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성공? 극소 개발사의 방치형 바이블 ‘데미갓 키우기’
루트쓰리게임즈 김건욱 대표 인터뷰
‘2024 게임 인사이트: 방치형 게임 A to Z’서 전략 공유
2023년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게임 중 유일한 방치형 키우기가 눈에 띈다. 루트쓰리게임즈(Root3Games)의 ‘데미갓키우기’다. 현재 이 회사의 주요 매출원이자 글로벌 프로젝트가 됐다. 최근 만난 이 회사 김건욱 대표는 “세븐나이츠 키우기 이후에 출시했으면 망했죠”라며 웃었다.
데미갓키우기는 어쩌다 성공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철저한 전략적 접근으로 만들어진 흥행작이다. 김 대표가 루트쓰리게임즈 설립 이전, NHN 등을 거치며 게임 프로젝트를 관리했던 경험이 성공에 보탬이 됐다. 한자릿수 인원의 극소 개발사라면 데미갓키우기의 사례를 곱씹을만하다.
김 대표는 오는 26일 개최할 <바이라인네트워크>의 ‘2024 게임 인사이트: 방치형 게임 A to Z’에서 실전 경험담을 공유한다. 시장 포지션을 정하고 마케팅 객단가와 수익화를 고려한 게임 제작 방법론에 대해 구체적인 인사이트를 전할 예정이다.
데미갓키우기는 당초 8개월 집중 프로젝트였다. 8개월 개발해서 8개월 서비스하자는 게 원래 목표였다. 그런데 당초 기대보다 훨씬 성공했다. 2022년 10월 출시해 글로벌로도 서비스 중이다. 작년 한해 퍼블리셔 매출은 170억원에 달한다. 물론 앱마켓 수수료와 퍼블리셔 수익분배를 감안하면 개발사인 루트쓰리게임즈가 가져가는 금액은 훨씬 적어지나, 차기작 개발진을 포함한 10명대 회사로는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성공을 했다.
“데미갓키우기 출시 당시 도트(2D그래픽) 퀄리티 높은 게임이 없다 보니 그런 측면에서 준수한 퀄리티와 이펙트 등으로 후킹 포인트로 가져갔습니다. 실제로 잘 맞아떨어졌죠. 그 당시 도트 게임의 객단가가 1200원선, 그러면 마케팅했을 때 BM(수익모델) 객단가 3000원 초반이 나와주면 BEP(손익분기)는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법인을 빨리 세우고 시작했습니다. 초반부터 전략적으로 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데미갓키우가가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다. 출시 직후 잦은 버그(오류) 때문에 고민이 컸다. 여러 번 회의를 거쳐 결국 재론칭을 시도한다. 모객 단가 대비해 매출이 잘 나오는 등 성과 지표는 좋아 자신감은 있었다. 흔한 사례는 아니었다. 일단 신규 이용자 진입을 막았다. 게임을 내려 받아 즐기고 있던 기존 이용자들 대상으로 꾸준한 피드백을 받아 게임을 개선시켰다.
“앱을 내렸습니다. 기존 이용자분들이 3주간 피드백을 주셨죠. 환불은 다 해드렸습니다. 하루 3000명이 넘게 플레이하셨죠. 정말 코어한 유저분들이었습니다. 인게임 아이템을 따로 우편으로 보내 드리고, 구글 기프트카드 이벤트도 하고 그랬죠.”
게임 이용자 입장에서 재론칭은 극단의 조치다. 이 같은 조치를 이해하고 게임에 남아 개선점을 회사에 알린다는 게 보통의 만족도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 당시 그만한 도트 콘셉트의 게임이 없었습니다. 대부분 방치형 게임의 성장 구간이 뻔한 것에 반해, 저희는 초반에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 수 있도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확 성장한 다음에 허들이 있고, 이걸 넘으면 또 확 성장하고 이런 식으로 밸런스를 잡아보자고 했던 게 초반 유저들이 데미갓키우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물론 밸런스 잡기가 너무 힘들었죠. 나중에는 안드로메다로 가버리는 적도 있었고(웃음) 그것도 잡는데 힘들었습니다.”
“업데이트 주기는 초반 3주였습니다. 저를 제외한 당시 5명으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죠. 업데이트도 하고 버그도 수정하고 개선사항도 적용하고요. 국내에선 CS(고객만족)도 저희 내부에서 했죠. CS는 이메일로 대응했습니다. 나중엔 외주를 쓰기도 하고요.”
방치형 키우기 게임의 흥행 전략 중 하나가 유명 콘텐츠와 진행하는 ‘IP 콜라보(제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가 조언을 건넸다.
“업데이트를 빨리 칠 수 있으면 IP 콜라보를 하면 됩니다. IP 콜라보는 검수를 받아야 되고 여러 제약 사항들이 있잖아요. 작은 회사가 그렇게 하려면 3주 업데이트를 쳐야 하는데, (IP 콜라보를 하려다가) 5주 6주 가는 거죠. 그냥 일반 업데이트를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대기업이라면 다르겠죠. 콜라보를 하면 관련 마케팅을 해야 신규 유저가 유입이 됩니다. 저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보니까 공수는 많이 들어가는데 (신규 유입은 제한적이고) 기존 유저들이 결제를 하다 보니 매출은 똑같았죠. 콜라보만 한다고 신규 유저가 온다는 것은 착각일 수 있습니다.”
데미갓키우기는 출시 1년을 훌쩍 넘긴 방치형 게임이다. 타임투마켓(적시에 제품 출시)을 노린 8개월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성공했고, 덩치가 커졌다. 제대로 갖춰 론칭을 목표했다면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 대형 경쟁작들과 버거운 싸움이 이어질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단기 플랜에선 전략이 유효했으나, 중장기 플랜 없이 론칭했던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저는 돈으로나 인원으로나 그 한계를 넘어서 하려다 보면 잘 안 된다고 보고 8개월 개발해서 8개월 서비스를 생각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중장기 플랜이 없었죠. 이후에 아레나(대전 콘텐츠)를 넣으려고 하니까 못 넣었습니다. 유저 간 UID(그룹을 구분하는 ID) 이런 것들이 다 달라야 하는데 그게 구분되지 않고 1인칭 게임이다 보니까 그렇게 개발했던 게 아레나를 못하게 된 거죠. 빨리 개발해야 하니까 그렇게 코딩이 됐더라고요. 차기작은 반면교사를 삼아 제대로 준비를 해서 나가야 하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레나가 없다 보니까 계속 탑을 올리고 필드를 늘리고 이런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장비 업데이트를 계속 하고, 장비만 하면 눈에 보이는 즐거움이 덜하니까 정령(펫 시스템의 일종)을 만들고요. 스킨 시스템도 넣고요. 캐릭터 수집형이 아니다 보니까 유저들이 스킨을 원했죠.”
루트쓰리게임즈는 이달 중에 실사형 인터랙티브 게임 ‘연애의 신(Master of Love)’ 스팀과 스토브 론칭을 앞뒀다. 관련 웹툰도 추진한다. 데미갓키우기를 이을 방치형 야심작도 준비 중이다. 내년엔 한국형 IP를 활용해 글로벌 목표로 게임을 낼 계획이다.
“2025년부터는 원소스 멀티유즈를 만들어낼 수 있는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지금은 전초전으로 인터랙티브 게임을 만들고 웹툰도 만들고 하는 거죠. 비즈니스가 작다고 고민이 작은 건 아닙니다. 이제 방치형 게임도 고도화가 되고 지금은 대기업이 들어왔습니다. IP화할 수 있는 게임으로 글로벌을 가지 않으면 소규모 회사는 살아남기가 힘들다고 봅니다. 자체 IP와 글로벌을 목표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