국내 여타 다른 자율주행 회사랑은 운영 방식이 좀 다르다. 중국의 포니AI로부터 기술을 가져와 현지화해 자율주행 솔루션을 만든다. 지난해 12월, 포니링크의 자율주행차(레벨4) 3대가 국토교통부 임시운행허가를 취득해 현재 강남에서 시험운행 중이다.
중국의 기술을 가져와 현지화한다는 것에 대해서 배척도 받는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관련 콘퍼런스에서 포니링크 측이 국내외 자율주행 기술 동향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취소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과 협력하는 기업의 발표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남 대표는 “글로벌 시대에 자율주행 업계가 우리나라만의 장벽을 치고 갈라파고스화 되고 있는 것 아닌가” 개탄한다.
“포니AI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어떤 회사의 무슨 분야든 제일 잘 하는 것을 들여와 우리 것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을 하겠다”
이것이 포니링크의 비전이다. <쿼바디스 한국 AI>에서 그간 줄기차게 다뤄왔던 ‘소버린 AI’에 비유한다면, 남 대표가 주장하는 것은 ‘선택적 자립’ 혹은 “전략적 소버린 AI’다. “핵심 인프라와 공공 영역은 자립적으로 구축하되, 나머지는 오픈소스나 글로벌 협력으로 보완하는 형태가 지속 가능성과 혁신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자율주행을 비롯한 AI가 제대로 사회에 자리 잡으려면 ‘사려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타다 사태’ 때 겪은 지독한 갈등은, 혁신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기술이 “그것 때문에 분명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분들의 요구를 담아야” 하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율주행이 도입되려면, 어떤 사려 깊은 대화가 필요할까. 남경필 대표는 <바이라인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개인택시 사업자들과 나눈 흥미로운 대화를 인터뷰에 공개하기도 했다.
남경필은 누구?
서른셋에 원내 입성, 수도권 국회의원을 다섯 번 지내고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후 공직을 마감했다. 한나라당(당시 국민의힘)에서 개혁적 성격을 지닌 소장파 의원으로 꼽혔다. 정치를 그만두고 나선 마약 예방과 치료를 홍보하는 사단법인 ‘은구’를 만들었다.
가장 최근 많은 시간을 쏟는 일은 ‘포니링크 대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운수회사를 보면서 ‘바퀴 달린 것’에 관심을 가졌다.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판교에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운영했다. 모빌리티와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포니링크에 합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포니링크는 중국 포니AI의 자율주행 기술을 가져와 한국에 현지화하고 있다.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는 빠른 경쟁에서 파운데이션 모델을 자체 구축하는 것은 실질적인 경쟁력이 없다고 봤다. 모빌리티 사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업’과 ‘공공’의 협력에 본인이 경험이 도움이 도길 희망하고 있다.
Part1. 자율주행 치고 나가는 중국, 한국은 왜 격차가 벌어졌나
포니링크 대표로 일하면서, 중국을 자주 오간다고 들었다
지난 6월에 국회 국토교통위 위원분들과 포니AI를 방문했다. 포니AI가 그간 쌓은 기술 경험을 듣고, 중국과 한국의 제도를 비교 토의하면서 입법 당사자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다수의 국내 자율주행 관련 업계 종사자나 운송사업자, 공공기관 등이 이미 중국을 방문해 무인 자율주행차를 많이 체험하고 자율주행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하더라.
요즘 취재를 다니다 보면 “중국이 너무 열심히 해서 한국이 큰일”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실제로 가보면 어떤가?
자율주행차의 경우엔 ‘초등학생과 대학생’ 정도로 차이가 난다. AI 기술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의 한국과 중국의 격차는 생각 이상으로 벌어진 수준이다. 가서 체험해 봐야 아는데, 중국에서는 자율주행이나 드론 같은 기술을 일상에서 쓴다. 드론으로는 배달도 하고. 미래의 AI 기술이 현재에 쓰이고 있는 거다. 선전 지역에는 이런 걸 보려는 IT 관광객도 많다고 하더라.
조금 더 객관적인 지표로 비교해 본다면?
로보택시 운영 상황을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현재 서울에 로보택시가 3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대표적 중국기업인 ‘포니AI’는 일선 도시인 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 4개 도시에서 300대 이상, ‘바이두’는 우한 등에서 400대 이상 운영하고 있다. 올해 두 기업 모두 1000대 수준으로 자율주행 차량 대수를 늘릴 계획이다.
시범서비스 수준의 국내와는 달리 중국에선 상용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는 거다. 자율주행차 렌터카 업체까지 등장하는 등 기술과 서비스 수준 격차는 10년 이상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선 이제 로보택시가 규모의 경제에 도달한 수준이다. 우리는 아직 각종 규제하에서 실험을 아주 적은 숫자로 하고 있는데, 그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은 어떻게 빨리 자율주행에서 리더십을 가져갈 수 있었을까? 현지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있다면 공유해달라
‘경쟁에 의한 발전’이다. 포니AI와 바이두는 중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을 통해 운영 차량 규모를 늘리고 자율주행차의 운행이나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포니AI나 바이두 말고도 ‘위라이드’와 같은 업체도 있지 않나. 이런 업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중국 자율주행 기술과 서비스가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 더 중요하게 볼 것은, 이런 기업들이 기존의 완성차제조사(OEM)와 유기적 협력을 한다는 거다. 대부분 개조차를 사용하는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기업과는 달리 완성차제조사들의 자율주행 회사와 적극 협력한다. 통신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량에 적합한 형상개조까지 지원하니까 차량 신뢰성, 안전성에 더해 디자인도 어색하지 않게 출시할 수 있는 거다.
풍부한 우수 인력도 짚어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940만명 규모(중국산업정보부 발표)라고 하더라. 세계 개발자의 삼분의 일 수준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 소프트웨어와 전자 엔지니어는 5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30% 이상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체적 통계는 없으나 수천 명 수준으로 우수 인력 측면에서 많은 격차가 있다고 본다.
이제 더 이상 중국을 ‘가성비’로 평가할 수 없다. 고품질, 높은 사용자 경험, AI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중국 포니AI로 부터 포니링크가 투자도 받았고, 또 합작회사도 준비 중이다. 유력 정치인이었는데, 자율주행 회사의 대표가 됐다는 이야길 듣고 놀랐다. 생각해 보니 선대부터 운수회사를 운영하지 않았나. 차와 인연이 깊단 생각이 든다
밖에서 달리는 걸 좋아한다. 경기도지사 시절에 판교에 자율주행 도로를 만들고, 자율주행 레이싱도 했다. 경기도와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연구원이 자율주행 조인트벤처도 만들었었고. 자율주행을 굉장히 진지하게 해왔다.
그때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뭐, 시작이 중요했던 거니까. 그런데 그 이후에 별 변화가 없더라.
나만큼 하진 못한다는 이야긴가(웃음)
그게 아니라, 기술에 별 차이가 없더라는 얘기다. 그때 이후로 벌써 10년이 됐다. 그런데, 지금 그때보다 자율주행을 더 많이 쓰나? 없다.
중요한 부분을 짚었다. 왜 그렇다고 보나?
하나는 규제라는 환경적 조건이 있을 거다. 그리고 기업인들의 도전 정신도 약화된 것 같다.
그래서 직접 자율주행 회사를 경영해 보기로 한 건가?
귤을 수입해다 탱자를 만들었다. 가만히 판단해 봤는데, 지금 우리가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게 맞을까? 아니라고 봤다. 그보다는 선진 기술을 수입해서 그걸 우리 것으로 만들자, 그걸 가져다 발전시켜서 한국화하자, 그게 맞다고 봤다.
중국의 기술이 많이 올라왔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중국의 기술, 특히 AI나 자율주행 같은 기술을 우리나라로 가져오는 것에는 거부감도 있는 것 같다. 그런 분위기를 많이 느끼지 않았나?
최근 몇몇 해외 자율주행 업체들이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업체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중국을 포함한 모든 해외업체에 대한 거부감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국내 자율주행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스타트업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미국과 같이 산업 생태계와 시장이 형성되지 갖추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특정 산업에 자국산만 고집하다 보면 갈라파고스화되어 경쟁력은 점차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포니링크 목표는 해외 기술 도입이 핵심이 아니라, 국산 외산을 떠나 최고 수준 기술을 가진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국내 자율주행 수준을 전반적으로 높이고 건강한 자율주행 생태계 형성이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포니링크는 이미 중국 포니AI 기술을 활용해 한국에서 현지화 작업을 마쳤다. 현재 시험운행하고 있는 강남에서 높은 수준의 자율운행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한국이 정말 집중해야 할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 한국이 가장 집중해야 할 키워드는 ‘개방형 AI 생태계, 즉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지금까지는 정부 주도, 대기업 중심의 AI 정책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민간 스타트업, 학계, 지역사회, 공공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연결형 구조가 필요하다. 단순히 자원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 방식 자체를 협력적으로 바꾸는 전략적 전환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세 가지다. 첫째, 누구나 쓸 수 있는 GPU·데이터 인프라가 공정하게 개방되어야 한다. 둘째, 규제와 제도는 유연하되 신뢰를 담보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조율자이자 생태계 운영자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기술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가능성을 함께 나누는 것이 앞으로 AI 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AI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생태계, 그리고 폐쇄가 아니라 개방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Part2. 현실 감각 살려 ‘전략적 소버린 AI’로 가야
지금 말씀하신 얘기가, 오늘 묻고 싶었던 ‘소버린 AI’와도 연결이 된다
소버린 AI는 쉽게 말해 ‘AI에 대한 디지털 주권 확보’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 모델, 데이터, 인프라 등을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이 통제 가능한 상태를 지향하는 것 아닌가. 단순히 기술의 자급자족이 아니라, 데이터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AI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이다. 의료, 금융, 교육, 행정 등과 같이 시민 삶과 밀접한 분야에서는 자국 주도로 AI를 설계하고 운영해야 데이터 유출이나 정치적 외압 등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 전반에 대한 완전한 자립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선택적 자립’ 또는 ‘전략적 소버린 AI’라는 개념을 지지한다. 핵심 인프라와 공공 영역은 자립적으로 구축하되, 나머지는 오픈소스나 글로벌 협력으로 보완하는 형태가 지속 가능성과 혁신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반드시 자립이 필요한 영역, 예를 들면 공공 안전, 의료, 국방, 교육 분야에서는 주권적 기술과 데이터를 갖추고, 그 외 분야는 오픈소스와 글로벌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 모든 산업 분야를 포괄하려 하기보다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언어, 헬스케어, 모빌리티 같은 특정 분야에 AI를 집중 투입해 글로벌 특화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나. 핵심은 효율적 자립과 국제적 개방이 균형을 이루는 ‘하이브리드 생태계’ 구축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다른 나라의 기술에 의존해 현지화하다가 그쪽에서 더 이상 기술을 공개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서비스를 중단해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가 있다
포니AI와 사업하면서 처음부터 강조했던 것이 “우리는 B2G 사업도 해야 하는데, 이걸 한국에서 현지화하지 않으면 사업을 못한다, 국산화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 부분에 상당 부분 공감을 했기 때문에 포니AI와 협력 사업을 시작한 거다. 원천의 것은 우리가 없지만, 그걸 가져다 현지화하면, 우리가 그 과정에서 기술을 배워오게 되어 있다. 반도체도 우리나라가 맨 처음 발명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 하지만 반도체는 하드웨어 기술이고 AI나 자율주행 솔루션은 소프트웨어라 또 다른 영역 같다
만약 중국의 소프트웨어가 완전히 ‘메이드 인 차이나’로 되어 있다면, 우리 정부가 B2G 영역에서 이런 서비스를 쓰도록 허가해 줄까? 나라면 허가를 안 해줄 것 같다. 그럼, 비즈니스를 하려면 자연스럽게 정부가 “이건 상당히 한국화됐다, 한국 기술화됐다”라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을 가져와야 한다. “우리한테 (정부가) 기회를 열어줄 수 있도록 당신들이 아주 원천 기술을 제외하고 줄 수 있는 만큼 다 달라”고 해서 현지화해야 한다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에서 자율주행 비즈니스를 하면서 장벽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완성차 제조사 역할이 아쉽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자율주행전문업체들은 완성차 제조사들과 함께 자율주행차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나라 완성차 제조사들은 국내 자율주행 업체들과의 협력에 매우 소극적이다.
글로벌 톱레벨인 현대차의 경우 해외 업체들과는 협력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 스타트업들과의 협력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공식적으로 현대차그룹에서 승용, 트럭, 버스를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차량 공급과 자율주행 개조를 위한 정보 제공을 해주면 스타트업과 국내 생태계 구축에 많은 도움이 될 거다.
규제 이슈는 없나
두 번째가 규제 이슈다. 대표적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자율주행 운행 제한이다(현행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자율주행차도 사람이 운전해야 한다). 도심 운행에 피할 수 없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수동주행을 하다 보니 실제 자율주행을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자율주행이 안전에 대한 고려사항과 사람과 사물 센싱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더욱 안전할 수도 있다.
Part3. 자율주행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예를 들어 택시는?
AI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문제도 있다. 자율주행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 부분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자율주행에서 되게 중요한 것이 뭐냐면, AI도 음과 양을 갖고 있다는 거다. 기존에 (모빌리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체하는 부분 때문에, 산업에 혁신이 들어오게 되면 반발, 피해 이런 일들이 생겨난다. 어차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혁신이라고 하더라도, 그 가운데서 최대한 그분들의 요구나 활로를 열어주면서 가는 협업이 중요하다.
모빌리티와 관련한 일을 오래 했으니, ‘협업’의 부문에서 역할을 잘할 것 같다
그걸 제가 잘할 거라고 생각을 업계에서, 그러니까 버스연합회라든지 개인택시 연합회 같은 데서 하시는 것 같다. 다른 비즈니스를 하던 사람은 그런 (협업) 생각을 할 거라고 기대를 안 하는데, 저는 그걸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타다’ 때 생각이 난다
혁신이 그때 죽었던 게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를) 정착시키고, 시회적으로 수용성을 가지려면 그것 때문에 분명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분들의 니즈도 담아야 한다.
지금은 어떻다고 보나? 자율주행을 포함해서 AI와 같은 기술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수용성이 좀 올라왔다고 보나?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거는 가야 되는 방향이다. 문제는, 이런 기술을 도입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사려 깊게 하느냐’의 문제 같다. 나는 사려 깊게 할 생각이다. 그분들의 이해관계를 가능한 지켜주면서도 혁신이 좌초되지 않도록 말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혹시 지금 그렇게 진행하고 있거나, 혹은 방향을 잡은 일이 있나?
버스연합회가 우리하고 자율주행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그런 이유라 보고 있다. 기존 사업자나 노조가 우리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저들이 100% 효율만 따지지 않고, 사회적으로 기술을 정착하려는 가능한 우리와 대화를 통해서 이해 관계를 보장하려고 노력하겠구나’ 하는.
중요한 것은 ‘신뢰 구축’이라는 이야기다
남경필이 자율주행을 한다고 그러니까, 개인택시 연합회에서 회장님들이 “뭘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라고 묻더라. 그래서 내가 “회장님들이 원하시는 방향이 뭐예요?”라고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안 그래도 우리가 얘기를 많이 한다”고 답하더라.
자율주행 얘기에 이분들이 왜 관심이 없겠나? 이분들이 요구하는 거는 어떤 좋은 회사가 나타나서, 당신네의 하나뿐인 자산인 택시를 위탁 관리하면서 돈을 번 다음에, 그 돈의 상당 부분을 배당해 줬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런 방식으로 한 번 연구를 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내가 그랬다. “회장님, 그런데 우리 개인택시 하시는 분들이 제가 볼 때는 사회적 수용성 문제 때문에 지금부터 5~10년은 더 운전하셔야 할 거예요. 다만, 운전은 굉장히 편해지실 겁니다. 거의 할 일이 없는 수준으로 편해지시지만, 자리엔 앉아 계셔야 됩니다”라고.
자율주행이 도입되더라도 당분간은 운전석엔 운전자가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 때문인가?
그렇다. 영화에서처럼 자율주행 차량이 그냥 돌아다니는 그런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당장 도입될까? 그렇진 않을 거다. 그래서 당분간 운전석엔 앉아 계셔야 하지만 피로도가 확 떨어질 거라고 말씀드린 거다.
지금 개인택시 운전하시는 분들 평균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래도 택시 운전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드셔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될 거다. 정부가 필요성을 인정해서 법을 좀 개정해 준다면, 개인택시도 운전자를 고용할 수 있다. 그러면 영업시간이 훨씬 늘어나지 않겠나. 일자리도 생길 거고. 자영업으로서 개인택시의 매출도 늘어나고. 버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자율주행이 운전자 없이 돌아다니는 그 시점을, 대략 언제쯤으로 예측하나?
그건 우리가 예측을 못 한다. 왜냐하면 정부한테 많이 달려 있어서다. 우리가 직접 모든 걸 다해야 한다면, 그것 또한 시기를 예측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선진 기술, 최고의 기술을 미국이나 중국에서 가져온다면 굉장히 빠르게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려면 제도를 열어줘야 한다. 지금은 강남 일부 구간에서만 자율주행을 시범운행 하지 않나.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나? 안 나온다. 그런 한계들이 있어서, 언제까지 자율주행이 될 거라고 말을 못 한다. 그런데, 그런 걸 다 풀어주고 나한테 맡기면 금방 할 수 있다(웃음). 물론, 이거는 현실적이진 않다.
현실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빨리 올리려면 어떤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보나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허용하는 면적이 커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 확산을 위해서는 생태계 구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고품질의 자율주행을 국민에게 체험할 기회가 매우 중요해서다.
또, 현재 자율주행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지자체 사업 및 용역 공고를 기다려 경쟁입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대부이다. 당연히 자율주행 확산에도 제약이 있다. 지자체가 기업의 서비스 진입을 상시로 허가할 수 있는 ‘(가칭) 자율주행 서비스 허가제’를 도입해 일정 주행 수준에 도달한 기업의 경우 수시로 서비스 진입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당부드리고 싶은 일도 있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을 너무 경계하고 배척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거를 우리가 가져다가 우리 것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포니AI 뿐만 아니라 버스든 트럭이든 무엇이든 제일 잘 하는 것을 들여와서 우리 것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을 할 거다.
‘규제’와 ‘혁신’의 균형점은 어디에서 맞춰져야 할까?
신산업은 언제나 기존 규제와 충돌한다. 특히 AI와 빅데이터처럼 기술의 속도와 파급력이 빠른 분야에서는 정부가 규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이때 우리가 찾아야 할 균형점은 단순한 타협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다.
그러려면 사전 규제가 아닌 사후 책임 중심의 원칙 설계가 필요하다.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모든 기술을 사전에 규제하려 하기보다는 시장에서의 혁신을 최대한 허용하고, 그에 따른 위험과 책임을 명확히 묻는 구조가 바람직합니다. 이를 위해선 투명한 데이터 관리, 알고리즘 설명 가능성, 윤리적 위험 대응 매뉴얼 등이 사후 책임 체계를 뒷받침해야 한다.
규제의 유연성과 예측 가능성도 함께 갖춰야 한다. 스타트업이나 기업이 규제를 이유로 신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규제 샌드박스 같은 실험적 장치는 더 넓고 빠르게 적용되어야 하며, 동시에 기술이 어느 단계에서 어떤 규제를 받게 되는지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기업도 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혁신 친화적 규제기관’의 역할 강화도 중요하다. 단순히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이 아니라 기술의 흐름을 이해하고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파트너로 작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윤리위원회, 데이터 신뢰 인증기구 등 민관 협의 기반의 자율적 규제 모델이 함께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 결국, 규제는 혁신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제동 장치가 아니라, 방향을 바로잡는 ‘스티어링 휠’이 되어야 한다. 혁신은 자유 속에서 피어나지만, 신뢰 속에서 확산되기 때문이다.
국가 AI 역량 강화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는데,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가장 많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AI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라는 근본적 질문이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기술 중심의 논의에 갇혀서 그 기술이 실생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간과하곤 한다.
예를 들어, GPU 클러스터를 몇 대 보유했는가, 파라미터가 몇억 개인가 하는 기술적 성과보다, 그 결과물이 지자체, 스타트업, 학교, 사회적 약자 집단에 어떤 혜택을 주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규제와 윤리 체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현실을 왜곡하거나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법적 대응은 매우 미흡하다. 기술과 윤리가 동시에 진화하지 않으면, 오히려 AI 기술은 신뢰를 잃고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AI를 보는 시야를 ‘기술’에서 ‘사회적 구현’으로 확장해야 한다.
정치인에서 기업가로 변신했는데, 정치와 사업 중 어느 게 더 쉬운가?
정치보다 사업이 재밌다. 직접 이런 성과들을 만들어내기가 더 쉬운 것 같다. 성과가 확실히 보이니까.
그럼, 기업가 남경필에게 묻겠다. 기업가, 창업가들은 앞으로 어떻게 새로운 AI 시대를 준비해야 할까?
AI 시대의 창업가는 단순한 기술 스타트가 아니라 미래를 정의하고 조직하는 설계자라고 생각한다.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어떤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감각과 통찰이다. 창업가는 기술자일 필요는 없지만, AI 기술의 본질과 한계에 대한 기본 감수성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는 창의적 도구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편향이나 오류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이 기술을 어떻게 사회 문제 해결에 연결할지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의 사고력도 필요하다. 직관에 의존한 창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작게 실험하고, 빠르게 피드백 받고, 개선하는 반복 사이클을 얼마나 민첩하게 돌릴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윤리적 책임감도 중요한 문제다. AI는 프라이버시, 노동, 저작권, 편향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영역과 맞닿아 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창업가는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AI는 혼자 개발할 수 없다.
결국 AI 시대에 창업가는, 기술과 사회, 사람을 연결하며 문제 해결의 새로운 방식과 가치를 제안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할 수 없는 시대에서, 연결과 협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과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힘이야말로 이 시대의 핵심 역량이 아닐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