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이번엔 달라? ‘스마트 글래스’의 귀환

‘스마트 글래스(안경)’가 우리 시대의 주류 플랫폼으로 떠오를까. 아직 답을 낼 만큼, 뚜렷한 성과가 있는 건 아니다. 10년도 더 이전에 과장된 기대감 속에 등장했다가 대중의 외면을 받은 전례가 있다.

그랬던 스마트 글래스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유행을 업고 재차 주목받고 있다. 정교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생성 AI 기술과 결합해 생활 인터페이스로 가능성을 엿보는 중이다. 안경의 장점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투과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용자의 눈이 되고 안경다리에 달린 스피커로 음성 명령과 피드백을 쉽게 주고받는 등 개인 비서이자 생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미 메타가 레이밴과 협업해 스마트 글래스를 내놨고, 스마트 글래스 프로젝트에서 손을 뗀 줄 알았던 구글이 다시 꺼내 들기도 했다. 애플은 올해 말 시제품을 생산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공조하며 올해 말 관련 프로젝트 공개를 준비한다는 소식도 공개됐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2024년 글로벌 스마트 글래스 시장 규모를 19억3000만달러(약 2조6600억원)로 추산했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성장률은 27.3%로 봤다. AI와 스마트 글래스 플랫폼의 통합으로 의료와 교육,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성장 기회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대감 앞섰던 ‘구글 글래스’

스마트 글래스는 구글이 지난 2012년 선보인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를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2013년 시제품 출시, 그 다음해 1500달러에 일반 소비자에게도 시범적으로 판매하며 시장을 열어 젖혔다.

그러나 구글의 이 같은 도전은 실패로 끝난다. 구글 글래스에 탑재된 카메라로 일상 촬영을 남몰래 할 수 있다는 우려와 영화관 촬영 등으로 저작권 침해 문제 등도 제기됐다. 높은 가격과 이에 미치지 못한 사용자경험(UX), 주변의 조롱 섞인 시선 등으로 2015년 일반 판매를 중단했다.

구글이 관련 프로젝트를 폐기한 건 아니었다. 의료나 공장 등 산업 현장을 겨냥한 기업(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도전했다. 이후 칩셋 연산 성능과 카메라 성능을 강화하고 배터리 구동 시간도 늘렸다. 카메라 촬영 시엔 누구나 알 수 있게 녹색 불이 깜빡이도록 했다. 100만원대 제품

구글의 Glass Enterprise Edition 2 이미지

이후 스마트 글래스에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이어왔으나, 10년 넘게 시도했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이렇다 할 입장 없이 지난 2023년 3월 증강현실(AR) 스마트 글래스인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단종했다. 999달러 제품이다. 그해 9월 소프트웨어 지원 업무도 종료했다.

제미나이 업고 재등판

구글은 2025년 구글 I/O 무대에서 안드로이드 XR 글래스의 구체적 비전을 공개했다. 작년 12월에 새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XR을 언급한 바 있다. 이 OS를 안경과 결합했다. 생성 AI 제미나이(Gemini)를 일상 생활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안드로이드 XR은 글래스와 헤드셋 등 모든 기기 생태계의 주축으로 활용한다.

2025 구글 I/O 영상 갈무리

안드로이드 XR 글래스는 두 손이 자유로운 기기다. 시각을 공유하고 일상 대화에 곧바로 활용할 수 있다. 생성 AI의 눈부신 발전이 뒷받침돼 10년전과 다르게 사용자경험의 혁신이 가능해졌다. 길 안내 요청이 더욱 쉬워졌고, 이용자 시선을 그대로 남길 수 있는 사진 촬영도 강점이다. 이 과정에서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시간 통번역 활용도 더욱 쉬워진다.

구글은 많은 브랜드들과 협력한다고 알렸다. 젠틀몬스터 등 유명 안경 브랜드들과 협업해 패션 상품과도 같은 스마트 글래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안드로이드 OS 진영의 대표 제조사인 삼성전자와의 협력도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함께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삼성 갤럭시 언팩 025 행사에서 안드로이드 XR 기반의 스마트 헤드셋 시제품을 전시했다.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메타 AI 글래스, 내년까지 1000만개 생산

메타는 지난 2023년 10월 스마트 글래스<대표 사진>를 출시했다. 레이밴 등 브랜드를 가진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와 협업하며 일반 소비자 시장에 스며들었다. 가격은 299달러부터 시작한다. 최근 인도 시장에도 진출했다. 누적 200만개 판매고를 올렸다. 에실로룩소티카는 내년까지 메타 AI 글래스를 1000만개 생산하겠다고 목표치를 밝힌 바 있다.

레이밴 메타 AI 글래스 이미지

언뜻 보면 메타 AI 레이밴 글래스는 일반 안경과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다. 자전거 라이딩 도중이나 운전하면서, 또는 넷플릭스를 보며 생성 AI를 불러내 메신저에 답변하고 질문을 던져 궁금증을 해결하는 등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하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리밍도 레이밴 글래스 카메라로 가능하다. 스포티파이 등 음악 앱에 접근해 원하는 노래를 틀어달라 요청할 수도 있다.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메타는 내년에 차세대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올해 말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10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메타 AI 글래스와는 다른 제품이다. 내년 제품엔 ‘슈퍼 센싱’ 기능이 포함된다. 수시간 동안 백그라운드 모드로 작동할 수 있다. 사용자가 열쇠를 잊어버리면 이를 상기시키거나 사람을 만나면 얼굴 인식 기능을 통해 자동으로 이름을 알려줄 수도 있다.

애플 스마트 글래스, 최우선 과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2026년 말 스마트 글래스 출시를 잡고 있다. 메타가 추진하는 AI 글래스와 방향성이 비슷할 것으로 점쳤다. 현재 스마트 글래스 대응이 팀 쿡 대표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애플이 메타의 레이밴 글래스보다 훨씬 더 얇고 가벼운 형태의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나은 성능의 제품으로 준비한다. 이를 위해선 안경 플랫폼에 최적화한 칩셋 개발과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 관련 보도에선 애플이 칩셋 개발에 진전을 이뤘다고 전했다.

소형화된 스마트 글래스에 애플 비전과 같은 증강현실을 통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적으로 음성 비서인 시리를 통한 전화 통화와 길 안내, 실시간 번역 등 일상 활용에 방점이 찍힐 예정이다.

당신을 항상 지켜보는 스마트 글래스?

스마트 글래스는 개인정보 보호와 침해를 주요 과제로 안았다. 이용자 시각을 그대로 공유한 촬영이 쉬운데다 수시로 음성 명령을 내리고 피드백을 받기 때문이다. 촬영 시 주변인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메타는 지난 4월 스마트 글래스 이용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촬영 사진과 동영상은 휴대폰에 저장되며 메타 AI 학습에 활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음성 녹음의 클라우드 저장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전달했다. 기존 녹음도 언제든지 삭제 가능하며, 최대 1년간 보관을 알렸다.

최대 난제는 얼굴 인식이다. 레이밴 글래스에 탑재하려다 포기한 기능으로 알려졌다. 스마트 글래스를 통한 안면 인식이 본격화될 경우, 이전에 없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기술의 오용 때문이다. 마주치는 사람을 인식하고, 생성 AI를 통해 곧바로 인물의 개인정보를 찾을 수 있는 까닭이다.

지난해 하버드 대학생들이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개인 정보 수집 실험을 했고, 그 위험성을 공개했다. 다만 스마트 글래스는 도구였을 뿐, 스마트폰으로도 같은 방식의 개인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으나 우려는 증폭됐다.

메타가 내년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스마트 글래스에 얼굴 인식 기능 탑재가 유력하다. 외신에 따르면 메타 내부에선 카메라가 작동할 때 알려주는 LED를 끌 수 있을지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사용자 PC의 모든 것을 보고 기록하는 윈도우 리콜 기능을 도입하려다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 대폭 강화한 안전 장치를 탑재한 이후에 도입이 가능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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