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상생협의체, 결국 파행으로 끝날까?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가 좀처럼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초 10월 내로 합의안을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었는데, 11월 중순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네요. 상생협의체가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결국 파행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상생협의체는 지난 7월 정부에서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에서 비롯됐습니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금융, 배달료, 인건비 등 주요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상생협의체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생협의체는 ‘소상공인’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나요?

배달3사가 제시한 상생안과 공익위원의 원칙

배달앱 3사가 지난 7일 제 11차 회의까지 제출한 안은 위와 같습니다. 상생협의체 공익위원들은 오늘(11일) 오후 6시까지 배달 플랫폼 측의 최종안을 제출 받고, 결론을 낼 예정이고요.

먼저 배민의 안을 보면 최고 수수료율을 기존 9.8%에서 7.8%로 낮췄습니다. 대신 업주 배달비를 최대 500원 올렸네요. 입점업체 일부에서는 배민이 전반적인 수수료를 크게 낮췄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네요.

쿠팡이츠는 9.8%에서 9.5%로 최고 수수료율을 낮추고 업주 배달비를 2900원으로 통일했습니다. 대신 기본 거리(1.5km) 이상일 경우 거래액 상위 50% 점주에게 할증비를 내도록 한다는 방침이고요.

요기요는 이날부터 전국 단위로 차등 수수료제 ‘요기요 라이트’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일하게 협의를 마무리했네요. 연말까지 가능한 많은 점주를 포함할 수 있도록 요기요 라이트 수수료제 적용 대상을 전국구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밝혔네요.

공익위원 측은 배달 수수료 원칙을 세울 때, 배달앱 4사 중 배민과 쿠팡이츠에만 주목했습니다. 시장의 경쟁 상황과 운영 상황을 봤을 때 1, 2위 업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게 이정희 위원장의 설명이고요.

이번 배달플랫폼의 상생안을 검토할 때, 공익위원이 수수료와 배달비에 한해 세운 원칙은 총 네 가지입니다. ▲가게 매출액 기준에 따른 수수료 차등 적용 ▲차등 수수료 경우 수수료의 평균이 6.8% 수준을 넘지 않는 선일 것 ▲매출 하위 20% 경우 중개 수수료율 2% ▲ 최고 중개 수수료율 경우 현 수준 9.8%보다는 낮게 적용할 것이네요. 배달비 경우에서도 1900~2900원 선을 유지하기를 요구했고요. 

특히 공익위원이 평균 수수료 6.8%와 1900~2900원의 배달비를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배민에 있습니다. 배민은 올해 8월 전까지 중개 수수료 6.8%에 배달비 3200원을 기준으로 삼았거든요.

사실 업계에서 지난 7일 열린 제 11차 회의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요. 연장된 이유는 사실상 쿠팡이츠에게 있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입니다. 이정희 위원장은 지난 8일에 “11일까지 쿠팡이츠에게는 중재 원칙에 가까운 수준의 상생 방안을 새롭게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쿠팡이츠의 상생안이 중재원칙에 가깝지 않다고 본 겁니다. 특히 쿠팡이츠는 평균 수수료가 8%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익위원의 중재원칙과 어긋나고요. 배달비 또한 앱 내 거래액 상위 50%에게는 할증을 붙여 적용하겠다고 밝혔죠.

결국 수수료 논의는 제 11차까지도 마무리되지 않았고요, 이날(11일)에 쿠팡이츠의 마지막 안이 제출된 후에야 결론이 납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쿠팡이츠가 제대로 된 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입점업체 한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최종 수수료를 고작 0.3%포인트 인하해 사실상 상생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 또한 입장문에서 “쿠팡이츠측의 소극적이고 무성의한 대응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정해진 11차 회의까지도 제대로 된 상생안을 내놓지 않고 있기에 상생협의체 참여 기업과 협단체의 쿠팡이츠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상생협의체는 끝나야 한다…다음은 입법”

그렇다면 그나마 나은 배민의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상생협의체가 사실상 파행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전망입니다.입점업체 4개 단체 중 일부가 최고 수수료율 5%를 내세우고 배달앱에서는 이 이상의 수수료 인하에 난색을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입점업체 측이 최고 수수료율 5%를 고집하는 이유는 과거 배달의민족의 수수료가 정액제였기 때문인데요. 주문금액 2만원을 기준으로 한다면 과거에 받은 1000원, 즉 5% 정도 받아도 가능하지 않냐는 주장입니다.

특히 배민의 경우에는 우리가게클릭 등 각종 광고 상품이 있어 수수료 인하를 해도 수익이 있다는 거죠. 한국외식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수수료 2%인 땡겨요도 시장 점유율이 10~20%로 올라간다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배달 업계에서는 최고 수수료율이 5%까지 내려간다면 배달앱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현재 배달앱이 플랫폼 유지와 고도화에 쓰고 있는 각종 비용이 있고, 계속해 기반 비용은 높아지고 있는데 과거 5%를 기준으로 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특히 최고 수수료율 5%로 단일 상생안을 낸 입점업체 4개 단체는 지금 반으로 갈려 갈등하고 있습니다. 이정희 위원장도 이와 같은 상황에 난색을 표했는데요.

기본 수수료, 최고 수수료율을 낮춰야 되지 않는가 이런 부분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입점 업체들도규모가 입점 업체가 있고 규모가 작은 입점 업체가 있기 때문에, 입점업체 간의 여러 가지 이해도 다른 상황입니다.

이정희 위원장

일부는 입법에 앞서 플랫폼사들이 수수료를 인하하기를 바라는 한편, 다른 쪽은 5% 아니면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입점업체들을 대변하는 측은 영세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단체 측이 ‘배민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고요. 영세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단체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버틸 수 있으면서, 5%가 아니면 당장 2~3년이 걸리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해 영세 소상공인을 괴롭게 한다’며, 규모가 큰 업체를 대표하는 업체를 비판하고 있네요.

배달 플랫폼도, 입점업체 단체도 각기 입장이 달라 의견이 수렴되기 어려운 상황. 결국 배달 플랫폼 수수료 자율 규제는 파행으로 다다르고, 입법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이번 상생협의체와 관련된 이들의 총평입니다. 쿠팡이츠의 미약한 상생안과 상생협의체를 거쳐 결론이 나오면, 향후 입법도 어렵다는 입점업체 단체의 강경한 태세가 입법으로 이끌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네요. 현재 일부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한 입점업체 단체 관계자 주장입니다.

다만 소상공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은 계속해 힘든데, 입법보다는 빨리 수수료를 인하하는 게 방법 아니겠냐”고 토로하기도 했는데요. 일단 수수료율을 내려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당장 올해 1, 2분기 서울에서 문을 닫은 점포도 각 분기별 6000여개에 달하는 등 극한 상황이니까요.

일단 수수료를 내리자는 측과 지금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측. 그리고 내리기 어렵다는 측. 이 셋 사이에서 과연 3개월 넘게 지속된 회의가 결론을 낼 수 있을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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