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시장 키운다”…‘비전’ 내세우는 트렌드마이크로의 자신감
“보안 솔루션이 탁월한 성능과 안정성을 보장하려면 긴 시간 노하우를 축적해야 합니다. 트렌드마이크로는 무려 35년간 그 일을 해왔습니다. 국내 보안 기업들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출 만큼 충분한 기술력이 있는지, 또 효율적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합니다.”
최근 <바이라인네트워크>와 만난 김진광 한국트렌드마이크로 지사장의 일성이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보안 업체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들었다. 트렌드마이크로가 세계적인 보안 기업이긴 하지만 과한 자신감이라고 생각했다. 외산만 뛰어나고 국산은 아직 멀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경쟁이 신기술을 낳으면서 시장을 형성하고, 넓은 시장이 공생의 길을 만든다는 것. 국내 보안 기업들도 해외 기술을 쫓는 데 급급하지 말고 선구적인 솔루션을 개발해 새로운 수요를 발굴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김진광 지사장은 IT 업계에서 30년을 보낸 인물이다. 2013년 트렌드마이크로코리아에 합류해서는 국내 클라우드 보안 시장 공략에 힘을 쏟았다. 실적을 인정받아 2019년에는 한국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지사장으로 선임됐다.
최근에는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행정안전부가 낸 ‘2024 행정 및 공공기관의 정보자원 현황 통계’에 트렌드마이크로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2023년 한국 공공 IT 시스템에 사용된 정보보호 소프트웨어의 33.9%가 트렌드마이크로 제품이었다.
행정안전부의 정부통합전산센터 1~3차 사업 수주의 영향이라는 게 김 지사장의 설명이다. 3년간 ‘딥 시큐리티(Deep Security)’ 솔루션을 공급한 게 점유율을 높였다는 전언이다. 클라우드 보안이 각광받기 전 선도적으로 개발했던 솔루션이라 많은 기업이 딥 시큐리티를 참고 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김 지사장의 말이다.
그는 업계 풍토에 할 이야기가 많았다. 국내 보안 기업의 활약을 기대하는 목소리다. 분명 국내 보안 기업과 트렌드마이크로를 비롯한 해외 보안 기업 간 기술격차가 있고 국내 기업이 더 약진해야 큰 시장이 생길 거란 기대다. 국산과 외산을 막론하고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솔루션 출시가 활발해지면 IT 시스템 관리자들도 보안의 중요성을 더 깊게 인식할 수 있다.
김 지사장은 “국내 보안 솔루션의 발전 속도는 매일 진화하는 새로운 인프라와 서비스 발전 속도와 비교했을 때 느리다고 느껴지는 상황”이라며 “트렌드마이크로를 벤치마킹한 (국내) 솔루션들의 안정성과 상호운영성은 부족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보안 기업들이 한정된 자원으로 시장의 흐름만 쫓다 지나치게 많은 우물을 파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돌아봐야 한다”며 “국내 IT 생태계를 대부분 이루고 있는 중소 IT 기업들은 자문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글로벌 IT 벤더가 한국에 진출하는 상황이 역설적으로 국내 업체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과거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우리나라 진출이 좋은 예다. AWS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우리나라 클라우드 산업을 태동시키는 한편 국내 클라우드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외산의 습격으로 느껴졌지만 결과적으로 경쟁을 통한 산업 발전을 낳았다는 이야기다.
김 지사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경쟁 환경에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며 “글로벌 벤더들이 계속 한국에 진출하는 건 국산 업체에게도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선진 기술을 연구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현재 트렌드마이크로는 ‘트렌드 비전 원(Trend Vision One)’ 공급에 힘을 쏟고 있다. 확장형 위협 탐지 대응(XDR) 기반 매니지드 보안 플랫폼이다. 엔드포인트를 비롯해 이메일, 네트워크 등 다양한 보안 표면을 엮어 관리할 수 있다. 대시보드를 통해 가시성을 확보하고, 빨리 위협을 파악해 조치할 수 있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형태라 구축 기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트렌드마이크로만의 공격표면 위험관리(ASRM) 기술을 통해 기업 자산을 파악하고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자산 파악과 보안 위협 경고 속도가 빠른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위협을 촘촘히 파악해야 하는 관리자 입장에서 무척 편리한 기능이다. 김 지사장은 “클라우드 기반 원격 근무가 자리잡고 태블릿과 노트북 등 기업 외부 IT 자산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위협 예방에 효과적인 솔루션”이라 말했다.
올해는 트렌드 비전 원에 ‘이메일 & 콜라보레이션 시큐리티(ECS)’ 기능을 추가하면서 메일로 들어오는 악성코드나 피싱 피해 예방까지 범위를 넓혔다. AI 기반의 탐지 기능을 통해 이메일을 통한 사이버 공격을 차단하고 내부 메일에 들어있는 데이터 유출을 예방한다.
트렌드마이크로 리서치가 낸 2023년 이메일 관련 사이버 위협 동향을 보면 지난해에만 4500만건 이상의 위협이 ECS를 통해 탐지되고 방어됐다. 누구나 쓰는 이메일을 향한 위협이 늘어나는 상황서 ECS가 트렌드 비전 원의 활용도를 넓힌다.
김 지사장은 “현재 시장의 다양한 보안 솔루션은 대거 플랫폼 형태로 진화하는 추세”라며 “비전 원 플랫폼의 높은 보안 성능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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