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CES 혁신상 받은 스타트업들, 1년 농사 어땠나
한국 스타트업은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의 가장 큰 손님이다.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스타트업이 참여하며(올해 기준, 전체의 48%에 달하는 625개), CES가 주는 혁신상도 올해 151개나 받아 2년 연속 ‘혁신상 최다 수상국’이 됐다.
스타트업이 CES에 참여하고, 혁신상 수상을 기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향후 좋은 비즈니스 성과’를 내길 원해서다. 그 과정에서 해외 시장과의 접점을 만들고, 해외 진출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면 금상첨화다.
그렇다면, ‘CES 참여, 이후의 진짜 성과’는 어떨까? 2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는데, 제목이 ‘CES 2024 혁신상 그 이후’다. 2024년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곳들이 지난 1년간 얼마만큼의 투자를 유치했는지를 추적했다.

먼저, 지난해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총 116개사다. 결과적으로 이중에서 국외 투자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곳은 1곳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벤처투자사나 기관, 기업의 투자를 받은 곳은 5분의 1이 채 안 되는 20개였다. 전체의 81.9%에 달하는 95개 회사는 아무 곳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지 않거나 못했다.

스타트업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투자 유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유치 여부를 CES 참여의 실효성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사용한 것은, CES에 참여하는 스타트업 상당 수가 매출을 평가하기 어려운 초기 창업 기업 이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CES 2024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은 매출 증대보다 기술 및 제품 고도화를 위한 투자 유치가 필요한 시리즈 A 미만의 초기단계 스타트업이 72.4%에 달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지영 스타트업얼라이언 전문위원은 이 결과를 두고 두 가지 문제점을 도출했다. 첫번째는, 무조건 CES에 참여하는 것이 스타트업에 유리한가 여부다. 전시회 참가의 주요 목적을 잠재 고객 확보라고 본다면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CES에 참가하기 이른 시점일 수 있다고 봤다. 이지영 전문위원은 “그럼에도 초기 스타트업이 다수 참가하게 된 이면에는 공공기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이(초기) 단계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CES 혁신상 수상이 본래 목적인 해외 진출이나 투자 유치 등을 위해 쓰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국내향 마케팅 수단으로 더 활용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국내에서의 CES 성과 보고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뜻인데, 매년 역대 최대 규모 참가·최다 수상이라는 현상에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참가기업과 수상을 늘리는 데 집중한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서는 풀이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가능한 많은 기업이 고르게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공공 관점의 논리와 달리, 스타트업 생태계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시장논리로 작동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을만한 기업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후속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기업 성과로 이어지도록 돕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영 전문위원은 “보고서의 결론은 초기 기업이 CES에 나가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보다는 충분히 해외 전시회에서 결과물을 내보이고 뭔가를 더 해볼 수 있는 곳이 가는 게 우선이며, 참여 기업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잘 하는 곳이 가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해당 리포트는 CES 2024 혁신상 수상 스타트업의 2024년 투자 유치 현황을 살펴본 것으로, 근거 자료로 더브이씨(The VC)의 한국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고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측은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이런 보고서와 기사가 나온거 보면 우리나라가 살아있고 앞으로 잘될거 같아요. 멋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