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의 첫 분기 흑자, 어떻게 가능했을까?

왓챠가 첫 분기 흑자를 발표했습니다. 최근 왓챠의 발표 내용은 “지난 6월 첫 월 기준 손익분기점(BEP) 달성 이후지속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처음으로 분기 기준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는 것인데요. 그간 왓챠의 어려웠던 상황을 생각하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아쉽게도 매출이나 영업이익과 관련한 구체적 숫자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왓챠의 요즘 근황을 좀 살펴보려 합니다. 어떻게 분기 손익분기점을 맞췄는지, 그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또 이 회사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여러 비즈니스 모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런 내용들입니다.

자생을 위한 노력 1 – 비용절감

아쉽게도 지난 3분기 흑자가 매출 증대에 따른것은 아닙니다. 왓챠 측에 따르면 매출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어들었습니다(참고: 왓챠 2023년 전체 매출은 437억원).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개선한 것이죠. 폭발적 매출 증가로 인한 영업익 개선이 아니라는 것은, 왓챠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뜻입니다.

왓챠는 그동안 시장으로부터 “너네가 자생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는데, 우선은 손익분기점을 맞춤으로써 “우리는 죽지 않았다, 자구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왓챠는 나름의 뼈를 깎는 노력을 했습니다. 먼저 비용절감입니다.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 왓챠에서는 180명 정도가 일했는데, 지금 임직원 수는 90명이 조금 안 되는 수준입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 직원의 절반 정도를 구조조정해야 하는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외부에 왓챠를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한 마케팅에도 힘을 쏟지 않았습니다. 올 상반기, 왓챠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편수를 최소화화고, 마케팅 효율화를 통해 연간 마케팅 집행 비용을 90% 이상 축소했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그 기조가 그대로 이어집니다.

대신, 이용자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이들이 플랫폼 내에서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조했는데요. 콘텐츠 개별 구매 활성화를 위한 할인 행사나, 혹은 여행 플랫폼과 손잡고 왓챠 내에서 드라마를 본 이용자가 해당 드라마의 배경이 된 나라로 여행시 할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를 하는 식입니다. 한 번 들어온 이용자들이 왓챠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콘텐츠를 보며, 자연스럽게 더 비용을 지불 할 수 있게 하는 전략입니다.

자생을 위한 노력 2 – 사업 재편

콘텐츠 제작 및 수급 비용의 상승에 따라 지난해부터 수익성 개선과 흑자 전환을 목표로 기조를 전환한 왓챠는 영상 콘텐츠 개별 구매(TVOD)와 웹툰 개별 구매(PPV)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그 결과 TVOD와 웹툰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각각 302%, 1522% 급증했다영상 개별 구매의 경우 최신 영화는 물론 구작과 시리즈까지 감상할 수 있으며웹툰의 경우 PPV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 수가 전년 대비 약 300% 가량 확대됐다. – 왓챠가 지난 10월 31일에 공개한 내용

왓챠가 발표한 내용 중,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물론, 왓챠의 주요 수익원은 여전히 월 구독료 모델입니다. 아직은 왓챠 수입의 압도적 부분을 차지하죠. 그러나, 그 외에 개별 콘텐츠 판매 수익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합니다. 왓챠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다른 플랫폼 대비 더 많이 모여 있다고 자체 분석 하는데요, 이들에게 좋은 작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영구 소장’ 하도록 하는 것이 일정 부분은 먹혀들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숏폼 드라마를 위한 ‘숏차’ 앱을 별도로 공개했습니다. 왓챠 측은 “숏차는 숏드라마의 특성에 맞춰 콘텐츠당 일부 회차 무료 감상이 가능하고그 이후 회차에는 유료 감상과 함께 광고 시스템을 도입해 광고 시청 후 무료 감상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합니다. 요즘 릴스나 쇼츠는 외에도 짧은 웹드라마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웹툰을 미리보기 위해서 요금을 내는 것처럼, 웹드라마도 그런 형식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인데요.

왓챠도 이 인기에 올라타려는 것이죠. 현재 왓챠는 오리지널 제작은 거의 접은 상태입니다. 경쟁사들이 오리지널 한 시즌을 만드는데 수십억, 수백억원을 쓰고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그런 경쟁은 왓챠 입장에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숏차에 들어갈 짧은 웹드라마라면 말이 달라지죠. 60편 한 시즌 제작 기준으로 웹 드라마 제작비의 비용은 수억원 정도 수준에 머무릅니다. 외부에서 콘텐츠를 공급 받으면서, 왓챠도 자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공간으로 보입니다.

그 외에, 왓챠피디아 등에 배너 광고를 붙이는 것도 수익성 재고를 위한 노력이죠. 또, 왓챠의 기본기라고 할 수 있는 “왓챠에서만 볼 수 있는 구작”이라는 롱테일 전략 역시 꾸준히 가져가고 있습니다.

왓챠는 왜 분기흑자를 빠르게 발표했나

지금까지는, 왓챠가 당분간 망하지 않고 존속해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현상 유지만 해서는 오래 생존하기 어렵죠. 왓챠에 중요한 것은 앞으로 사업의 영속성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성장을 받쳐줄 수 있는 총알입니다. 즉, 투자 유치입니다.

왓챠는 LG유플러스와의 투자협약이 틀어진 이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고, 거의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LG유플러스와의 계약 파기가 왓챠에 안 좋은 시그널로 시장에 작용했던 것이죠. (참고로, 현재 왓챠 LG유플러스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경법)’ 위반 혐의로 특허청에 신고한 상황입니다. “LG유플러스는 투자를 빙자해 탈취한 왓챠의 기술과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U+tv모아 및 자체 OTT를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죠. LG유플러스 측은 “왓챠가 제공하는 기능은 미디어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제공되는 보편적인 기능과 디자인으로 왓챠의 고유한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받아칩니다.)

왓챠가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그래서 지금 이들이 충분히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시장에 보여줘야 합니다. 박태훈 왓챠 대표 역시 회사의 경쟁력과 비전을 알리는 기업 설명을 지속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분기 흑자 발표 역시 그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갈수록 극심해지는 OTT 경쟁 환경에서, 왓챠에도 성장을 위한 도약의 기틀이 마련되길 바라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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