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BN] X세대 식품 커머스 팔도감이 흑자를 내며 성장하는 법
팔도감에 관심을 가진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팔도감은 스스로를 50대 식품 커머스라고 하는 서비스인데요, ‘전국 팔도의 산지와 소비자를 이어준다’고도 말합니다.
팔도감 운영사 라포테이블이 흥미로운 이유는 여럿입니다. 먼저 모회사가 X세대(1975~84년생) 패션 커머스 플랫폼 ‘퀸잇’ 운영사 라포랩스거든요. 또 X세대를 노리는 식품 커머스라는 점도 재미있었죠. 특정 세대 공략을 핵심 경쟁력을 삼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이번엔 굳이 식품으로요? 왜요?
최근 라포테이블은 좋은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온라인 플랫폼 모두가 흑자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팔도감은 올해 6월부터 2달 연속 흑자를 내고 있거든요. 매출이 꺾인 것도 아닙니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0% 가량 성장하기도 했다고요. 누적 다운로드 수도 3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아직 작은 규모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식품이라는 버티컬 시장에서 또 한 번 타깃을 X세대로 좁혔음에도 계속해 성장하고 있는 팔도감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8월 라포테이블 사무실에 가 이재윤 COO를 만나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팔도감은 어떻게 처음부터 X세대 소비자와 산지 판매자를 끌어들였나요? 빠르게 성장한 라포테이블의 스타트업스러운 비결이 뭔가요? 또 흑자 전환은 어떻게 성공했나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클 계획인가요?
“X세대에게 식품도 팔아보자”던 퀸잇 신사업팀, 라포테이블
라포테이블팀은 퀸잇 내 신사업에서 시작했습니다. X세대를 타깃으로 옷을 판매하다보니, 그 다음 단계로 뭘 팔아보지?를 고민했다고요. 이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해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2030이 대부분인 라포테이블팀의 특징은 가설을 빠르게 바꾼다는 겁니다. 이들이 검증한 X세대 고객들의 특징이 있는데요. 이들이 X세대의 식품 소비 패턴을 어떻게 파악했는지를 문답으로 정리해봅니다.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저는 2021년 퀸잇팀으로 입사했습니다. 2021년 말 퀸잇에서 신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이야기하면서 강원호 대표와 저 둘이서 푸드팀을 꾸려서 테스트를 했습니다. 신사업 관점에서 ‘우리 고객이 좋아하는 상품은 어떤 게 있을까?’, ‘우리 고객이 좋아하는 게 식품일까’ 고민했죠.
이후 우리가 어느 정도 제품 시장 적합성(PMF)를 찾은 것 같고 법인을 따로 세워서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면서 2022년 3월에 팔도감 서비스를 시작하고, 2022년 7월에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식품’을 키워드로 잡고 나온 스타트업이 팔도감 서비스 시작 시점과 유사하게 몇 곳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작 당시 팔도감이 ‘X세대’ 그리고 ‘식품’으로 키워드를 잡고 시작한 이유는 뭔가요? 퀸잇이 X세대 패션 커머스 플랫폼인 것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맞습니다. ‘퀸잇의 고객분들께 다른 걸 더 팔아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보통 회사들이 다각화를 할 때, 우리 기술을 가지고 시장을 확장하거나 지역을 확장하는 방식인데, 저희는 패션과 X세대이니, 이 세대를 위한 다른 서비스를 더 만들 수 있지 않을까가 기준이었죠.
식품을 핵심으로 한 이유는 X세대 고객님들의 사용이 잦고 돈을 쓰는 시장이 어디인가 생각해 본 결과입니다. 자연스레 식품이더라고요.
X세대 고객들이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게 홈쇼핑 채널인데, 여기에서 패션, 미용, 잡화 외에도 돈을 많이 쓰는 게 식품이랑 건강기능 식품이에요. 패션과 미용, 잡화를 하나의 범 패션으로 묶는다면, 식품이 그 다음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죠. 저희가 X세대를 타깃팅하는 건 해봤으니, 여기에 음식까지 팔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퀸잇이 지금만큼 자리를 잡지는 못한 상황이니, 원피스를 파는 데에서 간장게장을 팔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앱을 별도로 냈습니다.
X세대 맞춤 식품 플랫폼이 꼭 필요한가요?
상품 구성에 있어서만큼은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30대인데, 개인적으로 ‘이게 될까’라는 상품도 있거든요. 그런데 반응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디저트는 달아야지’ 생각하는데, 슴슴한 두부과자도 잘 팔리고요. 찰옥수수도 굉장히 잘 팔립니다.
MD분들도 체득을 하신 것 같아요. 딱 보고 ‘우리 고객님들이 좋아하실 만한 상품이다, 아니다’를요.다른 많은 채널에서는 나이, 세대로 타깃팅을 하지 않다보니까요. 일정 나이대 고객분이 해당 플랫폼에서 주류라고 하면 상품을 밀어줄 수 있지만 10대가 좋아하는 식품, 30대가 좋아하는 식품, 50대가 좋아하는 식품이 확연히 다른 상황에서 50대가 좋아하는 식품만을 미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 세 가지가 명확하게 구분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에서 20, 30대 고객님들의 입맛과 50대 고객님들의 입맛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죠.
덕분에 선순환이 된 것 같습니다. ‘X세대, 50대분들이 좋아할 것 같으니 이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자’ 하니 또 40, 50대 고객님들이 더 들어오고요. 저희는 X세대 고객이라는 아이덴티티는 잃고 싶지 않습니다.
팀원들이 20~30대라고요. 분명 보는 시각이 X세대와는 다를텐데 상품 입점시 의사결정 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MD분들이 고객 인터뷰 후 가설을 세웁니다. 예를 들어 신선식품 경우에는 ‘한 푼 싼 것보다는 맛있는 걸 찾으신다’도 있고요. 합리적인 가격으로 물건을 선보이는 건 맞지만 그럼에도 ‘우리 고객님들은 중급 이하의 신선식품은 원하지 않는다’도 있고요.
가공식품 경우에는 맛도 맛이지만 가설을 계속 바꿨습니다. 예를 들어 ‘재료에 엄청 민감하실 것이다’ 아님 ‘어떤 간식을 좋아하실 것이다’인데요. 저희가 지금까지 찾았고 절대 바꾸지 않는 원칙 중 하나는 ‘김치만큼은 100% 국산’입니다. 소금, 정제수, 새우젓 하나까지 하나라도 국산이 아니면 안된다는 거죠. 정말 해외에서 구해야 하는 특이재료가 아닌 이상에서요.
또 신선식품 품질은 상급 이상, 과일이면 로얄과 이상을 취급한다는 원칙도 있고요.
계속 바뀐 가설 중 하나도 있습니다. ’50대 고객분들이 냉면 밀키트 같은 상품을 3~4인분 이상 대용량 벌크로 살 것이다’고 가설을 세웠는데, 소용량도 잘 팔리더라고요. 알고 보니 자녀는 출가를 하고 혼자 혹은 두 분이서 사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 세대도 1인분을 원한다는 거죠. 이런 가설은 계속 바뀝니다.
가설을 가지고 상품을 입점해 시도했는데 반응이 어떻게 나오는지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그냥 빨리 많이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아니면 최대한 많은 걸 해보려고 합니다.
X세대의 특성에 맞춘 또 다른 특징도 있나요?
UI/UX쪽은 고객 소리를 들으면서 계속 개선하려고 했습니다.
상품 리뷰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데, 작성률이 정말 높습니다. 저희 리뷰 작성률이 30~50% 정도 되거든요. 지금 적립금이 있지만, 없었을 시절에도 정말 내용도 구체적으로 많이 써주셨어요.
주소도 저희 디테일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고객센터로 주소를 못 치겠다는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왜지? 주소 입력할 때 보통 주소 검색을 하고 OO로 XX를 치면 되잖아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 칸에 쓰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주소 전체를 쓰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아예 그 입력란에 초록색 띠를 입혔습니다. 그랬더니 문의가 급격하게 줄어들더라고요.
저희 제품 원칙 중 하나가 ‘주요 고객 뿐만 아니라 70대 할머니가 사용해도 질문이 없을 정도로 앱을 직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인데요. 보통 앱을 이렇게 만들면 되지, 보다 조금 더 친절한 버전이 분명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친절하게 만든다고 해도 고객과 잘 맞지 않는다면, 의미가 덜하다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주의하고 있습니다.
매일목장, 미니게임, 커뮤니티도 만들었어요. 어떤가요?
또 미니게임, 커뮤니티 등은 앱 접속 빈도와 앱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요즘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완벽하게 먹혔어요. 커뮤니티 도입이 가장 늦었는데, 저희는 고객분들이 라디오 방송에 사연 보내듯이 글을 올리고 의견을 나누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건 사러 들어온 고객님들이 고민 상담을 하거나, 집밥을 자랑하거나, 아니면 최근 만든 익명 게시판에서는 가족과의 고민도 나누고요. 그런데 굉장히 활발하게 사용하시더라고요.
라포테이블이 리뷰로 퀄리티를 유지하는 법
라포테이블은 판매자의 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위수탁’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때 상품을 검수하고 판매하기 위한 창고를 운영하는 건 당연 아니고요.
그럼에도 라포테이블은 기민하게 퀄리티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퀄리가 떠오르는 ‘상품위원회’로 시작해 리뷰 별점이 4.5점 아래로 떨어지면 울리는 알람, 생산자의 눈높이에 맞춘 판매자센터까지. 이 모든 건 라포테이블이 빠르게 가설을 바꾸고 또 검토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지금 상품 수(SKU)는 어느 정도인가요?
1만개 이하, 지금은 6000개 정도입니다.
상품 수가 적지는 않은데, 지금 100% 검수 판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고 있나요?
저희는 직접 매입이 아니라 위수탁 판매를 합니다.
입점부터 판매 과정에서 팔도감이 하는 것 중 하나는 ‘상품위원회’입니다. 퀄리티를 타협하기는 어려우니, 다 보고 검수를 한다는 측면에서 운영하죠. ‘우리 고객님들이 그 어떤 세대보다 퀄리티에서는 민감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직접 먹어보지 않은 건 팔 수 없다는 생각이 첫 번째라 100% 검수합니다. 그리고 사진 촬영도 저희가 직접 하는 경우도 많고요.
두 번째로는 리뷰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포장 상태 개선 등을 피드백을 드립니다. 저희가 직매입을 하지 않고 위수탁 판매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선식품을 다루는 분들이 창고로 매입을 하는 이유는 중간 과정에서 리스크가 많기 때문이거든요.
하지만 저희가 매입을 하고, 창고를 운영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단계별 리스크를 면밀하게 체크하기 위해서 모니터링을 정말 엄청 엄청 많이 합니다.
CX팀에서도 계속 모니터링을 합니다. 저희 고객분들이 리뷰를 정말 솔직하고 많이 써주시는 편이거든요. 이슈가 생기면 바로 MD팀에게 공유하고 MD들이 생산자와 포장을 개선한다던지, 아니면 ‘비가 많이 와 당도가 떨어졌으니 바로 상품을 빼자’ 등을 논의합니다.
리뷰 모니터링으로 퀄리티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요. 이전부터 퀸잇을 운영하면서 세대 특성을 파악한 경험이 리뷰 모니터링으로 퀄리티 관리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팔도감에서 퀄리티 관리를 위해 가설을 세우고 해본 건지도 궁금합니다.
저희가 처음 팀을 꾸리고 서비스를 내기 전 PMF를 찾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체크하려던 가설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다 매입해서 과정을 통제하지 않아도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건지, 가동이 되는 모델인지도 있고요. 하다못해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광고했을 때 몇 달 운영하면서 광고가 잘 되어도 운영이 안될 수 있다면 PMF를 찾지 못했을 겁니다.
예를 들어 판매자가 인터넷을 잘 못써서 공판장에 전통 방식대로 납품을 하는 게 낫다던가, 직거래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한다면요.
퀸잇에서 리뷰 등에서 노하우를 많이 따왔지만, 식품에서도 기능을 할까가 PMF 과정이었습니다.
하나 더 궁금한 점은 판매자들의 성격입니다. 온라인 판매에 익숙한 이들은 이미 포장 같은 건 잘하시거든요. 그런데 팔도감이 판매자들에게 포장 방식 개선을 전달하고 입점사들이 수용하는 건, 이들이 중소형 판매자이거나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가요?
저희가 신선식품 산지직송으로 처음 시작했을 때 딱 그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나 이모들을 보면 항상 사과, 귤 등 생산자에게 전화해서 주문하는 그 니즈를 온라인으로 가져와야겠다고요.
생산자들을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 한 달에 자기 농장에서만 사과를 몇십억씩 팔 수 있는 대농이 없죠. 미국과는 다르니까요. 보통은 계를 만들거나, 영농조합을 만들어서 같이 납품한다던가 지역 공판장에 도매로 납품할 수 있는 곳을 찾죠. 소매채널도 마찬가지고요.
그게 전통적이고 대세인데 그러면 ‘우리 엄마가 전화하는 그 사과집은 어디에 있지?’하고 찾아보면 보통 밴드, 카카오스토리에 있더라고요. 이 곳에 있는 생산자들의 니즈를 스터디해 본 결과,생산자가 비료나 농법을 달리 해 만드는 진짜 맛있는 A급 작물을 제값 받고 판매할 곳이 없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공판장은 모양, 균일함, 색으로 작물이 판단되니까요. 돈을 더 받고 팔고 싶은 생산자의 니즈를 소화할 곳이 없다보니 이 분들이 밴드, 카카오 주문을 받는 거죠.
문제는 스케일업이 잘 안되는 겁니다. 댓글을 하나하나 달고 시간을 써야 하니까요. 그래서 판매자들이 스케일업이 가능하도록 판매보다는 생산에만 더 집중하게, 그리고 수확해서 포장만 해 보내면 나머지 판매나 마케팅 등은 저희가 하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판매자센터를 정말 쉽게 만들었습니다. 엑셀을 써보지 않은 셀러들도 쉽게 쓸 수 있도록 개발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퀸잇도 쉬운 편이지만, 나이키에 계신 온라인 판매 대리님보다 사과농원 생산자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더 낮을 수 있다고 생각해 팔도감이 더 쉬운 버전입니다. 배송 관리도, 정산도 정말 쉽게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요즘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정산이 이슈입니다. 팔도감은 어떤가요?
강조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정산입니다. 저희는 정산으로 클레임하는 셀러가 없습니다.
최근 정산 관련 일이 많은데, 저희가 한 달에 세 번을 정산해 드립니다. 1일부터 10일까지 구매 확정이 된 건은 5영업일 후인 15일, 주말이 껴있으면 17일 이런 식으로요. 저희가 후발주자이다보니, 처음부터 정산을 자주, 빠르게 해드리려고 했습니다.
또 영세한 판매자들이 많기도 해서요. 특히 농사는 제철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고요, 가공식품도 원물을 사야 나갈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돼지고기 원물을 오늘 사서 내일 나갈 돼지갈비를 재우는 생산자들은 현금이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또 스케일업을 고려해 시스템에서도 정산과 문의도 직관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판매자분들이 “A 고객에게 간 상품은 언제 정산되나요?”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정산팀과 MD들이 하나하나 다 전화를 하는 게 감당이 안돼 아예 개발을 했습니다. 주문별 정산예정일을 바로 볼 수 있게 구성했고, 문의 관리에도 바로 뜰 수 있게 했습니다.
데이터 기반 결정을 내린다고 이해하고 있는데,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것 같습니다. 라포테이블의 가설 검증 및 의사결정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예를 들어 상품이 잘 팔릴지, 아닐지를 보는 과정은요?
상품 지표는 고객의 앱 진입, 어떤 상품을 봤는지, 어떤 걸 클릭했는지, 그리고 구매 전환이 되었는지를 전부 트래킹하고 있습니다. 또 상품 썸네일 클릭률, 전환율, 그리고 이벤트 수도 실시간으로 보고 있고요. 저희는 모든 직원이 데이터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봐, 전 직원이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오픈한 뒤 하루 이틀만 봐도 결판이 나는 상품도 있고, 일주일 넘게 기다렸다가 반응이 오는 상품도 있습니다. 공통점을 보면 신선식품이 반응이 빠릅니다. 제철인 경우가 많으니 고객분들이 리뷰가 적거나 썸네일이 취향이 아니더라도 ‘일단 사볼까?’ 하는 마음의 기준이 조금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가공 식품은 리뷰를 좀 더 쌓아야 하는 것 같고요.
저희가 생각하는 골든타임이 있고, 데이터에 따라 빠르게 결정합니다. 가공식품을 오픈했는데 반응이 안 오면 2주 정도 보고 바꿉니다. 예를 들어 클릭률이 안 나오면 썸네일을 바꿀까 생각하고요. 저희 고객분들이 좋아하는 썸네일이 있습니다.
전환율이 안 나온다고 하면 상품 제목 혹은 타 사이트의 유사 상품의 가격을 보는 식이죠. 아니면 상품 상세 페이지를 잘못 만들었나 생각할 수도 있고요. 시간대로 측정이 되니, 판단하는 건 MD들에 따라 다릅니다.
저희 경우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사업팀이 제일 많이 쓰고, MD들도 데이터로 보는 게 습관이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바꾸는 건가요?
저희 고객분들은 예를 들어 항공샷보다는 근접사진을 더 좋아하시고요. 공장식으로 찍어낸 상품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보다는 방앗간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보이는 거죠. 썸네일 테스트를 여러 번 해봤는데, 베스트 상품들을 보면 다 클로즈업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뒤에 여백이나 배경이 있어 예뻐보이는 걸 좋아하는데, 저희가 계속 AB테스트를 해봐도 근접샷이 반응이 가장 좋더라고요.
썸네일을 이렇게 구성한다면, 썸네일 측면에서는 크게 구분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신상품이 들어와도 기존 리뷰가 좋은 유사 상품과 비교했을 때 잘 팔리기 어려울 수 있고요. 상품 노출 로직은 어떤 방식인가요?
상품을 보여드리는 그 로직과 순서에 대한 판단도 데이터 기반으로 합니다.
이 상품은 이번 시즌에 지표가 안 좋지만 프로모션은 해보고 싶다는 식으로 행사를 해야 된다라고 하는 MD의 직감도 당연히 있지만요.
기본적으로 어떤 상품을 제일 먼저 보여줄까에 대한 로직은 리뷰 수준, 재구매율 그리고 썸네일에서 보이지만은 않지만 뒷단에서 고객이 얼마나 많이 만족했느냐도 로직에 선정이 됩니다. 지금 당장 팔린 상품은 다른 상품보다 100개 덜 팔렸지만, 재구매율이 훨씬 좋으니까 더 올라갈 수 있는 거죠. 또 썸네일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니까요. 신상품들을 위한 탭도 따로 있습니다.
최근 업계 추세가 자동화잖아요. 리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키워드를 잡아내는 자동화 시스템도 많이 도입하는데, 팔도감은 그런 게 없나요?
아직 분석 로직, 엔진을 구축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저희는 리뷰 점수가 4.5점 밑으로만 내려가도 경고 알람이 켜집니다. 이 때 보면 운이 없는 상품도 있습니다. ‘너무 맛있어요’하는데 3점 찍힌 비중이 많다던가, 아니면 실제 이 평점을 받을 만 하다던가요. 그래서 MD들이 개선하기 위해 계도기간을 달라고 해 수정하는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매출도 크고, 영업이익도 내는 팔도감, 성장 계획은 어때요?
처음에 설명했듯이, 팔도감은 올 상반기 매출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6월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의 기조와 같이, 이제는 어느 정도 수익을 고려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팔도감은 올해 하반기 누적 영업흑자 혹은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는 게 목표죠. 크게는 고객별 맞춤 마케팅, PB(자체 브랜드), 그리고 모회사인 퀸잇과의 협업입니다.
상반기 매출이 많이 뛰었다고요. 어떤 식으로 가능했나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매달 일정 수준으로 하고 있는데, 효율이 계속 좋아지고 기존 고객분들의 주문이 쌓여가다보니까 플랫폼이 그냥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이 작년 대비 150%니, 250%인데요. 저희는 성장의 퀄리티를 조절하는 게 게 중요했습니다. 정확한 재구매율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저희가 수집한 정보로 파악해 보면 업계 최고의 재구매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흑자 전환 배경으로 내외부 마케팅을 위한 다양한 알고리즘과 로직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는데요. 혹시 어떤 것인가요?
추천 로직은 아직 개발하고 있고, 갈 길이 멀긴 합니다. 그래도 엄청나게 많은 가설을 테스트해보면서 고객분들에게 어떤 걸 보여드려야 제일 좋아하는 걸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최근에 많이 시작한 것 같습니다. 원래도 로직이 분명 있긴 했습니다. 매시간마다 더 좋아하실 만한 걸 보여드리면서 순위를 바꿔보기도 했고요. 이건 AI가 맞고요.
올해 상반기에는 저희가 성장의 질을 결정하고 싶었던 시기였습니다. 우리의 성장에 어마무시한 마케팅 비용을 들일 것이냐 아니면 품질의 기준을 조금 낮추더라도 많은 구색을 갖춰 성장할 것이냐를 고민했죠.
흑자 전환을 하려면 보통 구조조정을 하거나 비용을 줄이기도 합니다. 저희도 비용 효율화를 마음 먹었는데, 구조조정 대신 알고리즘과 로직 고안이 들어갔습니다.
마케팅 비용 효율화가 대표적입니다. 마케팅 비용을 생각해 보면, 저희가 광고 매체에 쓰는 비용도 있지만, 이용자가 팔도감 화면에 들어와 30~40개를 보고 나가면 저희는 기회 비용을 잃는 거죠.
그래서 똑같은 비용을 써서 프로모션을 하더라도 구매 전환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왔고, 실제로 높이고 있습니다.
쿠폰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연초에는 저희가 모든 분들이 회원가입을 하면 쓸 수 있는 쿠폰 패키지를 동일하게 드렸습니다.
이제 티어별 고객님께 어떻게 패키지를 드려야 구매 전환이 일어나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좀 더 층위를 나누고 있지만, 아직 정답을 찾지는 못했고요. VIP 경우에는 얼마만큼의 패키지를 드려야 하나, 적립금을 드려야 하나, 쿠폰을 드려야 하나, 아니면 사은품을 드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견한 건 우리 고객님들이 50% 할인보다 원플러스원, 그니까 덤을 더 좋아하신다는 거였어요. 6월 프로모션으로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요. 원플러스원, 투플러스투가 할인보다 더 잘되더라고요. 할인을 훨씬 더 어렵게 받아왔는데, 원플원이 더 잘 먹힌다는 게 충격적이었습니다.
뭐든지 실험하고 테스트하고, 똑같은 비용을 프로모션에 쓰더라도 쿠폰 세팅, 딜을 어떻게 짤 것인지, 그리고 첫 구매와 재구매 여정을 어떻게 짤 것인지를 계속 해보지 않으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성장을 위한 성장을 하려고 하다보니까, 정말 기본적인 걸 신경썼다면, 이제는 내실을 챙기는 시기입니다. 첫 손님은 구매전환이 가능하도록 허들을 낮추고, VIP는 많이 사시는, 감사한 고객님들이니 더 많이 쓸 수 있는 것으로 돌려드리고, 중간 층은 장바구니 사이즈를 늘릴 수 있는 쿠폰을 쓰는 방식으로요.
PB(자체 브랜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실 유통 채널이 PB를 전개하는 게 이전부터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라포테이블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나요?
현재 식품 PB팀과 건강기능식품 PB팀 두 개가 있습니다. 브랜드는 식품 산하에 반찬과 간편식 전문 PB ‘팔도다움’, 간식 PB ‘온도감’ 등 3~4개고, 건기식은 바로 채움 한 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팔도감 푸줏감이라는 정육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고요.
건기식을 PB로 마련한 이유는 저희만큼 고객의 건강 니즈를 많이 아는 곳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반 식품을 팔더라도, 당뇨, 저혈압 때문에 이 상품을 샀다는 이야기가 정말 많은 거에요 .그래서 건강기능식품에서 가장 핫한 고객층은 X세대니 우리도 언젠가는 건강기능식품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건강기능식품은 지난해 3월에 시작했고 더 많이 키울 생각입니다. 아직 합리적인 가격, 벌크, 아니면 초고급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계속 찾아가는 과정인데, X세대에서 건강은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에 우선 실험을 해볼 생각입니다.
PB의 매출은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생각하고 있나요? 대부분의 유통 채널의 로망입니다. 다 PB로 채우고 싶다고도 하고, 그건 아니지만 30~50%는 PB였으면 좋겠다고 하는 채널들도 있고요.
거래액 목표는 없고, 키울 수 있을 때까지 키우고 싶습니다. 지금은 이익률을 더 잘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생산자에게 투자를 하겠다는 식인 거죠. 위수탁 판매는 오늘 주문이 들어온 걸 보고 내일 나가야 하니 생산자 입장에서는 생산량을 아주 정확하게 하기는 어렵죠. 하루에 10개 파는데, 다음달 내내 500개를 게런티해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매입 구조에서는 가능하니, PB팀이 여러 일을 해보고 있습니다. PB 파트너사에게 원물 수급을 약속하거나, 판매량을 약속하거나, 아니면 선입금을 할까 여러 가지를 아직 실험해보고 싶은 식입니다. 제조 원가를 줄이고 싶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수료 쥐어짜기식이 아니라 어느 정도 리스크를 예측하고 재고 부담을 같이 할 수 있는 방향인 거죠. 원래는 하루 벌어 하루 생산하는 식으로는 원물 가격을 떨어뜨릴 수 없으니까요. PB를 좀 열심히 해야 하겠다고 생각한 게, 이익 기조로 전환해야겠다고 생각한 시점과 맞아떨어집니다.
위수탁으로는 성장의 휠을 키워야 한다면, PB는 돈을 좀 더 알차게 벌어보자는 거군요.
맞습니다. 위수탁 구조로 돈을 더 벌어달라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같이 성장하기 위해 원물 대금 지급을 하거나 판매량을 보장한다던가 합니다. 저희도 잘 팔리는 데이터가 있으니, 정보를 나눠드리고 ‘이건 무조건 되니 해봅시다’ 이런 방향입니다.
퀸잇과의 협업은 고민하고 있나요?
퀸잇은 이제 카테고리 확장이 용이한 상황입니다. 퀸잇이 저희보다 훨씬 큰 앱이다보니, 거기에서 어떻게 식품을 팔 수 있을지, 애초에 있다면 어떻게 팔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구현 방식은 좀 더 구체화해야겠지만, 저희도 어느 정도 자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걸 입증했으니 퀸잇과 함께 마케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추석 프로모션도 준비하고요. 패션은 추석을 기점으로 살아나는데, 식품은 그때부터 떨어지거든요. 퀸잇 내에서 팔도감과 식품을 어떻게 보여줄까도 고민을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퀸잇도 지난해 어느 정도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고 올해 흑자전환을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팔도감도 지금 돈을 벌고 있고요. 우리 성장 주기 상 이제는 진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요?
사실 한 번 찍고 넘어가고 싶었던 게 있던 것 같습니다. 식품 커머스를 위수탁으로 한다는 건, 진입 장벽이 낮거든요. 그래서 성장을 보여주는 게 0단계라면, 이제 이걸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다를 1단계로 짚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몇 달간은 영업이익을 내는데 집중할 것 같고, 다시 성장의 속도를 올리더라도 이 성장은 겸손한 자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입증하면서 갈 것 같습니다. 아직 1단계죠.
요즘 플랫폼은 광고가 또 중요한 비즈니스잖아요. 위수탁 모델에서의 수수료와 PB외에도 광고 모델이 있을까요?
요즘 광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두달 정도 됐고요. 저희 내부에서 매일농장, 목장을 하려면 광고를 봐야하고요.
최근에는 ‘건강대회’라고 하는 체험단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입점사 뿐만 아니라 비입점사까지 체험단을 찾고 있어요. 브랜드사 입장에서도 체험단을 해보고 싶은데, 이게 비용이나 방식 등을 다 고려해도 쉽지는 않거든요. 저희는 브랜드사의 체험단 집행비용을 많이 줄이는 데에 집중했고요. 또 우리 고객님들이 50대고, 이들을 모아둔 커뮤니티가 적다보니 브랜드사에게 이 점을 어필했을 때 반응이 정말 좋습니다.
올해 목표는 뭔가요?
상반기는 이미 끝났고, 하반기 누적으로는 영업이익을 내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월별로 다르다보니까요. 월 이익을 내도 다음달에 마케팅비를 확 쓰야 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익 기조를 하반기에 유지하고 연 통합 BEP를 맞추면 좋지만, 그보다는 하반기 영업이익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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