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는 해외직구”…직구의 일상화
지난 5월 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은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는 규제안을 내놓았다가 사흘 만에 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직구 상품은 KC 인증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국내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다채로운 상품을 직구로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언론과 각종 커뮤니티에서 직구 금지 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매우 컸고, 정부는 정책을 고집할 수 없었다.
이 해프닝은 직구가 우리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많은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취미처럼 즐기고 있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상품, 특이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취미용품 직구하다가, 직구 자체가 취미로
취미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독특한 상품을 각자 자랑하며 “나도 알리깡 했다”는 후기가 자주 올라온다. 다꾸용품(다이어리 꾸미기 용품), 빈티지 용품, 전자기기, 가드닝(정원 가꾸기) 용품 등 취미 활동과 관련한 직구는 매우 활발하다. 소위 ‘프로 취미러’들 사이에서 해외 직구는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심지어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과정이 되었다. 한정판 컬렉션이나 전문 장비를 직구로 구입하면 취미에 더욱 깊이 빠질 수 있다.
이처럼 해외 직구는 취미 활동의 트렌드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글로벌한 시장에서 유행하는 취미 상품들을 구매하면서 최신 트렌드에 발맞출 수 있으며, 개인의 취미 생활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준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이나 스타일을 가진 제품들을 통해 개인의 취미가 보다 국제적이고 포괄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출시 전이거나 출시 계획이 없는 제품을 써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 초 출시되었던 애플 비전 프로는 국내에 최근에야 출시됐다. 하지만 직구를 통해 먼저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다양한 언박싱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다. 이는 직구가 규제됐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 인지도 및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 플랫폼을 이용하는 주된 이유로 ‘새로운 또는 유행하는 상품이나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과 ‘DIY 상품 구매로 여가 시간이 즐거워진다’는 답변이 많았다.
직구의 또다른 매력은 ‘가격 메리트’
직구의 또 다른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해외 직구로 물건을 구입하면 국내 배송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최소 10~40%까지 물건값을 아낄 수 있다.
특정 제품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비용 절감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결과 제한된 예산으로 더 많은 취미 용품을 구매하거나,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다른 취미 활동에 자금을 투입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다만 해외 직구의 경우 국내 구매와 달리 관세와 배송비, 반품 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자칫 상품 가격만 보고 구매 결정을 할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각 해외 쇼핑몰 별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일부 해외 쇼핑몰의 경우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렴한 상품도 무료 배송되는 경우가 많아, 추가적인 비용 부담 없이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또 제품이 파손되었거나 배송되지 않은 경우, 분쟁 제기를 통해 환불이 가능하다.
해외 직구는 이제 단순히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취미 생활을 탐구하고 즐기는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상품을 통해 취미 생활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기쁨을 주는 해외 직구는 단순한 쇼핑 이상의 가치로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20년 전부터 이베이를 시작으로 해외 직구를 즐겨온 40대 초반의 직장인 최 모 씨는 “십여 년 전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이색적인 디자인의 홀가와 로모 토이 카메라들을 손에 쥐었던 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그게 바로 직구가 주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