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개 유럽 스타트업, 한국 왜 찾나?
올 연말부터 2027년까지, 4년 간 총 500개의 유럽 기업이 한국 시장을 찾는다. 우리 기업과 비즈니스 미팅을 갖고, 협업 기회를 찾기 위한 방한이다. “유럽의 스타트업이 한국을 찾아 판로를 개척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스타트업도 유럽 진출 발판이 되어줄 파트너를 찾아볼 수 있다”는 유럽연합(EU)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7일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 대사(=사진)는 유럽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한국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EU 비즈니스 허브’를 알리는 간담회에서 “한국 기업에게도 글로벌 파트너와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며 유럽의 수많은 최첨단 기술을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유럽 기업, 어떤 프로그램에 참석하나
프로그램은 올해 12월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총 10회에 걸쳐 진행된다. 회당 참여하는 유럽 기업의 수는 50개. 다 합치면 총 500곳의 유럽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한국을 찾아 우리 기업을 만난다. 해당 기업들의 비즈니스 영역은 크게 세 분야로, ▲디지털 솔루션 ▲헬스케어/ 의료기기 ▲녹색 저탄소 기술 등이다.
지원 내용을 보면 선발된 유럽 기업은 한국에 오기 전후로, 광범위한 비즈니스 코칭을 받는다. 주로 한국 시장에 관련한 이해를 돕는 내용이다. 이후에는 비즈니스 매칭과 기업 간 1 대 1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한다. 각자 비즈니스 이해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끼리 만나서, 향후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라는 뜻이다.
당연히 한국 시장에 관심이 있는 유럽의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참여한다. 월터 반 하툼 공사 참사관(경제통상 부문)에 따르면 “유럽의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위해서 EU 비즈니스 허브와 같은 프로그램에 상당히 많이 의지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기업에 관심이 많지만, 직접 진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기업 중에서는 유럽 진출에 뜻이 있거나, 혹은 유럽 회사와 함께 연구개발(R&D)할 기회를 모색하는 곳이 대상이다. 국내 기업 외에도 R&D 파트너, 공공 및 민간 부문 구매자와 투자자 등이 유럽 기업이 만나고자 하는 대상들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을 환기 시키기 위해서는 한국과 유럽 간 경제적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월터 반 하툼 공사 참사관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나라 간 무역 정책이 바뀌고 있고, 공급망 붕괴와 지정학적 갈등은 유럽연합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는 양자간에 협력을 서로 많이 지원해야 함을 뜻하고, 비즈니스 허브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이유”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의 기술 진보에 대한 홍보도 이뤄졌다. 예컨대 한국에서도 중요한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해 “그린딜 정책은 유럽연합에서 현재 잘 운영되고 있으며, 전체 전력의 50% 이상이 재생에너지로부터 공급되고 있다. 수소 전력량 역시 중국과 미국의 수소 전력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언급했다.
또,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해서 “한국은 이 분야에서 굉장히 많이 발전했으며, 암 정복을 위한 양자간의 기술개발과 협력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월터 참사관은 말했다. 그는 또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처방안은 매우 중요한 의제이므로 이와 관련한 대처 방안을 한국에 제안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올해 말에 비즈니스 허브 프로그램의 미션에서도 고령화 산업에 대한 협력이 다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 인공지능(AI)의 진보와 금융 부문에서의 협력도 언급했다.
풀어야 할 숙제
도전도 있다. 한국에서의 호응이다. 프로그램의 목적 자체가 유럽 스타트업이 한국에 빨리 비즈니스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프로그램에 먼저 나서서 적극 호응할 이유가 적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얻는 이점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 조건에 한국 기업이 얼마나 호응하느냐도 걸려 있는 이유다.
프로그램의 한국 리더인 이재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전문가 파트너는 “한국의 정책이 수출 위주로 되어 있어, 계속해 (유관 단체나) 협회 등과 논의 중에 있다”면서도 “이런 기회가 결국은 (유럽 기업의) 한국에서의 판로를 위한 것이라 (프로그램이) 원하는 수준만큼 (한국 기업들이 지원하는) 수가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EU 비즈니스 허브를 이끌어가는 측에서는 어차피 한국 기업도 유럽에 진출하고 있는데, 맨땅에 헤딩하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믿을만한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 기업이 가질 수 있는 유리한 점이라고 강조한다. 애초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을 설립 이후 최소 5년 이상 유지되었고 3년간의 재무 기록이 있는 기업(스타트업은 3년 유지, 2년 재무 기록), 유럽연합 외 지역에서 국제 비즈니스의 협력이 입증된 실적을 가진 기업 등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믿을 만한 회사들이 한국에 온다는 점도 앞세웠다.
세바스찬 반 더 페질 EU 비즈니스 허브 팀 리더는 “과거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2만2000건의 1 대 1 미팅을 만들어낸 성과를 냈다”면서 “(프로그램에 신청하는 유럽 회사의) 개별 프로필을 일일이 살펴보고 시장에서 상대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 때문에 과거의 성과가 미래에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신호라 보고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