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소상공인 위한 대변인 될 수 있나” 한성숙 청문회 공방
“한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제 3의 벤처 붐을 만드는,역사적 기록을 써달라. 중소벤처기업부는 그리 힘 있는 곳 아냐. 싸워달라. 전사가 되길 부탁한다” vs “대부분의 이력을 거대 플랫폼인 네이버에서 써왔는데, 중소기업·벤처기업·소상공인의 실태와 애환을 정확하게 알 수 있나”
국내 1세대 벤처 기업인 출신이자 네이버의 수장이었던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가 15일 열렸다. 한 후보자의 이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과 벤처 붐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반면, 후보자의 경험이 대부분 대기업인 네이버에서 쌓았다는 것을 근거 삼아 정말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날 한 후보자에 대한 질의는 오전 10시 시작 예정이었지만, 자료 미제출과 증인 불출석 문제로 45분 이상 지연됐다. 야당은 “요청한 자료 1966건 중 729건만 제출됐다”며 정부의 협조 부족을 지적했다. 이에 여당은 “후보자의 신상검증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여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30년 현장 경력” 강조
“스마트 제조혁신법 제정, 벤처 4대 강국 도약,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
한성숙 후보자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저는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지난 30여 년간 IT 산업의 최전선에서 디지털 혁신과 플랫폼 생태계의 성장을 일궈 온 1세대 벤처 기업인”이라면서 자신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추진하려는 주요 정책으로는 세부적으로는 ▲소상공인에게 경영·사회적 안전망을 제공(소비진작·내수 활성화, 안정적 생업 종사 위한 경영 부담 절감 위한 노력, 디지털 시대 자생력 강화 등) ▲중소기업을 AI 생태계의 주역으로(스마트 제조 혁신 생태계 조성 등)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혁신(모태펀드 플랫폼 기능 강화, 글로벌 벤처 투자자 국내 유입 촉진 등) ▲신뢰 기반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약자 보호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기업 간 분쟁 신속 조정, 불공정 거래 피해기업 구제 방안 마련 등) ▲지역경제 활력 제공(지역·거점별 산업 생태계 조성, 지역 특성 반영한 특화 R&D 추진) 등을 꼽았다.
소상공인은 가장 먼저 강조한 정책이다. 네이버에 다닐 때 추진했던 ‘프로젝트 꽃’을 언급하면서 소상공인이 디지털 시대에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우리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 디지털 환경을 적극 활용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면서 “사업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해석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내는 수준까지 데이터 활용력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AI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국회와 협의, ‘스마트 제조산업 혁신법’을 제정하겠다고도 밝혔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제조 AI 사업에 도전해 제조기술, 제조 기업에 필요한 솔루션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스마트 제조 혁신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한 후보자는 “인공지능(AI) 분야 벤처·스타트업의 육성과 제조기업 스마트화, 제조 솔루션 기업 육성, 제조데이터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면서 “AI 분야 벤처 스타트업의 육성과 스마트 제조 산업 혁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제조 기업의 스마트화, 제조 솔루션 기업의 육성, 제조 데이터 기반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회와 협의하여 스마트 제조 산업 혁신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 스타트업의 빠른 스케일업 구상을 두고는 “벤처투자 시장에 민간, 해외 자금이 활발히 유입되도록 모태펀드의 플랫폼 기능을 강화하겠다”면서 최고 수준의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목표로 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 자금 유입을 위한 모태펀드 플랫폼 기능 강화와 글로벌 벤처 투자자의 국내 유입 촉진 ▲ 창업과 해외 진출 촉진을 위한 글로벌 전용 펀드 조성 ▲ 해외 거점 확대 ▲ 지역·권역별 창업 거점 구축 ▲지영ㄱ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민간에서 쌓은 전문성과 글로벌 감각이 정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 후보자의 민간 경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진흥 등과 관련해 새 장관이 제대로 된 이해와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장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토스, 무신사를 포함, 국내 유니콘이 될 만한 기업 중 국내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너무 적다. 국내 시장에 유망한 기업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벤처 기업이) 규모가 크고 나면 국내에 더 이상 투자를 받을 곳이 없다는 문제에 봉착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해외에서 여유가 있는 벤처캐피탈 입장에서 한국 기업에 투자할 기회가 된다. 관련 부분을 챙겨서 대책안을 마련해보겠다”고 답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중기부가 아니면 (장관 후보 지명에 응답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 “제가 가진 경력과 지식을 봤을 때,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중기부는 해보고 싶었던 생각이 좀 들었다”고 의지를 다졌다.
중소기업 갑질, 성남FC 후원,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지적
야당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스마트 스토어에서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불공정 행위가 있다고 언급한 후, 불공정 행위를 해 온 기업의 대표였던 후보자가 과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변할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성원(국민의힘) 의원은 “대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에 있던 대표가 불공정 거래로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갑질을 했는데, 그것에 대한 책임이 없느냐”고 물었다.
야당은 네이버의 ‘성남FC 후원금’ 의혹도 집중 추궁했다. 특히 네이버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시절 성남FC에 40억원을 후원한 배경과, 후보자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해당 시기 서비스 총괄을 맡고 있었고, 후원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021년 발생한 네이버 직원의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어졌다. 당시 네이버 내 조직문화 문제와 경영진의 관리 책임이 부각되며, 한 후보자는 사태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회사의 책임자로서 비극적인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고, 책임을 통감하며 사임했다”며 “이후 네이버는 외부 자문을 통한 조직문화 진단과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이 이후 복귀했고, 제도적 재발방지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이후 인사 조치나 복귀는 당시 이사회의 결정으로, 본인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핵심 증인이 청문회에 나오지 않아 진실 규명이 어렵다”며 비판했다. 최인혁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대표 등 주요 인사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증인 출석을 하지 않았다. 야당은 “청문회가 ‘맹탕’으로 전락했다”고 반발했고, 여당은 “무리한 신상 털기”라고 맞섰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들이 이후 복귀했다”고 지적하며 후보자의 책임 있는 후속조치 여부를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외부 자문과 교육 등을 추진했고, 해당 임원에 대한 사후조치는 경영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편법 증여·농지법 위반 등 도덕성 검증도
한 후보자 모친과 남동생을 둘러싼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모친과 함께 살고 있던 한 후보자가 본인 소유의 잠실 아파트에서 서울 종로구 삼청동 현 자택으로 이사하면서 모친을 잠실 아파트의 세대주로 등록했는데, 같은 날 한 후보자의 큰언니도 잠실 아파트로 전입했다.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르면 본인이 아닌 타인이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해 이익을 얻을 경우 증여세 과세 대상이 돼 3개월 내 신고해야 한다.
한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세무 신고 등에서 부족함이 있었다”며 “증여세를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가족 소유의 경기 양주 지역 농지 내 무허가 건축물과 관련된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부지는 시부모가 오래전부터 소유하고 있었고, 불법건축은 가족이 지은 것이 아니며, 현재 법적 분쟁 중”이라고 해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