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는 ‘업비트’없이 생존할 수 있을까?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게 늘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손을 잡으며 수혜를 봤다. 업비트의 사용자가 케이뱅크로 옮겨오면서 자연스럽게 케이뱅크의 예치금이 늘어나고 대출금 증가, 이익 증가, 흑자전환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제휴가 올 10월 종료된다는 점이다. 두 곳의 제휴 연장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케이뱅크의 독자 생존 전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휴가 종료된다면 케이뱅크의 업비트 사용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뱅크런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자생을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까.

8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기업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은행은 최근까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종류를 늘리고 있다. 총 1000조원 규모의 국내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금융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기업 금융을 새로운 사업 전략 아이템으로 낙점했다.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 중소기업 금융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관련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과 9월 각각 ‘사장님 부동산 담보대출(이하 사장님 부담대)’ 선순위, 후순위 상품을 내놨다. 지난달에는 ‘후순위 대환 상품’을 선보였다. 부동산 담보물에 다른 은행의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은 상품의 대환대출이 가능하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중 개인사업자 부동산 담보대출을 처음으로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기업금융 시장공략에 나섰다. 개인사업자 부담대는 신용대출·보증서 대출 대비 대출금 한도가 높고 금리가 낮은 이점이 있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뱅크도 연내 개인사업자 부동산 담보대출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케이뱅크는 3년 내 중소기업 대상 비대면 법인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케이뱅크가 인터넷은행 중 처음으로 중소기업 대출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인터넷은행은 개인·개인사업자 중심의 대출 상품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집중해왔다. 여기에 기업금융의 영업 방식 한계, 비대면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연동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중소기업 대출 영역에 쉽사리 진출하지 못했다.

한 인터넷은행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영업 방식은 일대일 밀착형으로 사실상 비대면과 다름이 없는 편리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또 개인 대출의 경우 스크래핑, 공공 마이데이터를 통해 신용정보를 가져올 수 있으나 기업 정관 등의 데이터를 불러오는 것이 아직까지 쉽지 않아 비대면으로 상품을 제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중소기업 대출 시장은 인터넷은행이 꼭 가야할 길인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이 케이뱅크가 중소기업 대출 상품 출시를 보수적으로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케이뱅크는 2년 내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중소기업 대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2027년 3분기를 목표로 중소기업 대상 100% 비대면 법인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혁신적인 기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뱅크가 지난해부터 이런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은 높아진 업비트 의존도를 분산 시키기 위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지난해 12월 말 펌뱅킹 수수료 수익은 198억원으로 그 중 업비트로부터 받은 수수료(179억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비이자이익 가운데 29%를 차지한다. 또 올 1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전체 수신액 가운데 20%가 업비트 예치금에 해당된다.

금융당국에서도 케이뱅크의 업비트 제휴 종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금융 당국은 케이뱅크에 업비트와의 제휴 종료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케이뱅크 측은 해당 서류를 지난주 금융 당국에 제출했다. 비상계획과 관련해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비트 예치금을 대출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아, 유출 가능성을 100%로 잡는 보수적 전망을 해도 회사 측의 여신 자산 운영에는 영향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케이뱅크는 업비트 예치금을 대출 자금으로 쓰지 않고 있어 제휴 종료가 은행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가상자산 예치금은 여신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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