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대형 고객과 소송전 앞두고 극적 화해하나

VM웨어 라이선스를 둘러싸고 벌어진 브로드컴과 고객사 AT&T의 법정 분쟁이 본격적인 소송전을 앞두고 극적으로 봉합되는 분위기다. 당초 10배 넘는 라이선스 비용 증가를 통보했던 브로드컴이 AT&T에 새로운 가격과 조건을 제안했고, AT&T가 일정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브로드컴과 AT&T는 뉴욕 법원에서 구두 변론을 앞두고 합의 논의를 진행중이다. 일단 브로드컴은 합의 논의 기간 중 VM웨어 지원 서비스를 10월 21일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구두 변론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브로드컴은 당초 AT&T의 8600개 서버에서 실행되는 7만5000여개 가상머신(VM)에 대한 기술 지원을 9월8일부로 종료하겠다고 통보했었다.

이에 AT&T는 9월5일 자사에서 보유한 VM웨어 가상화 솔루션 영구 라이선스에 대한 기술지원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후 한달 간 양측은 상호 비난전을 이어가며 본격적인 소송 절차에 돌입하려 했다. 법원은 양자 합의를 유도했고, 어느 정도 합의 도출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9월5일 AT&T의 브로드컴 제소 전까지

브로드컴이 AT&T에 VM웨어 영구 라이선스 제품에 대한 기술 지원 종료를 통보하기 전까지 양측은 기존 환경의 기술지원 연장을 놓고 씨름했다.

AT&T는 2022년 8월 VM웨어 설치형 소프트웨어의 기술지원을 최대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로써 AT&T는 VM웨어로부터 2026년 9월까지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VM웨어를 610억달러에 인수한 브로드컴이 2023년 11월 VM웨어 소프트웨어 영구 라이선스 판매와 기술지원 종료를 발표했고, 기존 제품을 네가지 핵심 제품으로 묶어 구독 모델로만 공급하기로 했다.

브로드컴은 AT&T에 기존 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AT&T는 브로드컴에 최소 1년 더 연장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브로드컴은 이를 거부했다. 브로드컴은 AT&T가 구독 라이선스로 전환할 경우에만 기술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양측은 합의에 실패했고, 브로드컴은 AT&T에 VM웨어 제품 기술지원을 종료한다고 최종 통보했다.

9월5일 소송 제기

이날 공개된 AT&T의 소장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AT&T에 5년 간 구독 라이선스를 계약하면 기술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새 제안에 따라 AT&T는 기존 대비 10.5배 인상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AT&T가 보유한 VM웨어 영구 라이선스는 5만5600개다. 2022년 VM웨어와 계약을 수정하면서 3년의 기술지원 서비스 갱신 권리를 획득했다. AT&T는 브로드컴에 기존에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을 이행할 것을 요청했지만, 브로드컴은 응하지 않았다.

지난 7월19일 브로드컴은 “AT&T는 3년 옵션을 선택하지 않고 2023년 9월 매수주문서 발행 시 추가 1년 기간을 더 연장했다”며 “이 개정안은 VM웨어 지원 정책의 적용을 받으며 종료를 허용해 제품 제공의 가용성 및 고객의 지원 갱신 옵션이 없다”고 통지했다.

기술지원 계약 갱신을 3년 단위로 연장해야 했는데, 1년만 연장함으로써 추가적인 갱신권리를 포기했다는 게 브로드컴의 입장이다. 이후 브로드컴의 입장은 동일하게 반복됐다.

AT&T는 브로드컴의 기술지원 종료로 전국에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통신 서비스에 개인고객, 주 및 연방기관, 경찰, 소방, 응급의료기관, 기타 필수 서비스 등을 언급했다. 브로드컴이 기술지원을 제공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기술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국민과 정부기관의 필수 서비스 상당수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T&T는 브로드컴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VM웨어 환경에 대한 추가 계약과 기술의무를 부과받을 것이고, 새 소프트웨어 수용을 위한 신규 네트워크 개발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추가 지출도 예상된다고 했다.

9월23일 브로드컴의 반박

브로드컴은 지난달 23일 AT&T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브로드컴은 “AT&T는 언론을 창출하고 단순한 이야기를 산만하게 하려는 의도로 공격하고 있다”며 “수년간 AT&T는 대폭 할인된 가격을 누렸고 엄청난 가치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또 “양자 합의엔 모호한 가용성 종료 조항을 포함하며, 이는 VM웨어에 통지 시 언제든 제품과 서비스를 폐지할 권리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브로드컴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 시행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문제의 지원 서비스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음에도 거부했다”며 “AT&T 요구를 완전히 해결할 신규 계약을 체결하려 몇달동안 선의로 협상했으나 ATAT에서 제안된 유리한 가격과 충분히 회피 가능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든 제안을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브로드컴은 AT&T가 지난 몇년 간 VM웨어 소프트웨어에서 ‘이주’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할 의도도 보였었다고 비난했다.

수잔 존슨 AT&T 수석부사장이 호크 탄 브로드컴 CEO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VM웨어로부터 이주 계획은 4000만~5000만 달러로 예상되며, 투자 우선순위를 정할 계획”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브로드컴은 “시장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5년 구독을 제안했으며, 유사 규모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안보다 더 유리하진 않더라도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브로드컴의 입장은 AT&T에서 시간을 벌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미 VM웨어 환경에서 타 솔루션으로 이주를 계획했고, 이주 프로젝트 이행동안 서비스를 받으려 한 것이란 얘기다.

또한 개인고객과 정부기관에게 제공중이란 AT&T의 미션크리티컬 주장도 반박했다. AT&T에서 활용하는 VM웨어 소프트웨어는 매우 오래된 버전이며, 일부는 이미 업그레이드 실패로 지원없이 실행되고 있다고 했다.

10월11일 협의 진전 보고

뉴욕 대법원에서 공개한 두 개업 간 서한은 “당사자들이 합의 논의에 참여중이며, 10월15일 구두 변론의 연기를 보증할 만큼 충분한 진전이 있다”고 적었다.

브로드컴과 AT&T는 구두 변론을 10월22일 혹은 법원에서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다른 날짜로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 법원이 연기를 받아들였고, 브로드컴은 일주일 더 VM웨어 소프트웨어에 기술지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확한 협의 내용이 알려지진 않았다. 일단 기존 제안보다 더 할인된 금액으로 구독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 인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편집된 법원 제출 진술서에 의하면 “AT&T에게 합리적이거나 유익한 가치가 있더라도 새로운 VM웨어클라우드파운데이션(VCF) 거래는 최신이고 훨씬 포괄적이기 때문에 이전 거래보다 더 비쌀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5년 VCF 구독 제안은 상당한 가치와 새로운 기술을 제공하는 동시에 AT&T의 지저분한 위험 환경을 정리하고 모든 것을 한 우산 아래에 가져올 수 있다”고 비용 증가를 정당화했다.

AT&T는 왜 VM웨어 기술 지원을 유지하고자 하나

AT&T가 VM웨어 환경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2017년 인수한 퍼스트넷(FirstNet)이다. 퍼스트넷은 미국 상무부의 연방 최초 리스폰더 통신 네트워크다. AT&T는 퍼스트넷을 2017년부터 25년 간 유지하고 했다. 이 퍼스트넷 인프라가 VM웨어 환경 상에서 운영되고 있다.

VM웨어 라이선스 정책과 새 구독 서비스 포트폴리오는 명시 가격에서 전보다 인하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시스템 환경에서 구동하는 경우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것으로 계산된다. 포레스터는 2025년 예산계획 가이드에서 새 VM웨어 라이선스를 이용할 경우 5배의 비용 증가를 조언하고 있다.

VM웨어 환경을 타 솔루션으로 이전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일차적으로 기존 환경의 서비스 중단이 불가피하며, 추가 개발과 안정화 기간도 필요하다. AT&T가 최대 5000만 달러의 비용을 예상하듯 매우 부담스러우면서 선뜻 택하기 힘든 도전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브로드컴은 비용 인상을 상수로 두고, 일정 수준의 할인을 제안하며 이탈을 고민하는 고객을 설득하고 있다. AT&T와 브로드컴의 논의가 어떤 결말로 끝나더라도 유사한 사례는 계속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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