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내리듯 영양제 한 컵, 변호사가 만든 헬스케어 서비스
영양제, 챙겨 드십니까?
사람들이 영양제를 고르고 섭취하는 과정은 시간이 흘러도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일단 제 경우를 볼까요? 귀가 얇은 저는 미디어에서 좋다고 광고하는 제품을 혹해서 구매 하고, 이후에는 귀찮아서 꾸준히 잘 먹지 않는 때가 더 많습니다. 건강을 챙겨볼까 싶어 이것저것 사들인 후에도 이 약들을 언제 먹어야 효과가 있는지, 섞어 먹어도 건강엔 무리가 없는지를 잘 모릅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찾아낸 정보조차 이게 맞는 건지 크게 신뢰 못하기도 하는데요. 보니까, 저희 부모님도 그렇고 제 후배들도 비슷하더라고요.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사진)도 비슷합니다. 자신이 어떤 영양제를, 어떻게 배합해 하루에 얼마만큼 먹어야 하는지 누가 대신 관리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다가 창업 했습니다. 평소에 자신한테 필요한 성분을 기반으로 해서, 예컨대 오늘 내 눈이 좀 뻑뻑하면 다른 영양제와의 배합을 고려하면서 안구건조증에 좋은 것을 조금 더 넣어 주는 식의 서비스를 매일 받아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알고케어의 시작이 됐는데요.
상품도 독특합니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마시거나 캡슐커피를 내려 먹듯, 머신(디스펜서)에서 한 번에 먹을 만큼의 영양제 알을 내려 받아 섭취하도록 고안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안타깝게도 기술탈취 분쟁을 겪었습니다. 협력을 논의하다 결렬된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와 유사한 제품을 선보여 분쟁에 들어갔고, 결국은 롯데 측에서 해당 상품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죠.
싸움에서 이기기도 쉽지 않지만, 그 결과가 스타트업에 유리하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기업과의 기술탈취 분쟁은 스타트업에 스트레스죠. 한 기업이 성장에만 오롯이 집중해야 할 에너지와 시간, 노력을 딴 데 쓰게 하니까요. 정지원 대표는 그 자신이 대형 로펌의 변호사 출신이라 법적 분쟁에 대해서는 잘 아는 전문가인데도 어려움을 겪었으니, 논란을 겪는 다른 스타트업은 오죽할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스타트업이 분쟁에서 이기기는 정말 어렵고, 이겨도 사업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는 정지원 대표는 다른 스타트업에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또, 분쟁을 겪었음에도 어떻게 최근 큰 투자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영양제를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어떤 도전을 지속하려 할까요? 정지원 대표의 이야기를 같이 들어보시죠.
알고케어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영양 관리 서비스를 만드는데요. 기존의 영양제 시장은 주로 마케팅 정보를 보고 영양제를 사서 먹게 되는 그런 시장이었는데요.
저희는 앱과 기기 그리고 영양제 이렇게 세 개로 구성되어 있고요. 그 앱에서 먼저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분석합니다. 그래서 건강 검진 기록이라든가 병원 진료 내역, 약 처방 내역 등을 갖고 와서 어떤 영양제를 얼마만큼 줘야 하는지 알고리즘이 계산하고요.
그다음에 그 데이터를 기기랑 자동으로 연동해서 4mm짜리 세밀한 영양제가 매일매일 나의 상태에 맞춰서 바뀌어 나오게 되는 형태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나요?
누적으로는 1만5000명 정도,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한 4500명 정도 사용하고 계십니다.
대형로펌의 변호사가 왜 창업의 길로 들어오게 됐나요?
저를 한마디로 설명을 하면 저는 ‘혁신을 꿈꾸는 경험주의자’라고 할 수 있어요. 세상에 좀 불편한 게 많고요. ‘이게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싶은 게 원래 많았어요. 또 경험주의자라서 한번 경험을 해봐야 되거든요. 그래서 창업의 세계에 대해서는 학생 때부터 좀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요.
영양제라는 아이템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요?
변호사 할 때 일이 되게 많잖아요. 그래서 영양제라도 좀 챙겨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영양제를 찾아봤는데 너무 공부할 게 많은 거예요. 사고 나서도 계속 제가 알아서 챙겨 먹어야 되고, 또 (영양제가) 다 떨어지는 걸 제가 체크해서 사야 되고 하는 것이 누가 좀 체계적으로 관리해 줄 수 없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그런 서비스가 있을 줄 알고 막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창업을 했고, 보니까 영양제 시장이 너무 낡았더라고요. 처음에 영양제를 탐색하는 과정부터 구매, 복용 그리고 재구매까지 이 과정이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업계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이 시장이 좀 낡았고 혁신 기술 도입이 안 되어 있구나 생각해서 이 시장을 혁신하면 제일 큰 임팩트를 낼 수 있겠다 해서 창업을 하게 된 거죠.
그동안 영양제 시장 혁신이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영양제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지 않다고 느꼈어요. 영양제의 효과가 바로바로 나타나거나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쨌든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장기 효과를 믿고 섭취를 해야 되는 거거든요. 근데 제품에서 차별화하는 게 좀 어렵다 보니까 마케팅 정보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것 같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듯 영양제를 내려 먹는 게 흥미로워요
영양제 시장을 혁신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차별화되면서도 더 나은 경험을 줄 수 있을까’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할 것 없이 계속 생각했거든요. 근데 어느 날 TV에서 어떤 노부부가 영양제 먹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찬장에 영양제가 수십종이 있고 건강 상태에 맞춰서 매일매일 영양제를 다르게 쪼개서 먹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걸 보고 “어? 누가 우리 집에서 저 서비스를 나한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게 지금 저희 서비스로 제가 생각을 한 거죠.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수익 모델은 커피머신 하고 똑같습니다. 머신은 렌털로 매달 돈을 받고요. 커피콩 먹는 만큼 사서 드시듯이, 저희 영양제도 먹는 만큼 사서 드시게 그렇게 되어 있어요.
기업에서 알고케어를 많이 쓰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실제로 기업의 직장인들이 알고케어로 영양제를 잘 챙겨 먹나요?
유저분들 중에 40%가 주 6회 이상 드시고 계세요. 주 5일 출근하시는데 주말 것까지 싸 가서 드실 정도로 굉장히 열심히 드시는 거고 나머지 40퍼센트가 3회에서 5회 정도 드시거든요. 그러니까 한 80% 정도가 주 3회 이상 드시고 있다는 거니까 저희 서비스를 쓰면 꾸준히 영양제를 먹는다는 가설은 저희가 조금씩 입증을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품 개선에서 가장 염두하는 부분은요?
두 가지를 가장 염두에 두는데요 첫 번째로는 영양제를 먹기 위해서 저희 서비스를 쓰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영양제 퀄리티 향상, 그리고 영양제 복용감 개선 이런 거에 가장 큰 노력을 들이고요.
두 번째로는 사용자 경험 개선. “사용자 경험이 불편하면 안 된다” 그러니까 모든 헬스케어 서비스들은 사용자 경험이 진짜 중요하거든요. 왜냐하면 헬스케어 자체가 인간의 본성하고는 약간 반하는 거예요. 하기 싫고 귀찮은 일을 하게 해야 하거든요. 그 두 가지에 저희가 많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대표님도 영양제를 드시나요?
저는 저희 영양제 먹고 있고요. 제가 원래 안구건조증이 좀 심해서 항상 인공눈물을 뿌리고 다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생각해 보니까 제가 한 두세 달 안 뿌린 거예요, 이걸. 영양제 효과에 대해서 확실히 체감을 하고 열심히 먹고 있고요. 자그마한 알로 매일 100알 넘게 섭취하고 있습니다.
100알이면 엄청나게 많은 양 아닌가요?
알이 되게 작아서 편의점 같은 데 보면 이렇게 자그만한 환으로 된 영양제들이 있잖아요. 그런 영양제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실제로 봤을 때는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롯데헬스케어와 기술탈취 분쟁이 있었다고요?
2021년도에 롯데랑 먼저 만나서 사업 협력 논의를 좀 했었어요. 그런데 그때 어떠한 이유로 결렬이 되었고요. 그런데 2023년도 CES라고 하는 세계 최대 테크 박람회에서 롯데가 저희 제품이랑 유사한 거를 전시하는 것을 제가 보고 문제제기를 하게 됐고요. 2023년 7월 정도 경 합의해서 롯데가 그 사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그렇게 결론을 냈습니다.
분쟁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스타트업들에 조언을 준다면요?
“딱히 방법이 없다, 조심하셔라” 이런 이야기밖에 드릴 수가 없는 게 되게 속상한데요. 실제로 이런 사건이 벌어지게 되면 법적 분쟁에서 이기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증거가 대기업 측 내부에 있기 때문에 저희가 그 내부에 있는 증거를 가져와서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실제로 법적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사업이 상당히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가장 최고의 방법은 예방이고요. 예방하기 위해서는 NDA(비밀유지계약)를 체결한다든가, 좀 이상한 점이 있으면 그때그때 문제제기를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대기업하고 스타트업이 많이 협력을 하지만 잘 되는 경우가 많지 않더라고요, 주변에 보니까. 그래서 처음에 협력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협력할 수 있는 포인트가 명확하고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포인트가 명확할 때 협력을 시작하시는 거를 저는 추천드릴 것 같아요.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최근 150억원 투자를 받았는데요, 어떤 부분에서 높은 평가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새로 만드는 거라서 위험 부담이 되게 큰 투자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그래서 혁신성, 사용자 반응과 같은 거를 크게 평가해 주셨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만큼 많이 믿어주신 거로 생각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 부문에서 사업을 확장할 여지가 있을까요?
헬스케어 플랫폼이라는 게 어떤 모습이 되어야 되는지, 아직 산업화가 안 된 영역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고요. 저희가 단기적으로 보고 있는 거는 저희 영양제를 드시면서 매일매일 자기 상태를 체크하시게 되거든요. 그게 그날 사용자가 느끼는 바로 그날의 니즈거든요.
그 몸 상태의 데이터를 활용 해서 맞춤 상품을 추천한다든지 하는 게 제일 첫 번째 저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올해 B2B 서비스를 열심히 제공하고요. B2C 시장에 들어갈 서비스도 저희가 지금 개발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내년에 B2C 서비스 론칭을 무사히 성공적으로 하는 걸 첫 번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창업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요?
제가 변호사 출신이다 보니까 처음에 기술이나 이런 거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어서 저희 기계 만드는 데 상당히 고생을 많이 했고요. 결국은 기술 개발이든 뭐든 내재화하는 게 되게 중요하구나, 특히나 저희는 세상에 없던 거를 만들다 보니까 레퍼런스를 삼을 수 있는 게 없고 내부에서 계속 연구해서 그 서비스의 모양이 바뀌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외주를 잘 사용할 수가 없고 내재화를 해서 기술 개발을 해야 한다는 거를 알았어요. (내재화를 하는 것이) 돌아가는 것 같았지만 훨씬 더 시간을 아끼는 길이었다는 거를 나중에 알게 됐죠.
영상제작_ 바이라인네트워크 <임현묵 PD> <최미경 PD>
인터뷰/정리_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