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로 대박 친 창업자, 이번엔 ‘IP 플랫폼’으로 8000만달러 유치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카카오에 5000억원에 매각했던 창업자 이승윤 씨가 이번에는 프로그래머블 IP(Programmable IP)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창작자들이 자신의 IP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업로드하고 이를 토큰화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 ‘스토리’로 다시 한 번 창업했는데, 8000만달러(약 1074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 소식을 22일 전했다.

스토리에 돈을 넣은 투자자 면면도 화려하다.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이라 불리는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주도로 폴리체인 캐피탈이 참여했다. 삼성 넥스트, 스태빌리티 AI의 부대표인 스콧 트로브리지, TPG 캐피털 회장 데이빗 본더만, K11의 설립자 에이드리언 청, 하이브 설립자 방시혁 의장 등도 눈에 띈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유치한 총 투자금은 약 1억4000만달러(1910억원)다.

이승윤 대표의 공동 창업 파트너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최연소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했던 자오 CPO다. 이들이 창업한 회사의 이름은 피아이피랩스(PIP Labs). 프로그래머블 아이피 랩스(Programmable IP Labs)의 약자로, IP와 생성 AI 관련 개발자 생태계 플랫폼 스토리의 초기 개발사다.

스토리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IP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업로드하고 이를 토큰화할 수 있게 한다. 토큰화된 IP는 블록체인상에서 위변조가 불가능한 형태로 저장되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 기록으로 남는다. 이를 통해 창작자들은 IP에 대한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이를 재창작, 판매, 배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리와 수익을 보호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이 플랫폼의 취지다.

PIP Labs는 어떤 회사?

PIP Labs는 음식 블로거부터 동영상 크리에이터, 음악가, 만화가, 그리고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다양한 창작자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IP를 보호하고 확대할 수 있는 해결책은 미비한 실정이라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현재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하는 빅테크 기업이 창작자의 동의 없이 콘텐츠를 활용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IP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승윤 대표는 “빅테크 기업들이 창작자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어떠한 보상도 지불하지 않은 채 그들의 IP로 자신들의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다. 이는 본래 창작자에게 가야 할 모든 트래픽을 가져감으로써 잠재적 수익원까지 빼앗아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프로그래밍을 통해 다양한 정책과 권리를 명시해 배포될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IP(Programmable IP)’를 강조한다. ‘창의력 증명 (Proof-of-Creativity)’ 이라고 정의된 이러한 스마트 컨트랙트 프로토콜을 통해 창작자들은 자신들의 IP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관리하며 권리를 보호하고, 자동화된 로열티 지급 등의 규칙을 정의하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적어도 구글은 정보를 취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원문을 제공했던 많은 지역 신문사에게 어느 정도 트래픽을 유도해 줬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다수의 지역 신문사는 사라지고 말았다”면서 “현재의 AI는 창작자들이 원본 IP를 창작할 동기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있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AI 기술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스토리는 인터넷 공간에서 행해지는 창의적인 실험이 지속 가능하고 계속해서 번영할 수 있도록 중개인을 제거하고 창작자와 AI 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창작자들은 스토리를 통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IP에 대한 소유권과 라이선스를 메타데이터의 형태로 프로그래밍하여 명시하고, AI 모델은 명시된 데이터를 준수하여 복잡한 법적 절차 없이도 창작자들에게 공정한 수익을 즉각적으로 분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IP와 AI 두 시장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효율적인 산업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어떤 점을 높이 봤나?

a16z의 웹3 투자를 담당하는 크립토 펀드(crypto fund) 설립자이자 매니징 파트너인 크리스 딕슨은 “스토리는 AI 시대에 새로운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면서 “블록체인은 대규모의 참여자들이 경제적인 인센티브에 따라 행동하는 데에 있어 매우 적합한 시스템이며, 스토리 플랫폼은 창작자가 AI 시스템에 제공하는 IP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창업자에 대한 기대도 있다. 특히 콘텐츠로 창업했다 매각한 후 다시 한 번 회사를 만든 이승윤 대표에 대한 평가를 좋게 했다. 크리스 딕슨은 “PIP Labs의 이승윤 대표는 검증된 혁신가로, PIP Labs의 세 번째 투자 라운드를 이끌며 그의 야심 찬 비전을 지원하게 되어 기쁘다”고 언급했다.

현재 스토리 플랫폼상에는 이미 200개 이상의 팀이 2000만개 이상의 IP를 대상으로 IPFi(IP Finance), AI, 소비자 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스페이스 러너스(Space Runners)의 아블로(Ablo)는 누구나 생성형 AI를 활용해 최신 패션 아이템을 맞춤 제작하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AI 패션 디자인 서비스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 돌체앤가바나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AI 스토리텔링 플랫폼인 Sekai는 스토리 텔러, 아티스트, 팬들이 그들의 IP를 활용해 공동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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