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계의 스마트화, 몇 안 남은 블루오션” 백훈 엣지크로스 대표

“공장이 아니라 기계를 똑똑하게 만든다”

백훈 엣지크로스 대표(=사진)의 말이, 제게는 알쏭달쏭했습니다. 공장이 아니라 기계라니, 그게 그거 아닌가? 공장이 디지털화하면 기계도 알아서 똑똑해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먼저 든 거죠.

“기계가 들어가는 전체 공정 중, 스마트팩토리가 된 곳은 7%에 불과하다. 국내 산업용 기계나 장비의 시장 규모는 연간 350만대 이상인데, 이 중 대부분이 아직 디지털화 하지 못했다.”

엣지크로스 회사 소개서에 나온 문구고요. 백 대표의 말에 대한 힌트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팩토리로의 전환에는 돈이 많이 듭니다. 중소규모 공장에서 스마트팩토리 전환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이야기란 뜻이죠. 또, 공장에서만 기계를 쓰는 것도 아니죠. 병원이나 레저시설은 물론이고 소상공인이나 기업의 ESG 환경 구축을 위한 곳에도 기계가 들어갑니다.

“클라우드와 연결되지 않은 비스마트 기계와 장비군은 이 세상에서 몇 남지 않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대상이다.”

엣지크로스가 하는 일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기계를 클라우드와 연결하는 IoT 장비를 만드는 겁니다. 스마트 하지 않은 기계에 IoT 장비를 달아서, 이를 콘트롤 할 수 있게 하자는 거죠. 모든 기계를 처음부터 스마트 장비로 개발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들겠지만, 이미 만들어진 기계에 IoT 장비를 달아 조정하는 것은 큰 부담 없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엣지크로스에서 만드는 기계 부착용 IoT장비입니다. 이 장비를 통해서 기계의 정보가 클라우드에 쌓이게 되고요, 그렇게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기계 사용의 편의를 높입니다.

그런데, 기계가 똑똑해지면 뭐가 좋을까요? 이점이 없다면 굳이 기계를 스마트화 할 필요가 없겠죠. 기계를 만드는 사람과 기계를 쓰는 사람, 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겠네요. 우선, 기계를 만드는 곳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계를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 스마트머신이 되면 추후 관리인 AS와 CS를 원력으로 할 수 있다는 걸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엣지크로스의 고객사 중에는 냉각기를 만드는 D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통상 1년에 2000여건의 CS 문의를 받는다고 하는데요. 이중 30%는 전화로 해결이 가능하나 70%는 사람이 직접 가서 현장을 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기계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정기적으로 점검을 나와주길 원하는데, 이걸 IoT 장비를 통해 기계의 데이터를 확인하고, 결과 리포트를 보내주는 것으로 대체하면 기계를 만드는 곳에서는 경비 절감에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이 회사가 엣지크로스 솔루션을 도입하고 직접 CS를 가는 횟수를 절반 정도 더 줄였다고 하더라. 아무나 가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기술자가 직접 고객사를 찾아야 하는데 여기에 들던 비용을 줄인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어떨까요? 이번에도 역시 관리 효율성의 문제입니다. 기계가 작동할 때 항상 사람이 옆에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지켜봐야 하는데, IoT 장비를 달면 원격으로도 제어할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알람을 받아 볼 수 있으니 훨씬 편리하게 기계를 운영할 수 있다는 거죠.

“볼트와 너트를 체결하는 공장의 경우 24시간이 돌아간다. 그런데 항상 사장님이 그 옆에 있기는 어렵다. IoT 솔루션을 도입하면 사장님이 집에 가 있어도 이상이 발생하면 알려주니까 그때 회사에 가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4시간 무인 공장을 만든 사례다.”

덧붙여 지능화도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예컨대, 포장기 같은 경우 예전에는 부품을 통상 2주에 한 번 갈아왔는데 IoT 솔루션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 실제 사용량을 확인해 언제 소모품을 보충해야 하는지, 언제 고장이 날 것 같은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거죠.

“기계는 통상 모터와 히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부품들이 돌아가면서 열이 나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 패턴을 AI로 발견해 예측할 수 있다면 기계 관리와 공장 운영이 훨씬 수월하게 된다.”

그런데, 기계에 지능을 부여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한다는 생각은 굳이 엣지크로스가 아니어도 많이들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회사는 이렇게 이 일에 자신을 가지는 걸까요? 여기에도 백 대표는 두 가지 측면을 듭니다. 첫번째는, 보편성의 문제입니다.

“커다란 기계 회사가 모든 기기에 들어가는 공통 IoT 플랫폼을 만들었을 때, 다른 회사들이 과연 그 솔루션을 쓸까? 직접 기계를 만들지 않는 회사에서 플랫폼을 공급하면 서로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더 쉽게 솔루션을 받아들일 수 있다.”

안드로이드의 사례도 꺼내듭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도 사람들이 손에 들고 다니던 전화기는 있었습니다. 심지어 인터넷도 되던 그 폰의 이름은 피처폰. 그러나 이 피처폰 시장을 일거에 무너뜨린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무기는 통합된 운영체제(OS)였죠. 제조사별로 각기 다른 OS를 적용한 피처폰은 각 기기의 사용 편의를 키우는 데만 집중했으나, 모든 전화기가 같은 OS를 사용하게 된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모바일 생태계라는 완전히 거대한 세계를 열어젖혔습니다. 기계에 한해서는, 엣지크로스가 안드로이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겁니다.

“안드로이드가 통합 앱스토어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공급하듯, 엣지크로스도 다양한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서 그 안에서 통합되고 호환이 가능한 기계 관리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기계를 만드는 회사들이 대체로 중소기업이고, 따라서 각자 기계의 기능을 강조한 파편화된 제조 시장으로 이뤄져 있죠. 마치, 피처폰 시장 처럼요. 누가 산업용 기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OS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혹시,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기계 시장을 변혁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요?

또 하나는 업력의 힘입니다. 엣지크로스가 2015년 문을 열 때의 이름은 ‘빛컨’이었습니다. 연상되는 기기가 있나요? 네, 비콘입니다. 작은 전파 송신 장치인데요, 무선 통신을 이용하여 특정 위치에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에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물 인터넷(IoT)을 위한 통신 장치로, 한때 전시장이나 매장 등에서 손님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죠. 이때 갈고 닦았던 기술은 지금 산업용 기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기반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술을 아직 디지털화가 잘 되지 않은 ‘산업용 기계’에 접목하면, 정말로 블루오션을 열 수 있겠다 싶어 본격적으로 업종을 전환했고, 회사 이름도 엣지크로스로 바꿨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이 회사가 하려는 모델에는 ‘서비타이제이션’이 있습니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뜻하는데요, 캐져(KAESER)라는 독일 콤프레서 회사의 사례가 있습니다. 이 독일 회사는 콤프레서(공기압축기) 장비를 판매하는데요, 이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부상하면서 가격 경쟁력에 밀리게 됐습니다. 그래서 꺼낸 솔루션이 있죠.

“캐져는 매출이 떨어지면서 콤프레서 판매가 아니라 압축공기 판매회사로 정체성을 바꿨다. 콤프레서를 대여하고, 그 다음에 압축공기를 사용한 만큼만 돈을 내도록 서비스를 바꿔서 다시 성장 중이다. 리스 모델이다보니 콤프레서를 한 번에 대금을 주고 살 필요가 없어 중소기업 등에서도 제품을 이용하는 폭이 넓어졌다.”

기존의 기계 판매회사들이 구독 모델로 활로를 열기 위해서는 기계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디지털화는 필수입니다. “기계 및 장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스마트화는 언젠가는 올 미래”라고 백 대표는 말합니다. 아직은 오지 않은 이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구현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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