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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바] 돈 먹는 하마 ‘클라우드’가 야놀자의 핵심이 되기까지

주스바는?

목할 만한 타트업을, 이라인이 만났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아니고요, 탄탄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이미 시장에서 가능성을 검증받은 곳들입니다. 이들의 과거 얘기 말고, 현재와 미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최근의 성장을 이끄는 것은 무엇인지, 미래에도 존속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대비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야놀자클라우드 편>에서 살펴볼 세 가지 국면

_ 바이라인네트워크가 묻고,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대표가 답하다(각 ‘국면’을 누르면 키워드가 나옵니다)

핵심 이야기: 우리가 AI 회사라고요? / 야놀자는 왜 호텔에 SaaS를 뿌렸나 / 객실 판매에서 사용까지, 데이터 흐름을 확인해 무엇을 얻었나

핵심 이야기: 야놀자가 공급하는 AI 솔루션은? / AI를 도입했더니 수익률의 1%가 오르더라 / 도매상은 뭘 믿고 야놀자에 데이터를 맡겼나 / AI 에이전트 시대가 오면 호텔 경험은 어떻게 달라지나

핵심 이야기: 돈 먹는 하마가 지금은 효자가 됐다 / 나스닥 간다는 야놀자에 불안해 하는 시선에 대해 / 버티컬 AI로는 대한민국도 가능성이다

야놀자클라우드는 어떤 일을 하나

우리가 흔히 숙박 예약할 때 쓰는 야놀자 플랫폼(놀유니버스) 외에도, 야놀자가 집중해서 키우는 사업이 하나 더 있다. ‘야놀자클라우드’다. ‘호텔 객실’이라는 상품이 판매되는 전 과정과, 입실 후 고객의 호텔 이용 데이터를 모두 모아서 각 과정의 비용을 줄이거나 편의를 키우는 AI 솔루션을 클라우드로 공급한다. 

한동안은, “원래 하던 거나 잘하지”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꽤나 오랜 기간 ‘돈 먹는 하마’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은, 이 ‘클라우드 서비스’ 때문에 손정의 회장이 야놀자에 2조원을 투자했다. 지난해부터는 클라우드 부문이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하더니, 이 회사 전체 통합거래액 27조원 중 21조에 달하는 금액을 벌어올 만큼 성장했다. 현재 야놀자클라우드는 세계 200여개국에 133만개 이상의 여행 서비스 공급자와 1만8000개 이상의 판매 채널을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이제는 “놀유니버스도 우리의 고객사 중 하나”라고 말하는 야놀자클라우드가 어떻게 성장해왔고,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살펴본다.

국면 1)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손정의 회장에게 2조원을 투자 받던 때 야놀자는…

2015년쯤에, 그러니까 어느 기업의 일일직원이 되어 출근하는 체험기를 쓰러 야놀자에 방문한 적이 있다. 야놀자는, 당시만 해도 신입 직원이 일주일 간 숙박 관리 현장을 경험하게 했는데 일일직원인 나도 그랬다. 반나절을 열심히, 방금 손님이 나간 객실을 청소하면서 그런 다짐을 했더랬다. 아, 나는 퇴실 시간은 꼭 지켜야지. 쓰레기는 꼭 잘 정리해놓고 나가야지.

그때만 해도, 야놀자는 숙박업소를 좀 더 빠르고 저렴하게 예약하는 서비스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레저, 액티비티로 영역을 넓히며 여행앱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었으나, 이후로도 상당 기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초특가 야놀자’의 이미지가 더 깊게 새겨져 있었으니까.

그런데, 야놀자에 대한 이미지가 확 달라진 계기가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야놀자에 2조원의 투자를 단행한 때다. 투자사는 “야놀자가 버티컬 AI를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라고 평가했다. 그것이 2021년 7월의 일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야놀자에 대한 이미지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지금은 플랫폼도 플랫폼이지만, ‘클라우드’라는 것을 회사의 한 축으로 매우 강조하고 있으니까

2015년이면, 아마 논현동에 ‘호텔야자’를 새로 열었을 때다. 그리고 나서 2년 후에, 노량진에 (호텔을) 만들었을 때는, IoT 기기를 다 깔았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8~9년 전에 숙박 이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그때 갖췄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그게 너무 어렵더라. 데이터를 확보는 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굴릴 수 있는 방법을 못 찾고 있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AI가 다 해결을 해주고 있다. 

그러던 야놀자에, 어느날 손정의 회장이 2조원을 쐈다. “야놀자는 유일하게 AI로 돈을 버는 회사”라고 평가했다고 하던데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들 데이터 좋다. 앞으로 AI 데이터 중심의 기업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은, 우리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아, 우리는 AI 회사구나”라고 생각했다(웃음). 왜냐면, 그때는 오픈AI가 나오기도 전이었으니까. 

손 회장은 그럼 무엇을 보고 “당신들 데이터가 좋다”고 평가를 했나

우리가 그때 이미 두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각 호텔에 클라우드 솔루션(SaaS)을 쫙 뿌렸다. 혹시, 호텔 예약을 하려고 어느 사이트든 들어갔다가 정보가 불충분하다고 느낀 적이 없나?

물론 있다

왜 그런 일이 생기냐면, 호텔이 가진 객실 정보가 판매처로 이동하면서 중간에 데이터가 사라지는 경우가 생겨서다. 이걸 이해하려면, 객실 판매를 할 때 데이터(정보)가 어떻게 흐르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제일 처음 데이터의 흐름이 시작되는 곳은 호텔이다. 호텔이 가진 정보를 우리는 ‘프라이머리(primary, 1차) 데이터라고 한다. 이 데이터가 도매상(Wholesaler)을 거쳐 소매업자(retailer)나 온라인여행사(Online Travel Agency, OTA)로 들어간 후, 최종적으로 객실 예약자(end consumer)에게로 간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 데이터의 흐름이 중간에서 끊기고 유실됐다. 호텔이 가진 1차 데이터가 100이었다면, 중간에 판매처에서 가진 데이터는 50 밖에 안 되는 거다.

아니, 있는 데이터를 그냥 가져가는 건데 왜 이런 일이 생기나?

각자 쓰는 시스템이 다르거나, 데이터 포맷이 달라서다. 실제로, 우리가 온라인여행사에서 얻을 수 있는 호텔의 정보는 매우 적다. 심지어는 사진 한 두장 정도만 있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첫번째로 야놀자가 시작한 것은, “여기(호텔)에 있는 정보가 판매처나 구매자에게 다 잘 가도록 하자”는 거였다.

어떻게 가능한가?

호텔에 SaaS(사스, 클라우드로 배포되는 소프트웨어)를 줘서, 노트나 엑셀이 아니고 우리 소프트웨어에 “당신들의 데이터를 관리하라”고 했다. 본인들의 객실 정보, 사진 같은 여러 정보를 따로 따로 관리하다가 요청이 오면 어떤 건 보내고 어떤 건 안 보내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란 통 안에서 하나로 관리하게 말이다.

그러면, 호텔에서 만든 데이터를 호텔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인벤토리(특정 OTA나 여행사가 판매할 권리를 가진 여행상품, 객실도 포함)를 가져가는 도소매업체들도 공통으로 쓴다. 이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소비자도 같은 호텔 정보를 보게 될 거고.

클라우드가 한 통이다 보니 데이터가 유실되지도 않고, 모두가 같은 정보를 보니 필요한 내용을 빼놓지 않고 알 수 있다. 이게 우리가 10년 전에 시작한 거다.

이게 우리가 흔히 부르는 ‘호텔 객실 관리 솔루션’인가?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우리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솔루션’이라고 부르고. 이걸 10년 전에 만들었는데, 써보니까 다들 좋아했다. 호텔도 자기 데이터 관리가 쉽고, 판매 채널들도 같은 데이터를 공유하니까 쓰기 편하고.

두 번째는 무엇인가

‘매핑(호텔 객실과 온라인 여행사 등 플랫폼의 객실 정보를 연결하는 것) 서비스’다. 우리 솔루션을 쓰는 판매 채널의 수가 1만8000곳이다. 이 판매 채널을 하나하나 찾아가 보면, 1만8000곳의 시스템이 모두 다르다. 판매 채널들이 여러 곳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다 보니, 서로 중복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게 중복되는 지도 모른다. 호텔을 검색해보면 리스트가 엄청 많은데 잘 보면 같은 호텔이 두 번 뜨고 그러지 않나.

그렇다

통상은 판매 채널이 호텔 단위, 혹은 룸 타입 단위로 정보를 받는다. 그런데 그 룸 타입을 판매 채널마다 이름이나 코드를 다 다르게 관리한다. 그러니 매핑을 못했던 거다. 

표준화를 시켰나?

정확히 맞다. 매핑이 가능하도록 데이터를 표준화를 시켰고, 데이터의 양을 만족하지 못할 때는 그 데이터를 추가로 생성해줬다. 호텔에서 사진을 10장만 제공하는데, “우리는 100장이 필요해” 이럴 때는, AI로 룸 타입을 예상해서 이미지를 만들어 추가 제공한다. 판매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기까지 한 상황에서 손정의 회장을 만난 거다. 그게 4년 전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개인 정보를 쌓지는 않는다.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오늘 호텔에 온 이 사람이 예약 당사자가 맞는지,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아이덴티피케이션 정도다. 예를 들어, 예약 번호와 동명이인을 가리기 위한 이름, 이 정도를 우리가 확인하는 거다. 

구매에서 사용까지, 이 데이터의 흐름을 확인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처음엔 너무 어렵더라. 데이터를 확보는 했지만,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어떻게 굴려야 하나 방법을 못 찾고 있었는데 지금 AI가 다 해결을 해주고 있다.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대표

국면 2) 객실 판매 도소매상을 꼬신 야놀자의 AI 전략

야놀자는 이 과정에서, ‘호텔-> 객실 판매를 위한 판매 채널 -> 고객’으로 이어지는 데이터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객실이 어느 판매처를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까지 갔는지, 소비자가 실제로 입실을 했는지 까지다. 그리고 IoT와 AI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손님이 호텔에 머물 때 어떤 서비스를 요청했는지 등의 정보를 더하면, ‘손님이 호텔에 들어왔다 나갈 때까지’의 모든 데이터를 완결성 있게 모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데이터를 확보해서 AI 솔루션을 만든다? 거의 모든 업계에서 하는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야놀자클라우드는 어떤 AI 솔루션을 공급하나

당연히 데이터 솔루션이다. 데이터를 가지고 AI를 적용해서 ‘호텔-판매 채널-이용자’ 모두에게 제공할 최적화한 솔루션을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호텔’의 경우에, 사실은 호텔도 자기네가 얼마를 받아야 최적화된 가격인지 잘 모른다. (실시간 최적의) 가격을 사람이 모르니까,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 120달러짜리 방을 팔 때, 원가 90달러짜리를 팔아야 하는데 100달러짜리를 팔면 10달러 손해인데도 그런 선택을 한다. 도매 업체 같은 곳은 갖고 있는 데이터가 많아서 무엇을 팔아야 더 이득을 보는지 알기 어려워서다. 

그래서, AI를 통해서 “이 가격으로 셋팅해야 가장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라는 걸 예측하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도소매 업체들이 그래서 우리에게 데이터를 싹쓸이로 준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는 당연히 최적의 가격을 책정하기도 하지만, 원가가 낮은 상품의 데이터를 찾아서 알려주기도 한다. 이걸 해보니까 평균적으로 (도소매 업체의) 수익률이 12% 였다면, 그게 13%로 1%포인트 오르는 걸 확인했다. 

1%가 큰 건가?

당연하다. 매출로 변환하면 엄청 큰 거다. 우리가 이걸 발견하고 나서, 몇 개의 사업자들이 써봤고 그게 성과를 거뒀다. 도매 업체 중에 큰 곳은 전부 우리 고객이 됐다. 야놀자클라우드에 데이터와 관련한 것을 위탁하는 형태가 됐다.

AI를 활용한 또 다른 서비스가 있나? 

핀테크 서비스다. 온라인여행사들이 물건을 파는데 가장 걱정하는 것이 “가격이 떨어지면 어떡하지”다. 내가 지금 인벤토리를 확보해놨는데, 석달 후에 이 객실 값이 떨어지면 손해를 보지 않겠나. 또, 환율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그래서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을 해주고, 값이 떨어지는 걸 막아주는 ‘프라이스 워치’나, 환율로 인한 위험을 헷징(hedge)해주는 핀테크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도매상들이  야놀자의 뭘 믿고 데이터를 다 줬나?

우리가 흔히 아는 온라인여행사보다 베드뱅크, 투어오퍼레이터와 같은 도매상이 훨씬 더 큰 시장이다. 비율로 따지자면 20 대 80 정도의 시장 크기 차이가 난다. 엄청 중요한 시장인데 그동안은 우리가 이 시장에 못 들어왔다. 

그런데, 각 나라마다 있는 이들 도매 사업자들이 데이터는 많이 들고 있지만, 이걸 활용할 기술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제일 큰데부터 공략했다. 2019년에, 우리가 부킹닷컴을 갖고 있는 부킹홀딩스로부터 투자를 받았었는데, 그래서 이 부킹홀딩스를 우리의 첫 고객으로 만들었다. 그랬더니 익스피디아도, 트립닷컴도 우리 고객이 됐다. (성과가 나온다는 걸) 검증하니까 여기저기 1, 2등 하는 곳들 다 들어오기 시작한 거다.

객실 판매와 관련해서 AI가 뭘 하는지는 알겠다. 그런데, 호텔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서는 어떻게 AI가 도움이 되나?

호텔을 찾은 손님들은 주차도 하고, 음식(룸서비스나 호텔 내 레스토랑 이용 등)도 먹고, 어메니티(amenity, 숙박시설에 비치된 편의용품)도 쓰고, 세탁도 맡기고, 청소도 요청한다. 그리고, 호텔 시큐리티를 위한 관제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사실 손님들이 이런 서비스를 쓰기가 좀 불편한 면이 있다. 예를 들어서, 객실 내에 수건이 부족하면 프론트에 전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프론트에서 바로 수건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관련 부서로 연결해야 하고, 또 그 담당자(오퍼레이터)를 찾아야 한다. 호텔과 담당자 간 직접적 연결이 되어 있지 않다보니, 누가 가까이 있는지, 누가 이 일에 적격인지 찾는데 여러 불편이 있다. 

그래서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은, 개별 오퍼레이터가 호텔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오퍼레이터들의 스킬셋을 확인해서 그에 맞는 가장 좋은 임무를 내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AI화하려고 한다. 

어떻게 말인가?

예를 들어서, 지금 일부 객실에서 하고 있는 테스트가 청소가 끝난 직원들에게 사진을 15장씩 찍어달라고 하는 거다. 이 데이터가 쌓이면, 이 객실의 구조와 청결도를 알게 된다. AI가 이 방의 청소 상태를 판별할 수 있다. 또, 특별한 날 요청하는 서비스가 있다. 케이크나 꽃을 가져다 달라고 했을 때, 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는지 AI가 체크할 수 있다.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나중에는 호텔 객실에서 일하는 사람도 대체로 로봇으로 바뀔 것을 염두에 둬서다. 

로봇을 위한 데이터를 쌓고 있다

일부 청소 로봇으로 테스트도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데이터만 많다고 해서 AI가 다 잘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 (김종윤 대표는 야놀자클라우드가 쌓은 그간의 데이터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를 그려놓은 전자필기노트인 ‘리마커블’을 꺼내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야놀자가 하는 클라우드 사업이 무엇인지, 이들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쉽게 설명하기 위해 찾은 김 대표의 방법이다.) 호텔과 도매상, 소매상, 그리고 일반 고객까지 데이터가 쭉 존재하는데 이걸 ‘데이터 유닛’이라고 하는, 우리 산업에 딱 맞는 형태로 잘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스탠드얼론 에이전트(Standalone Agent, 독립적으로 실행되는 에이전트를 말한)를 잘 구축하고 실행할 수 있다.

이런 걸로 유명한 기업이 팔란티어다. 그 회사가 강조하는 것이 ‘온톨로지’ 인데, 그게 데이터를 각 산업에 맞게 최적화해 결합하기 쉽게 만드는 거다. 우리는, 이 데이터를 아주 쉽게 결합 할 수 있도록 서비스 엔드 포인트를 만든다. 그리고, 그 엔드 포인트를 통해 데이터가 쉽게 연결되면서 아주 빨리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는 고객들이 그냥 본인이 마치 (챗GPT 같은 것에) 프롬프트를 넣듯, 요구사항을 넣으면 쉽게 애플리케이션을 하루 만에도 만들 수 있도록 해줄 거다. 통상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려면 일반 기업은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고객이 어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면, 예전에는 1년씩 걸렸던 것을 이제는 한 달이면 내놓는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비롯해서 여러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론칭하고 있다. 거의 매월 말이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그게 AI 에이전트다. 아직은 우리도 AI 에이전트를 하고 있다고 말을 하진 않겠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로 넘어갈 수 있는 기반을 잘 잡고 있는 게 포인트다.

호텔이라는 공간이, 일반 소비자가 경험하기에도 AI로 인해 많이 바뀌게 될까?

우리한테는 두 개의 고객이 있다. 여행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다. 궁극적으로 공급자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모으면 즉, 공급자의 문제를 싹 다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다. 우리는 그걸 ‘풀 셀프 오프레이션(FSO, 테슬라와 같은 자율주행차를 ‘풀 셀프 드라이빙’이라고 한 것과 유사하다)’이라고 부르는데, 미래의 모습이긴 하지만 더 이상 호텔 같은 공급자들은 “나는 더 이상 아무 문제 없어, 완벽해”라는 형태가 될 거다.

같은 예로, 일반 소비자도 호텔 서비스를 커스터마이즈(개인화) 해서 받을 수 있다. 요구 사항 같은 것을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받을 수 있을 거고, 혹은 필요 없는 것에 대한 요구 – 나는 청소가 필요 없어, 나는 비누나 샴푸를 갖고 다니니 어메니티를 놓지 않아도 돼, 타월 물 전기 조금 썼으니 숙박비를 할인해 줘- 같은 것도 콘트롤 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의 취향을 정확히 아는 AI 에이전트가 내 요구사항을 공급자의 AI 에이전트와 논의해서 내 조건에 맞는 상품을 공급해주는, 그런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국면 3) 야놀자클라우드가 정말 글로벌로도 통할까

이런 일들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10년 간 사실은 ‘돈 먹는 하마’였다(웃음). 그런데 올해, 야놀자클라우드가 돈을 잘 벌기 시작했단 이야기가 들려온다

2023년 3분기 전까지,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웃음). 굉장히 심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야놀자 전체의 통합거래액(Aggregate TTV, 특정 기간 발생한 모든 거래의 총액)이 27조원이다. 그런데 그중 해외 비중이 20조원, 클라우드의 비중이 21조원이다(이 기간 야놀자클라우드의 매출은 2926억원, 영업익은 576억원). 비중이 70% 정도 되는 거니까, 굉장히 커졌다. 

이제는 안팎으로 입지가 달라졌다고 느끼나

이 비즈니스는 한국만으로는 절대 돈을 벌 수가 없다. 지금 사실상, 나갈만한 나라에는 다 나가 있다. 지금까지 200개 나라에 진출했고, 29개국에 70여개 오피스가 있다. 큰 대륙별로 각각 R&D 센터와 오프라인 센터를 다 만들었다. 나라별로 서비스를 조금씩 다르게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이미 독보적 사업자이고, 미국에서도 2000개 이상의 고객이 우리 솔루션을 쓴다. 인도에서도 1등이다. 한국의 비중은 5%에 불과하다. 95%의 고객이 해외에 있다.

200개 나라라니, 생각보다 많이 확장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약간 꿈꾸는 것도 같다. 유사한 업계에서 20년 이상 일해온 사람인데, 대한민국 회사 중 버티컬 기준으로 어느 정도 큰 규모의 산업에서 글로벌 서비스 기업이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 니치마켓에선 그런 경우가 있어도, 여행업은 글로벌 톱10 안에 드는 산업군이지 않나. 글로벌 GDP에서 대략 10%를 차지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그런 산업에서 글로벌 서비스 기업은 (한국엔) 없었다.

그렇지만, ‘야놀자가 나스닥을 간다’라는 소문이 돌 때 이를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예컨대, 미국에선 야놀자가 인지도가 낮아서 주가 방어를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이런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로 인지도가 올라왔다고 보나?

우려에 대해서는, 너무 당연한 말씀이다. 방금 말한 것처럼, 우리한테는 글로벌 서비스 기업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물론, 검색이나 메신저, 게임, 콘텐츠에서 글로벌로 나간 곳들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니치마켓에 진출한 것에 가깝다. 진짜 글로벌로 확장하려면 인프라를 깔아놔야 한다. 그런데 사실, 이걸 까는 거 자체가 무모한 짓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 우리는 이미, 한국보다 글로벌 임직원 수가 많다. 그런 상황이니, 우려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회사 내부에서도 그랬다. 내가 매일 “글로벌 할 거다”라고 10년 간 말했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최근 2~3년 내에야 생겼다. 이제는 우리가 글로벌에 있으니까, 거기서 숫자가 – 매출과 이익이 나오니까. 지금은 임직원 수 뿐만 아니라, 이익도 해외에서 더 크게 난다. 그러니까 지금은 안 믿으려야 안 믿을 수가 없다.

지난 7~8년 간은 상당히 외로웠겠다

주로 해외 출장이 많다. 고객을 만나는 게 1번, 회사 임직원 만나는 게 2번, 그리고 투자자를 만나는 게 세 번째다. 투자 유치와 상관 없이, (상대의 요청에 따라) 상장사에 준하는 수준의 IR을 계속 한다. 글로벌로 많은 투자자가 “야놀자가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알고 있다는 것은, 야놀자가 그만큼 많이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마지막, 네 번째로, 컨퍼런스에서 우리를 찾는다.

안 그래도 발표 연사로 무대에 많이 서더라

주로 가는 컨퍼런스의 70%가 AI와 관련한 거고, 30%가 여행과 관련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 기업은 두세 번에 한 번 정도 밖에 못 본다. 한국 기업이 거기에 안 오는 거다. 한국에선 AI가 열풍인데, 외국에서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정말 선별된 사람이 와서 의견을 나누고, 의사결정을 하는 그런 곳에 한국 사람 자체가 별로 없다. 사실,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 자체에서 많이 오지 않는다.

국내 AI 기업들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앞으로 AI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진행될 거라고 생각하나

아직 인프라도 안 깔려 있으니, “이렇게 될 거다”라고 단언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지만, 2~3년 안에 인프라가 깔리고 나면 본격적인 시작이다. 특히, 버티컬 AI는 완벽하게 머니타이즈(수익창출 시키는 것)가 된다. 우리가 해보니까, 글로벌 1등도 가능해 보인다. 분명한 것은, 글로벌 1등을 해야 돈을 번다. 그런 영역을 키워야 한다. 마치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말이다.

버티컬 AI로 글로벌 1위가 가능하다고 보나

우선은 여행은 우리가 하고 있지 않나. (1등의) 반열에 왔다. 지금 야놀자클라우드가가진 접근법을 하는 데가 없다. 공급자에게 SaaS를 제공해서 이들의 1차 데이터를 모두 확보했고, 판매 채널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었으며, 이 데이터를 활용해 AI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야놀자클라우드 뿐이다. 차별화가 된다. 게다가 성장도 많이 하고 있다. 어떤 관점으로 보더라도 글로벌 톱10에는 들어갔다. 결과적으로는, 숫자로 증명하고 서비스로 증명하면 된다. 여행은 톱3를 넘어 톱1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앞으로의 포부도 방금 들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조직과 관련한 이야기다. 빠른 의사 결정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깜짝 놀랄 만큼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게 왜 가능한지, 그 이유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빠른 의사 결정이라고 본다. 어떤 조직은 그게 맞든 틀리든 빨리빨리 결정한다. 그런데 어떤 조직은 의사결정이 애매하다.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조금만 기다려 보자” “보고서 가져와 봐” 이런다. 그런데 빨리 결정하는 곳은, 경쟁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엄청 치고 나온다. 이런 현상이 결국 스타트업이 튀어 나올 수 있는 기회와도 연결된다.

이걸 어떻게 만들어내느냐. 그게 바로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프레임워크)이다. 조직별로 목표만 명확하면 된다. 그 목표를 따라서 나는 그 일을 하는 거고. 나는 이걸 영화 ‘300’에 비유한다. 만약 300명의 전사가 일일이 지시를 받아야 한다면 어떻게 싸움이 되겠나. 결국에는 조직원이 딱 목표만 이해해서 그 목표대로 각자 싸우는 거다. 그래야 경쟁력이 조금 부족해도 큰 기업을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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