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 리스펙”…일본 넘버나인, 의미 있는 돌풍

‘신혈의 구세주’ ‘나만 최강 초월자’ 일본 인기 웹툰 제작
웹툰엔터테인먼트 일본 현지 제작 스튜디오 첫 투자

“한국 웹툰 리스펙(리스펙트)합니다”

라인망가 주요 인기작 ‘신혈의 구세주’와 ‘나만 최강 초월자’로 유명한 스튜디오 넘버나인(No.9) 핵심 인사들이 지난 12일 도쿄 사무실에서 한국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일본 오리지널 웹툰 성공 의지를 강조하면서 한국 웹툰에 대해 거듭 존경과 경의를 표했다.

<사진 왼쪽>부터 스튜디오 넘버나인의 고바야시 타루마 대표, 에토 슌지 망가 스토리보드 작가, 히로유키 엔도 집행임원(PD)이다.

이들은 한국 웹툰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는 일본 오리지널 웹툰 성공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전히 판형(단행본) 만화가 중심인일본에서 웹툰 성공을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도 연결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고바야시 타루마 대표는 “웹툰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라며 “10년 열심히 해도 이길 수 없는 판형만화 레전드 출판사들과 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할 수 있다. 노력하면 1위가 꿈이 아닐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신혈의 구세주 포스터 이미지

참고로 넘버나인은 네이버웹툰 일본어 서비스를 운영하는 라인디지털프론티어(SDF) 모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현지 웹툰 제작 스튜디오 분야 첫 투자사다. 네이버웹툰의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이끈 창작 생태계를 일본에서 더욱 확장해 글로벌 스토리텔링 콘텐츠 리더십을 강화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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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넘버나인은 팀 체제로 사내에서 웹툰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웹툰)

타 사에 없는 사내 분업

넘버나인이 갖춘 웹툰 시스템의 핵심은 ‘분업’이다. 작가와 편집자 2인 또는 2인에 어시스턴트를 갖춘 외부 팀이 아닌 회사 내에선 사내 편집부를 두고 작가도 출근하면서 웹툰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물론 외주 분업 체계도 갖췄다.

고바야시 대표는 “넘버나인은 다 출근해서 같은 공간에서 웹툰을 만든다”며 “작가 출근은 (일본에) 거의 없는 구조로 타사에서 안 하는 방식으로 챌린지를 하다 분업을 진행했다”고 부연했다. 이어서 “팀 구조를 만들면 스토리 짠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업무가) 막힘 없이 진행이 된 것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한다”고 밝혔다.

한국 웹툰서 배웠다

그는 1세대 일본 현지 제작 웹툰이 실패한 이유로 “판형만화를 그대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넘버나인의 또 다른 성공 이유로는 “한국 웹툰을 리스펙하는 상태에서 만들어낸 게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신혈의 구세주는 한국 웹툰의 성공 요소에 일본 주간 소년만화 점프의 흥행 요소를 더해 탄생한 작품이다. 차기작인 나만 최강 초월자는 전작의 성공 노하우에 캐릭터 머리 색부터 전체적인 디자인을 거듭 연구하면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스튜디오 넘버나인 고바야시 타루마 대표 (사진=네이버웹툰)

일본 웹툰 전환점

고바야시 대표에 따르면 두 작품의 성공이 타 스튜디오에 영향을 미치는 ‘전환점’이 됐다. 일본산 웹툰이 월 1억엔 이상 거래액을 만들어내며 성공하자, 넘버나인을 따라 잡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좋은 작품이 나오면 일본 내 웹툰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는 웹툰 창작 생태계를 확대하려는 네이버웹툰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그는 “라인망가라는 선행 서비스가 없었다면 신혈의 구세주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작품만 서비스하는 게 아니라 마치 2인3각으로 작품을 푸시하고, 원팀처럼 같이 작품을 성장시켜 주신 것이 라인망가의 선택 이유”라고 말했다.

라인디지털프론티어(LDF)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 투자와 관련해선 “좀 더 오리지널 콘텐츠에 주력하고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더 투자해 미디어 믹스에도 주력하겠다”며 “시대를 초월해서 내 자녀가 읽고 자녀의 자녀가 읽고 국경을 뛰어넘는 일본 대표 IP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일본 웹툰 시장에 대해 “아직 성장기라고 생각하고, 폭발적으로 커지는 계기는 애니메이션화된 작품이 나오면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나 혼자만 레벨업처럼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해도 되는구나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바야시 대표는 “일본의 톱 크레이이터(작가)들은 여전히 판형을 메인으로 웹툰에 조금씩 관심을 두고 있다”며 “나 혼자만 레벨업처럼 웹툰이 애니메이션화되고 거기에서 게임도 나오고 인기를 끌고 하면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만 최강 초월자 포스터 이미지

한국 웹툰에 푹 빠져 연구

에토 슌지 작가와 히로유키 엔도 PD(편집자)는 웹툰에 도전하게 된 계기와 한국 웹툰에 푹 빠져 이를 연구하고 신혈의 구세주에도 적용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한국 웹툰을 리스펙한다”는 소감도 잊지 않았다.

에토 슌지) 한국의 인기웹툰 작품을 기절할 때까지 매일 읽고 열심히 연구했다.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그런 감각을 잡아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한국 작품을 리스펙한다. 저는 판형만화 출신인데 소년만화의 테이스트를 추가하고, 한국 작품처럼 서브 캐릭터의 매력이 더 돋보이게 팬덤이 생기게끔 이런 요소를 넣으면서 신혈의 구세주 인기가 많아졌다.

히로유키 엔도) 신혈의 구세주 편집 업무를 담당하게 돼 한국 웹툰을 많이 보고 한국의 인기 작품을 매일 체크하면서 연구하고 그랬다. 신작이 나올때마다 보고 있다. 일본 내 웹툰 그리는 작가 중에서 소년만화 연재 작가님이 많지 않다. 에토 슌지 작가는 소년만화 연재할 때 항상 우정을 테마로 그리셨다. 그런 부분을 웹툰 좋아하는 분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셨다. 처음엔 25회차에서 끝나겠지 했는데 몇 배의 매출을 만들어내고 (고바야시 대표가) 50화를 만들어라 100회차를 만들어도 된다며 계획에 없던 것이 생겼다. 에토 작가님께 말씀드려 여러 요소들을 넣으면서 만들었다.

넘버나인의 웹툰 성공 문법이란

에토 슌지) 스마트폰으로 스와이프할(화면을 끌어올릴) 때 여백이 많다는 걸 느꼈다. ‘여백이 왜 이렇게 길어’ 생각이 들었는데 읽다보면 호흡을 조절하고 있구나 일부러 여백 넣은 연출이구나 확실히 느꼈다. 웹툰은 개인에 포커싱한 작품이 잘 맞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움직이는 군사극이나 난투전 연출엔 조금 안 맞다고 본다.

히로유키 엔도) 판형만화가 연출력은 높은데 웹툰의 문법을 모른다. (판형에선) 말풍선이 컷의 좌우에 배치되고, 웹툰은 상하로 배치돼 스크롤하게 된다. 콘티를 만들 때 어느정도 여백을 주는 게 좋을지, 여백이 어느정도 영향을 주는지도 연구를 많이 했다. 호흡 조절을 에토님과 계속 얘기했고, 지금은 저희 만의 규칙을 찾게 됐다.

판형은 펼쳤을 때 (책 가운데) 종이가 맞부딪히는 곳에는 글자가 안 보인다. (중요 정보를 가장 자리에 두는 반면) 웹툰은 화면 가운데를 보다보니 좌우에 중요한 정보를 두게 되면 그쪽으로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선이 분산되는 곳엔 중요한 정보를 두지 않는다. 이러한 독자적인 룰을 매뉴얼화해서 항상 회의하면서 웹툰을 제작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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