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BN]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를 브랜드화하는 이유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서비스 브랜드화에 나섭니다. 풀필먼트란 고객사의 상품을 입고부터 보관, 피킹, 재고관리, 출고하는 물류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 이름은 ‘더 풀필(The Fulfill)’입니다. 지금까지 물류가 아주 딱딱하고 어려운 느낌이었다면요. 브랜딩을 통해 물류 시장 내에서 친숙한 이미지를 더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이 수익성 개선을 도모함과 함께 이커머스 중심 풀필먼트를 넘어서 기업 운영에 필요한 물류 외주를 전부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더 풀필, 간단 소개

CJ대한통운은 ‘더 풀필’에 대해 기업간(B2B)·소비자향(B2C)·풀라인업 서비스(B2B2C)까지 포괄하는 통합 풀필먼트 브랜드라고 소개했습니다. 말 그대로 CJ대한통운의 기존 사업 부문 중 기업·소비자향 3PL 서비스를 하나의 브랜드로 모은 겁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현재 풀필먼트 고객사는 2000곳 이상입니다. CJ대한통운은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물류산업대전’에서 상당한 고객사들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해 혜택을 입었다고 강조했는데요. 예를 들어 식품 전문 H사는 “배송 안정화에 따른 거래처수가 150% 늘어났다”고 했고요. 또 패션기업 S사는 “맞춤형 물류센터를 활용해 리테일 매장을 4년간 85% 확대했다”고 하네요.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한 물류 거점은 국내 250여개, 해외 거점은 270여개로 총 520여개 거점입니다. 단순히 창고만 있는 건 아니고요. 풀필먼트 서비스가 기능하기 위한 여러 시설을 포함합니다. CJ대한통운은 물류 콜드체인이 적용된 용인 B2C 저온센터, 패션 반품 및 양품화까지 가능한 이천 B2C 2센터 등을 대표적인 풀필먼트센터로 내세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풀필먼트 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패션∙뷰티 고객을 대상으로 B2B2C 융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지스파크 양지’ ▲국내 최대 규모 생활소비재 상품 전용센터인 ‘로지스파크 동탄’ 등이 있고요. 여기에 오는 6월과 7월에는 생활용품을 전담하는 ‘신흥리 허브’와 커피 프랜차이즈 등 리테일 최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곤지암 허브’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하네요.

이와 같은 풀필먼트 서비스는 택배와도 연계됩니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명실상부 국내 택배 최상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이 자사의 다양한 택배 서비스와 연계해 선보이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올해 배송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1월 시작한 주 7일 배송 서비스 ‘매일 오네’이 대표적인 예시고요. 최근 SSG닷컴의 물량으로 활발하게 서비스 권역을 확대한 새벽배송 ‘새벽에 오네’도 있네요.

한편, 글로벌로 보면 미국으로의 인프라 확장도 계획에 있습니다. 더 풀필 서비스에 대해 운영 국가를 46개라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CJ대한통운은 오는 3분기에 약 2만 ㎡ 규모의 캔자스주 뉴 센츄리(New Century) 콜드체인 물류센터를 열 계획이고요. 2026년 상반기에는 10만2775㎡ 규모의 미국 일리노이주 엘우드(Elwood) 상온 물류센터를 엽니다.

CJ대한통운, 왜 ‘더 풀필’ 내놨어요?

여기까지 간단하게 더 풀필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이제는 ‘왜’를 보아야겠죠.

첫 번째 이유는 택배 업계 불황으로 인한 수익성 문제입니다. CJ대한통운의 매출 30% 가량은 택배에서 나오는 데요.

문제는 지금 국내 소비 심리가 둔화되고 있다는 겁니다.지난해 우리나라 소매판매액 지수가 2% 역신장하고, 온라인 경기소비재 거래액이 4% 줄어들었는데요.

택배는 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업입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소비하는 사람도 늘어나니 물량도 늘어나고요, 반대로 경기 불황이면 택배 물량도 줄어들죠.

역시나, CJ대한통운의 2024년 택배 물량은 전년 대비 4% 줄어든 4억800만건을 기록했습니다. 2024년 4분기 택배·이커머스 사업 부문의 매출은 9519억원으로, 역신장했고요. 해당 사업 부문 영업이익도 2023년 795억원에서 2024년 696억원이었네요.

택배 사업의 성장세가 줄어드는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또 다른 원인을 지목합니다. 쿠팡입니다.

‘더 풀필’ 공식 출시 발표에서 CJ대한통운은 올해 1월 본격화한 주 7일 배송 서비스 ‘매일 오네’를 결합하면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도 최고 수준의 배송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특정 플랫폼’이란 플랫폼 단위에서 유일하게 주 7일 자체 배송이 가능한 쿠팡으로 해석되지요.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이 ‘더 풀필’을 내놓은 이유로 타 택배사를 넘어서 쿠팡까지 상대로 한 고객사 ‘락인(Lock-In)’ 전략을 꼽습니다. 창고 내 상품을 입고, 보관하고 픽업, 포장해 출고하는 풀필먼트 밸류체인 전반을 고객사에게 제공해, 물량을 잡겠다는 겁니다. 재고를 통합 관리하고 다양한 배송과 물류를 연결해, 타 택배사로 이탈할 수 있는 외주 수요를 빠르게 빨아들이겠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커머스 시장 내 ‘배송의 직관성’을 확보한 쿠팡의 선전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쿠팡의 지난해 연 거래액만 55조원으로 추정되는데요.

택배 사업을 맡은 자회사의 성적도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자사 택배 계열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서 풀필먼트 서비스 ‘로켓그로스’를 통해 물량을 늘리고 있는데요. 지난해 기준 CLS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3% 늘어난 3조834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또 물류센터 사업을 맡은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2024년 매출은 4조37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 증가했습니다. CJ대한통운의 택배·이커머스 사업 부문의 2024년 매출이 3조7289억원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쿠팡이 앞지른 셈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CJ대한통운은 B2C와 B2B 양측으로 물류 창고부터 택배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회사의 지난해 성적표 다른 한편을 보면, 큰 성장세를 기록한 사업은 B2C 대상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커머스 부문과 B2B 물류를 제공하는 W&D(Warehouse & Distribution)입니다.

CJ대한통운의 지난해 4분기 이커머스 부문 매출은 7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났고요.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39억원을 기록했네요. W&D 사업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난 3719억원을 기록했고요. 3PL 대형 고객 수주가 영향을 미쳤죠.

CJ대한통운 입장에서도 풀필먼트 관련 공간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통운이 상당한 수의 풀필먼트 센터를 확보했는데, 아직 물량이 한참 남은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에 어필하기 위해 이번 브랜드를 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택배의 부진, 그리고 수익성 있는 풀필먼트 사업을 보고 있는 CJ대한통운은 온오프라인에서 고객사를 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커머스 뿐만 아니라 전체 리테일만 보더라도, 쿠팡을 제외한 80~90% 등을 잡을 수 있지요.

업계에서는 또 다른 이유로 타 택배사들 또한 풀필먼트를 계속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택배업만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배송 서비스 또한 다각화되고 있어 물류의 핵심인 ‘물량’을 확보해 사업을 끌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택배 3사 전체가 풀필먼트업에 앞으로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는 배송이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이륜차, 새벽, 당일 등 운영이 갈라지고 있고 쿠팡이 계속 이커머스 시장의 물량을 가져가고 있지요. 일일이 전문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택배사 입장에서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CJ대한통운과 한진이 당일배송과 풀필먼트사에 투자한 것이고요. 전반적인 상황에서 택배사는 3PL, 풀필먼트 밸류체인에서 물량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생긴 것 같습니다.

물류업계 관계자 A씨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지난해 투자한 풀필먼트 회사 ‘파스토’를 내세우며 풀필먼트부터 배송으로 이어지는 사업 영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고요. 롯데글로벌로지스 또한 홈쇼핑과 T커머스 등을 중심으로 물량을 확보할 계획도 있지요. 다만 롯데글로벌로지스 경우, 아직 풀필먼트 사업 등이 크게 준비되지 않아 그대로 대응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CJ대한통운 등 대형택배사가 본격적으로 풀필먼트 사업에 나섬에 따라 중소 풀필먼트 업계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도 보고 있습니다. 특히 업계에서는 현재 CJ대한통운 등이 공격적인 단가 경쟁에 따라, 중소 풀필먼트 업체가 더욱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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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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