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스코어 유료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까?
골프 스코어 관리 앱 ‘스마트스코어’가 유료화로 전환하면서 기존 이용자 사이에서 불만이 생기고 있다.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앱 안에서 기존 성적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유료 회원만 쓸 수 있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8월 1일 유료화 모델을 시작했고, 9월 1일부터는 특정 핵심 기능을 유료 구독 회원에게만 제공하기로 했다. 9월 1일 부터는 유료 회원만 앱 안에서 과거 전체 성적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무료로 앱을 쓰길 원하는 이용자는 7월 1일부터 9월 1일 사이 두 달간 기존 기록을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이후에는 앱 안에서 과거 성적에 접근할 수 없다. 다만, 스마트스코어는 무료 이용자라도 현재 경기 중인 스코어의 기록은 태블릿으로 전송,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열어 놓았다. 과거 기록은 최근 한 개의 스코어에 한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스코어 측 관계자는 유료화 전환과 관련해 “10년 가까이 서비스를 하면서 누적된 스코어가 1억건을 훌쩍 넘어섰고, 계속 누적으로 무상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는 한계에 닥쳤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유료 전환율과 관련해서는 “아직은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을 아꼈으나 “스코어가 최소한 100개 이상인 분들도 10만명이 있는데, 이런 헤비 유저들 중심으로 (유료) 가입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료화 전환이 이용자들에 좋은 감정을 불러오지는 않는 모습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스마트스코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앱 이용자 370만명이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마트스코어가 성장했는데, 이제는 돈을 내지 않으면 과거 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불만과 배신감을 표출한다.
“지금까지의 스코어를 안 보여준다는 것은, 데이터를 볼모로 잡고 유료 구독 회원으로 가입시키겠다는 발상 아니겠느냐”는 이용자들의 발언은 곱씹어 볼만 하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스코어의 유료화 정책이 현행법 위반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무료 플랫폼 서비스가 유료 전환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도 사기업이므로 당연히 수익화 모델을 꾸려야 한다. 다만, 이 사안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무료로 제공되던 플랫폼에서 쌓은 개인의 데이터를 플랫폼이 강제적으로 접근금지 시킬 수 있느냐 여부다.
스마트스코어 측은 무료 회원이 서비스에 가입할 시 플랫폼이 데이터를 보관하고 활용하는 것에 관련한 내용을 약관에 기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사안을 바라보는 법률가들의 의견이 갈라진다. 골프 점수 데이터를 개인 정보로 볼 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회원 가입 시 적은 개인 식별 가능한 정보가 점수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개인 정보라고 판단하게 될 시, 스마트스코어의 정책은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는 지적이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TMT그룹 총괄 변호사는 “스코어 기록이 개인의 이름, 아이디, 전화번호 등이 연계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히 해당 데이터를 개인 정보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상에서는 정보 주체의 권리로 열람 청구권을 보장하고 있어, 무료 회원의 데이터 접근을 막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용자가 원한다면 언제든 개인 정보와 관련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파기를 요청하면 파기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구 변호사는 특히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은 회원 가입 유지시, 또는 이용 목적을 달성할 때 까지”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무료 회원의 스코어 정보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유료화로 전환할 다시 과거 성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골프 스코어를 개인 정보로 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재욱 법무법인 디엘지 파트너변호사는 “(스마트스코어 측에서 무료 회원의 데이터 관리와 관해) 법적으로는 큰 탈이 없도록 정리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인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결합해야 성립되는 것인데, 골프 스코어를 과연 개인 정보로 볼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마트스코어는 국내 골프 스코어 관리 시장에서는 부동의 1위 업체다. 전국 골프장 370여 곳과 계약을 맺고 태블릿이나 키오스크 등을 설치하는 등 인프라 설비에도 돈을 많이 썼다. 이번 유료화 전환의 배경에 경쟁업체에 자신들의 고객을 빼앗기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도 보인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그 자신감이 큰 근거는 없다고 본다. 태블릿 화면을 찍어 다른 앱으로 전송하면, 골프 성적을 관리할 수 있는 등 대안이 있다. 개인의 데이터를 플랫폼의 자산으로 확보, 인질로 활용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