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AI “독자 생존, 메타에 매각 안 한다” 결정
퓨리오사AI가 메타의 인수합병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생존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24일 퓨리오사AI 관계자는 <바이라인네트워크>와의 전화통화에서 “메타와 인수합병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퓨리오사AI는 최근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인 메타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았으나 고민 끝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
이 관계자는 “메타에 인수될 경우 현재 개발중인 AI 칩 ‘레니게이드’를 접고 메타 칩을 개발하는 내부팀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원래 꿈꿨던 우리 길을 계속 가 볼 것인가를 놓고 고심한 것”이라면서 “인수 제안을 받았을 당시에는 회사에 (인수 외엔) 선택지가 없었지만 이후 회사에 대한 인식과 펀딩 상황이 개선되면서 한 번 (독자적으로) 끝까지 가보자라고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퓨리오사AI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 칩에 도전한 스타트업이다. 엔비디아가 주름 잡은 시장에서 ‘글로벌 1등’이 되겠단 목표를 가지고 2017년 창업했다. 지금까지 퓨리오사AI가 받은 누적투자액은 1700억원 가량. 마지막으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80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후 투자 시장이 경색된 데다, AI 칩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잇달아 생겨났지만 수익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 발목을 잡아 경영난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와의 인수합병 타진 소식은 퓨리오사AI에 단비였다. 메타가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퓨리오사AI의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이 줄었다. 메타가 인수할 만큼 기술을 확보했다는 인식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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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퓨리오사AI 입장에서는 메타와의 인수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향후 국가 핵심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이는 AI 반도체 기업이 외국 회사에 매각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또, 매각을 결정한다고 해도 후에 있을 정부의 기업결합승인도 고민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AI 반도체는 아직 국가의 핵심 기술로 분류되어 있진 않지만, 최근 정부가 AI 반도체 산업을 육성키로 한 데다 메타와의 인수합병설로 퓨리오사AI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매각을 결정했는데, 이후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퓨리오사AI로선 또다른 활로를 찾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선택할 카드도 늘었다. 회사에 대한 관심 환기로 자금줄에 숨통이 트인 것.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던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도 순항 중이다.
기존에는 퓨리오사AI의 기술력에 의심을 갖고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는데 메타가 인수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이 회사에 대한 재평가가 투자업계에서 이뤄진 것. 메타와의 인수합병설이 첫 보도된 당시에는 퓨리오사AI에 메타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따로 펀딩도 진행 중인 상황이라 급하게 메타와 인수를 결정짓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됐다.
자립을 결정한 퓨리오사AI는 이제 앞으로 더 큰 도전에 나서게 된다. 생존과 기술 개발, 칩 생산을 위한 자금을 지속 마련해야 하고,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의 칩을 개발해 스스로 판로를 뚫어야 한다.
회사가 집중해 개발 중인 칩 레니게이드는 지난해 8월 미국 ‘핫 칩스 2024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2세대 AI 반도체다. 거대언어모델(LLM)과 멀티모달모델의 추론을 위해 설계한 데이터센터용 가속기로, HBM3를 탑재한 칩이라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였다. 현재 사우디 아람코와 LG AI 연구원에서 레니게이드를 평가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